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5화(135/245)
135
“앗.”
훈훈하고 화목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지며 싸늘한 기운이 주위에 맴돌기 시작했다.
“저, 저기이… 구지 화를 낼 필요는 없찌 않을까…?”
수정이가 몸을 배배꼬며 애교를 부렸다. 아무래도 귀여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수정이의 특기인 귀여움과 천진난만함으로 이 상황을 넘기기에는 사고의 스케일이 너무나도 컸다.
“….”
이한성은 수정이의 애교에 말로 대꾸하는 것 대신, 얼음 피라미드와 설원이 되어버린 사하라 사막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으로 대꾸했다. 이제와서 발뺌할 수도 없는 규모의 증거들이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큭…”
도망갈 방법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는 그 어떠한 변명거리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더욱 더 수정이의 죄목을 까발리며 책임을 더해나갔다.
“불법입국 에다가 기후조작, 거기에 다른 사람 앞에서 마법을 남발한 것 까지, 피고인은 죄를 인정하는가?”
“이, 인정하지 않으면 어떠케 할꺼야…?”
“일주일 동안 간식 금지. 야채 두배.”
“인정하겠씀니다!!”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받게될 실형을 듣기 무섭게 수정이는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이의 벌을 감형해주기로 하였고, 이내 판사 마냥 엄숙한 목소리로 선고를 내렸다.
“좋다. 인정 했으니 감형해주도록 하지.”
“휴우… 다행이다아…”
“5일동안 간식 금지, 야채 1.5배 형을 피고인 이수정에게 선고한다.”
“?! 왜, 왜에?! 인정했짜나!”
“어. 그래서 줄여줬잖아.”
이틀하고도 0.5배나 줄여줬는데 뭐가 불만일까. 이정도면 꽤나 획기적으로 인심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인정을 했음에도 정작 받게 될 벌이 쥐꼬리 만큼 밖에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수정이는 배신당한 것 같은 표정으로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한성은 한번 내린 판결을 무를 생각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수정이를 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수정. 아빠가 항상 뭐라고 당부했었지?”
“…!”
풀네임과 함께 이한성의 진지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가 수정이에게 닿았다. 그러자 수정이는 그제서야 지금 아빠가 진지하게 화가 나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어어… 밖에서 함부러 마법 쓰면 안된다고…”
“그래. 그런데 이게 다 뭘까?”
이한성이 수정이의 마법으로 인해 완전히 변해버린 주위를 둘러보며 추궁했다. 이에 수정이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시선을 피했고, 이한성은 계속해서 그런 수정이를 봐주지 않은 채 말을 계속 이어갔다.
“백번 양보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음껏 마법을 쓰는 건 그나마 이해할 수도 있어. 근데, 혼자온 것도 아니고 친구를 데리고 이런 외지까지 날아와가지고는 마법을 자랑하듯이 사용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가 납득하기가 힘든데.”
“그건…”
“아빠가 했던 말이 이렇게나 가볍게 무시할 말이었어? 그렇게나 여러번 말했는데, 이렇게 쉽게 어기면 돼 안돼?”
“…안대요.”
수정이가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로 평소에 쓰지도 않는 존댓말까지 써가며 대답했다. 본인 스스로도 잘못을 마음 속 깊숙히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못을 반성하고 인정하더라도, 이대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일어난 사단이 너무나도 컸다. 이한성은 수정이가 다시는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짓을 쉽게 여기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둬야만 했다.
그랬기에, 그는 일부러 수정이에게 겁을 주기 위해 좀 세게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수정이 니가 또 이런다면 아빠는 널 학교에 보낼 수가 없어.”
“!! 아, 안대! 그건 시러!!”
예상치도 못했던 이한성의 폭탄발언에 수정이는 필사적으로 외치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한성이 진짜로 수정이가 학교를 그만두게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수정이는 가슴을 철렁이며 불안에 떨 뿐이었다.
“싫어? 하지만 어떡하냐, 싫어도 어쩔 수 없는데.”
“아, 앞으로는 진짜, 지인~짜 안그럴께! 그러니까…”
“이미 한번 어겼는데 두번을 어떻게 믿을까? 믿음이 영…”
“각써! 각써도 쓸께!!”
아주 필사적이기 그지 없는 반응이었다. 평소에 말을 지지리도 안 들으려 하는 모습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 수정이의 반응에, 이한성은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며 계획했던 것 보다 더 길게 허세를 부리며 수정이의 반응을 감상하였다.
“각서 가지고는 안되는데… 음, 역시 그냥 오늘 바로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다음주 부터 학교에 못 나갈 것 같다고 말해두는게-”
당연히 거짓말이다. 학교를 그만두게 하려면 전화가 아니라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교장과 담임 선생님하고 상의를 해야지, 단순한 전화 한통으로 학교를 그만 둘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수정이는 그런 이한성의 허세를 파악할 여지가 없었다.
“으으…”
에메랄드 색 눈동자에 닭똥같은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손도 못 쓰고 이제 막 즐기기 시작한 학교생활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수정이는 변명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울먹였다.
‘…울릴 생각 까진 없었는데.’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정이의 반응에 이한성은 살짝 당황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물론, 그래도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둬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이한성은 그런 기색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분명히 나중에 또 다른 사고를 치게 될 것이다. 벌써 1주일 만에 친구한테 정체를 들켜버렸는데, 또 다른 아이에게 들키는 것은 오직 시간문제일 뿐. 한명까지는 어찌저찌 넘어간다 쳐도, 그게 계속되면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수정이의 일상생활까지 전부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한성은 계속해서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를 유지했다. 수정이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자신의 힘에 대한 위험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에 울먹이는 수정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한 목소리가 있었다.
“수, 수정이는 아무 잘못도 업써요!!”
“?”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딱 그 한마디만 들으면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하나가 울먹이는 수정이의 앞에 나서며 악당으로 부터 친구를 지키려는 듯이 이한성을 가로막았다.
“수정이는 절 구해주려던 것 뿐이라고요!”
“???”
갑자기 이게 뭔 소리래? 우리 애 좀 혼내려고 했더니만, 왠 남의 집 애가 총대를 메려고 하네??
뭔가 중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수정이를 변호하려 나서는 오하나 어린이 변호사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당황 표정을 드러내며 일단 하나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아니, 저기 친구야. 네가 수정이를 꼭 감싸주지 않아도-”
“제가 편의점 앞에서 콜라에 깔려서 다칠 뻔 했던 걸 수정이는 그냥 구해준 것 뿐이에요!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수정이의 마법을 편의점 아저씨한테 들킬 뻔 해서 세리가 도와준 것 뿐이라구요!”
편의점 앞? 콜라?? 들킬 뻔 해서 세리가 도와줘?? 그게 다 무슨…
대체 저 아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혼란스러울 뿐이던 그 순간, 편의점 앞에서 보았던 수정이의 얼음기둥이 이한성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콜라병들이 한가득 들어있던 얼음기둥.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분명히 그 모습은 누군가가 떨어지는 콜라들을 막으려고 한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이한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단서들을 한곳으로 모아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콜라병에 깔릴 뻔 했던 걸 수정이가 구해줬고, 그거 때문에 임 사장님 한테 들킬 뻔 해서 수정이가 급하게 텔레포트를 사용했다고 하면…’
…얼추 다 들어맞네.
하나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아니,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정이가 마법을 친구에게 들킨 것은 그렇다 쳐도, 이런 가본 적도 없는 외딴 곳으로 까지 텔레포트를 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으니.
…물론 하나의 말이 전부 사실이여도 사하라 사막에다가 폭설을 내리게 하고 얼음 피라미드 까지 세운 것에 대해서는 빼도박도 못하게 수정이의 잘못이지만 말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깨달은 이한성은 어른에게 겁을 먹으면서도 친구를 도와주려는 하나를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어째 자신이 빌런이 된 것 처럼 흘러가버려서였다.
“그러니까 수정이를 학교에서 쪼차내지 마요!!”
“….”
…뭐, 됐다. 이정도 했으면 수정이도 단단히 깨우친 쳤을테니까 이쯤에서 물러나야겠지. 왠지 저 7살 짜리 초등학생한테 져서 물러나는 모양새라 같아 좀 기분이 그렇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들키게 된 친구가 착한 애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수 밖에.
“그래. 내가 졌다 이것들아. 선생님한테 전화 안걸테니까 진정해.”
“…!”
울먹이던 수정이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코를 훌쩍이고는 나지막히 이한성에게 물었다.
“정말루…?”
“어.”
이한성은 두번 말하게 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하나를 와락 끌어안았고, 이내 징징거리며 지박령 마냥 하나에게 들러붙어 버렸다.
“으아아앙!! 나 하꾜 계속 다녀도 댄대에~!!”
“무, 무거워… 좀 떨어져…!!”
“훌쩍, 패앵!”
“으아아아?! 코, 콧물 묻짜나!! 하지마아!!”
거 누가 보면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 줄 알겄네. 아마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되서 다행이라고 그렇게나 기뻐하는 건 세상에 너 밖에 없을거다 이것아.
눈물도 펑펑, 콧물은 질질, 아주 그냥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대단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악당이 된 기분은 어때?”
이한성이 수정이와 하나, 그리고 그 둘의 모습을 질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감시하고 있는 세리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 순간, 멀찍이서 대기하고 있던 화연이 다가와 그에게 그렇게 물었다.
“피곤해. 저것들 때문에 하루도 살만한 날이 없어.”
“아하하, 그런 것 치고는 웃고있으면서. 그것도 완전 아빠미소로.”
“그럼 뭐, 패배해서 분에 겨운 삼류 악당이라도 연기하라고?”
“아니. 그냥 수정이 아버님이 혼자서도 애들을 잘 돌보는, 참 좋은 부모인 것 같다는 소리야.”
화연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여서 였을까,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평소라면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나 혼자선 좀 힘든데.”
“….”
“….”
“….”
정적. 갑자기 죽어버린 대화. 다른 말로는 흔히들 갑분싸라고 하는 현 상황을 파악한 이한성은, 정적이 흐르기 시작한지 10초가 지나고 나서야 본인의 주둥아리가 무슨 개짓거리를 했는지 깨달았다.
…x발 나 방금 뭐라 했냐??
혼자선 뭐? 야 이 미친놈아. 네놈이 정녕 뇌를 우동사리로 대채하기라도 한 모양이구나. 아예 그냥 프러포즈를 하지 그랬어? 어? 결혼, 한번 해보지 않겠는가-하고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한강에 입수하고, 엉?
상황 파악 제대로 못하고 눈치도 잘 못보고 타이밍도 안잡고 대시를 하는 건 연애경험이 없는 20대 모쏠 남자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여기, 아주 훌륭한 견본처럼 말이다.
끝이 날 생각이 없는 자아성찰과 함께 이한성은 진지하게 한강물에 입수하는 것을 비롯해 기억제거 장치를 지닌 검은양복의 사나이들이라도 찾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직면한 인간들이 자주 겪는 전형적인 현실도피 초기 증상이었다.
하지만, 수십초 동안의 정적 끝에 이어진 화연의 반응은 그런 그의 증상을 고쳐놓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좀 도와줄까?”
“예???”
고치는 것도 모자라 사고회로가 아예 정지해버릴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