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5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52화(152/245)
152
“자, 얼른 타시죠.”
“….”
토요일의 이른 아침부터 집앞까지 차를 끌고 픽업을 하러 온 이한성의 모습에, 화연은 불안불안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는 눈치를 내비췄다.
“…그냥 기차나 고속버스 타고 가면 안될까?”
여전히 이한성의 운전 실력을 신뢰할 수가 없는 화연.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이한성은 면허를 딴지 3일 밖에 되지 않은 완전 초짜 드라이버였고, 초짜답게 운전실력도 거칠기가 짝이 없었기에 그녀가 이제와서 그런 반응을 내비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차가 있는데 굳이?”
“그… 차는 타고 가다가 사고 날 수도 있잖아.”
“버스랑 기차도 충분히 사고가 날 수 있는뎁쇼.”
뉴스를 보면 버스 기사가 졸음운전을 해서 승객들이 전원 사망한다거나 기차가 탈선을 해버려서 사람들이 다치고 그러는 일이 잊을만 하면 빈번하게 나오던데.
차 타고 여행가다가 사고가 날 것을 두려워 한다면, 아예 탈 것이라는 걸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한성은 그렇게 자신의 운전 실력이 형편 없어서라는 것이 이유라는 사실은 조금도 깨닫지 못한 채 화연이 쓸데없이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얼른 차에 타라고 그녀를 재촉했다.
“그냥 빨리 타. 어차피 사고 난다고 해도 마법으로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을텐데 뭐.”
마법으로 시간을 멈출 수도 있고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도 있는 주제에 고작 차를 무서워하는 말이나 되냐고.
“…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기차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안전-”
이한성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화연은 여전히 머뭇거리며 차에 올라타기를 거부했다. 지난번에 수정이의 참관수업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딱 3분인가 5분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의 운전 실력에 주마등을 보았는데, 전주에 도착할 때 까지 이한성의 모는 차를 타고 그의 운전실력을 견딜 수 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꾸만 머뭇거리는 그녀의 태도에 인내심이 바닥나버린 이한성은 말 대신 행동으로 나설 뿐이었다.
“빨리 타시죠 여사님.”
“자, 잠깐-”
이한성이 운전석에서 잠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열고 머뭇거리던 화연을 그대로 차 안에다가 밀어넣었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당황하며 이한성의 손길에 저항하려고 하였지만, 그러기도 전에 이한성은 이미 그녀를 조수석에 앉힌 뒤였고, 자리에 앉게 한 것도 모자라서 안전벨트까지 대신 채워주고 있는 와중이었다.
“너, 너무 가까운데요…”
이한성의 옆얼굴이 바로 얼굴 코앞에 비춰지는 광경에, 화연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인생 경험이 600년에 달하는 그녀였지만, 하필이면 지난 600년 동안 살아왔던 나라가 유교를 장려하는 꽉 막힌 국가였기에 그녀에게 이성에 대한 저항은 거의 없다시피한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즉, 남녀칠세부동석을 600년 동안이나 실천해온 그녀가 이렇게 코앞에서 비춰지는 이성의 옆얼굴 만으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안전벨트를 손수 채워주고 있던 이한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와 씨… 향수라도 뿌렸나…? 대체 뭘 뿌렸길래 냄새가 뭐 이리 좋은거야…? 아니, 그것보다 아까부터 내 귀에 자꾸 부드러운 무언가가 스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지는거다. 그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정신을 호시탐탐 장악하려 드는 음란마귀에게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는 이한성. 적어도 오늘밤이 오기 전 까지는 그 음란마귀를 어떻게든 억눌러야 했던 그는 무념무상에 통달한 정신력으로 머릿속의 마구니를 때려죽였다.
“….”
“….”
서로 말이 없어진 두 남녀. 어째 민망하기 그지 없는 상황속에서, 둘은 그렇게 입을 꾹 다문 채 최고사양의 모바일 게임을 돌리고 있는 핸드폰마냥 발열된 얼굴로 서로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렇게 덥기 그지 없는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5초라는 시간이 거의 5분과도 같이 느껴졌던 이한성은 무사히 화연에게 안전벨트를 채워줄 수 있었고, 그대로 재빠르게 운전석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출발할까?”
“…그래.”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어색하고 민망해진 분위기. 이제 막 열매를 맺은 시퍼런 풋사과보다도 더 풋풋한 두 연인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짧막히 대화를 나누고는 여행의 첫단추를 꿰맸다.
방금 전의 상황 때문에 긴장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이한성은 본인이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던 평소의 거친 운전실력과는 다르게 평소보다 부드럽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낮은 엔진음과 아직도 가득한 새차냄새가 주위에 풍겼지만, 어째서인지 그 사이에 섞인 옅은 숨소리와 부드러운 냄새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궁예이시여, 부디 제 머릿속의 마구니를 때려 죽여주시옵소서… 아직은 때가 아니옵니다.’
역사 속의 폭군에게 기도를 할 정도로 남자의 본능(?)과 치열하게 소리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던 이한성은 빳빳한 자세로 핸들을 붙잡은 채 최대한 시선을 앞에다 두었다. 그러자 그런 그의 잔뜩 긴장한 것 처럼 보이는 모습을 본 화연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나지막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운전의 무서움을 깨달았나 보구나. 다행이다.’
가는 길 내내 급가속과 급정거의 반복을 겪어야만 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사실에 그저 안도한 화연은 아까보다 많이 긴장이 풀린 시선으로 이한성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을 걸었다.
“저기 그… 옷 잘 어울린다.”
“….”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 아무거나 내뱉은 말. 편한 것만 골라입는 평소와는 다르게 나름 데이트라고 쫙 빼입은 이한성의 모습을 눈여겨 본 화연이 그렇게 말하자 이한성 또한 입을 열며 아무거나 내뱉었다.
“너도 냄새 잘 어울리는데.”
“…??”
…x발. 말이 헛나왔다.
갑자기 난데없이 냄새가 좋다고 말해도 이상하게 들리는 건 매한가지인데 냄새가 잘 어울린다니, 무슨 번역기라도 돌린 것 처럼 밖에 안들린다. 그렇게 이한성은 괴상하기 그지 없는 본인의 대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며 황급히 말을 바꿨다.
“아니, 향수 잘 어울린다고.”
“아… 나 향수 안뿌렸는데.”
“…네?”
그 냄새가 내츄럴이라고?? 아니, 어떻게 체취에서 그렇게 부드러운 향기가 날 수 있는건데?? 사람이세요??? 아, 맞다. 사람 아니지. 엘프지.
유명 브랜드 향수 뺨치는 체취가 순 내츄럴이라는 화연의 말에 이한성은 모든 엘프들이 다 저런 체질인 걸까, 하고 의문을 품으며 다시금 엘프라는 존재가 괜히 서브컬쳐 속에서 아름답게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
…그리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함께.
“…혹시 전주에 가본 적 있어?”
이번에 먼저 침묵을 깬 건 이한성이었다. 운전대를 붙잡은 채 시시콜콜한 대화라도 나누고자 그렇게 입을 연 이한성의 말에, 화연은 살짝 미안하다는 말투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가본 적이야 많지. 아예 거기에 살았던 적도 있었는걸.”
“…하긴, 그렇겠네.”
600년이나 한반도에서 살다 보면 원치 않아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그 시대의 기준으로 눈에 띄는 외모를 지녔던 그녀라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한반도 이곳저곳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을 돌아다녔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이한성은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 말고 해외 여행이라도 알아볼 걸 그랬나…’
600년 동안이나 이 작은 반도에서 살아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국내 여행은 너무 식상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유럽이나 북미 쪽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더라면 그녀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이한성은 그렇게 후회하며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본인을 나무랐다.
“그래도 괜찮아. 가본지 오래 되기도 했고, 또… 혼자 가는 것도 아니니까.”
“….”
화연이 이한성을 흘끔 쳐다보며 많이 아쉬워하는 그를 달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이한성은 그저 말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고, 다시 한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뼛 속 까지 독신주의 였던 본인이 정말로 연애라는 것을 하며 데이트까지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
전주. 먹거리의 성지이자 옛 전통을 아직까지도 보전하고 있는 유래깊은 도시.
당장 전주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전주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한옥마을이다. 어딜가나 고층 아파트만 가득하다 시피 한 땅 좁은 한국에서 보기 드물다 할 수 있는 한옥마을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꼽히기 마련이고, 이를 증명하듯 주말의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객들로 차고 넘치는 일상을 보유하고 있다.
차를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30분 내내 주차장 안을 방황하게 될 정도로.
“아니, 어떻게 자리가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 양심적으로 15분 기다렸으면 한대 정도는 차가 빠져야 하는 거 아니야??”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30분 동안이나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같은 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처지에 깊은 빡침을 느낀 이한성이 잔뜩 열받은 목소리로 그렇게 불평을 내뱉었다.
“…그러게. 버스나 기차를 타고 왔으면 진작에 들어가서 벌써 한창 구경 중이었을 텐데 말이야.”
이한성의 불평에 화연 또한 꽤나 뒤끝이 있는 목소리로 그렇게 덧붙였다. 벌써 30분 동안 주차장 안을 방황하는 동안 휴게소에서 샀던 호두과자를 전부 남김없이 싹쓸이 해버린 그녀는 자신도 슬슬 짜증이 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고, 동시에 타이밍 좋게 자리에서 빠지려는 차 한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아, 저기 차 빠진다!”
“어디?!”
화연의 외침에 번개처럼 반응한 이한성은 곧바로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말대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승용차 한대가 천천히 후진을 하며 자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있던 이한성은 곧바로 이제 막 생긴 주차장의 빈자리를 향해 차를 가까이 갖다댔다. 아직 면허를 딴지 며칠 되지도 않은 탓에 주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남들보다 길었던 이한성은 조심스럽게 차를 빈공간으로 몰기 시작했고, 이내 기쁨과 함께 외쳤다.
“오케이! 드디어 주차를 할 수 있-”
[끼이익!]그러나 그런 그의 기쁨에 찬 외침은 귀에 거슬리는 타이어 소리와 함께 묻혀버리고 말았다.
왠 낯선 승용차 한대가 먼저 대기하고 있던 이한성을 제치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당당하게 자리를 새치기 한 것이었다.
“???”
뭐지 저 x끼는?? 남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걸 뻔히 보고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자리를 훅 뺏어간다고?? 이래도 되는건가???
초보운전자라 그런지 이런 상황에 처음이었던 이한성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보가 되어버린 표정으로 당당하게 새치기를 한 승용차의 차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기다리다 지쳤던 화연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그녀 또한 이한성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저건 또 뭐야??”
한국인들의 공통된 종특이라고 할게 있다면, 그건 바로 남녀 구분할 것 없이 기다리는 것을 극도로 하는 점일 것이다. 비록 엘프라고는 하나 그 누구보다도 한국인 다운 한국인이었던 화연은 눈앞에서 자리를 새치기 한 저 승용차의 이름모를 차주를 맹수의 눈빛으로 노려보며 창문을 내렸다.
“이봐요, 새치기를 하면 안되죠.”
차분하지만 빡침이 선명하게 깃들어있는 목소리였다. 이제 막 주차를 끝마치고 차에서 내린 20대 남성과 여성을 향해 그렇게 항의한 화연이었지만, 이에 되돌아온 젊은 커플의 대답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이한성과 화연의 빡침을 한층 더 진화시킬 뿐이었다.
“그러게 주차를 할 거면 빨랑빨랑 하던가요. 그쪽이 굼뜬 거 가지고 생떼 잡지 말죠? 차 좋은 거 몰고다니면 다인 줄 알아요? 추하네 진짜.”
“….”
“….”
새치기를 지적했는데 갑자기 왠 남의 차를 들먹이며 딴소리를 하는 이름모를 20대 남성. 그리고 그런 남자친구의 말에 키득거리며 기분나쁘게 웃는 20대 여성까지, 그런 낯선 커플의 적반하장에 이한성과 화연은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꽉 다물었다.
“…준비 됐어, [한]?”
“…물론이지, [화].”
말로 내지 않았음에도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이한성과 화연은 그렇게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짧막히 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한성과 화연은 사전에 호흡이라도 맞춘 듯 일제히 손가락을 튕겼다.
[스킬: 스테이시스 필드를 시전합니다.] [10분 동안 시간의 흐름이 정지됩니다.]이한성이 손가락을 튕긴 것과 동시에 [스테이시스 필드] 스킬이 발동하며 주변의 풍경을 흑백으로 물들였고, 시간을 멈춰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이한성의 스킬이 시전되기 무섭게 화연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 [텔리포트]를 사용해 이름모를 커플들과 그들이 몰고온 승용차를 보이지 않는 어디론가 치워버렸고, 그렇게 이한성은 멈춘 시간 속에서 다시 빈 자리가 된 공간에다가 여유롭게 주차를 끝마쳤다.
새치기 당한 자리를 다시 돌려받은(?) 이한성은 지속되고 있던 스킬을 해제해 다시 시간을 흐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호흡을 완벽하게 맞춘 화연과 함께 서로의 손뼉을 때렸고, 본인들의 승리를 만끽하였다.
지금쯤 얼이 빠진 채 멍청이 처럼 입을 벌리고 있을 이름 모를 20대 주차빌런 커플을 비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