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4화(134/245)
134
“이것들이 진짜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거야…?”
스산한 늦은 오후의 공기 사이로 이한성의 얼탱이가 빠진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프리카 대륙. 덥고 건조하고 사막이 많으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으로 많이들 알려져 있는 지역. 가끔가다 채널에서 나오는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의 명소이자 대한민국과는 연이 거의 없다시피한 먼 나라 이웃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애들이 그냥 동네 밖으로 나간게 아니라 아예 국외로 텔레포트를 해버렸다고? 그것도 생전 가본 적도 없는 아프리카 대륙으로??
지난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아 헤맸던 이한성은 허탈감을 금치 못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백날 찾아 돌아다녔어도 해외여행을 떠나버린 아이들을 찾을 수 있을리가 없었던 것이니.
“…아니지 아니지, 위치라도 찾은게 어디야.”
이한성은 순간 허탈감에 들기 시작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옆으로 치우며 머릿속의 긍정 회로를 억지로 돌렸다.
“…아무튼 위치는 찾았으니까 바로 갈 수 있는거지?”
“어… 잠깐만, 좌표 계산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곧바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지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드래곤인 세리와는 달리 텔레포트를 하는데 있어 정교하고 빈틈없는 마법식을 계산해야만 했던 그녀는 이내 머릿속으로 복잡한 암산을 처리하며 영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전하는데 있어 매우 정교한 마법식이 요구되는 텔레포트 마법. 웬만한 마법들은 대부분 능숙하게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엘프들 조차도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하는데 늘 애를 먹는다.
본래 텔레포트 마법이란 지정한 대상을 다른 좌표로 전송하는 마법. 마법식의 계산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오류라도 생기는 그 즉시 대단히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예로 들자면 옷을 계산과정에서 빼먹는 바람에 알몸으로 이동되어 버린다던가, 아니면 텔레포트 범위를 잘못 계산해 팔 한짝을 놔두고 이동하게 되어버린다던가, 하는 사고들. 숙련되지 못한 마법사가 텔레포트를 시전할 때 흔히들 일어나는 안전사고다.
게다가 이런 위험천만한 안전사고 가능성을 지닌 텔레포트 마법은 그냥 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복잡한 마법식을 요구하는데, 거기에 더불어 거리와 인원수에 따라 계산 난이도가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난다.
즉, 대한민국에서 아프리카 대륙까지, 본인을 포함하여 사람을 한명 더 데려가고자 한다면 거기에 필요한 계산능력은 현재 인류가 보유한 그 어떠한 고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가져온다 해도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난이도가 급증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사하라 사막 위치가 북위 19도 47’ 36”에… 동경 18도 33’ 6” 이니까… 오차범위는 대략 10km고… 거기에다 이동시켜야 할 우리 둘의 질량을 합하면 대충 110kg…? 아니지, 혹시나 모르니까 널널하게 120kg으로 맞추면…”
물론 엘프인 화연은 이 모든 계산을 시간이 조금 걸려도 암산으로 해낼 수 있는 초능력 아닌 초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으… 난 사회학과지, 수학과 출신이 아니라고…!”
이과도 아닌데 이런 복잡한 계산을 결국 완료하고야 만 화연은 그렇게 불평어린 한마디를 내뱉으며 편두통으로 가득한 머리를 붙잡았다.
…대단하네, 엘프. 혼잣말 하는 것만 들어도 머리가 아득해지는 저런 계산을 암산으로 할 수 있다니. 아마 엘레인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더 많은 엘프들이 지구에 정착하는데 성공했더라면 아마 수학계는 지금보다 몇 백년이나 시대를 앞설 수 있었을 거라고 장담해도 과언이 아니였겠지.
엘프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깨달은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최대한 빠르게 텔레포트 계산을 끝낸 화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 된거야?”
“…응. 아마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영 불안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걸. 국외로 텔레포트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기껏해야 부산이나 강원도 같은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갈 때 텔레포트 했던 것이 전부다. 일행을 데리고 국외로 텔레포트를 한다는 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랬기에 화연은 100% 성공할거라고 단언할 수가 없었다.
“뭐, 바다 한복판에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
그정도 사고라면 귀여운 편이다. 화연은 그렇게 입 밖으로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조용히 이한성의 농담을 받아 넘긴 채 텔레포트 마법을 발동하였다. 그러자 이내 응축된 마력들이 새하얀 빛을 내며 두 남녀의 주위를 감싸며 모여들기 시작했고,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둘을 지정된 좌표로 순간이동 시켰다.
‘어우, 속이 영 메스꺼운데…’
텔레포트를 직접 경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였던 이한성은 갑자기 들이닥친 어지러움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텔레포트한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굳이 설명하자면 차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 속이 더부룩하게 식사를 하고 달리는 차 안에서 핸드폰을 내려다 보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제대로 지면에 발을 디디고 있는 걸 보아하니 바다 한가운데에 운나쁘게 떨어지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한성은 속으로 내심 안도하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왜 빛이 안 사라지지?”
텔레포트가 끝난 것 같음에도 어째 주위를 감싸는 새하얀 빛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안도하기 무섭게 생긴 의문에 이한성은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동시에 갑작스레 불어온 찬바람이 볼따귀를 때리는 것을 느끼고는 그제서야 어떻게 된 건지 진실을 깨달았다.
주위가 새하얗던 이유는 빛이 사라지지 않아서가 아닌, 주변이 눈으로 한가득 뒤덮여서 라는 진실을.
“…저기, 우리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거 아니였어?”
“그, 그러게…? 좌표는 분명 정확하게 계산했는데…”
황당함이 가득 담긴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무척이나 당황하며 마법을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였다. 하지만 주변에 가득 펼쳐진 것이 사막이 아니라 설원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확실하게 사하라 사막이 맞았다.
사막 한복판에 눈? 뭐… 사막에 눈이 오는 일이 드물게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래도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 아예 사막이 눈밭이 되어버렸는데??
아무리 요즘 지구가 아파 돌아가셔서 이상기후가 부쩍 늘었다고는 해도, 이정도의 폭설이 사하라 사막에 내릴 정도로 지구의 상태는 아직 심각하지 않다. 그러니, 아마 이 현상이 이상기후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 폭설, 아무래도 마법으로 인한 것 같은데 역시-”
“알아. 말하지마.”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이런 짓을 한 범인이 누군지 아주 잘 알 수 있다. 인상착의부터 시작해서 이름, 나이, 집주소 까지 전부 다.
괜히 대답을 들었다가 스트레스 지수만 더 높아질 것 같았던 이한성은 그렇게 화연의 말을 잘라먹으며 나지막히 눈밭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거의 무릎 바로 아래까지 발이 빠질 정도였다.
다행히도 사하라 사막의 기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는지 날씨가 그렇게 추운 편은 아니었다. 체감상 한 영하 0도에서 -1도 언저리 수준. 그 정도의 기온 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한성은 봄 옷차림으로도 별 다른 추위를 느끼지 않으며 눈밭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었다.
“애들이 어딨는지 알고는 걷는거야…?”
먼저 앞서서 나아가기 시작한 이한성의 뒤를 쫓아온 화연이 잠시 이한성의 발걸음을 멈춰세우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저기 설원 끝자락 너머에 모습을 비추고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나지막히 대답했다.
“아무리 봐도 저기에 있을 것 같지 않아?”
그가 가리킨 것은 다름아닌 얼음으로 세워진 모조 피라미드였다. 지평선 끝자락에 세워진, 신기루라고 믿어도 좋을 정도로 뜬금없이 모습을 뽐내고 있던 얼음 피라미드를 본 화연은 그저 할 말을 잃은 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수정아…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거니…’
지금까지 수정이가 쳐왔던 그 어떠한 사고보다 규모가 큰 스케일의 대형사고. 사하라 사막에 폭설을 몰고온 것도 모자라 아예 세계 7대 미스테리를 세계 8대 미스테리로 바꿔놓으려는 수정이의 야심찬 행위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째 평소 같았으면 진작에 화를 내며 한탄을 내뱉었을 이한성은 평소와는 달리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수정이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원근감으로 인해 그냥 집 한채 정도의 크기로 보였던 얼음 피라미드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질 수록 커지며 빌딩 한채 정도의 크기가 되었을 즈음, 익숙하디 익숙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한성의 눈가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가라 이세리! 몸통박치기!”
“야, 야! 눈싸움에 몸통박치기가 어딨써?!”
모습만 비춰지던 것이 아니었다. 살짝 메아리끼가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 또한 조금씩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에 이한성은 조용히 아이들로 부터 스무 걸음 정도를 남기고 멈춰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수정이와 세리, 그리고 지난번에 가게에 같이 놀러왔던 하나까지, 세 아이들은 새하얀 설원이 되어버린 이 사하라 사막 위에서 아주 즐겁게 아무 걱정도 없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직접 손으로 눈을 뭉쳐 던지는 하나와, 아예 눈덩이들을 즉석으로 수십개 씩 대량생산하며 자동발포하는 수정이. 그리고 그런 둘 사이에서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환하게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세리.
이한성은 그저 그렇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늦은 시간까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대체 뭘 하고 있는거냐고 혼을 내도 될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환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당장 혼을 내기에는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기에.
“보고만 있을거야?”
“…그럼, 애들끼리 재밌게 노는데 어른인 내가 끼어들어야 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이한성의 모습에 화연이 묻자, 그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툭-]저 멀리서 수정이가 던진 눈덩이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와 이한성의 발 앞에 떨어졌다. 목표물로부터 눈덩이가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는 무의식적으로 저 멀리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던 제 아빠의 모습을 보았고, 그와 동시에 돌 처럼 굳으며 패닉에 빠졌다.
“아, 아빠…!?”
마치 실수로 깨뜨린 화분을 부모님에게 들키기라도 한 표정. 물론 실제로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대형사고를 쳐놓고 부모님에게 들킨 격이었지만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정이의 심정은 딱 그런 심정이었다.
이대로는 혼나고 만다. 밖에서 마법을 함부로 사용하고, 늦은 시간까지 집에도 돌아가지 않고 이런 곳에서 놀고 있었으니 분명히 혼나고 말 것이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직감한 수정이는 심히 당황스러워 하며 어떻게든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변명거리를 찾기도 전에, 수정이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다시금 떠올리고 말았다.
‘…치, 혼나면 뭐 어때. 어짜피 놀아주지 않은 아빠 잘못인걸.’
본인 스스로가 잘못 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아직 어렸던 수정이는 본인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아빠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저벅저벅-]눈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이한성은 한걸음씩 수정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변명을 할 생각도,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단단히 삐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아빠를 무시하려 했다.
“수정아.”
“….”
이한성이 나지막히 수정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수정이는 이에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아무런 대답도 내뱉지 않았다.
“뭐 하고 놀고 있었어?”
“…?”
분명 혼을 낼 줄만 알았는데, 예상외로 차분한 아빠의 목소리에 수정이는 순간 어리둥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렇게 당황한 수정이는 저도 모르게 무시하려던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의 질문에 대답을 내뱉고 말았다.
“누, 눈싸움 하고 이썼는데.”
“친구랑 같이?”
“으, 응.”
“재밌었어?”
“…응.”
수정이가 나지막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아빠의 태도에 당황해서 그런지 아까 까지만 해도 단단히 삐져있던 기분이 저도 모르게 조금 풀린듯한 모양이었다.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어짜피 아빤 나랑 안 놀아줄꺼자나.”
“….”
살짝 퉁명스러운 대꾸. 언제 혼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서 비롯된 가시돋힌 말투. 하지만 그런 대꾸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사과를 내뱉었다.
“아빠가 미안.”
“…???”
귀신이라도 본 듯한 반응. 평소의 아빠라면 전혀 입에 담지 않을 말에 수정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수정이는 떠오른 그대로 생각을 입에 담았다.
“누, 누구야 너! 너 아빠 아니지?!”
“….”
삿대질과 함께 울려퍼진 킹리적인 의심에 이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딸아이의 의심에 반론하듯, 조용히 수정이의 이마에다가 타격감 만점의 딱밤을 날렸다.
[딱!]“아야야얏?!”
“내가 니 애비가 아니면 누가 니 애비냐?”
“그, 그치만 우리 아빠가 미안하다는 말을 할리가 없는걸!”
“그것 참 미안하다 그래. 평소에 미안하단 소리 안하는 아빠라서.”
아주 듣기 익숙한 비꼼이 가득한 반어법 말투였다. 이한성의 아이덴티티 라고 할 수도 있는 그 말투를 들은 수정이는 그제서야 의심을 거두었고, 이내 살짝 빨개진 이마를 문지르며 다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이한성의 눈치를 보았다.
“화 안낼꺼야…?”
“낼거야. 하지만 먼저 사과부터 해야겠지.”
혼은 낼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살짝 쑥스러운 느낌이 없잖아 드는 말투와 함께 수정이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사과했다.
“아무리 피곤했어도 놀아달라는 말을 그렇게 무시했으면 안됐는데… 아빠가 미안하다.”
무시만 안 했으면 이 사단이 일어났을리도 없었을텐데 말이지.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와 함께, 이한성은 설원이 되어버린 사하라 사막과 얼음 피라미드를 바라보았다. 여러모로 기상학자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드는 걸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럼 다음 부터는 가치 놀아줄꺼야?”
“물론이지. 대신, 아침이랑 밤 늦게는 빼고.”
“정말로…?”
“그래. 왜, 각서라도 쓸까?”
내가 안 놀아줬다간 이런 사단이 또 얼마든지 일어나게 될 텐데 무서워서라도 놀아줘야지.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농담을 내뱉으며 낯간지러운 기분을 떨쳐냈다. 본심을 입 밖으로 그대로 내뱉는다는 건 아무리 어른이라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헤헷.”
토라져 있던 수정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아빠의 약속 하나로 그렇게나 삐져있던 기분이 순식간에 풀려버린 하프엘프는 이윽고 그렇게 고개를 들어 아빠와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그럼 사과도 끝냈겠다, 이제 화낼 차례네?”
“앗.”
이대로 그냥 훈훈하게 넘어가기에는 사고친게 너무 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