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0화(130/245)
130
수정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약 0.1초 내외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스크림. 그것도 이왕이면 민트초코 맛 베스kin라bin스. 사이즈는 당연히 그랜드.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취향도 취향이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봤는데 디저트에 속하는 아이스크림을 대답한다는 것 부터가 수정이가 골수 아이스크림 매니아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한성과 할머니가 제지하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하루 세 끼 전부를 아이스크림으로 때우고도 남았을 아이가 바로 수정이였으니.
물론 건 3만원이나 가까이 하는 그런 아이스크림을 사줄 돈이 고작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한 하나에게 있을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음~ 역씨 아이쓰크림은 민초지!”
“….”
놀이터 근처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 한때 이한성과 화연이 알바생으로 일했었던 임 사장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하나는 자신이 사준 민초 맛 아이스크림을 아주 만족하며 먹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마싰써…?”
“응! 하나 너도 머거볼래?”
“아, 아니이… 너 혼자 마니 머거 수정아.”
저 치약 덩어리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 뭐가 맛있다고 저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먹어치우고 있는걸까. 정상적인 취향을 지닌 하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세리까지 민트초코를 먹는다니…’
수정이는 워낙에 애가 괴짜이니 그렇다 쳐도 세리까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고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나는 수정이를 따라 똑같이 고른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잔뜩 묻혀가면서 먹는 세리의 모습에 떫떠름 한 표정을 짓고는 조용히 상어바를 베어먹기 시작했다.
“아유~ 꼬마 아가씨들, 아이스크림 맛있니?”
그렇게 소녀 3명이 편의점 안에서 아이스크림 시식 삼매경에 빠져있던 그 순간,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편의점의 점장, 임 사장이 아빠 미소와 함께 귀엽기 그지 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엄지 손가락을 척 내세우며 극찬을 내놓았다.
“응! 민트초코 짱 마싰써!”
“오?! 너도 민초파니? 이야, 이런 곳에서 동지를 만날 줄이야.”
임 사장 또한 유서 깊은 민초 파의 일원 중 한명이다. 가게에 놀러온 아이가 자신과 같은 민초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30대 중반의 점장은 마치 외국에서 같은 한국사람이라도 만난 것 마냥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고, 민초파의 어린 동지를 위해 공짜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건네주었다.
“암, 동지라면 내 인심을 써야겠지. 돈 안내도 되니까 하나 더 먹으렴.”
“!! 감사함니다!!”
수정이는 사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아이었다. 임 사장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수정이는 곧바로 민초맛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꺼내 포장지를 뜯었고, 이를 본 하나는 급기야 스스로의 취향을 의심하며 민초맛에 대한 고찰을 다시 한번 해볼 수 밖에 없었다.
‘저, 저 아저씨 까지 민트초코를 조아한다니… 사실 이상한건 내 취향이었던 걸까…??’
어째 보는 사람마다 죄다 민초파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스스로 유일하게 정상적인 입맛을 지니고 있던 하나는 소외감에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하지만 친구가 그런 내적갈등을 겪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던 수정이는 같은 민초파 동지인 임 사장에게 하소연을 내뱉으며 갑자기 아빠를 까기 시작했다.
“민트초코가 이러케나 마싰는데 아빠는 맨날 치약을 왜 먹냐고 그런다니까?”
“아이구, 아빠가 맛못알인가보구나? 아저씨도 조카 같은 애 하나가 있는데 똑같이 민초를 싫어하더라고. 꼭 맛만 좀 봐 보래니까 죽어도 싫다고 입도 한번 안 대더라.”
수정이의 아빠이자 임 사장의 조카 같은 애. 호칭만 다를 뿐, 둘 다 이한성이라는 이름의 동일인물을 까고 있다. 하지만 둘은 그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민초단의 심정을 서로 공감하며 하소연을 나눴다.
“언니이…”
“? 왜 그래 세리야?”
임 사장과 수정이가 서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수다를 떨고 있던 그 순간, 세리가 시퍼런 민초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잔뜩 묻힌 채 수정이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나 이거 못 먹겠어…”
4분의 1조차 먹지 못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보여주며.
언니가 좋아하는 맛이라길래 맛있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먹었건만, 짙은 민트향만이 가득한 민초 아이스크림은 드래곤에게 있어도 도저히 먹을만한 것이 못 됐다. 아무리 언니가 하는 말은 무조건 믿고 언니를 철썩같이 따르는 세리라고 할지라도 이 민초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취향 만큼은 도저히 따라하지 못할 정도로.
‘아… 맛있어서 고른게 아니었구나.’
민초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포기한 세리의 모습에 하나는 뒤늦게 자신의 취향이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지막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자기 동생이 민초파의 일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의 하나와는 표정은 반대로 충격으로 물들어버렸다.
“에엥?? 민초가 얼마나 마싰는데!”
“우읍… 미, 미안해 언니… 나 토할 것 같아…
민트초코의 맛이 어지간히도 역했던 모양이었다. 급기야 헛구역질 까지 하며 먹은 걸 게워내려는 세리의 모습을 본 임 사장은 황급히 비닐 봉투를 하나 꺼내서 세리에게 건네주었고, 이에 세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봉투 안에다가 푸릇푸릇한 무언가를 잔뜩 뱉어냈다.
“괘, 괜차나 세리야?”
“우으으…”
진짜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때문에 토해버리기 까지 한 세리의 모습에 수정이는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세리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속을 전부 비워내고는 조금씩 울먹이기 시작했고, 그런 동생의 반응은 언니인 수정이를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왜, 왜 그래 세리야?? 어디 아파?? 언니가 호 해줄까??”
수정이는 필사적으로 울먹이는 세리를 달래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세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고, 이내 미안하다는 듯이 수정이에게 사과할 뿐이었다.
“훌쩍-미, 미안해 언니이… 언니가 사준건데 다 먹지도 못하게 뱉어버렸어… 훌쩍-”
“아니, 그거 내가 사준건데.”
아이스크림을 사준 장본인인 하나가 불쑥 끼어들며 세리가 내뱉은 사과의 말을 정정했다. 그러나 그런 하나의 말을 신경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괜차나 세리야. 다 못 머글수도 있는거지 뭐. 미안해 할 꺼 하~나도 업써!”
“아니 내가 사준거라니까??”
기껏 받은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줬더니만 완벽히 잊혀져버린 하나가 다시 한번 둘 사이에 끼어들며 그렇게 항의했다. 하지만 기껏 또 끼어들었더니만, 이번에는 임 사장의 목소리가 하나의 항의를 뒤덮어버렸다.
“그럼그럼.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하나 더 공짜로 줄테니까 울음 뚝-하렴. 알겠지?”
“….”
삼진 아웃. 정확하게는 삼진 무시를 당해버린 하나는 그 이상 항의하려 하지 않았다. 입도 아프거니와, 갑자기 억지스럽게 화기애애 해져버린 분위기 때문에 태클을 걸고 싶어도 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 미워. 나 갈꺼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시 당한 거에 단단히 삐져버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줬다고 생색을 내면서 무시 좀 했다고 삐져버린 벤댕이 소갈딱지처럼 보여질 수도 있으나, 하나는 엄연히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였다. 얌전하고 어른스럽기는 하나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아이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괴짜인 것도 아닌, 어디에나 있는 그런 평범한 아이.
아이스크림을 사줬는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무시한다니, 아이라면 충분히 삐질 만한 일이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고 해도 충분히 빈정이 상하고도 남을 일이었으니.
그렇게 단단히 삐져버린 7살 오하나는 그대로 말없이 편의점을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이내 잔뜩 서운해진 기분과 함께 바닥을 보고 걸으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내가 아이스크림까지 사줬는데 다들 모른 척 하고…”
속상하다.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 까진 바라진 않았어도 알아주기는 바랬는데 무시를 당하니 속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절친이라고 했쓰면서.”
-그럼 우리 오늘부터 절친하자!
수정이와 처음 만났던 날의 점심시간에, 수정이가 웃으면서 외쳤던 말이 하나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나는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수정이는 바보.”
하나가 나지막히 토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작스럽게 하나의 바로 옆에서 무언가가 잔뜩 삐걱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기긱-]“?”
갑작스런 소리에 하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리의 근원은 다름이 아닌 편의점 바로 옆에, 콜라병이 잔뜩 들어있는 우유박스가 높게 쌓아져 있던 곳이었다.
한 10박스 정도로 높게 쌓아져 있던 우유박스. 며칠 전에 주문한게 잘못 들어오는 바람에 콜라 회사에서 나온 사람이 회수해 가기로 되어있던 콜라들. 빈 병도 아니고 콜라가 가득 차있는 바람에 장난이 아닌 무게를 지니고 있던 우유박스들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무방비하게 서있던 하나를 향해.
매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일아다가 선반이 무너져내려 물건들에 깔려 크게 다치거나 죽는 사고는 꽤나 흔하게 있는 일이다. 더군다가 지금 이 순간에 하나를 향해 넘어지고 있는 것은 콜라가 가득 들어있는 유리병들. 그것도 한개가 아니라 수십 개. 성인도 아닌 7살 아이에 불과한 자신이 수십 개의 콜라병들이 든 우유박스에 깔리게 된다면 크게 다치게 될 것이라고, 하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무서우리만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
곧 있으면 덮쳐올 충격에 하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움츠렸다. 본능에 따른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어 자세였으나, 지상 4m 정도에서 낙하하는 수십 개의 콜라병들을 상대로는 그 효과는 미미했다.
…분명 미미했어야 할 터였다.
“하나야 위험해!!!”
[콰과과광!!!]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진 것과 동시에 살을 에워싸는 것만 같은 냉기가 하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던 하나는 이내 아무런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며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새하얀 무언가를 목격하였다.
“수정… 아?”
“괜차나?! 다친데 업찌?!”
눈앞에 나타난 새하얀 무언가는 다름아닌 수정이의 은발이었다. 아까 까지만 편의점 안에 있었던 수정이가 어느샌가 자신의 눈앞에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나는 어리둥절한 눈치로 눈앞의 은발머리 소녀를 바라보았고, 이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응… 난 괜차나. 근데…”
분명히 유리병들에 깔려서 크게 다칠 줄만 말았는데, 아픈데 하나 없이 멀쩡하다. 그 사실을 살짝 늦게 알아 챈 하나는 그렇게 걱정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수정이를 진정시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방금 뭐 한거야…?”
옆을 바라본 하나의 눈가에는 아주 말도 안되는 광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중력에 의해 지면으로 낙하하던 다수의 콜라병들이 마치 눈폭풍에 휩쓸리기라도 한 듯이 거대한 얼음 속에 갇혀버린 광경이.
“어… 어어… 어어어어어… 그게…”
하나의 물음에 수정이는 뒤늦게야 상황을 깨닫고는 동공지진을 동반한 멘붕을 일으키며 말끝을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이내 나지막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조져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