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4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42화(14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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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무면허였습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어떤 차를 살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행복회로를 풀가동하기를 2시간. 차를 사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면서 그런 중대한 문제점을 이제서야 깨달아버린 이한성은 그렇게 낙담이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깍지를 끼고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운전면허.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 왠만한 성인들은 죄다 장롱면허라고 해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했어도 차는 커녕 집도 없었던 이한성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을리가 없었다.
‘…나 등신인가? 어떻게 차를 사겠다면서 지가 무면허인 것도 까먹을 수가 있지??’
순서가 틀려도 단단히 틀렸다. 본말전도도 이런 본말전도가 따로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버린 이한성은 차로 여행을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 자신의 알찬 플랜들이 말짱 도루묵이 되게 생겼다며 비탄에 빠졌고, 그런 이한성의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을 본 한스는 여느때와 같이 거실에서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 서기를 시행하며 코웃음을 쳤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네놈의 그 얼척없는 모습을 보니까 속이 뻥 뚫리는군.”
“뭐 이 x끼야?”
저게 내가 요즘 휴가도 보내주고 잘 대해줘서 간이 부었나.
한스의 비웃음에 순간 열이 뻗친 이한성은 마치 기르던 개에게 물리기라도 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이내 받은 걸 그대로 돌려주려는 듯이, 거실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던 수정이를 불렀다.
“수정아. 한스 삼촌이 같이 놀잰다.”
“우왕, 정말??”
최근에 한스랑 함께 헬스장에 다녀오고 난 뒤 부터 부쩍 한스와 가까워진 수정이. 이제는 완전히 한스를 친삼촌 그 자체로 여기고 있던 수정이는 이한성의 말을 듣기 무섭게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읽고 있던 동화책을 냅다 치우고는 그래도 물구나무를 서고 있던 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에헤헤, 삼초온~!”
“자, 잠깐!! 지금 달려들면-”
한스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수정이는 그대로 과감하게 물구나무를 서고 있던 한스를 향해 폴짝 몸을 던졌다. 그러자 한스는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중심을 잃고 수정이의 쿠션 대용으로 바닥에 넘어졌고, 동시에 새끼 발가락을 소파의 모서리에 찧어버렸다.
[우득-]“….!!!!”
거실에서 무언의 비명소리가 한가득 울려퍼졌다. 아마도 남자가 겪을 수 있는 두번째로 고통스러운 감각에 빠진 한스 마이어는 그대로 발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었고, 이에 이한성은 노렸다는 듯이 썩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넌 소드 마스터라는 놈이 발가락 하나 찧었다고 그렇게 엄살을 부리냐?”
아무리 몸이 튼튼한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단련할 수 없는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새끼 발가락을 모서리에 부딪치는 고통은 소드 마스터에게도 참을 수가 없는 부류의 고통이었다.
“삼촌, 살아있써?”
“이 꼬맹이가 오냐오냐 하니까 진짜…!”
바닥에 축 늘어진 한스의 모습을 보고는 수정이가 안부를 묻자, 이에 한스는 발끈하며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수정이를 볶아버릴 기세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수정이는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고, 정작 그런 한스의 시선에 반응한 것은 애 아빠와 동생이었다.
“어어? 너 그러다가 한대 치겠다 아주?”
“인간 주제에 눈 안 깔아?? 어딜 우리 언니한테 큰소리야??”
이한성의 협박어린 시선과 세리의 살기어린 시선. 그런 둘의 거북하고도 속이 얹히는 시선을 받은 소드 마스터는 그대로 소리를 치다 말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내 언젠가는 기필코 이 치욕을 되갚아주고 마리라…!’
[맹약의 서]로 부터 자유로워 진다면 그 즉시 저 인간 흉내를 내는 악마의 사지를 찢어버리고 말 것이다. 한스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맹세하며 호구스럽기 그지없는 스스로의 신세에 한탄을 내뱉었다.“쯧, 안그래도 차 사는데 문제가 생겨서 기분이 더러운데 사람 짜증나게 만들고 있어.”
물론 한스가 그런 다짐을 하던말던 전혀 관심이 없던 이한성은 다시 문제의 본론으로 되돌아와 고민을 계속할 뿐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이 화요일이고 다음주 주말이 여행이니까… 시간 안에 면허를 딸 수 있으려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보통 운전면허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5일에서 일주일 정도는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행일 까지 남은 시간은 총 10일. 그 안에 어떡해서든 면허를 따고 차를 사야한다. 굳이 차가 아니더라도 버스나 기차로 여행을 가는 법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꼴에 남자라고 여자친구를 드라이빙 시켜주며 차를 자랑하고 싶었던 이한성은 결코 그런 차선책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해보는 수 밖에.”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었다.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늘 시험이란 것에 죽을 써 웠던 이한성이었던지라 그는 바짝 긴장을 하고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했지만, 사실 시험이라고 해도 60점 70점만 넘으면 합격이었기에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 문제들 뿐이었다.
평생동안 한번도 안해봤던 공부란 것을 하고 간단하게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난 후, 운전학원에서 코스 시험을 통과해 연습 면허를 받기 까지 걸린 시간이 단 5일. 그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 교육 시간을 채우고 도로주행시험을 별 다른 문제없이 통과한게 바로 어제. 그렇게 6일 하고도 반나절이라는 시간 안에 이한성은 어엿한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가 될 수 있었다.
“와, 그럼 오빠 한번에 다 통과한거야?”
“뭐… 그렇지.”
한산한 오후, 빙수 카페가 가장 한가하던 시간에 함께 잡담을 나누던 해영이 감탄하며 그렇게 묻자, 이한성은 어깨를 머쓱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확실히 공부를 하니까 되긴 되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학생 때나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어차피 공부를 해봤자 점수가 오를 일은 없다고 생각해왔던 덕에 학창시절 때 단 한번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나지막히 후회어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이미 고등학교도 졸업했고 수능도 망쳐버린 지금, 이제와서 그때 일을 후회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이열~ 언니랑 차로 데이트 한번 해보려고 1주일만에 면허를 따? 오빠, 꽤나 행동파였구나?”
“뭐래. 그걸 이제 알았냐?”
고백도 내가 먼저 했는데 말이야.
해영의 놀림에 이한성은 딱히 부정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해영이는 남의 연애사가 그렇게나 재밌는 일이었는지 키득거리며 웃었고, 마저 하던 얘기를 다시 이어갔다.
“그럼 차도 벌써 샀겠네?”
“아니. 차는 아직…”
“왜? 오빠 어차피 돈도 많잖아. 고민할게 뭐 있어? 그냥 외제차 비싼 것들로 사.”
“…넌 차가 무슨 악세사리 인줄 아냐? 돈이랑 성능이랑 그런 걸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신중하게 골라야 할 거 아니야.”
괜히 비싼 차 뽑았다고 쓸데없이 가오잡으면서 다니는 사람은 되기 싫거든.
가끔가다 길거리에서 보았던 차주들. 외제차를 뽑았다고 아주 그냥 그게 벼슬인 줄 알고 다른 차들을 무시하면서 막 끼어들고 하는 그런 개념을 말아 처먹은 사람들이 딱 질색이었던 이한성은 그런 사람들과 같은 부류로 비춰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마냥 비싼 외제차를 뽑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또 너무 가격만 신경쓰자니 돈을 썩히는 것만 같아 내키지가 않아 고민이었다.
“뭐, 일단은 생각해둔 차가 몇 개 있으니까 그중에서 고를 생각이야.”
“무슨 차? 인피니티? BNW? 아니면 벤치?”
“아니. Hyun대.”
“….”
짜게 식어버린 해영이의 반응. 그 많은 돈을 가지고도 외제차 놔두고 굳이 국산차를 사겠다는 이한성이 영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오빠 지금 무슨 21세기에 와서 청렴결백을 실천하려는 건 아니지?”
“야, Hyun대차 무시하지마. 걔들도 차 잘 만들어.”
나름 세계 시장에서도 알아주는 곳이라고.
이제 막 면허를 딴지 1일 밖에 되지 않은 초보 운전자, 이한성. 그런 그는 딱히 외제차와 국산차의 차이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보기에는 외제차나 국산차나 똑같이 잘 굴러가는 차들이었고, 외관도 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래 뭐… 내 차도 아니고 오빠 차인데 내가 말해서 뭐하겠어. 오빠 덕에 외제차도 한번 타볼 수 있겠다 싶어서 신났었는데.”
“난 아직 너 태워준다고 한 적 없는데?”
“예예, 여자친구 외에는 아무도 안태워주겠다는 그 속좁은 성정, 아~주 잘 알겠습니다.”
해영이가 반쯤 농담인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커피 한모금을 들이켰고,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3시네.”
지금쯤이면 학교가 끝나고 집에 있으려나? 아니다,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고 있을 수도 있겠다.
문득 든 수정이 생각에 이한성은 살짝 궁금해 하며 수정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한번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무엇을 상상하던 오로지 떠오르는 것은 설마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 뿐이었다.
“사장님.”
“? 아, 예은 씨.”
순간 갑작스럽게 다가온 양예은이 이한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한가한 시간에 사장 안보이는 곳에서 시간이나 적당하게 죽이고 있으면 될 것을, 굳이 말을 걸어오는 평상시와는 다른 그녀의 태도에 이한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용건이 무엇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내일 스케줄, 오후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내일요? 어… 예 뭐, 못할 것도 없죠.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최근따라 이상하게 예은 씨가 스케줄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것도, 대체로 오후로.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한두번이면 그냥 그렇겠다 싶을텐데… 이게 벌써 4번째라서 그냥 넘어가기가 좀 그러네.’
무조건 오후 스케줄을 고집하는 듯한 느낌은 아니다. 실제로도 바꿔달라고 부탁했던 건 지금까지 총 4번 뿐이었고, 그 외의 날에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간에 오전에도 잘만 일했으니.
하지만 그 4번이라는 횟수 중, 오후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다른 스케줄을 고집한 적이 없다.
이런 일이 계속 생기니 자꾸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던 이한성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양예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부탁으로 가게 일에 지장이 가는 것도 딱히 없었고, 어차피 스케줄을 마음대로 바꿔서 써먹을 수 있는 노예 하나가 있었기에 딱히 트집을 잡으려 들지는 않았다.
[띠리링-]“어서오세요.”
갑자기 들려온 소리.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소리에 반응한 이한성은 예은 씨를 신경쓰다 말고 반사적으로 가게에 들어온 손님에게 비즈니스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아빠~!”
“? 뭐야, 수정이 니가 여긴 왜 왔어??”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들이닥친 것이 손님이 아니라 기운이 남아도는 딸내미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곧바로 비즈니스 미소를 거뒀고, 떫은 표정과 함께 수정이를 맞이해 주었다.
학교 끝나자 마자 온건가? 또 친구들 데리고 빙수 먹으러 왔나 보…
“아,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
수정이와 함께 들어온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본 이한성은 보나마나 또 친구인 하나를 데리고 왔나보다, 싶었지만 어째 들려온 목소리는 아이의 것이 전혀 아니었다.
“…누구세요??”
단정한 오피스 차림을 하고 있는 성인 여성. 수정이와 함께 온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왠 다 큰 여자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심히 혼란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정체불명의 여성분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수정이 아버님. 전 수정이의 담임 교사인 양혜미라고 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담임 선생님??”
아니, 수정이 담임 선생님이란 분이 여긴 무슨 일로 오신거야?? 보통 교사가 학생이랑 같이 남의 가게 방문하고 그러는 일이 있기는 한가??
데리고 온 사람이 그냥 낯선 사람도 아니고 다름이 아닌 수정이의 담임 교사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는 이내 곧바로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수정이를 째려보았다.
“이수정. 너 또 사고쳤지.”
“아, 아닌데에~ 무무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거얼…?”
시선회피, 더듬는 말투, 부자연스러운 휘파람. 아주 그냥 클리셰 범벅인 태도를 내보이는 수정이의 반응에 이한성은 더 캐물을 것도 없이 수정이가 또 무슨 사고를 쳤다는 사실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바로 수정이의 머리를 쥐어잡고는 밑으로 누르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바로 담임 교사인 양혜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희 애가 아직 어려서…”
“아, 아니에요 아버님, 수정이 잘못만도 아니니까 그렇게 사과하실 필요는-”
순간 갑작스럽게 양혜미의 목소리가 끊겼다.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이한성을 어떻게든 만무하려던 그녀는 누가 말을 자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을 끊은 채 이한성의 뒤쪽을 향해 멍하니 바라보았다.
“??”
뭐지?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어딜 쳐다보시는…
좀 이상한 양혜미의 반응에 이한성은 그녀가 멍하니 바라보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시선 끝에 한 사람이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이제 막 1달이 넘어가는 알바생 양예은이었다.
“어, 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