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2화(13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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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것들이 대체 어딜 간거야…”
출근도 미뤄두고 밖에서 아이들을 찾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1시간. 학교는 물론이고 근처에 있을법한 놀이터란 놀이터는 죄다 뒤져보았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세리와 수정이를 찾기는 커녕 둘의 그림자조차 건지지 못한 상황이였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이정도 찾아봐도 안보이는 걸 보면 더 찾는다고 해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아이들이 가봤자 얼마나 멀리 갔겠는가. 아무리 멀리 갔어도 동네를 벗어나지는 못했을텐데.
“…그냥 귀찮아도 같이 놀아줄 걸 그랬나.”
자꾸만 머릿속을 매도는 흉흉한 생각에 이한성은 아침에 피곤하다고 수정이를 무시했던 걸 후회하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숨을 내쉰다고 아이들이 짠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일단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계속해서 찾아보기로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놀이터 근처에 위치한 익숙한 편의점 한군데.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은 수정이와 세리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한번 들렸을 법 한 장소였다.
“설마 여기 안에 있나?”
놀이터랑 가깝고 수정이가 좋아하는 과자들도 잔뜩 있는 곳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한성은 얼마 전 까지만 했어도 자신의 직장이였던 임 사장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런지 편의점에 드나드는 손님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항상 이 시간때면 한가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이한성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편의점의 문 앞으로 옮겼고, 그와 동시에 대단히도 비현실적인 무언가를 목격하고 말았다.
따사로운 봄날의 편의점 앞에 우뚝 솟아오른 성인 남성 키 만한 얼음기둥을.
“…이것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쏘다닌거야…??”
누가봐도 수정이의 작품인 얼음기둥. 밖에서 마법을 쓰면 안된다고 그렇게다 귀가 마르고 닮도록 당부했던 것 같은데 대체 사람 말을 뭘로 들은건지 이런 얼음기둥을 남의 가게 앞에다가 무슨 돌탑마냥 세워둔 것일까.
“오, 이한성이~ 네가 여긴 웬일이냐? 옛 직장이 그립든?”
이한성이 철렁이는 가슴과 함께 수정이게 세워둔 얼음기둥을 바라보던 그 순간, 편의점의 자동문이 열리며 안에서 무척이나 한가해 보이던 임 사장이 밖으로 나와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사장님, 혹시 이거…”
“아, 그거? 그치 신기하지? 누가 얼음을 여기다 버려두고 가버렸더라고. 이게 그 현대미술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싶어서 냅뒀는데.”
“….”
아무래도 임 사장은 누가 저 얼음기둥을 만들어놓은건지 전혀 짐작가는 곳이 없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자기 가게 앞에 저런 얼음기둥이 떡 하니 서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아무런 생각이 없어보이는 임 사장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여전히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하며 주제를 바꿨다.
“아니, 그런 것 보다… 혹시 여기에 은발 머리 여자애가 흑발머리 여자애랑 같이 오지 않았었어요?”
“? 은발머리랑 흑발머리 여자애? 어 그래. 아까 왔었는데? 근데 그건 왜 물어?”
“언제 왔었는데요?!”
기억난다며 대답한 임 사장의 말이 울려퍼지기 무섭게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흥분하며 언성을 높혔다. 그러자 이에 임 사장은 흠칫 놀라며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언제 왔었냐고요!”
“알았어 알았어 짜식아, 알려줄테니까 일단 진정 좀 해라. 누가 보면 걔들이 니 애들인 줄 알겠다.”
이한성이 대답을 재촉하자 임 사장은 별로 비밀도 아니라는 듯이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애들이라면 분명… 한 30분 전 쯤에 왔었지? 와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갔어. 애들이 하도 귀여워 보이길래 내가 아이스크림을 플러스로 한턱 쐈지.”
“30분 전에요? 그럼 지금은 걔들이 어딨는지 알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잠깐 밖에 바람 좀 쐬러 나간 사이에 가버렸는데. 저기 놀이터에서 놀고 있겠지 뭐.”
“…쯧.”
거 되게 도움 안되시네. 걔들이 저기서 놀고 있었으면 내가 이렇게 흥분할 것도 없이 진작에 애들 데리고 집에 갔지, 여기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결국 도움되는 정보는 하나도 얻지 못한 이한성은 띄거운 눈빛으로 티나지 않게 임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런 그의 시선을 느낀 임 사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체 뭐 때문에 그러냐는 듯이 물었다.
“근데 걔들은 왜 찾는건데? 설마 걔들이 진짜 너네 애들인 건 아닐테고.”
“…제 애들 맞거든요.”
“??”
순간 임 사장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아까 가게에 왔었던 그 아이들이 이한성의 자식들이라는 말에 임 사장은 귀엽기 그지 없었던 그 아이들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이한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이내 말도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야 이놈아, 너한테서 어떻게 그런 애들이 나올 수가 있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전무한 놈 한테서 그렇게나 귀여운 아이들이 나왔을리가 없다. 가령하여 엄마 쪽의 유전자가 매우 분이 넘치게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물려받은 유전자의 반이 저 이한성인 이상, 수정이와 세리 같은 자식내미 둘이 나온 다는 것은 멘델이 무덤에서 뛰쳐나와 극대노를 할 정도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생각한 임 사장의 말에 이한성은 팍 인상을 구기며 대꾸했다.
“싸우자는 겁니까??”
“…워매, 진짜야??”
완전 정색하는 이한성의 반응에 임 사장은 깜짝 놀라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임 사장은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이한성의 어깨를 치며 감탄을 내뱉었다.
“이야… 걔들이 니 딸이라고? 이한성이, 성공했네 성공했어.”
“성공하긴 뭘 성공해요. 내가 걔들 때문에 하루도 편히 쉬는 날이 없는데.”
“야, 원래 자식이라는게 다 그래. 세상에 얌전한 자식이 어딨냐? 어차피 골머리 썩일 거, 귀여우면 장땡이라고 임마.”
임 사장이 벌써 중학생인 자신의 딸내미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춘기라 그런지 항상 성질만 내고 아빠한테 못 하는 말이 없는 딸내미를 떠올린 임 사장은 진심으로 이한성을 부럽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쓴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그나저나 너한테 둘째도 있었어? 딸내미는 한명 밖에 없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네, 뭐… 어쩌다 보니까 생겼습죠.”
일을 그만두고 연락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던 이한성이였기에 임 사장은 그에게 둘째 딸인 세리가 생겼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었다. 첫째인 수정이만 해도 사고로 가지게 된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임 사장은 이윽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보았고, 부모 선배로써 쓴소리를 건넸다.
“야 임마. 네 나이때 애들이 다 욕구가 왕성하고 충동적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사고를 두번이나 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사고쳐서 얻은 거 아니거든요?!”
“그럼 어떻게 얻었는데? 학이 물어다 줬든?”
“….”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수정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 이후로 다시는 이런 질문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이한성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그런 오해들에 휘말리는 건 절대로 사양이라고 독백하며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임 사장에게 말해주었다.
“…둘 다 제 친딸 아니에요.”
“….”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살짝 농담끼가 서려있던 임 사장의 얼굴이 진지하게 물들었다. 순식간에 웃음기가 싹 빠진 표정을 지은 임 사장은 계속되는 이한성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했다.
“자세한 사정은 얘기하기가 좀 그렇지만… 뭐, 일단은 그렇습니다.”
“…애들도 알아?”
“모를리가요. 딱히 말해준 적도 없는데 다 알고 있더라고요.”
“…쯧, 젊은 놈이 어쩌다가…”
사고를 쳐서 자식을 가지게 된 것이라면 그나마 본인 책임이라고 쓴소리를 하면 그만이지만, 저렇게나 젊은 나이에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것만 해도 빠듯한 신세에 친자식도 아닌 아이 두명을 키운다는 건 아무리 심성이 착한 놈이라도 힘든 일이다. 물론 현재 이한성에게 금전적인 문제는 전혀 없지만 그런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던 임 사장은 그저 가엽고 딱하다는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보며 혀를 찰 뿐이었다.
“힘들지?”
“…그렇죠.”
“에휴… 어련하겠나, 친자식 키우는 것도 장난이 아닌데.”
“뭐 어쩌겠어요. 이미 키우겠다고 맘 먹은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이를 키우는 거야 원래 친자식이든 아니든 간에 힘든 일이다. 하지만 피가 이어졌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가지고 단 한번도 고민을 하거나 문제점을 느꼈던 적은 없다. 종족의 차이를 떠나서도 수정이와 세리는 어찌됐든 이한성의 딸이였고, 이한성은 그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암튼 걱정안하셔도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까 괜히 도와주려고 하지 마세요. 남의 딸내미들 신경 쓸 시간에 본인 딸내미나 신경쓰셔야지.”
“야, 누가 언제 도와준대?? 내가 너같이 성격 더러운 어린 놈을 뭐하러 도와주냐?? 김칫국 마시지 말고 빨리 애들이나 찾으러 가봐. 장사 하는데 방해된다.”
누가봐도 도와주고 싶은 눈치를 팍팍 보이던 임 사장은 이한성의 대꾸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언성을 높이며 민망함을 감췄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임 사장을 바라보았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이들을 찾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에 손님 하나 없으면서 장사 걱정은 무슨… 알겠어요, 갑니다 가.”
“그래그래. 얼른 꺼져.”
그렇게 서로 빈정거리며, 둘은 인사같지 않은 인사와 함께 서로를 보내줬다. 이한성은 그렇게 편의점을 나섰고, 이내 동네 전체를 샅샅히 뒤져볼 기세로 걸었다.
부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기를 바라며.
––––––-
“더워!!!”
끝도없이 선인장과 황야만이 펼쳐진 사막 한복판에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수정이의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이 어딘지도 모르겠는 사막 한가운데로 텔레포트한지도 어느덧 30분. 가뜩이나 얼음 타입인지라 더위에 약한 수정이는 거의 녹아내린 얼음조각 마냥 흐물흐물해진 기색을 내비치며 모래바닥 위에 드러누웠다.
“인터넷도 안대…”
아까부터 불평만 가득인 수정이와는 달리, 일행 중 유일하게 핸드폰을 지니고 있었던 하나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만지작 거리며 낙담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한탄했다.
이동 통신망이 터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아이들이 있는 장소는 그냥 사막이 아닌, 대한민국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사하라 사막이였으니 인터넷이 터질리가 만무했다.
물론 아이들은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저기… 세리야. 혹시 우리를 다시 집으로 텔레포트 시켜줄 수 있써?”
핸드폰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나는 이내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인인 세리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에 세리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본래 텔레포트라는 마법은 시전하는데 있어 고도의 계산을 필요로 하는 마법. 드래곤인 세리는 그러한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고도 텔레포트를 시전할 수 있는 어마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런 세리의 능력에는 크나큰 허점이 존재했다.
도착지점이 항상 무작위라는 허점이.
“으으… 이러케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 뭐, 뭐 하려고…?”
모래바닥 위에 드러누워있던 수정이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외치자, 이에 하나는 깜짝 놀라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수정이는 말로 대답하는 것 대신, 행동으로 대답하며 손을 하늘 높이 번쩍 들어올렸다.
다짜고짜 마력을 있는대로 퍼부어 초대형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서.
[쿠구구궁-]순간 날씨가 급격하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살갗을 태워버릴 기세로 내리쬐던 햇빛은 순식간에 회색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었고, 열기 대신 냉기를 지면으로 흩뿌렸다.
날씨 조작 마법. 일반적으로는 가뭄에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것이 전부인 이 마법은 대마법사 클래스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수정이는 이 마법을 배운 적이 없음에도 오직 더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집념 하나 만으로 마법식을 즉석에서 완성시켜버렸고, 원래라면 이 시기에는 비 한방울 조차 내리지 말아야 할 사막 한복판에다가 새하얀 눈송이들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지! 시원~하다!”
“….”
…그런 자신의 마법에 의해 향후 수년 동안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이상기후에 관련된 기상학자들의 논문이 우후죽순 나오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