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5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56화(156/245)
156
“감히 내 앞에서 라떼를 논해???”
본인보다 새파랗게 어린 존재한테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며 철 지난 유교를 강요당한 화연이 잔뜩 열받은 목소리와 함께 욱 하며 아직 환갑도 안치른 듯 보이는 노인을 향해 전격을 날리려고 했다.
“워워워, 진정해 진정.”
노인네한테 함부로 전기공격을 날렸다가는 심장마비로 훅 가버릴 수도 있다고.
너무 열받은 나머지 주변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을 사용하려던 화연에게 이한성은 그렇게 말하며 날뛰려던 그녀를 붙잡았다.
“놔, 잠깐만 놔 봐, 잠깐이면 되니까.”
“어허,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르신.”
“아니, 진짜 아무것도 안할테니까 아주 잠깐만 놔 봐. 저거 머릿속에 든 썩어빠진 유교사상만 딱 지울려니까.”
“그리고 저 인간은 바로 치매 환자가 되겠지. 안돼.”
마법으로 특정한 기억만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전에 들었던 그녀의 설명을 떠올리며 이한성은 유교사상 하나 지우겠다고 사람을 치매 노인으로 만들어버리려는 그녀를 단호하게 막아세우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 좀 참으라니까…”
“넌 화도 안나니?? 저 인간 때문에 어?? 기껏 사람이 용기내서 진도 좀 빼려고 하니까 뭐?? 라떼는???”
“당연히 나도 빡치지.”
그런데 그렇다고 사람 하나를 아주 보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왠 생판 이름도 모르는 꼰대한테 키스를 방해받아 열이 제대로 뻗치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사람 하나를 반병신이나 치매환자로 만들어버릴 수는 없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인생이 꼬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본인도 화연 못지 않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뚜껑으로 억누르며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렇게 이한성이 필사적으로 사람 하나 살리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이름모를 꼰대 노인은 계속해서 화연과 이한성을 자극하려 들 뿐이었다.
“사람이 말이야, 엉? 활쏘기 체험장에 왔으면 조용히 활이나 쏠 것이지, 어딜 남녀끼리 붙어서 남사스러운 짓이나 해대려고 해??”
“…저기요, 영감님. 그만하시죠?”
계속 그랬다간 나도 이 성난 엘프를 확 풀어버릴라니까.
한번 꼰대짓 했으면 됐지, 한번으로 못참고 계속해서 꼰대짓을 하려드는 노인의 모습에 이한성은 말만 존대를 붙였지, 금방이라도 확 붙들고 있던 화연을 놓아버릴 기세로 짜증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어어? 이 x끼 봐라, 어른이 말하는데 말대꾸를 하네?? 나 원 참, 예의가 없는 것도 유분수지.”
하지만 꼰대 노인은 그런 이한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듣기만 해도 띄거운 목소리와 함께 들고있던 국궁에다 화살을 매겨 20m 쯤 앞에 위치한 표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팍!]“….”
나름 활 좀 쏘는 편이었는지 노인이 쏜 화살은 그대로 과녁을 향해 날아가 정중앙에 박혔다. 그러자 이에 노인은 본인의 솜씨를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보라는 듯이 웃으며 이한성과 화연을 일부러 무시하기 시작했다.
‘허, 활 쏘는 거에 겁먹어서 입도 뻥긋 못하는구만. 이래서 요즘 것들은 말만 많다니까.’
일부러 위압감을 주려고 쏜 화살에 벌레 씹은 표정으로 묵묵히 입을 다문 이한성의 모습에 꼰대 노인은 속으로 꼬시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화살을 활에다 메겼다.
[핑-]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가 노인의 손끝을 벗어남과 동시에 활시위에 메겨져 있던 화살은 그대로 표적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이번에도 정중앙에 명중할 것이 분명하다고 장담하며, 노인은 그렇게 기가 팍 죽었을 이한성과 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노인이 쏜 화살이 과녁에 닿는 일은 없었다.
[팅!]왜냐하면 바로 옆에서 쏘아진 화살이 그대로 날아가던 노인의 화살을 과녁에 닿기도 전에 격추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활은 나도 좀 쏘는데.”
당당하게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그 찰나의 순간에 노인의 화살을 본인의 화살로 격추시켜버린 화연의 목소리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노인을 향해 울려퍼졌다.
“….”
날아가는 화살을 격추시킬 정도의 신기. 노린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는 더더욱 있을 수가 없는 현상을 눈앞에서 목도한 꼰대 노인은 입을 떠억 벌린 채 경악어린 표정으로 화연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런 노인의 시선을 느낀 화연은 픽 웃으며 다음 화살을 당당하게 활시위에 메겼고, 과녁과는 완전히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조준하고 활시위를 놓았다.
[핑-]빗나갈 것이 당연할 각도로 쏘아진 화살은 활시위를 벗어나기 무섭게 과녁과는 동 떨어진 방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 날아가던 화살은 갑자기 유도 미사일이라도 된 듯 곡선을 그리며 방향을 바꾸었고, 그대로 이미 과녁 정중앙에 박혀있던 노인의 화살을 반으로 갈라버리며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그 뭐냐, 그건가?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 영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는데 저게 진짜 가능하긴 하구나…
거의 영화에서만 봤던 장면을 눈앞에서, 그것도 본인의 여자친구가 현실로 되살려내자 이한성은 참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사냥꾼의 손에 키워진 엘프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고려시대 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화연을 딸내미 처럼 돌봐줬다고 했던 사냥꾼 최윤복. 비록 역사에 기록된 위인은 아니었으나, 최윤복은 당시 이성계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활솜씨를 지닌 매우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쐈다 하면 무조건 백발백중. 어떤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오던 그것에 방해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100m 밖에서도 손쉽게 사냥감을 맞출 정도. 신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최윤복이 딸내미처럼 키웠던 화연에게 활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거기에다 더불어 화연은 순수 엘프. 테라리움 대륙에서도 엘프는 본래 뛰어난 활솜씨를 지닌 종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소문이 그러하듯 엘프들을 활로 이길 수 있는 종족은 테라리움 역사상 단 한번도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테라리움의 한민족이 바로 엘프들이었으니.
그런데 그런 엘프인 화연이 활의 민족인 한민족으로 부터 활을 배웠다? 그것도 신궁이라는 이명을 지녔을 수준의 실력자에게?
엘프+한민족=궁신(弓神)
즉, 주몽이라도 데려오지 않는 한은 타인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마법이라도 쓴거야?”
“충분히 발달한 궁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지.”
“….”
마법이라고 해야 믿을 것 같은 신기가 마법이 아니라 순전히 100% 피지컬이라는 화연의 대답에 이한성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한성이 그렇게 할 말을 잃을 정도였는데, 꼰대 노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할 말만 잃어버린 이한성과는 다르게 아예 영혼이 가출해버린 것 같은 표정. 너무 비현실적인 일을 현실에서 목격한 탓에 정신이 거의 나가버리다 싶이 되버린 꼰대 노인은 입도 뻥긋 하지 못한 채 멍하니 활쏘기 체험장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화연은 꼴 좋다는 듯이 활을 간지나게 본래자리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그러게 어딜 내 앞에서 유교맨 행세를 해? 확 그냥 진짜 유교가 뭔지 가르쳐줘버릴까 보다.”
“…이미 가버렸는뎁쇼.”
조선왕조 500년 동안 유교문화를 직접 겪으면서 살아왔던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까 도저히 농담이라고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한성은 진짜 유교걸 그 자체인 화연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화연이 꼰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
활쏘기 체험장에서 있었던 소동이 한바탕 지나가고 이한성과 화연에게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다시 평화롭게 한옥마을을 둘러다닐 수 있게 된 두 사람. 방해꾼이 없어졌으니 아까 나가다가 못한 진도를 다시 계속해서 뺄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러기에는 한번 깨져버린 무드의 효과가 너무나도 컸다.
“….”
“….”
쭈뼛쭈뼛 말이 없어진 두 사람. 그나마 무드는 깨졌어도 둘이서 손을 잡는 것 까지는 진도를 뺄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일 것이다.
물론 그정도로 양쪽 다 만족할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돌아버리겠네. 왜 하필 아까 거기서 끊겨가지고…’
‘아까 그 꼰대놈 때문에 이게 뭐야…’
이한성이나 화연이나, 입을 다물고 있는 와중에도 둘의 생각은 다 똑같았다. 마음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바로 아까 하던 걸 마저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두사람. 그러나 한번 나오다 끊긴 똥은 원래 잘 안나오는 법. 비유가 조금 더럽기는 하지만 현재 두사람의 상태를 이보다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비유는 달리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무드를 되살려야하는데…’
시간은 벌써 오후 6시. 슬슬 하늘에 노을이 지고 하나 둘 씩 켜지기 시작한 가로등의 불빛이 보일 시간. 먹고,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체험해 보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현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굴리자, 한가지 묘책이 그의 뇌리를 스치며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가이드 팜플렛에 야경 좋은 장소 추천이 있지 않았었나?’
무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드가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을 찾아야 하는 것과 같이 지극히도 당연한 이치.
타개책의 실마리를 어찌저찌 찾아낸 이한성은 바로 입고있던 한복의 소매에 넣어두었던 팜플렛을 꺼내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가 기억하고 있던 대로 명소의 목록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이에 이한성은 지체할 것 없이 잡고 있던 화연의 손을 끌어당기며 팜플렛에 적힌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 자, 잠깐! 지금 어디 가는거야…?”
“좋은데.”
“좋은데 어디??”
“따라와 보면 알아.”
갑자기 이한성에게 끌려가듯이 달리게 된 화연은 다른 손으로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들어올렸다. 딱 봐도 입고 달리기 불편한 한복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 빠르게 이한성의 발걸음을 따라잡은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나서야 지금 이한성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 방향은…’
세월이 지나 주변의 풍경은 어느곳 하나 예전과 같은 곳이 없었지만, 느낌이나 분위기, 그리고 해가 지는 방향까지 어느곳 하나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화연은 그렇게 과거의 향수를 느끼며 이한성과 함께 발걸음을 멈췄다.
“…오목대.”
“? 여기에 와본 적 있어?”
오목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자가 보이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 장소의 이름을 읊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살짝 놀란 눈치로 그렇게 물었다.
“…이 주변에서는 여기만큼 마을 경치가 잘 보이는 보이는 곳이 없거든.”
살짝 그리움이 느껴지는 듯한 대답이었다. 서로 한복을 입고 있어서 일까, 때지난 향수병이라도 도진 것일까. 어느쪽인지도 알 수 없지만, 마치 지금 이 순간 과거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 화연은 언덕 아래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항상 양반들이 이 언덕에 올라와서 풍류를 즐겼었어. 평범한 백성들도 경치 구경하려고 올라오기도 했었고.”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화연은 언덕 주위를 돌아보며 예전의 기억들을 하나 둘씩 더듬어보았다.
“저기 저쪽에는 논밭이 있었지. 이맘때 쯤이면 모내기가 시작하기 전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었을테지만.”
“….”
“그리고 저기 마을 밑에는 장터도 있었고. 사람들이 워낙에 많이 몰렸던 탓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그걸 다 기억하고 있는거야?”
말투로 봐서는 적어도 200년은 더 된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런 것 치고는 하나하나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화연의 뛰어난 기억력에 감탄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다 기억하긴 힘들지. 그래도 왠지 모르게 여기 오니까… 저절로 떠오르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까 예전이 그립나봐?”
“그런거 아니야… 옛날이 그리울게 뭐 있어. 요즘 세상이 얼마나 살기가 편해졌는데.”
흉년 때문에 굶을 걱정을 안해도 되고, 산길을 지날 때 마다 맹수나 산적이라도 만나지는 않을지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신분의 차이에 서러움을 겪는 일도 없는데 예전을 굳이 그리워할 여지는 딱히 없다.
“다만… 그냥 잊혀지지가 않네.”
산 세월이 많아서인지 가끔가다 이렇게 예전 기억들이 문득 떠올라 과거를 회상하게 하고는 한다. 지나쳐온 풍경도 백 번, 지나쳐온 사람도 백 명, 지나쳐온 세월조차 백 년.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기억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거 알아? 나 사실 여기에 와본 것도 벌써 수십 번 째다?”
“거 많이도 왔었네… 여기 경치가 그렇게 마음에 좋았어?”
“아니. 경치야 여기보다는 금강산이 훨씬 좋은 걸. 그냥… 살다보면 어쩌다 보니까 같은 곳에 여러번 찾아오게 되더라.”
“….”
별 이유는 없다는 화연의 대답에 이한성은 묵묵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그녀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주변의 시간은 흘러가는데 본인만 가만히 멈춰있는 기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삶이 계속되리라는 생각.
결국 혼자 밖에 남지 않는다는 외로움.
고작 80년 밖에 살지 않은 노인들 조차도 옛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떠나간 시절들을 회상하고는 하는데, 600년이나 살아온 그녀라고 다를 것은 없다.
동족과 만나지도 못한 채 낯선 땅에 떨어져 지금까지 홀로 떠돌아다닌 엘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그들과는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그녀는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한성도, 화연 본인도 그런 사실을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말로 꺼낸다 해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구질구질하게 팔자 좋은 신세 한탄, 혹은 멋모른 채 경솔하게 꺼낸 어설픈 동정심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잠깐 나 좀 봐줄래?”
지고 있는 노을 만큼이나 부드러운 화연의 목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닿았다. 어설픈 동정심 없이 조용히 그저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던 이한성은 그녀의 말대로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닿은 것은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감촉. 서로의 입술이 포개어져 만들어진 온기.
키스라고 한다면 키스, 뽀뽀라고 한다면 뽀뽀, 그리고 입맞춤이라고 하면 입맞춤. 표현할 단어는 많지만 결국 전부 다 연인들 사이에서의 애정행위.
“….”
“….”
지금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도 그러할지는 몰랐으나, 적어도 이한성 본인의 생각은 그랬다.
그랬다간 두고두고 회자 될 흑역사가 탄생할 것이 분명했기에.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시간은 고작 3초. 길다면 또 길고, 짧다면 또 짧은 애매한 시간. 그런 시간이 지나가고 두 사람은 천천히 입술을 뗀 채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분명 서로 얼굴이 빨개진 것 처럼 보였던 건 노을 때문이리라. 그렇게 화연은 뒤늦게 찾아온 본인의 대담함에 변명을 붙이며 부끄럽다는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화연의 미소를 눈에 담은 이한성은 나지막히 입을 열어 속마음을 내뱉고야 말았다.
“크르르… 못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