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4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44화(1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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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차를 산거다, 이말이야?”
다음날 아침. 이미 수정이는 먼저 학교에 가고 없는 집앞에서, 화연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차가 떡하니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눈에 띄는 새빨간 색상에 슬림한 외관. 어제만 했어도 Hyun대차를 살거라고 말했던 이한성의 발언과는 완전히 상반된, 억 소리가 나는 Fe라리의 자태. 남자친구의 집앞에 그런 사치의 극의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으니 그런 화연의 반응은 지극히도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암, 그렇지. 애 참관수업 가는데 기죽으면 안되잖아.”
“…이런걸 타고 가면 다른 애 부모들이 기가 죽을 것 같은데.”
“원래 기를 좀 죽여놔야지 다른 사람들이 허튼소리를 못하는 법이야.”
오늘 참관수업에서 내 욕을 했다던 그 정우라는 친구와 그 잘나신 부모님의 기를 단단히 죽여놓을 생각이다. 그래야지 수정이가 학교에서 무시받을 일이 없을테니까.
화연의 걱정에 이한성은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듯이 그렇게 대답하며 잠겨있던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러자 이내 새차냄새가 그의 코끝에 진하게 풍겨왔고, 이한성은 그대로 안전벨트를 메고는 시동을 걸며 화연에게 어서 타라는 듯이 손짓했다.
“빨리 타. 이러다 늦겠네.”
“…하아,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이한성의 재촉에 화연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조수석에 않아 차 문을 닫고는 안전벨트를 메었다. 그리고는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회상하며 어젯밤의 일을 조용히 떠올렸다.
–––––––––
“참관수업?”
[어. 내일 있다더라.]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 이미 해가 지고 조촐하게 야식을 먹으며 작성한 리포트를 정리하던 화연은 핸드폰 너머로 사귄지 얼마 안된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설마 내일이 바로 참관수업인데 지금까지 아예 모르고 있었던거야?”
[수정이 걔가 말을 안해줬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오늘 걔 담임 선생님이 직접 가게에 와가지고 알려줬다니까.]“아니, 왜…? 수정이 성격에 참관수업을 숨길 이유가 없을텐데…”
[왜긴 왜겠어. 보나마나 또 애답지도 않은 생각이나 해서 그런거겠지.]핸드폰 너머의 이한성이 한숨과 함께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확실히 수정이가 꼭 이상한 부분에서 어른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화연은 말투로 보아 그 애답지도 않은 수정이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한 이한성에게 물었다.
“확실히 수정이가 가끔가다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참관수업 같은 중요한 일을 너한테 말하지 않은 건 좀 이해가 안되는데.”
[…하긴, 화연이 넌 이해하기가 좀 힘들 수도 있겠다.]“?”
600년이나 살아온 자신이 이해 못하는 일이 대체 무엇일까. 이한성의 말에 의문과 호기심을 품은 화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참관수업이란 말이지, 초등학생들 간의 무력시위나 다름 없어. 누구 부모님이 더 잘 빼입고 아빠나 엄마 빠짐없이 둘다 참석했는지에 대한 유무에 따라 아이들의 권력이 결정되는게 바로 참관수업이라고.]“…애들 참관수업을 무슨 국가간의 문제처럼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아주 이해하기가 쉬운 비유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적절하다고 말하기에는 좀 거창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초등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화연은 자신이 생각하는 참관수업이라는 것과 이한성이 알고 있는 참관수업이라는 것이 아예 별개의 존재인 것 처럼 느껴진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애들한테는 부모가 국가나 다름 없는 존재지 뭐. 나 때는 어느 한쪽도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어서 별별 애들한테 무시를 다 받았는데.]“….”
순간 한 어린 소년이 홀로 반에서 붕 뜬 채 수업시간에 교실 뒤편을 흘끔거리며 쳐다보고는 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광경이 화연의 눈가에 아른거렸다. 부모님 문제 때문에 힘든 학교생활을 했었을 이한성의 과거를 상상해버린 그녀는 그제서야 수정이가 참관수업에 대해 이한성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탁 좀 하나 하려고.]“…부탁?”
[어. 우리 애가 학교에서 무시받지 않게,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함마로 뚝배기가 내리쳐진 듯한 느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신호도 없이 훅 들어온 이한성의 부탁에 화연은 그가 어떤 계획으로 그런 말을 꺼낸 것인지 한순간에 이해하며 커피를 마시다 말고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쿨럭!! 켈록, 혀, 협조라니 너 설마…”
[뭘 대단한 반전이라도 알아낸 것 처럼 놀라고 그래? 애 돌보는거 도와주겠다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그그그그래도 그렇지! 나까지 참관수업에 가는 건 좀 오버 아닐까…? 이런건 수정이의 의견도 물어봐야-”
[정말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사실은 말이지, 내가 여니를 엄마로 만들려고 노력중이야.
예전에 본의 아니게 엿들었던 수정이의 말이 화연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수정이가 이미 한참 전 부터 자신을 엄마 후보로 지정해 두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녀는 할 말을 잃은 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침묵은 긍정이었다.
“…몇 시 까지 가면 되는데…?”
––––––––-
일이 그렇게 되서 참관수업에 같이 가게 되긴 했지만… 정말 괜찮은걸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지나가고 다시 현재. 억 소리나는 Fe라리의 조수석에 앉은 채 아직도 자신이 수정이의 참관수업에 이한성과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가 않았던 화연은 상당히 긴장한 모습으로 안전부절 못해 하며 운전석에 앉은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 아 맞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걸어야되지?”
“….”
…정말로 괜찮은걸까.
자신이 수정이의 참관수업에 엄마 대신으로 참석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둘째 치고 1주일만에 면허를 땄다는 이한성의 운전실력이 당정 걱정해야할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은 화연은 영 못미더운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우우우우웅!!]시동을 걸기 무섭게 날쌘 엔진음이 귓가에 울려퍼지며 화연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다르게 정작 운전하는 사람의 반응은 태평하기 그지 없었다.
“오, 과연… 이게 바로 Fe라리인가? 시험장 차 랑은 시동거는 것 부터가 느낌이 아예 다르네.”
“저, 저기… 면허 딴지 얼마 안됐으니까 일단은 천천히-”
[부우우웅!!]전진 기어를 넣고 페달을 밟자마자 울려퍼진 엔진음이 화연의 잔뜩 겁 먹은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그에 비해 아주 살짝 밟았음에도 급출발을 해버린 이한성은 놀라기는 커녕 한껏 들뜬 기색을 내비치며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이야… 확실히 야생마네 야생마. 밟는 쾌감이 있어.”
“히익…?!”
거칠기 짝이 없는 드라이빙이었다. 아무리 면허를 땄다고는 하나 아직 잉크도 제대로 마르지 않은 면허증을 보유한 이한성의 운전실력이 부드러울리가 없었다.
급정거에 급출발은 기본이요. 속도제한을 다이나믹하게 넘나드는 스피드로 한마리의 야생마를 모는 이한성. 보통 초보운전자는 운전대를 잡는 것 만으로도 지레 겁을 먹고 옆에 앉은 사람이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기 마련인데, 둘의 상황은 어째 정 반대였다.
위태위태하게 차를 몰고 있음에도 한치의 걱정도 없어 보이는 이한성과, 조수석에 앉은 채 완전 겁을 먹어 눈물까지 글썽이며 안전벨트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화연. 그렇게 입장이 뒤바껴버린 채로 Fe라리가 급정거와 급출발을 반복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전혀 끝날 것 같지 않던 기나긴 공포의 3분이 지나가고 나서야 두 남녀는 무사히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다 왔는데 안 내려?”
“…미안. 나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아.”
도착했는데도 안전벨트도 안풀고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있는 화연을 본 이한성이 묻자,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덜덜 떨었다.
? 어디 아픈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듯한 표정인데.
본인의 운전이 문제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이한성. 그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사색이 된 것이 본인 때문이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녀에게 운전 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하며 차에서 내려 못 움직이겠다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나 돌아갈 때는 그냥 버스 타고 갈래…”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내려. 몇 분 탔다고 멀미야?”
꾀병을 부리는 것만 같은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말없이 그를 째려보았다. 그러자 이한성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이상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누구네 부모야…?”
“이 학교에 재벌 3세라고 다니고 있나…”
“부부가 되게 젊어 보이는데… 아내 쪽은 어디 모델 하는 사람인가?”
차에서 내린지 얼마 되지도 않아 먼저 도착해있던 다른 학부모들의 온갖 수근거림이 잔뜩 울려퍼지며 이한성과 화연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화연의 외모가 워낙에 눈에 띄는 것도 있었지만, 억 소리나는 차를 몰고 학교에 등판을 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좋아. 기선제압은 성공이구만.”
“…넌 이 상황이 부담스럽지도 않니?”
“우리 애 기 살려주려고 이러는건데 부담스러울게 뭐 있어.”
“….”
순간 화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이한성이 수정이를 “우리 애” 라고 부르는 것을 자각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반응하시면 저 까지 좀 부끄러워집니다만.
화연의 반응에 본인의 행동을 똑같이 자각해버린 이한성은 그녀과 함께 얼굴을 붉혔고, 갑자기 확 느껴지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하여 주머니에서 선글라스 한 쌍을 꺼내 그중 하나를 화연에게 건네주며 화제를 돌렸다.
“…이거 써.”
“…? 갑자기 왜?”
“…원래 스포츠카를 타면 이거 쓰는게 국룰이야.”
“…국물?”
신조어 따윈 알지 못하는 600년산 엘프. 국룰이라는 단어를 국물로 잘못 알아들은 그녀의 반응에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고, 이내 낯간지러웠던 부끄러움이 한순간에 날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암튼 쓰는게 있어보이니까 써.”
“으, 으응.”
얼떨결에 이한성이 내민 선글라스를 받아 착용한 화연. 그렇게 선글라스를 착용하자 이한성 또한 그녀의 뒤를 따라 같은 모양의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그렇게 플렉스 느낌이 물씬 풍겨나게 된 둘은 주변에 모인 다른 학부모들의 이목을 아낌없이 끌며 당당하게 개원 초등학교의 정문에 입장하였다.
본인들의 참석이 그날 1학년 2반의 참관수업에 파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