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3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38화(13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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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아주 만족스럽군.”
한스의 요란하기 짝이 없는 식후운동이 시작된지 거의 1시간이 다 지나갔을 무렵, 기어코 풀세트를 때려버리는데 성공한 한스는 아주 흡족하다는 표정과 함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야 노예. 넌 꼭 사람이 TV 보고 있는데 굳이 거실에서 운동을 해야겠냐?”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한스와는 달리, 1시간 내내 옆에서 땀내나게 운동을 해대는 남정네 한놈 때문에 TV에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한 이한성이 아주 거슬린다는 말투로 그렇게 물었다.
“하, 너 같은 비실거리는 놈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지. 온 몸의 근육이 붙으면서 느끼는 이 황홀함을.”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거든? 그리고, 운동을 할거면 다른 사람 거슬리게 하지 말고 헬스장이나 가 등신아. 집에서 땀내나게 뭐하는거야 대체.”
“…헬스장? 뭐냐 그건.”
난생 처음들어보는 단어에 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 러브 머슬이라는 영단어가 적혀있는 꽉 끼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주제에 헬스장이 뭔지도 모르는 한스의 반응을 본 이한성은 역시나 이래서 미개한 이세계인들은 안된다고 말하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같은 근육에 미친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곳. 거기에 가면 각종 운동기구도 있고 다 있으니까 괜히 집에서 이 x랄 하지 말고 시간 날 때 거기나 가.”
“내가 왜 굳이 그래야 하지?”
“안그러면 내가 내일 너한테 줄 예정이던 휴가가 없어질거거든.”
“!!”
휴가. 순간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고 한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쓴 악마가 휴가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저, 정말이냐?”
“싫으면 됐고. 휴가는 없는 걸로-”
“가, 가겠다 그 헬스장인가 뭔지 하는 곳에!!”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지난 한달 하고도 좀 넘는 시간 동안 주구장창 일만 해왔던 한스는 다시는 오지 않을 이 휴식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하며 이한성의 협박같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큭… 속아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지. 그 헬스장인가 뭐시긴가 하는 수상한 곳에 저 놈의 말대로 일단 가는 수 밖에.’
그 헬스장이라는 곳이 뭘 하는 곳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 지긋지긋한 카페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백배 천배는 나을 것이다. 한스는 그렇게 확신에 찬 마음으로 중얼거리며 휴가를 얻었다는 기쁨에 주먹을 꽉 쥐었고, 헬스장이라는 곳에 도사리고 있을 미지의 위험에 단단히 대비하기로 했다.
헬스장이라는 곳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선 사비를 털어 등록이라는 걸 해야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
현재시각 오전 11시 25분. 아침이라고 하기엔 좀 늦었고 또 점심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는 애매한 시각. 그런 시간에 근처에 있는 동네 헬스장을 찾아온 한스 마이어는 꽉 끼는 “아이 러브 머슬” 티셔츠를 입은 채 건물 밖에서 헬스장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이 바로 헬스장인가… 생각보다 볼품없는 곳이군.”
그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 쓴 악마가 알려준 곳이라서 무슨 스산한 던전 같은 곳 일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 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그렇게 한스는 헬스장이라는 곳을 과소평가 하며 코웃음을 쳤다.
“뭐, 어느정도 예상했은 했다면 역시나 이 세계의 인간들은 건축에 대한 미적 감각이 별로란 말이지.”
하나하나 고풍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중세시대 느낌의 이그니스 왕국 건물들과는 달리, 칙칙한 회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지극히도 사무적인 느낌 밖에 들지 않는 21세기 지구의 현대 건물들. 물론 판타지 세계의 건축학과 현대 지구의 건축학을 비교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있었지만 적어도 현대 건축물에 대한 한스의 평가는 그러했다.
“별로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다만…”
문제는 그런게 아니란 말이지.
소드 마스터에 대한 절대적인 자부심을 지닌 한스에게 있어 설령 헬스장이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미궁이라 했을지어도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어떠한 위협도 이겨낼 자신과 실력이 있었으니.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문제” 라고 불리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다.
“우와~ 삼촌! 여기 머하는 곳이야??”
“….”
한스의 뒤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문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을 나섰을 때 부터 누군가가 뒤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었던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그 문제의 목소리가 누구인지 깨달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 반푼이 꼬맹이. 왜 따라온거냐.”
“? 반푼이?”
역시나 추격자의 정체는 은발머리의 하프엘프, 수정이와 그 동생인 드래곤, 세리였다. 그렇게 한스에게 반푼이라고 불린 수정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옆에 있던 세리를 바라보았고 발끈하며 한스에게 항의했다.
“우씨! 우리 세리는 반푼이 아니거드은!?”
“너 말이다 너.”
자기가 반푼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지 세리에게 한 말이라고 착각한 수정이의 모습에 한스는 어이없어 하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또 다시 발끈하며 항의했다.
“나두 반푼이 아니야!”
“….”
정신사나워 죽겠군. 이래서 꼬맹이들은 싫다니까…
한스가 싫어하는건 크게 두가지다. 마법사와 꼬맹이.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그저 후방에서 치졸하게 공격마법이나 날려대는 놈들이라서 혐오스럽고, 꼬맹이들은 시끄럽고 도움되는게 없어서 싫다는게 그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선 두가지 부류보다도 한스가 싫어하는 것이 바로 엘프. 개인적인 사연도 있고, 엘프들에게 목숨을 잃은 전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 온 뒤로 대충 일이 어떻게 흘러간 것인지 깨닫게 된 이후로는 엘프들에 대한 증오심이 조금은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엘프들에게 향한 적대감은 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수정이는 그 세 가지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골고루 지니고 있는 존재였다.
꼬맹이인데다가 사실상 마법사이며, 거기에 더불어 반은 엘프의 피가 흐르는 아이. 그런 수정이가 악덕 고용주의 딸이라는 사실을 제쳐두더라도, 한스는 그런 수정이를 도저히 마음에 들어 할 수가 없었다.
“쯧, 집에나 돌아가라. 방해하지 말고.”
어쩌다 보니 저 두 꼬맹이를 달고 이곳까지 오게됐지만 이대로 하루종일 데려다녀 봤자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한스는 그렇게 단호히 수정이와 세리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물론 그런다고 순순히 집에 돌아갈 수정이와 세리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시른데?”
“네가 뭔데 언니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인간 주제에.”
시간차로 직격한 수정이와 세리의 환상적인 콤보. 그런 둘의 합동반격에 울컥했던 한스였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당연히 폭력을 행사하고싶다 하더라도 맹약의 서 때문에 이한성의 딸인 수정이와 세리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시피 했지만 말이다.
“요 맹랑한 꼬맹이들을 확 그냥…!”
참아라 한스 마이어. 아무리 꼬맹이들이 얄밉고 꼴보기 싫다고 해도 기사로써 저 대가리에 든 게 없는 어린애들에게 감정적이게 되서는 안되지 않겠느냐. 마이어 가문의 후계자이자 소드 마스터의 직위를 지닌 기사로써 냉정해져라.
그렇게 스스로에게 기사도 정신과 가문의 가르침을 되뇌이며 간신히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는데 성공한 한스. 가까스로 감정을 다스린 그는 그냥 아이들을 일절 무시하기로 하며 말도 없이 바로 헬스장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들어가자 마자 그의 눈에 비춰진 것은 이그니스 왕국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은 풍의 음악과 다양한 종류의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기구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마다 땀을 흘리며 본인의 근육을 과시하는 듯 하는 다수의 남자들이었다.
“어서오십쇼. 못 보시던 얼굴인데, 혹시 처음이신가?”
처음보는 광경에 시선이 팔려있던 순간, 헬스장의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우락부락한 이름모를 남자가 한스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조금 당혹스러워 하며 어떨결에 대답했다.
“아아… 그렇다만.”
“아이고야, 그럼 등록 부터 하셔야겠네. 몇 개월치 끊으실 생각이십니까?”
“어어… 돈이 들어가는건가?”
“당연하쥬. 돈 안내고 이용하면 우린 뭐 먹고 산답니까.”
헬스장 이용하는데 돈을 내야되냐고 물어보는 손님은 이 남자가 처음이다. 딱 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황당스러워 보이는 헬스장 직원의 표정에 한스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가 꺼낸 것은 다름이 아닌 지갑. 그곳도 지극히 판타지 스타일의 지갑이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챙겨온 지갑을 꺼낸 한스는 그동안 돈 쓸 일이 없던 덕에 묵직하기 그지 없는 가죽 주머니를 만지작거렸고, 이내 헬스장 직원에게 물었다.
“가격이… 어떻게 되지?”
“한달에 10만원, 3개월에 18만원, 6개월은 40만원, 1년은 65만원 입니다요.”
“음…”
현재 한스가 지닌 전재산은 총 130만원 정도. 월급 180만원에서 까인 방세 50만원을 제외한 월급의 전부다. 전재산이 그정도 밖에 없는 상태에서는 최대한 돈을 아끼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대한민국 원에 대한 금전감각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한스는 등신같은 선택을 해버렸다.
“그럼 1년치로 하도록 하지.”
“오오! 시원시원 하시네. 알겠습니다, 바로 회원증 끊어드리죠.”
딱 봐도 제대로 호구 잡았다는 직원의 표정이었지만 눈치가 더럽게도 없는 한스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가죽 주머니에서 현금다발을 두둑히 꺼내 내밀었다. 그러자 이에 직원은 1년치 끊는데 카드가 아니라 현금을 쓰는 사람은 또 처음본다며 놀란 기색을 내비쳤고, 이내 빠르게 거스름돈을 걸러 한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나저나 회원님, 따님들이랑 같이 오신겁니까?”
“? 무슨-”
직원의 뜬금없는 소리에 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한스는 두명 분의 인기척이 뒤에서 느껴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내 딸이 아니다.”
“마자! 삼촌은 우리 아빠 아냐!”
한스가 직원의 말을 정정하자 덩달아 헬스장 안까지 몰래 따라들어온 수정이까지 보태며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이에 직원은 다른 식으로 오해를 할 뿐이었다.
“아~ 딸이 아니라 조카였네. 너희들 삼촌이랑 같이 운동하러 온거니?”
“응! 삼촌이랑 같이 놀러왔써!”
“그래그래, 그럼 사고치지 말고 즐겁게 놀다가렴.”
“네에~!”
헬스장 직원은 수정이와 세리의 귀여움에 흠뻑 죽어버린 모양인지 그렇게 두 아이를 반겨주며 한스에게 수고하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눈치가 없음에도 직원이 뭔가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스였지만, 그는 굳이 피곤한 일에 발을 들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탈의실이랑 샤워룸, 그리고 락커는 저기 끝에 있으니까 즐거운 운동 하십쇼. 조카들이랑 좀 놀아주기도 하고.”
“…고맙소 주인장.”
한스는 직원의 말을 무시하며 그렇게 감흥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리고는 이내 곧바로 각종 운동기구들이 가득한 헬스장 안쪽으로 발을 들였고, 이에 수정이와 세리도 함께 한스의 뒤를 따르며 근육의 세계에 발을 내딛었다.
‘흐음… 그나저나 신기한 기구들이 많이도 있군. 과연,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곳이라 이건가…’
러닝머신, 바벨, 덤벨, 웨이트 머신, 난생 처음보는 운동기구들을 본 한스는 판타지 세계 출신 근육 변태가 아니랄까봐, 흥미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일단 살펴보기 시작했다.
“흥, 대충 이해했다.”
운동기구의 사용법을 겉만 보고 이해하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가장 이용하기 쉬워보이던 숄더 프레스 기구에 다가간 그는 옆사람이 하던대로 기구 위에 자세를 잡고 앉아 프레스의 손잡이를 붙잡았고, 이내 완력으로 밑으로 끌어당겼다.
‘영 쉬워보인다만… 차라리 집에서 팔굽혀펴기나 더 때리는게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
한스는 운동기구에 대한 별 기대감이 없었다. 이런 테라리움 대륙에는 없었던 이런 기구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는 했으나, 딱 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한스가 어깨를 움직여 프레스를 당기기 무섭게 다른 차원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
상완삼두근이 스트레스와 함께 팽팽하게 당겨지는 감각. 용병이던 시절, 그 어떤 바위로 운동을 했어도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상완삼두근 만을 공략하는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던 한스의 얼굴은 순식간에 희열로 물들었다.
“이, 이것이 “헬스장”…?!”
이세계의 소드 마스터가 헬스장과 사랑에 빠져버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