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4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40화(140/245)
140
“…젠장할,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구만.”
헬스장의 탈의실에서 이제 막 4시간에 걸친 운동을 끝마친 한스 마이어는 방금 막 감은 머리의 물기를 타올로 털어내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말 그대로 불과 10분 전, 샤워실에서 몰 볼 걸 봐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더티맨과 샤워룸 테러리스트. 헬스장의 샤워실에 출몰하고 한다는 최악의 존재 둘을 그만 두눈으로 똑똑히 봐버리고 말았던 한스 마이어. 타올로 사타구니를 비비적 거리거나 샤워하는 척 하며 볼일을 본다거나 하는 입에 담기조차 싫은 끔찍하고 비위생적이며 더러운 짓거리를 목격하고야 만 그의 뇌는 좀처럼 한번 본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어. 그런 끔찍한 부류의 인종들이 존재한다니, 토가 다 나올 기졍이군.’
본래 운동을 끝마치고 하는 샤워는 깔끔하고 기분이 좋은 마무리여야 하는데 위생개념조차 모르는 부류의 인간들 때문에 상큼하던 기분을 막판에 와서 잡쳐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스는 역겹기 그지 없다는 얼굴로 락커를 닫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고, 이내 기다리고 있던 꼬맹이들을 향해 말했다.
“이봐 꼬맹이들. 가자.”
“응? 어디로?”
“어디긴, 집인게 당연하지 않나.”
“모야! 밥도 안먹고 집에 가는고야?!”
밖에 나왔으면 무조건 무엇이라도 먹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 철저한 외식주의 성향을 지닌 수정이는 아주 실망했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그리 대꾸했다.
“지금… 나보고 밥을 사달라는 것이냐??”
“응!”
“….”
누구 딸 아니랄까봐 무척이나 뻔뻔하군. 대체 사람을 얼마나 귀찮게 만들어야 적성이 풀리는거냐…
생긴 것만 귀엽게 생겼지, 뻔뻔함은 제 아비를 닮아 미스릴 갑옷 보다도 두껍다. 한스는 그렇게 혀를 차며 수정이를 째려보았지만, 이에 반응한 것은 다름이 아닌 동생 쪽인 세리였다.
“눈 안 깔아? 어딜 우리 언니를 째려보고 있어.”
“….”
…제 아비를 닮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로군. 언니 쪽이 뻔뻔하다면 동생 쪽은 제 아비처럼 성격이 더러워.
어린아이 답지 못하게 입이 험한 세리. 그런 건방진 세리의 태도에 마음 같아서는 머리라도 한대 쥐어박고 싶은 한스였지만 어째서인지 세리의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맹수라도 마주한 것 처럼 몸에 전율이 들며 움직이려 하지를 않았기에 그러는 것은 불가능했다.
[드래곤 피어]. 살기라는 기운을 마력 파장으로 내뿜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드래곤들 특유의 기술. 그런 드래곤 피어의 위력은 제아무리 어린 헤츨링의 것이라고 하여도 한낮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나마 한스가 평범한 범인과는 달리 강력한 무력을 지닌 소드 마스터였기에 움직임을 제한당한 것 정도로 그친 것 뿐. 한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세리의 드래곤 피어와 마주하자 마자 게거품을 물고 혼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뭘 먹고 싶은건지 말해라.”
세리의 드래곤 피어에 기세가 눌린 한스는 어쩔 수 없이 둘에게 밥을 사주기로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그래도 평소에 아빠 되는 놈한테 노동력을 착취당해서 서러울 지경인데, 그 딸내미들한테 까지 이런 식으로 돈을 착취 당하니 서러워서 피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을 것이다.
“음… 소?”
“소??”
“응. 소고기.”
“….”
밥을 사달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서 고기를 사달라고? 이런 양심을 내던진 악마같은 꼬맹이들을 다 봤나…
식재료와 물자들이 풍족하게 공급되는 대한민국에서 조차 소고기는 비싸다. 그런데 그런 대한민국보다 경제 발전도가 몇 백년 씩 차이가 나는 이그니스 왕국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소고기는 오직 귀족들만이 먹을 수 있는 고급식품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걸 남한테 사달라고 하는 수정이의 태도는 한스에게 있어선 뻔뻔한 것을 넘어서 양심이라는 것 자체를 지니지 않은 변종으로 밖에 비춰질 수 없었다.
“네놈… 고기라는 것이 얼마나 비싼지나 알고 말하는거겠지?”
“그야 당연히 알고있찌! 아빠가 맨날 장 볼때 마다 고기값이 또 올랐다고 막 불평하고 그러는걸?”
“호, 호오… 그래, 알고도 그런 부탁을 잘도 지껄인다 이거지…?”
…정정해야겠군. 저건 뻔뻔한 것도, 양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순수한 악인 것 뿐.
선악론이니 뭐니 하는 건 종교적인 것도 있거니와 신전 놈들이 좋아할 법한 거라서 한스는 믿지 않는 편이었지만, 눈앞의 순수악 그 자체인 수정이를 보아하니 선악론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각한다. 고기 같은 건 네 부모한테나 사달라고 해라.”
“치… 아라써. 삼촌이 거지인건 마음씨 넓은 내가 특별히 이해해 줄께.”
“….”
…한대 칠까? 맹약의 서니 뭐니 그냥 다 무시하고 저 꼬맹이의 정수리를 딱 한대만 내려치면 좋겠는데.
물론 그랬다가는 맹약의 서에 의해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되겠지만 당장의 울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주먹을 꽉 쥐어보는 한스였다.
하지만 결국 한스가 수정이를 이기는 일은 없었다.
––––––-
[우적우적-]“….”
[쪽-쪽- 쪽-]“….”
[쩝쩝-]“…이봐 반푼이 꼬맹이.”
요란하기 그지 없는 소리에 참다 못한 한스의 목소리가 사람들로 가득한 Mac도nal드 안에서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 왜에?”
“좀 조용히 먹을 수는 없는거냐.”
결국 수정이에게 못이기고 소고기 대신 햄버거를 사주기 위해 Mac도nal드로 오게 된 한스 마이어. 이미 돈을 뜯긴 것 같아 기분이 영 저기압이었던 그는 수정이의 요란하기 작이 없는 식사 버릇을 봐줄 여유가 없었다.
“나 반푼이 아니거드은?!”
“….”
수정이가 햄버거를 입에 가득 머금은 채 버럭 항의했다. 덕분에 마주보고 앉아있던 한스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럽기 그지 없는 햄버거였던 것들로 잔뜩 엉망이 되어버렸고, 이에 인내심의 한계를 실시간으로 극복하고 있던 소드 마스터는 분노로 떨리는 손과 함께 휴지로 얼굴을 닦았다.
하지만 그가 데리고 있던 골칫거리는 수정이 하나 뿐만이 아니었다.
“야, 너 하찮은 인간 주제에 자꾸 언니보고 반푼이라 지껄일래?”
“…돌아버리겠군.”
수정이와는 비교적 얌전하게 감자튀김을 먹고 있던 세리. 하지만 그런 세리도 제 언니보고 뭐라 하는 걸 참지 못해 또 드래곤 피어를 사용하며 한스를 압박했고, 덕분에 한스는 점심을 나가서 먹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꾹 참으며 그렇게 허탈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주 그냥 부녀, 자매가 쌍으로 사람을 골려 죽이려 드는 군. 기사단의 신병 훈련소가 다 그리워질 지경이야.’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가 그리워질 정도는 아니지.
한순간 스트레스 때문에 신병 훈련소와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비교할 뻔한 한스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며 본인의 생각을 수정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병 훈련소 보다는 지금 처지가 백배 천배는 나은 편이었기에.
이그니스 왕국이나 대한민국이나 원래 다 군대라는 곳은 하나같이 다 거기서 거기다. 재입대를 하고 싶은 대한민국 남성이 단 1%도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한스 또한 그 지옥 속의 지옥이었던 기사단 신병 훈련소로 돌아가는 것과 비교한다면 지금 이곳이 비교적 천국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군대는 사람 생활 할 곳이 못되는 곳이었다.
“쯧, 빨리 먹기나 해라. 집에 돌아가서 쉬게.”
한스는 그렇게 옆에 두기만 해도 기력이 쫙쫙 줄어들게 만드는 두 아이를 향해 말하고는 조용히 자신 몫의 햄버거를 손으로 집었다.
‘그나저나 이건 또 신기한 음식이로군. 빵 사이에 뭘 이것저것 끼워넣다니, 귀족들이 보면 식겁을 하겠어.’
허구한날 예의니 뭐니 격식을 차리려 드는 귀족들에게는 무언가를 손으로 집어 먹는 다는 걸 천하다고 여기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용병 출신 때 세상 온갖 먹을 것들을 급하게 손으로 집어먹었던 한스는 그렇게 콧대만 높고 별 대단한 건 없었던 귀족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고, 이내 햄버거를 그대로 한입 베어먹었다.
“…!?”
…맛있군. 야채만 들어간 줄 알았더니만 빵 사이에 고기도 들어가 있었을 줄이야.
빵 사이에 들어간 패티 두장의 식감에 한스는 내심 감탄하며 빅mac의 맛을 음미했다. 과연 패스트푸드 아니랄까봐, 이세계인의 입맛에도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가격도 싼 편인 것 같군.”
이렇게 싸면서도 맛도 좋고 고기까지 들어간 음식은 본 적이 없다. 이세계 출신인 한스 마이어는 만약 이런 음식이 본인의 고향에도 존재했더라면 흉년이 들어도 아사하는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 조용히 메뉴를 살펴보았다.
“? 뭐냐 이 가격 옆에 적혀진 숫자는.”
512 kcal 이라고 적혀있는 이상한 숫자와 영단어. 살면서 칼로리 수치라는 것을 단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던 한스는 그 숫자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삼촌 바보야? 왜 그것도 몰라? 칼로리자나.”
“칼lori?”
“응! 해영이 언니가 맨날 확인하면서 신경쓰는거!”
“?”
그 여자가 이 숫자를 신경쓴다고?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굳이 다이어트 중인 여자가 아니라 해도 평소에 몸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씩은 확인하는 칼로리 수치.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있는 것 조차 모르고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신경쓰는 사람은 저 악마같은 숫자를 저주하면서도 결국 음식에 대한 욕망은 이기지 못한 채 저 숫자를 그대로 몸에 받아들이고야 만다.
물론 이미 엄청난 양의 칼로리를 헬스장에서 다 연소시키고 온 한스에게 있어 칼로리란 것은 한낮 에너지와 단백질 보충원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뭐, 분명 별로 쓸데없는 거겠지.”
칼로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한스는 그런 혼잣말과 함께 반쯤 남아있던 햄버거를 전부 한입에 먹어버렸다. 하지만 햄버거 하나 만으로 배를 채우기에는 조금 양이 부족했고, 이에 한스는 세트로 같이 나온 감자튀김을 집어서 먹기 시작했다.
“음… 좀 짭짤하군. 말 그대로 감자를 튀긴 것인가.”
“으아?! 삼촌 감자튀김을 그냥 먹으면 어떠케! 케찹에 찍어서 먹어야지!”
“케찹? 그 빨간 소스 말이냐?”
“그래! 그거 없이 감자튀김을 먹는 건 감자튀김에 대한 어이가 아니야!”
…어이가 아니라 예의겠지.
감자튀김 좀 그냥 먹는다고 한소리 하는 수정이의 말을 그렇게 속으로 정정하며, 한스는 못이기는 척 감자튀김을 케찹에 찍어 입에 넣었다.
“!?”
맛있다. 확실히 그냥 먹었을 때 보다 이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훨 낫다. 케찹과 감자튀김의 궁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한스 마이어. 케찹의 시뻘건 색깔 덕에 매울 줄 알고 지난 번의 Fire Chicken 볶음면 때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그였지만, 결과는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오오, 꽤나 괜찮군 이거.”
“그치!!”
“그래. 아예 부어서 먹어야겠어.”
“응?”
케찹과 감자튀김의 맛에 반한 한스는 그대로 남아있던 케찹들을 뜯어 무더기로 모여있던 노란 색의 감자튀김 위에다가 부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정이와 세리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경악스런 얼굴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뭐, 뭐냐. 이거랑 같이 먹으라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수정이와 세리의 시선에 한스는 어리둥절해 하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잔뜩 울먹이며 한스의 만행으로 인해 부먹이 되어버린 감자튀김들을 바라보았고, 세리는 그렇게 언니를 울먹이게 만든 한스를 뜯어먹을 기세로 노려보며 수정이에게 물었다.
“죽일까 언니?”
“으으으…”
저 꼬맹이, 진심이다. 주변에 숨이 턱 막히는 살기가 가득하군.
감자튀김에 케찹 하나 뿌렸다고 자신을 죽이려고 고민하고 있는 세리의 모습에 한스 마이어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세리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것은 아직 알지 못했던 그였지만, 적어도 세리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진작에 깨달았던 그는 곧바로 위협요소를 잠재우기 위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하나 더 사줄까?”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늦은 오후. 지평선에 노을이 깔리고 해가 져가는 하늘 아래에서, 한스 마이어는 묵묵히 무겁기 그지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하여간 끝까지 사람 귀찮게 만드는 꼬맹이들이로군…”
결국 아까 있었던 감자튀김 부먹 사건 때문에 감자튀김도 하나 더 시키는 겸, 햄버거 세트까지 추가로 주문하고 만 한스 마이어. 하룻동안 꼬마 두명한테 협박도 당하고 돈도 뜯기고 온갖 수난이란 수난은 전부 당한 그는, 현재 곤히 잠든 두 아이를 등에 업은 채 걸어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분명 하루종일 밖에서 자신을 따라다니느라 피곤하고, 먹은 직후라서 나른해 진 것도 있을 것이다. 한스는 그렇게 자신의 등에 업힌 두 아이를 영 아나꼽다는 듯이 바라보며 버스 정류장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걸었다. 지구에 온지 1달 밖에 되지 않은 그는 아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다음에 나올 때는 이 두 골칫덩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고 나와야겠어. 내가 무슨 이녀석들의 보모도 아니고…’
최강의 소드 마스터에서 노예로 좌천된 것도 모자라 애까지 돌보는 보모가 되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사양이다. 한스는 그렇게 어째 가면 갈 수록 하찮아져가는 자신의 신세에 한탄을 내뱉으며 무겁기 그지 없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흠냐아… 한스 삼초온… 부먹하며는 안대에…”
“언니 건들지이 마라아 인간…”
둥 뒤쪽에서 두 아이의 잠꼬대가 한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까는 그리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더니, 잠드니까 그나마 얌전해진 두 꼬꼬마들의 모습을 본 그는 어째서인지 입가가 씰룩이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뭐, 가끔씩은 데리고 나와도 괜찮겠지.”
업고 다니니 이것도 나름대로 운동이 되니까 말이야.
아이들이라는 존재를 그렇게 싫어하던 한스 마이어는 그런 변명을 속으로 읊으며 등에 업힌 두 꼬마가 깨지 않게 좀 더 조심히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흘리고 있는 침 때문에 셔츠가 더러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