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4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43화(14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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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언니?”
“???”
수정이의 담임 선생님을 보고는 갑자기 언니라고 부르는 1달차 알바 경력의 양예은 씨. 그런 그녀의 반응에 이한성은 잠시 당황한 기색과 함께 담임 선생님인 양혜미와 알바생인 양예은을 번걸아가 보며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 그러고 보니까 둘이 같은 성씨네?’
둘 다 양씨. 어디 양씨인지는 당연히 알지 못하는 이한성이었지만 예은 씨가 수정이의 담임 선생님인 혜미 씨를 보고 언니라고 부른 것으로 짐작하건데, 둘은 친자매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세상 한번 참 좁다니까… 어떻게 우리 애 담임이 우리 가게에서 알바하는 사람의 친언니 일 수가 있지? 대한민국이 원래 작긴 하지만 이정도로 작을 줄은 꿈에도 몰랐-’
[저벅저벅-]이한성이 참으로 신기하기 그지 없는 인연에 속으로 감탄하던 와중, 어지간히도 놀랐는지 멍하니 서있던 양혜미 씨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동생인 양예은 씨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동생에게 다가간 혜미 씨는 곧바로 동생의 어깨를 붙잡아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이윽고 팔을 높이 들어올려…
…화려하게 내리쳤다.
[짜악!!!]“아아악?!!!”
“어우;;;”
가게 안에 날카롭게 울려퍼진 단마디 비명소리. 보기만 해도 등짝이 시려오는 완벽한 등짝 스매슁을 목격해버린 이한성은 덩달아 얼굴을 찌푸리며 못 볼 것을 본 것 마냥 시선을 돌렸다.
…뭐, 뭐지?? 왜 갑자기 난데없이 동생의 등짝을 후려치는거지???
살짝 이해하기가 힘든 양혜미의 행동에 가게 안에 있던 모두의 동작이 얼어붙었다. 지금까지 선생님의 폭력적인 면모를 단 한번도 목격하지 못했던 수정이는 더더욱 그랬다.
“양예은!! 너 이 시간에 학교도 안가고 여기서 뭐하는거야 대체!!?”
학교?? 예은 씨 설마 대학생이었나? 아니, 대학생이라면 강의 빼먹고 알바 좀 뛰는 것 가지고 동생의 등짝을 저렇게 후려치면서 까지 화를 내진 않을텐데…
양혜미의 반응과 행동으로 보아할 때 그녀가 말하는 학교는 대학교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짐작한 이한성은 그제서야 어째서 그녀가 동생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예은 씨, 설마… 고등학생이었어?”
“….”
혹시나 하는 이한성의 물음에 양예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쓰라린 등을 붙잡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아파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겠지만, 누가 보아도 긍정 대신 침묵으로 대답하는 낌새였다.
…왠지 항상 오전 스케줄을 오후로 바꾸는 것 같다 싶더니만.
이제서야 그동안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던 예은 씨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아마 신분이 고등학생이었던 탓에 하루 이틀은 등교를 안해도, 최소한의 출석일수는 채워야 했었겠지. 그래서 4번이나 오전 스케줄을 오후로 바꿨던 것일테고.
고등학생이 신분을 속이고 알바를 뛰는 일은 생각보다 흔히 있는 일이다. 이한성 또한 학생 시절에 그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그나저나 좀 이상하네. 신분까지 속이면서 알바를 뛰어야 할 정도로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것 같지는 않은데…’
당장 친언니인 사람이 수정이의 담임을 맡은 초등교사다. 정 집안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언니의 도움이 있다면 굳이 알바를 뛰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당장 언니의 태도만 해도 어려운 사정에 처한 동생을 내버려 둘 성정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이한성은 살짝 해명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으로 양예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런 그의 표정에 대신 대답한 것은 언니인 양혜미였다.
“죄송합니다 수정이 아버님.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서…”
“아뇨, 보니까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예. 집안 사정 때문이라…”
“….”
역시 제 3자에게 간단히 말할 정도로 가벼운 문제는 아닌 모양이네.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 대신, 그저 집안 사정 때문이라고만 말해주는 양혜미의 대답에 이한성은 그럴 것 같았다고 나지막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성인 인 줄만 알았던 알바생이 사실은 청소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사장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죄송하지만 집안 사정이라고 말해주셔도 자세한 설명 없이는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겠죠.”
무척이나 곤란한 듯한 표정. 설명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보이는 양혜미의 모습에 이한성은 조용히 그녀의 뒤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양예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이렇게 학생인 걸 숨기고 일하다가 들켜서 아찔했던 적이 있었지.’
언제적 일이었더라? 고2? 고3? 언제였는지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일하던 곳이 청소년은 일할 수가 없는 술집이었고, 실수로 당시 술집 사장님에게 정체가 탄로나는 바람에 단단하게 깨졌던 것 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사장님에게 깨지고 난 후에 들었던 말도.
[…이번달 월급은 제대로 줄테니까 오늘부터 여기 나오지 말고 학교나 제대로 다녀라. 적어도 졸업은 해야지.]“….”
…뭐, 적어도 지금 내 상황이 그때의 사장님 보다는 훨 낫네. 거긴 술집이었고, 여긴 그냥 빙수 카페잖아.
술집에서 미성년자가 일을 하다가 들키게 되면, 그 술집은 바로 영업정지를 먹는다. 당시의 이한성에게는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이었지만, 그건 엄연히 술집 사장님의 인생에 큰 폐를 끼칠 뻔 했던 민폐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당시와는 다르다. 법을 어긴 일이기는 해도, 영업정지를 먹게 될 정도의 큰일은 아니니.
그랬기에 이한성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당시의 그 술집 사장님이 자신을 보고 그리해줬듯이.
“…다만, 이 자리에서 듣기에는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 같으니 다음에 날 잡아서 얘기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가,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이한성의 결정에 두 자매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한성은 이를 모른 척 한 채 동생인 양예은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선배 사회인으로써 한마디 말을 꺼냈다.
“예은이 너도 다음부터는 스케줄 바꾸지 말고 제대로 학교에 가고. 제대로 졸업은 해야지.”
“….”
[꾸벅-]이한성의 선처에 양예은은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는 감정이 담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한순간 머쓱해진 이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선생님은 여기에 어쩐 일로 오신겁니까? 딱 보니까 우리 애가 학교에서 사고를 친 모양인데…”
“아… 그게… 말이죠…”
화제를 바꾸려는 이한성의 속마음을 바로 캐치한 양혜미는 잠시 수정이를 흘끔 쳐다보며 말끝을 늘어뜨렸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절대로 말하면 안된다는 듯이 손으로 X자를 그으며 필사적인 눈빛과 함께 선생님에게 신호를 보냈고, 그런 수정이의 담임교사인 양혜미는 제자의 필사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인 이한성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수정이가 오늘 반 친구랑 싸웠던 일이 있어가지고요…”
“네??”
싸웠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이한성은 곧바로 날카로운 시선으로 수정이를 째려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심히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양혜미에게 물었다.
“그, 혹시 저희 애랑 싸웠다던 아이는 살아 있습니까…?”
“예?? 어, 어어… 물론이죠…?”
딱 봐도 왜 갑자기 다른 애의 생사를 확인하냐고 묻는 듯한 반응.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한성의 물음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했다.
‘휴우… 다행히도 마법은 안 썼나보네.’
만약 수정이가 마법을 썼더라면 정체를 들키는 것은 둘째치고 상대 아이의 목숨이 간당간당 했었을 것이다. 이한성은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하며 다시 한번 수정이를 째려보았다.
“그래서? 뭐 때문에 싸웠는데?”
“저, 정우 걔가 먼저 시작했써!”
“어떤 식으로?”
“으으… 걔가 먼저 아빠를 욕했단 말이야!!”
나를??
듣자하니 그 정우라는 누군지 모를 친구가 내 욕을 했다고?? 설마 이거 그건가?? 애들끼리 부모님 직업으로 막 지가 더 잘났다고 자랑하면서 다른 애 따돌리는 그런 시츄에이션???
이한성 본인도 초등학생 때 자주 겪었던 일. 그런 경험을 수정이도 똑같이 경험했다는 소리에 이한성은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그… 죄송합니다 수정이 아버님. 정우라는 애가 승부욕이 워낙 높은 아이라서 항상 반에서 1등을 하는 수정이에게 질투를 했나봐요. 제가 다시는 그러면 안된다고 잘 말해뒀으니까 일단 진정-”
“아뇨아뇨. 애들이 뭐 그럴 수도 있죠. 애들인데.”
본인 자식도 아니면서 필사적으로 정우를 변호하는 담임 선생, 양혜미의 말에 이한성은 손을 저으며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한 것에 비해 그의 눈빛에는 딱 봐도 한껏 열받은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죄송할 따름이지만… 사실 오늘은 그 일 때문에 직접 가게로 찾아뵈러 온거예요.”
“? 애들이 싸운 것 때문에요? 혹시 그 정우라는 애가 크게 다쳤습니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일단 제가 나서서 수정이와 정우를 말리기는 했는데, 이대로 놔두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 같아서요.”
단단히 혼내두기는 했지만 정우의 승부욕이 꺼질 기세가 없고, 이대로 수정이에게로 향한 질투가 계속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상황을 판단한 양혜미는 이내 가방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이한성에게 건내주며 하던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래서 내일 있는 학부모 참관 수업에 꼭 참석해 주시면 해요.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하는 건 쉽지만, 이미 한번 만난 사람에 대해 같은 말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정우가 수정이에 대한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한성에 대한 욕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이한성에 대한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우가 아직 7살에 불과한 아이라서 본인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분을 다른 곳으로 쏫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정우가 학부모 참관 수업에서 이한성과 만나고 간단한 인사라도 나누게 된다면, 앞으로 정우는 그에 대해 함부로 좋지 않은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란 원래 어른이라는 존재를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압박감과 겁을 먹는 존재이니.
“물론 이런 맛집을 운영하고 계시니 바쁘시단건 잘 알지만… 그래도 부디 시간을 내주시면-”
“네 그러죠.”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주저했던 양혜미의 생각과는 달리, 되돌아온 이한성의 대답은 한치의 고민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요컨데 참관수업에 참석해서 그 정우라는 애샊… 이 아니라 아이랑 만나고 인사만 좀 하면 된다, 이거죠? 어려운 일도 아니군요.”
“괘, 괜찮으시겠어요? 가게일 때문에 많이 바빠보이시던데…”
“문제 없습니다. 언제든지 출두시킬 수 있는 노예도 있고, 일하는 알바생만으로도 하루정도는 가게가 충분히 돌아가니까요.”
무엇보다도 나한테 욕했다는 그 정우라는 어린노무시키를 꼭 좀 만나서 친히 대화를 나눠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뒷마디와 함께, 이한성은 흔쾌히 양혜미 교사의 부탁을 수락하였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감사하다는 듯이 허리를 숙여 다시 한번 인사했고, 어떻게든 보답하기 위해 바로 메뉴판을 들여다 보며 온 김에 빙수라도 큰거로 하나 시킬려고 했다.
‘좋은 선생님인 것 같아서 다행이네. 괜히 편들고 성격 안좋은 교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꽤나 많았는데.’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직접 발로 나서며 방문하는 선생님들은 극히 드물다. 교사라는 직업이 수업이 끝나고도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바쁜 직업이기도 할 뿐 더러, 그 많은 반 아이들을 하나하나 직접 신경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피로하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그나저나 수정이 너, 참관수업 있다는 얘기는 왜 안하고 있었어?”
“….까먹고 있었써.”
“뻥치지마. 한번 본 건 죄다 완벽하게 기억하는 얘가 뭔소리야.”
“….”
“말해봐. 뭐 때문에 말 안하고 있었는데?”
“…화 안낼꺼야?”
“선대답, 후결정.”
“….”
대답 먼저 들어보고 결정하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답이 무엇이든 간에 이한성은 화를 낼 생각이 딱히 없었다. 이미 대충 무엇 때문인지 눈치채고 있었기에.
“으이그… 그래, 됐다. 묵비권은 인정해 줄테니까 선생님이랑 같이 가서 자리에 앉아있어.”
하지만 영 대답할 기색이 없어 보이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그 이상 억지로 대답을 듣지 않기로 하였다. 그렇게 먼저 수정이와 양혜미 교사를 테이블로 보내놓고는 주문받은 빙수를 만들기 시작한 이한성은 이내 나지막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