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1화(13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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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헓?!”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리와 함께, 죽은듯이 침대 위에 늘어져서 자고 있던 이한성은 불현듯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뭐, 뭐지?? 갑자기 왜 자다가 소름이…”
악몽을 꾼 것도 아니고 잠자리가 사나웠던 것도 아니다. 그냥 평온하게 꿀잠을 자고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느껴진 소름끼치는 감각에 의해 잠에서 깬 이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였다.
“벌써 2시야…? 어우씨, 빨리 씻고 나갈 준비 해야겠네.”
3시에 가게에 나가서 노예랑 교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마터면 늦을 뻔 했던 이한성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방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하려고 했다.
[덜컥덜컥-]“?”
가볍게 돌리려던 문고리가 덜커덕 소리를 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순간 문이 고장나기라도 한 건가, 싶었던 이한성은 한참 동안이나 문고리를 돌린 뒤에야 자신이 아침에 문을 잠가 놓았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맞다. 수정이가 하도 귀찮게 굴어서 문을 잠가 놨었지? 토요일 아침 부터 같이 학교에 가자던가 뭐라던가 하는 황당한 말을 하길래 무시했었는데…
비몽사몽이였던데다가 피곤했던 것도 있었기에 좀 매몰차게 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한성은 아마 지금쯤 단단히 삐져있을 수정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살짝 쓴웃음을 지었고, 나중에 맛있는거나 먹여서 기분을 좀 풀어줘야 겠다고 머릿속의 메모지에다가 대충 적어놓고는 잠겨있던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아이고 한성아, 일어났어?”
“네, 슬슬 가게에 나가봐야 하니까요.”
거실로 나오기 무섭게 이한성을 반겨준 건 다름이 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걱정스러운 기색이 깃든 어머니의 얼굴을 본 그는 잠시 씻는 걸 미뤄둔 채 어머니께 말을 걸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표정이 영 안절부절 못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게 말이다… 세리 얘가 어딜 갔는지 안보이지 뭐래냐. 얘가 제 언니를 따라 나간건가…”
“세리가요?”
걔가 수정이를 따라 나갔다고? 분명 수정이는 오늘 학교에 간다고 아침부터 그리 난리부르스를 쳤었는데…
세리가 수정이를 따라 학교에 갔다? 아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얘기는 아니었다. 이상하리만큼 수정이를 잘 따르는 세리니까. 아마 언니랑 같이 놀고 싶어서 따라 나갔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잠깐만, 그러면 지금 밖에 애들끼리 놀러나간거예요?? 언제 나갔는데요?”
“한 8시 쯤이였나… 한 그때 쯤 나갔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질 않으니 원…”
수정이가 혼자 친구들이랑 같이 밖에 놀러 나가는 일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 빈번하게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놀러나갈 때 마다 늦게 돌아오면 안된다고 당부하지 않아도 늘 식사시간만 되면 수정이는 칼같이 집으로 돌아왔고, 노느라 허기가 진 배를 게걸스럽게 채우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런 수정이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도 동생인 세리랑 같이??
“…불길한데.”
애들이야 원래 노는 게 좋아 죽는 족속들이니 점심시간을 까먹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라면 요즘 세상이 워낙에 흉흉하다는 것. 날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아동 실종 사건이나 입에 담기도 끔찍한 사건들을 봤던 기억은 고작 점심시간 때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한성을 불안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뭐… 수정이야 내가 항상 이상한 것들 만나면 마법으로 조져버리라고 당부해놨으니까 왠만해선 괜찮을 거고, 세리도 일단은 드래곤이니까 세상이 멸망해도 멀쩡할텐데…”
…근데 왜 이렇게 불길한 기분이 사라지질 않는거지?
아이들 걱정 보다는 아이들을 덮칠 수도 있는 이름모를 괴한들의 목숨을 걱정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모로써 이한성은 불길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쯧… 핸드폰이라도 미리 사줄 걸.”
요즘 애들은 다 갖고 다닌다는 핸드폰이지만 수정이에겐 아직까지도 핸드폰이 없다. 이한성에겐 수정이에게 있어 핸드폰은 아직 좀 이르다는 살짝 시대에 뒤쳐진 감이 없잖아 있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애들한테 핸드폰이 없으니 간단하게 전화 한번 걸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안부를, 확인하지 못해 이렇게 안달이 나고 불안한 기분이 팍팍 든다. 그렇게 이한성은 이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해 하며 생각이 얄팍했던 본인 스스로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이한성 이 등신 같은 새끼야, 그거 핸드폰 하나 사주는게 뭐 어렵다고 이 사단을 만들고 지x이야?? 이러다 애한테 문제가 생기면 그거 다 니 책임인데, 그러고도 니가 부모 새끼냐?? 지금 시대가 어느시댄대 아직까지도 애한테 핸드폰이 없냐고. 니도 당장 핸드폰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티는 주제에 애한테 핸드폰을 안 사줘?? 이런 내로남불만 오지는 국회의원 같은 새끼.’
꼭 이번주 내로 핸드폰을 사줘야겠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가게에다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통화음이 수 초간 들리더니, 이내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전화를 받았다.
[지금까지 이런 빙수는 없었다, 이건 빙수인가 마약인가-]“야 노예, 나 오늘 가게에 좀 늦게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너 오늘 그냥 8시 까지 쭉 일해라.”
한스가 뭐라고 항의하기도 전에 이한성은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이내 겉옷을 대충 걸친 채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부디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바라며.
–––––––––—
다시 돌고 돌아 임 사장네 편의점 앞.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해버린 하나와 그걸 들켜버린 수정이의 사이에서, 기나긴 침묵이 맴돌았다.
“…수정아.”
“ㅇ어 응?”
“이거 혹시… 네가 한거야…?”
“아아아아닌데?? 내가 한거 아닌데?? 증거 있써?? 증거 대바!!”
하나의 질문에 수정이는 되지도 않는 시치미를 뚝 떼며 뻔뻔하게 대응했다. 거짓말의 정수는 뻔뻔함 그 자체라는 이한성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다만 그런 식으로 뻔뻔하게 시미치를 떼기에는, 증거나 너무나도 확고했다.
“….”
하나는 말 없이 거대한 얼음 속에 갇혀버린 우유박스와 콜라병들을 가리키며 수정이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쩔쩔 매며 시선을 회피했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말하기 시르면 말 안해도 대.”
정말로 곤란해 보이는 듯한 수정이의 반응에 하나는 그 이상 캐물어봤자 자신만 나쁜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한발 물러났다. 그러자 이에 끙끙거리던 수정이는 무척이나 서운해 하고 있는 하나의 모습에 결국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을 느껴버렸고, 더 이상 뻔뻔하게 굴지 못한 채 사실대로 내뱉었다.
“내가… 한거야.”
“!! 진짜?! 진짜였써?!”
사실대로 이실직고하기 무섭게 한발 물러나려던 하나는 순식간에 100보를 도약했다. 갑자기 훅 치고 태세를 바꾸며 궁금한 기색을 팍팍 드러내는 하나의 모습에 당황한 수정이는 곧바로 하나의 연기에 당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수정이 너 진짜 매직큐어 처럼 마법도 쓸 쑤 있고 그런거야??”
“으으… 그, 그래! 난 매직큐어 견습이거든!”
들켜버린 이상 당당하게 자랑이나 하자. 그런 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인 수정이는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허리를 당당하게 펴며 콧대를 세웠다.
“그, 그럼 나한테도 마법 가르쳐주면 안대?? 나도 견습 하고시퍼!”
“으음… 그건 아마 안댈 것 가튼데에… 원래 들키면 안되는거라서…”
마법에 관해선 가히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수정이였지만 수정이에게 남을 가르치는 재능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법을 가르쳐준 화연이 절대로 마법을 남에게 들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기 때문에 하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은 다소 무리였다.
“역시 그러쿠나… 뭐, 예상은 했었지만 좀 아쉽네.”
수정이가 곤란하다는 듯이 거절하자 하나는 알겠다며 그 이상 부탁을 들이대지 않았다. 대신, 좀처럼 사라질 기색이 없어 보이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근데 그럼 이건 어떠케 할꺼야? 들키면 안된다면서?”
“!!”
수정이의 반응은 누가 봐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였다. 워낙에 재능이 출중한 탓에 낙뢰까지도 거뜬하게 견디는 강도를 지닌 수정이의 얼음은 무슨 짓을 해도 녹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고, 이를 없애는 방법이라고 해봐야 같은 강도의 얼음으로 내리치는 무식한 방법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무식한 방법을 가게 앞에서 사용했다가는 가게가 박살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마음껏 끌게 될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이, 일단은 들키기 전에 빨리 도망-”
[저벅-]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도망가는 것. 하지만 애석하게도 도망가려 하기 무섭게, 편의점의 문이 열리며 임 사장이 잠시 바깥 공기를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와버렸다.
“오늘 따라 한가하네… 일찍 문 닫고 들어갈까나?”
“!!”
임 사장의 출현과 동시에 수정이와 하나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이미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고,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임 사장이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릴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소녀는 식은땀을 벌벌 흘리며 동공지진이 나고 있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드, 들킨다아…!’
임 사장이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기 까지 남은 예상시간은 대략 2.8초. 슈퍼 컴퓨터와 맞먹는 암산 능력으로 그걸 순식간에 계산한 수정이는 속으로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걱정과는 다르게, 임 사장의 시선이 두 소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갑작스럽게 느껴진 멀미와 함께 편의점 앞에 서있던 두 소녀는 난데없이 생전 가보지도 못한 장소로 강제 이동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햇살이 무척이나 뜨겁게만 느껴지는 어딘가로.
“???”
“???”
뜬금없이 변화한 기후에 두 소녀는 어리둥절한 눈치를 감추지 못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이에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세리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영문모를 혼잣말을 내뱉었다.
“휴우… 안 들켜서 다행이다…”
임 사장에게 들키기 직전에 발동된 세리의 텔레포트 마법. 딱히 마법을 배운 것도 아니지만 드래곤이다 보니 텔레포트 같은 마법 쯤이야 본능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있던 세리의 능력 덕에 수정이의 정체를 들키는 일 없이 무사히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세리 나이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바로 상황파악을 끝낸 수정이가 세리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척 세우며 칭찬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살짝 쑥스러워 하며 고개를 숙였고, 아직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하나는 그저 말문이 막힐 것만 같은 목소리로 황당스러워 할 뿐이었다.
“머, 머가 어떠케 된거야…? 편의점이 사라졌자나…!”
“훗, 세리가 우릴 구해준거야! 우리 세리는 텔레포트도 가능하단 말씀!”
자기가 한 것도 아니면서 우쭐한 수정이는 마치 자기 자랑을 하듯 세리를 가리키며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자신을 치켜세워준 언니의 칭찬에 세리는 조금 수줍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하나를 쓸모없다는 듯이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하나는 당장에 그런 세리의 눈빛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테, 텔레포트으…? 설마 세리도 매직큐어 견습이야…??”
“아니! 후후후, 우리 세리는 매직큐어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용이라구!!”
“???”
순간 하나의 리액션이 고장나버렸다. 가뜩이나 수정이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놀라 자빠질 일인데, 그런 수정이의 동생도 평범한 애가 아니라 아예 종족 조차 다른 용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그러쿠나아…”
하나는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다른 7살 짜리 초등학생이었다면 신나하면서 굉장히 들떴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살짝 더 어른스러웠던 하나에게는 무리였다.
그랬기에 하나는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채 그냥 그런가 보다-싶은 생각으로 세리가 용이라는 사실을 억지로 머리에 입력했고, 이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나지막히 둘에게 물었다.
“근데… 여긴 어디야??”
“글쎄에… 아마 집 근처가 아닐까?”
하나의 질문에 수정이가 별 다른 걱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수정이의 말투와는 달리 세 소녀의 주변에 펼쳐진 환경은 집 주변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여기가…?”
살이 익혀버릴 기새로 하늘에서 부터 내리쬐이는 강렬한 햇살. 흙이라고 하기에는 수분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거친 모래알들. 거기에다가 근처에 듬성듬성 나있는 가로수가 아닌 뾰족한 가시를 지닌 나무 비스무리한 것들.
그렇다. 세 아이가 급하게 텔레포트를 통해 오게 된 이곳은 대한민국의 기후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막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