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4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48화(14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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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현실과의 타협: 양예은 알바생을 해고하고 그녀의 부모들과의 충돌을 피하십시오.] [획득 가능 보상: 2천만 골드 / 일회용 텔레포트 스크롤x5] [아이 해브 어 드림: 양혜미 교사의 부탁을 거절하고 양예은 알바생의 꿈을 도와 그녀의 부모님을 설득시키십시오.] [획득 가능 보상: 4천만 골드 / 히든 스킬 / 추방된 검사의 부러진 검] [퀘스트는 오직 하나만 수락할 수 있으며, 한쪽을 수락할 시 다른 쪽은 거부한 것으로 진행됩니다.]…오랜만에 나타났네.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최근들어 영 보지 못했던 퀘스트 창이 눈앞에 떠오르자, 이한성은 조금 반갑다면서도 귀찮다는 느낌이 동시에 드는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살펴보았다.
‘시스템 얘도 참 나한테 별걸 다 바란다니까… 얘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었으면 분명히 지구상에서 제일가는 오지라퍼였을 걸?’
알바생에 불과한 소녀를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물어보는 듯한 두개의 퀘스트에 이한성은 내심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자가 편하기는 하지. 알바생 하나 자르는 것 만으로 2억을 벌 수 있으면 장땡이니까.’
이한성에게 있어서 양예은은 어디까지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생에 불과하다. 애초에 신분을 속이고 알바자리를 구한 건 양예은 쪽 이었으니 그녀를 해고할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전자를 택했을 것이다. 잘 알지도 모르는 남의 집 일에 끼어들어서 좋을 것도 없고, 단지 해고하는 것 하나 만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리고 이한성은 나름 스스로를 현실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굳이 이걸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의문을 품을 정도로 편하게 전자를 택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한성은 이 순간까지도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간단하기 그지 없는 문제에 선뜻 전자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자라온 가정환경 때문에 부모님이라는 존재와 엮인 문제들에 민감한 것도 있었고,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소녀가 그런 숨막히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동정심이 든 것도 있었으며, 후자가 더 보상이 짭짤했기 때문도 한몫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첫번째 퀘스트의 제목이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전자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현실과의 타협. 사람이라면 살면서 반드시 입에 담게 되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주제.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그 중간을 찾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단어.
꿈이 마라톤 선수라면 현실은 모래주머니. 뛰고자 하는 마라톤 경기가 크면 클 수록, 움직임을 제한하는 모래주머니는 그에 반비례해 무거워진다. 꿈이 크면 현실의 벽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서일까, 이한성 또한 늘 타협이라고 생각하며 별 다른 꿈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졌던 출발선은 남들에 비해 너무나도 뒤쳐져 있었으니.
다만 그건 타협 같은 것이 아니다. 현실이 힘들고 두려워 굴복하는 것일 뿐.
학생 시절 이한성의 꿈은 지극히도 간단했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흔해빠진 꿈이었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랬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공부라면 공부, 기술이라면 기술,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파고들어 노력이라는 것을 때려부었더라면 반 정도는 이뤄낼 수 있었을 꿈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렸다.
부모 때문에, 경제사정 때문에, 공부를 못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들먹이며.
저 나무 위에 맺힌 포도가 참으로도 달콤해보였지만, 단지 그 포도가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아보인다는 이유로 포도를 손에 넣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시절의 내가 시도라도 한번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가 처음으로 후회해 보았던 것이 바로 집을 나와 처음으로 월세집에 세를 들어 자취를 시작했을 때였다.
받는 건 최저시급, 업무환경은 대체적으로 최악, 끼니의 대부분이 컵라면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여가생활을 할 시간 따윈 없고, 그저 자고, 일하고, 자고 일하고 하는 일상만이 끈임없이 되풀이되는 인생.
그런 지칠대로 지치는 생활을 1년, 2년을 하다 보니 든 생각은 다름이 아닌 후회.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거, 최소한의 발악으로 기술이라도 한번 배워볼 걸, 하고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후회 뿐.
불과 작년까지만 했어도 하루의 절반을 그런 생각과 함께 무의미하게 살아왔던 것이 바로 이한성이라는 인간의 인생이었다.
그래서 그는 현실과의 타협이라는 허울좋은 변명거리를 곱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었다.
“거절하겠습니다.”
“….”
한동안의 침묵 끝에 무미건조해진 공기 속에서, 이한성의 단호한 대답이 건조함을 타고 울려퍼졌다.
[퀘스트: 아이 해브 어 드림을 수락하셨습니다.]대답이 울려퍼진 것과 동시에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알림창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눈앞에 앉은 양혜미 교사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을 이어갔다.
“예은이 학생이 이래뵈도 일을 꽤나 잘하는 우수한 알바생이라서 말입니다.”
말을 영 안하는 것만 빼고 말이지.
괜히 민망해지기 않기 위한 변명이었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가게에서 해영이 다음으로 일 잘하는 알바생이 바로 예은이었으니.
물론 일을 특출나게 잘한다기 보다는 다른 둘이 일재주가 영 없는 편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괜찮으시겠어요? 저희 부모님이 알게되신다면… 분명 일이 커질거예요.”
“일이 커져봤자 뭐 얼마나 커지겠습니까. 기껏해야 가게에 찾아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난리치기 밖에 더하려고?”
“…네. 아마 두분이라면 아주 심하게 그러실거예요. 장사에 지장이 갈 정도로…”
“그럼 그때가서 영업방해로 경찰 부르고 하면 되겠군요. 법적으로 아예 고소를 해버리던가.”
그 부모라는 작자들이 무슨 국회의원인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재벌인 것도 아닌, 그저 좀 잘나가는 대학의 교수와 의사일 뿐인데 장사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차해서 법적문제로 까지 일이 커진다면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고.
진상 손님이야 어차피 하루에 한두번 정도는 마주치니 별 다른 문제라고 조차 여기지 않았던 이한성은 정말로 한치의 걱정도 없는 얼굴과 함께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런 이한성의 대꾸를 들은 양혜미는 잠시 벙 찐 얼굴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핫, 아하하핫!”
“…?”
저기요, 님 부모님을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하겠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웃기시답니까?
“아, 죄송해요. 저희 부모님이 고소장을 받고 열받아 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그만.”
“…그게 웃긴 일입니까?”
“그럼요. 그 권위적이기 짝이 없는 분들을 열받게 한다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걸요.”
어지간히도 부모님한테 쌓인게 많았었나보다. 뭐,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도 내 아버지라는 인간이 고소장 받고 열받아서 좋아 죽으려고 하면 아주 그냥 팝콘을 싸들고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겠지만 말이야.
이한성은 그렇게 생각해 보지 양혜미 교사의 반응도 납득이 된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지금껏 꺼내지 않았던 의문을 내뱉었다.
“…그나저나 부탁을 거절당한 것 치고는 기분이 꽤나 좋아보이십니다만?”
저 사람의 성격이라면 부탁을 거절 당하고 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귀찮게 계속해서 메달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이한성이 봐왔던 양혜미 교사의 이미지는 전형적이게 순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으니.
“기분 나쁠 것이 뭐 있겠어요. 부탁이라는 건 처음부터 거절 당할 걸 각오하고 하는건데.”
거절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거절을 당하는 것과,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상태로 거절을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거나 지나가다가 레고를 밟는다거나 하는 일이 유독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심 수정이 아버님이 제 부탁을 거절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예? 아니, 그럴거면 왜 굳이 그런 부탁을…”
거절 당할 걸 기대하고 부탁을 했다고? 방금 사람을 시험했다 이건가?
“그야 어느쪽이던 간에 예은이를 이대로 두는 것 보다는 나을테니까요.”
양혜미가 쓴웃음과 함께 살짝 미안하다는 마음이 내비친 눈빛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미안함이 섞인 시선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다. 필시 그녀 본인의 동생을 향한 것이리라. 이한성은 눈치만으로도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제가 교사가 되겠다고 막무가내로 집을 나왔을 때… 정말 후회를 많이 했어요.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거든요.”
양혜미 교사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그토록 권위적인 부모님에게 한바탕 폭탄을 터뜨려놓고 가출하다시피 집을 나온 이후로, 양혜미의 생활은 인생 그 어느때 보다도 힘들어졌었다.
어찌저찌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으로 때웠던 생활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학교도 다니면서 주말마다 틈틈히 알바를 뛰어야 했던 그녀의 생활은 지금껏 늘 부모의 지원을 아낌없이 받아웠던 그녀가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험난했었다.
“자격증 따는데 몇번이나 떨어지고… 계속 부모님이 문자로 압박하다 보니까 회의감이 자꾸만 들고… 솔직히 우을증 때문에 약도 먹고 그랬던게 바로 2년 전의 일이에요.”
그나마 이렇게 어엿하게 교사가 될 수 있던 것이 행운이지만.
양혜미는 속으로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그녀 본인이 겪었던 험난한 과정들을 돌이켰다. 그 모든걸 어찌저찌 이겨내고 정식교사가 된 지금에도, 지난 과정들을 다시 한번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예은이의 꿈을 도와준다면… 그 애는 아마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겠죠.”
그나마 성인이었던 자신 조차 겨우 이겨냈던 것을, 아직 학생에 불과한 예은이가 쉽게 이겨낼 수 있을리가 없다. 이겨낸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아예 무너져내려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
언니인 양혜미의 생각은 그랬다. 하지만 그녀 본인도 부모님에게 꿈을 부정당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당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동생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같이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양혜미는 어느쪽이든 좋았다. 이한성이 부탁을 들어주든, 거절하든, 두가지 다 그녀가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것이었으니.
“저는 그냥 예은이가 무난하게 행복했으면 좋을 뿐이에요.”
“….”
왜 그 부모라는 인간들 보다 언니라는 이 사람이 더 예은이의 부모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분명 부모라는 작자들이 부모노릇을 제대로 못해줘서 그런거겠지.’
양예은은 좋은 언니를 두었다. 이한성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시간이 벌써 꽤나 흘렀다는 것을 깨달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한교시 내내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킬 수도 없으실테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아버님!”
짤막히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서려던 그 순간, 양혜미 교사가 급하게 이한성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이에 대화는 이미 다 끝났음에도 자신을 붙잡아 세우는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품은 이한성은 조용히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하실 말 더 있으십니까?”
“네, 그… 생각해 보니까 앞으로 예은이를 어떻게 하실 건지 깜빡하고 묻지를 않아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씀드린대로 해고는 안 할 테니깐요. 학교 문제도 있으니까 스케줄도 맞춰서 조정을 할거고요.”
“네? 하지만 스케줄을 바꾸신다고 해도 예은이는 남는 시간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텐데요…?”
“아뇨, 그럴 일 없을겁니다.”
학교 생활을 고려해 스케줄을 줄여도 양예은이라는 아이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피아노를 사기 위해 학교를 빠질 것이다. 그런 양혜미의 이의는 전혀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었음에도 이한성은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대답 할 수 있었다.
“가게에다 피아노 한대를 들일 생각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