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4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41화(1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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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이네 빙수카페]. 한달 정도 전에 오픈했던, 역세권 바깥에 위치한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한 곳에 있는 빙수 카페. 인테리어도 그럭저럭, 외관도 그럭저럭, 겉으로 보기에는 딱히 특출나 보인다거나 특별해 보이는 것도 없는 이 카페는, 최근들어 동네 제일가는 핫스팟으로 변모하였다.어째서 상가 구석에 위치한 이 카페가 개점한지 1달도 채 안되서 이리도 유명세를 탔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싼 가격과 왠지 한번 입을 대면 잊을 수가 없는 맛. 요식업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두가지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빙수 가격이 너무 싼거 아니예요?”
“?”
늦은 오후. 가게 마감할 시간이 거의 다 다가온 한가한 시간대에, 쉴 새 없이 일거리를 찾다가 문득 그런 의문을 품은 윤재혁의 물음에 이한성은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건 왜 물어보냐고 묻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게 좀 신경쓰여서 말이죠. 다른 곳에 비하면 싸도 너무 싸잖아요.”
다른 빙수 전문점에 비하면 거의 반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제대로 이윤이 남긴 남는 것일까? 아무리 손님이 많다 해도 인풋 대비 아웃풋이 별 차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일텐데…
윤재혁의 의문은 다소 뜬금없기는 했으나 일리가 있었다. 요식업이라는 장사는 순이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사이니.
“글쎄요. 가게 유지할 정도만 되면 별로 상관이 없어서.”
“예?? 그럼 사장님은 뭐 먹고 사시는거에요??”
“내 밥줄은 따로 있으니까 괜한 걱정 말고 슬슬 마감이나 좀 해주세요.”
돈이야 육아 보유 시스템 케어 덕분에 이미 차고 넘치도록 있으니까 말이지. 돈을 얼마나 모았더라?
윤재혁의 걱정에 이한성은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떠오른 김에 인벤토리 창을 오래간만에 열었다.
[총 금액: 3, 10, 500, 000 골드]약 3억 골드. 대한민국 원으로 환산하면 약 30억. 당장 가게가 망한다고 해도 일 안하고 평생 동안 놀고 먹을 수도 있는 만큼의 거액. 그런 말도 안되는 거액이 인벤토리 창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모습을 본 이한성은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창을 닫았다.
‘…지출이라고 할게 딱히 없어서 그런가. 어째 돈이 자꾸 쌓이기만 하는 것 같은데.’
식비, 집세, 유틸리티 비, 가게 월세, 재료비, 이것저것 들어놓은 보험비, 사람이 살면서 지속적으로 잃게되는 돈을 전부 합한다 해도 나가는 돈 보다 들어오는 돈이 월등히 많다.
‘돈 많아서 나쁠 건 없지만… 확실히 쌓아놓고만 있으니까 막 쓸데없는 소비욕구가 들기는 하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과소비를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쓸데없는 일로 돈을 낭비하는 건 사양이다. 아직도 그런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이한성은 그냥 당분간은 이대로 저축이나 하자며 스스로를 타일렀고, 직원들이 마감하는 사이에 잠시 땡땡이좀 치기로 하며 핸드폰을 꺼내 까톡을 열었다.
[지금 바빠?]이한성이 채팅방을 열어 [화연이]라고 저장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읽지 않음이라고 표시되어있던 수신된 메시지는 불과 1초만에 읽음 표시로 바뀌었고, 곧바로 느릿느릿하게 답장을 보내왔다.
[오늘은 바빠. 내일은 안 바빠.]“…여전히 타자 속도가 느리단 말이지.”
그나마 오타나 뛰어쓰기 못하는 건 어찌저찌 가르쳐줘서 해결했건만 여자친구 되시는 이 연상 엘프님은 여전히 50대 60대 아주머니들 저리 가라 하는 타자 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커플들이라면 빠르게 톡을 주고 받으며 웬만한 대화는 거의 다 메시지로 해결하는데 비해 이한성과 화연 사이에서의 메시지는 그다지 효율적인 대화 방식이 아니었다. 또 지난 번 처럼 밥 뭐 먹었냐고 물어보는데 막 15분 30분 씩 걸리는 걸 원하지 않았던 이한성은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 메시지 대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여보세요?]“톡 할 때는 마침표 안 넣어도 된다고 내가 말해주지 않았었나?”
걸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은 화연. 그녀가 전화를 받기 무섭게 이한성은 바로 그녀를 놀리려 들었다.
[미안한데 과제나 리포트 작성 할 때는 반드시 마침표를 빼먹지 말고 넣어야 하거든요?]“고졸한테 그런 말 해봤자 뭔 소린지 모르거든요.”
화연의 반박에 이한성은 자조적인 농담으로 그렇게 받아쳤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자기가 졌다는 듯이 핸드폰 너머로 한숨을 내쉬었고, 쓴웃음이 섞인 목소리와 함께 이한성에게 물었다.
[가게 끝났어?]“지금 마감 중이야.”
[그런 것 치곤 목소리가 한가한데…]“사장인데 뭐 땡땡이 칠 수도 있지.”
[…그러다가 알바생들이 너 뒷담하면 어쩌려고?]“글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해영이랑 한스 그놈은 뒷담이 아니라 당당하게 앞담을 깔 애들이고, 재혁 씨는 뒷담도 앞담도 안 깔 상이고, 예은 씨는 아예 그냥 속으로만 생각할 성격인데 뒷담 걱정할 일이 뭐가 있을까.
호언장담하는 이한성의 대답에 화연은 핸드폰 너머로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전화 너머로 살짝 들려오는 그녀의 웃음 소리를 놓치지 않고 귀에 담은 이한성은 어째서인지 화상 통화도 아닌데 그녀의 표정이 보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그 기세를 타 화제를 전환하며 미루고 있었던 본론으로 훅 치고 들어갔다.
“혹시 다음주 주말에 시간 돼?”
[…?]이번에는 당황한 듯한 숨소리. 분명 지금쯤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있겠지.
[가,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면은 좀 당혹스러운데…]“갑자기 이렇게 들어가야 잘 먹히는 것 같더라고.”
최근 2주 동안 화연의 반응을 철저하게 살펴보며 연구한 결과, 이한성은 그녀가 상상 이상으로 당기기에 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00년 동안이나 솔로였어서 그런지 그녀에게는 공격에 대한 면역이 없었고, 그랬기에 늘 이런식으로 훅 치고 들어가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시간 돼.]“잘 됐네. 그럼 어디 좀 놀러 갑시다.”
[…당일치기?]“1박 2일.”
[….]마치 하나의 소방차 처럼 빨간불도 뭣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폭주하는 이한성. 화연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연애 경험이 전무한 쑥맥인 것은 매한가지였기에 그는 미는 법은 모르고 오직 당기는 법만 알고 있는 남자였다.
[…어디로 갈건데?]“…전주?”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 못했는데.
놀러 가자고 얘기를 꺼내 놓고서는 정작 어디로 갈지는 정해두지 않았던 이한성은 일단 급한대로 떠오른 전주를 지명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설마 하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어디갈지 생각도 안하고 놀러가자고 한거야?]“아, 아니요. 전주 가자니까 전주. 거기 맛난거 많다던데.”
[하아… 그래 뭐… 다음주 주말이라고 했지?]“어. 토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돌아오면 딱 좋겠네.”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거였구나.]화연이 핸드폰 너머로 기가 막힌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뜨끔한 표정과 함께 묵비권을 행사했고, 그렇게 연애하기 시작한지 2주 밖에 되지 않는 두 남녀의 첫 1박 2일 여행의 스케줄은 정해졌다.
[알았어. 전주로 놀러가자. 그럼 이만 끊을게.]피식 웃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피곤함이 가득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이한성은 아까 그녀가 오늘 바쁘다고 까톡으로 답장을 보냈었던 기억을 떠올렸고,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바쁜 시간을 지켜주기로 하였다.
“다음주 주말까지는 과제 다 끝내놔.”
[그러길 바란다면 빨리 전화 좀 끊어줘.]“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농담과 함께 이한성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원한과 증오로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이한성을 놀라 자빠지게 만들었다.
“자랑하냐?”
“아 씨, 깜짝이야…”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보인 것은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해영이의 저주가 담긴 시선이었다.
“자랑하냐고. 어? 꼴받게 진짜.”
사장이라는 놈이 직원들이 마감하느라고 바쁜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여친이랑 통화로 희희덕 거리는, 그것도 자신의 언니와 다름 없는 사람이랑 희희덕 거리는게 아주 그냥 꼴뵈기 싫다. 그런 감정과 함께 솔로부대의 일원 중 한명인 해영은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을 온갖 살기어린 시선으로 째려보았다.
“….”
해영의 눈치를 받은 이한성은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은 채 조용히 빗자루를 들어 바닥을 묵묵히 쓸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직원들이 다 쓸어놓아서 쓸을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해영이의 시선에 담긴 살기가 너무나도 짙었다.
…과연, 저게 그 솔로들의 한이라는 건가. 진짜 죽여버릴 듯이 노려보네.
그동안 주변에서 염장질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저랬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한성은 먼지 한톨 없는 바닥을 계속해서 빗자루로 비비적 거렸다. 그러자 이내 그렇게 의미없는 노동을 하고 있던 그에게 양예은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사장님.”
“? 아, 예은 씨. 뭡니까?”
별일이네? 이 사람이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이번에 처음인 것 같은데.
지난 한달 동안 이한성이 지켜봐온 양예은이라는 사람은 말수가 없다시피 완전히 조용한 사람이었다. 공적인 일이 아닌 이상 그녀가 손님들이나 직원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설령 공적인 일로 말을 걸게 된다 해도 늘 단어조합이 5개 이상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짧은 말을 뿐이었다.
“저 내일 일 못나와요.”
“어… 오후에도요?”
“네.”
…이 여자도 평범한 알바생은 아니구만. 사장한테 일 못나간다는 통보를 저렇게 짧고 간결하게 할 수가 있다니, 감탄 밖에 안 나오는데?
보통 어느 직장생활이던 간에 직장 상사에게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고 통보를 하게 된다면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처자는 어찌나 대담한지 스케줄 펑크내겠다는 말을 단 8글자로 끝마쳤다.
“예, 뭐… 시간이 안되신다면 내일 빼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고맙다고 인사는 하네. 여전히 말은 좀 짧지만.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느낌이 좀 건조하고 사무적이라고 해야할까, 마치 딱 필요한 것만 얘기하는 화법. 저런 화법을 지녔다 보니 오히려 인공지능인 Si리나 Big스비가 너 인간적이게 느껴질 따름일 뿐.
감사 인사를 하고는 곧장 탈의실로 향하는 양예은의 모습에 이한성은 참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은 씨가 일을 못하는 것도, 성격이 글러먹은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그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하였고,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뭐, 내가 직원이랑 친구 먹을 것도 아니고 뭔 상관이야. 사장이 직원에게 너무 신경쓰면 직원 피 말리게 만드는 꼴 밖에 더 되겠어? 그런 것 보다는 당장 다음주로 정해진 여행이나 신경써야지.’
전주에 가서 1박 2일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가서 뭐 먹지? 뭐 하고 놀지? 어디서 자지? 어떻게 가지? 기차? 버스?
여자친구와 가는 첫 여행에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이한성이었지만 그의 속마음은 온갖 잡생각들로 가득 차있었다. 여행이라는 것을 애초에 살면서 해본 적도 없거니와, 여자친구와 같이 가본 적은 더더욱 없었던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일단 차 부터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