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7화(13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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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했던 수정이와 세리의 가출(?)을 빙자한 여행이 끝난지도 어느덧 1주일. 한바탕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다시 평온함을 되찾았다.
“아빠! 나 오늘 학교에서 시험 100점 마자써!”
…정정하겠다. 잠잠해진 건 아니고 그냥 평온해졌다고 해야 맞겠지.
늘 그랬듯이 저녁 8시에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해 집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현관으로 뛰쳐나와 시끌벅적하게 자랑하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수정이가 내민 시험지를 들여다 보았다.
“어디보자… 수학 시험?”
“응! 문제드리 완전 누워서 껌 먹끼였써!”
“누워서 떡 먹기겠지.”
껌은 왠만해선 삼키지 않는게 좋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덧붙이며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동그라미가 표시된 수정이의 시험지를 보고는 나지막히 감탄을 내뱉었다.
“이야… 난 살면서 백점을 맞아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엣헴! 내가 좀 똑똑하긴 하지~”
수정이가 은발머리를 찰랑이며 기고만장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계속해서 자랑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서 내가 가장 빨리 시험을 끝냈다는 말씀! 선생님도 깜짝 놀랐다?”
“…? 얼마나 빨리 끝냈는데?”
“음, 한 5분만에?”
“….”
놀랄만도 하네. 시험을 치면 적어도 20분은 걸릴텐데 그걸 5분만에 끝냈으니까. 아마 고등학교 시험이었다면 백퍼 컨닝한거 아니냐고 의심하고 봤을걸.
수포자인 이한성 본인과는 달리 수정이는 암산으로 다섯자릿수 곱셈까지 뚝딱뚝딱 해치울 수 있는 천재 중의 천재다. 아마 앞으로도 수정이가 수학 시험에서 백점을 놓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다음 부터는 천천히 풀어.”
“? 구지?”
“뭐든지 돋보인다고 좋은 법은 아니거든.”
“음… 아라써!”
이한성의 충고를 들은 수정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거실로 돌아가 다시 TV를 보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진동으로 설정해놓은 핸드폰이 갑작스럽게 이한성의 주머니 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반사적으로 흠칫한 그는 곧바로 신발을 벗는 것을 뒤로 미룬 채 핸드폰을 꺼내들어 확인했다.
[집에는잘돌아갔어?]화면에 떠오른 것은 띄어쓰기를 하나도 지키지 않은 문자 한마디였다. 수신인이 누군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문자를 본 것 만으로도 누가 보낸건지 깨달은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바로 답장을 보냈다.
[띄어쓰기 어디?]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 흔히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고는 하는 실수. 가상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두번 입력해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한번만 입력해서 띄어쓰기가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 매우 흔한 실수다.
그리고 이한성의 지인 중에서 그런 실수를 할 정도로 핸드폰과 친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 뿐이었다.
[띄어쓰기가안돼. 이거고장났나봐.]“이래서 기계치는…”
뭐만 좀 안된다 싶으면 고장났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 아니, 정확히는 엘프라고 해야 맞겠지.
띄어쓰기도 할 줄 모르는 것만이 아니라 문자보내는데 문장 끝마디마다 마침표를 넣는 것만 봐도 딱 핸드폰을 사용하는게 서투른 티가 팍팍 나는 행동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참 대단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핸드폰이랑 친하지 못한 여친을 둬서 문자 하나 주고 받는 것도 일이네 일. 나중에 날 잡아서 핸드폰 사용법에 대해 강의라도 해줘야 하나…’
불편하다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한성의 입가에는 눈꼴시린 미소가 서려 있었다. 그렇게 이한성이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본 한스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이한성보다 먼저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먼저 들어갔고, 곧장 방으로 올라가 바닥에 깔아둔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젠장… 소드 마스터인 내가 어쩌다가…”
오늘 하루도 진상과 두어번이나 마주쳐서 기운이 쏙 빠져버렸다. 이세계에서는 잘 나가는 앞날이 훤한 소드 마스터였던 한스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한달이 다 넘어갔지만, 그는 여전히 K-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하루하루를 비참하게 살아가며 [맹약의 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처지였다.
하루 8시간, 1주일에 총 5번. 아무리 한스가 국적도 신분도 없는 불법체류자 비스무리한 존재라고는 했으나, 이한성은 근로기준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지난 한달 동안 한스를 골수까지 쫙 빼먹을 기세로 우려먹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 한스에게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는 커녕, 타개할 계획조차 제대로 세울 시간이 없었다. 꾸준히 검술과 체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훈련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탈출이고 뭐고 하기도 전에 근육이 다 빠지게 생기겠군…! 하지만 여기서 훈련 양을 늘리기에는 시간이…’
현재 한스 마이어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고 있는 훈련이라고 해봐야 기사간의 소드 마스터였던 시절에 비해면 훈련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아주 초라한 수준에 불과하다.
팔굽혀 펴기 1분에 100개, 총 3시간. 쉬지 않고 전력질주하기를 총 3시간. 그리고 윗몸 일으키기 1분에 300개, 총 3시간. 다 합쳐서 총 하루 9시간을 체력단련에 할애하고 있는 한스. 이정도면 거의 올림픽 급 운동선수나 전문 보디빌더들의 운동량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나 이는 그가 기사단에 속해있던 시절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 정도일 뿐. 그랬기에 한스 마이어는 날이 갈 수록 실력이 녹슬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대담하게 9시간이나 되는 훈련 시간을 포기하고 그 시간에 이 지옥같은 직장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했다면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는 근손실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운동인… 이 아닌 기사였고, 동시에 그건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바뀌지 않을 그만의 절대적인 원칙이었다.
“한스 총각~! 내려와서 밥 먹어!”
“….”
…일단은 밥 먼저 먹어야겠군.
순간 1층으로 부터 들려온 이한성의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한스는 고민을 뒤로 미루기로 하며 몸을 벌떡 일으켜 곧바로 밑층으로 내려갔다.
식사 시간을 그냥 어중간하게 넘겨선 안된다. 임무 때문에 언제 몇날 며칠을 굶을지 모르는 일이 다반사였던 한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끼니를 거르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이곳의 식사가 기사단에서 주던 식사 보다는 월등히 뛰어나단 말이지.’
이그니스 왕국의 기사단원들이 배급받는 식사라고 해봐야 딱딱하고 퍽퍽한 빵에 아채 스튜, 가끔 운이 좋으면 고기가 나오는 정도다. 당연히 맛이라고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그리도 치를 떠는 군대 짬밥보다 최악인 편이고, 한스 본인도 늘 기사단에서 주는 식사에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상할 정도로 맵고 붉은 음식들이 많기는 해도 이한성의 어머니가 늘 해주는 반찬들은 이세계에서 온 한스의 입맛에 조차 아주 딱 맞았고, 덕분에 그는 이한성의 집에 얹혀살게 된 이후로 단 한번도 반찬을 남긴 적이 없었다.
“왔구나, 어서 앉아서 먹으려무나. 저번처럼 수정이가 다 먹어치우기 전에.”
1층으로 내려와 부엌에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벌써부터 가족들이 전부 단란하게 식탁에 모여 먼저 식사를 하고 있던 모습이 한스의 눈가에 비춰졌다. 조금 늦게 온 한스의 모습을 본 이한성의 어머니는 빠르게 줄어들어 가는 고기 반찬들을 걱정하며 한스를 재촉했고, 이에 한스는 바로 자리에 앉아 서툰 젓가락질 대신 포크로 반찬들을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으아아?! 삼촌 그거 반칙! 다 가져가는게 어딨써어~?!”
한스가 남아있던 장조림을 포크로 싹싹 긁어가자 수정이가 울상을 지으며 항의했다. 그러나 한스는 이를 들은 채도 안하고 바로 냅다 입에 탈탈 털어넣었고, 이에 수정이는 조용히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있던 이한성의 옷을 잡아당기며 한스의 행패를 고자질했다.
“아빠! 한스 삼촌이 장조림 혼자서 다 머겄써!”
“그중 절반을 혼자서 다 먹은 건 너잖아.”
“윽, 보고 이썼따니…”
혼자서 장조림을 거의 다 먹어 놓고는 남은 걸 한스가 전부 가져갔다고 뻔뻔하게 고자질을 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단호히 팩트를 내세우며 수정이의 항의를 잠재웠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이 자신의 편을 들어준게 무척이나 의외였는지, 한스는 장조림을 먹다가 말고 이한성을 빤히 쳐다봤고, 이내 나지막히 의문을 품었다.
‘…저 악마가 왠일로 내 편을 들어주는거지? 설마 또 지난 번 처럼 오후까지 일을 떠맡기려는건가…?!’
지난번이라고 함은 이한성이 사라져버린 애들을 찾으러 아프리카 까지 갔던 그 날을 뜻한다. 원래 그날 오후에 파트를 교대해줘야 했을 이한성이 일방적으로 혼자서 오후까지 맡으라고 통보를 보냈던 탓에 아침 9시에 나가서 저녁 8시에 돌아오게 되었던 한스는 그날의 기억에 치를 떨며 의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이한성의 눈치를 살폈다.
‘…화연이는 지금쯤 뭐하고 있으려나? 이따가 전화 한통 걸어볼까?’
정작 이한성은 밥 먹는 순간에도 여친 생각 하느라 정신이 아예 딴 곳에 팔려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한성의 속도 모른 채 그의 눈치를 보며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으로 밥을 먹은 한스. 그가 식사를 끝내기 까지 걸린 시간은 총합 20분이었지만, 한스 본인에게 있어서 그 20분은 마치 200분과도 같았다.
“…잘 먹었습니다.”
결국 맛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식사를 끝마친 한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싱크대 위에 올려두고는 곧장 거실로 향했다.
‘식사 후에는 역시 팔굽혀펴기를 때려야 제맛이지.’
밥 먹자마자 운동. 단 1초라도 근손실을 방지하고 싶었던 한스는 곧바로 거실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아주 예술적인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했다.
소파 위에 발을 올리고 두 팔을 바닥을 향해 뻗어 신체를 지지한다. 흔히들 팔굽혀펴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알려진 디클라인 푸시업. 보통 팔굽혀펴기 보다 더욱 많은 팔힘을 요구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의 일종이다.
‘좋아, 일단은 가볍게 500개 먼저 때리고…’
기다릴 것도 없이, 한스는 바로 빠르고 정확하게 팔굽혀펴기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굳이 넓은 집안 다른 곳을 두고 거실에서 운동을 하려는 한스의 모습을 본 수정이는 곧바로 다 먹은 밥그릇을 싱크대 위에 올려두고는 거실로 향했고, 이내 무슨 승마라도 하려는 듯 팔굽혀펴기에 열중이던 한스의 등 위에 폴짝 올라탔다.
“무, 무슨 짓이냐 갑자기?”
“이랴이랴! 한스 삼촌, 돌격!”
본래라면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등 위에 올라타는 것은 당사자의 허리 건강에 무척 좋지 않을 뿐더러 운동을 방해하는 무례한 짓이었지만, 소드 마스터 답게 사람만한 바위도 손으로 쪼갤 수 있는 힘을 지닌 한스에게 있어 어린 초등학생이 등 위에 올라탄 것 정도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저 갑작스러운 탓에 당황했을 뿐.
“이봐 꼬맹이, 방해하지 말고 얼른 내려-”
…잠깐만.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어린아이 하나 정도의 무게를 등에 지고 팔굽혀펴기를 하니까 왠지 운동하는데 딱 좋은 느낌이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적당한 무게감. 방해되는 줄만 알았던 수정이의 행동이 오히려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스는 말을 하다 말고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며 정신없이 팔굽혀펴기에 쏙 빠져들어버렸다.
“오, 오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수정이가 등에 올라탔음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을 느낀 한스의 팔굽혀펴기는 줄어들 기세 하나 없이 점점 더 그 속도를 붙여만 갔다.
그렇게 수정이를 등에 태우고 팔굽혀펴기를 한 200번 쯤 했었을 즈음, 수정이의 무게에 완전히 익숙해져 여유가 넘쳐났을 정도로.
“거기 검은머리 꼬맹이! 너도 내 등에 올라타라!”
“….”
급기야 수정이의 무게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된 한스는 옆에서 언니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리까지 등에 태우려고 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뭔 미친놈 보는 듯한 표정으로 한스를 깔보았고, 수정이에게 말했다.
“언니. 이 인간 이상해.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5살 짜리 여자아이한테 등 위에 올라타라는 모습이 아주 그냥 변태가 따로 없다. 물론, 아동성애자 같은 범죄적인 변태가 아닌, 운동에 미친 변태지만 결국 변태는 변태다.
그런 생각과 함께 수정이를 저 근육 변태로 부터 구하려던 세리였지만, 수정이는 그런 세리의 걱정스런 말에 동감하기는 커녕 오히려 동생의 팔을 잡아당기며 한스의 무산소 운동에 동참시켰다.
“세리 너도 삼촌 위에 올라타봐! 말 타는 것 가타서 엄~청 재밌써!”
“자, 잠깐만 언니-”
수정이에게 끌어당겨진 세리가 한스의 등 위에 올라탔다.
“우옷?!!”
5살 짜리 드래곤 헤츨링의 몸무게는 약 550kg. 건장한 성인 남성 7명 정도의 무게다. 어린아이 한명분의 무게만 기대했던 한스가 예생했던 무게는 전혀 아니었다.
“아아, 서늘하고도 묵직한 이 감각은…”
바위. 용병 시절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자주 신세를 졌던 그 추억의 바위와 똑같은 감각이다. 항상 힘을 기르기 위해 그 사람만한 바위를 항상 끌고 들고 던지며 훈련에 임했던 한스는 그때의 그 감각 그대로인 세리의 몸무게에 추억을 회상하며 온 몸의 근육이 떨리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우오오오오!!!”
그리고 그 기분은 근육변태를 더욱 흥분시키기에는 더할나위 없었다.
오로지 순수한 근육만을 사용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마력을 동반한 신체강화까지 사용하며 팔굽혀펴기를 실행하기 시작한 한스 마이어. 의지로 불타다 못해 거의 광기까지 느껴지는 전직 소드 마스터의 눈을 본 이한성은 이내 나지막히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저 미친놈은 왜 헬스장을 놔두고 집에서 저 x랄을 하고 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