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6화(1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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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이 실체화됩니다.]밝은 빛이 번쩍이며 작은 유리병 하나가 이한성의 손에 쥐어졌다. 얼핏 보면 그냥 물인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몰디브의 비취색을 띄는 유리병 안의 내용물을 본 이한성은 [의심병자의 눈]을 통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읽었다.
[사용시 Mp의 상한치 +1000] [사용시 Hp의 상한치 +1000] [사용시 중상 및 사지절단을 제외한 모든 상처 치료]“…뭐야, 뭐 대단한 건줄 알았더니만 그냥 좀 효과 좋은 후x딘이었어?”
사지절단을 제외한 모든 상처라고 해봤자 종이에 베이거나 하는 수준의 상처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살면서 하필이면 꼭 애매한 곳을 베여서 짜증도 나고 고생도 많이 했던 경험을 이것저것 떠올린 이한성은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세계수의 이슬이 담긴 병의 뚜껑을 열었다.
‘사용하면 Mp랑 Hp의 상한치가 오른다는 설명이 맞다면… 이걸로 애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 애가 열이 펄펄 끓고 생명이 위험한 원인은 Mp 수치가 상한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이슬이 지닌 효과로 아기의 Mp 상한치를 끌어올린다면 마력폭주를 제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이한성의 가설이 맞다는 가정 하의 생각이다. 만약 그의 가설이 틀렸고, 오히려 아기의 상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어버린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서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뭐라도 해 봐야지.”
어느 쪽이든 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확실하게 죽는다. 그러니, 이한성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아이를 구하는 것.
고민할 필요도, 여유도 없는 결단을 내린 이한성은 곧바로 아기가 잠들어 있는 중환자실 안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유리병 안에 담겨진 세계수의 이슬을 아기의 입으로 흘려보냈다.
[세계수의 이슬을 사용하셨습니다.] [사용 대상의 Mp 상한치가 상승하였습니다.] [사용 대상의 Hp 상한치가 상승하였습니다. [상태이상: 고열이 해제되었습니다.]세계수의 이슬이 아기의 입가에 닿기 무섭게 다수의 메시지 창이 번잡하게 떠오르며 이한성의 정신을 사납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그는 짜증을 내기는커녕 연장전이 끝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최후의 골을 넣은 축구선수 마냥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이고야… 심장 쫄려서 죽는 줄 알았네.”
쫄려서 뒤질 뻔 했다. 손모가지를 건 도박판에 선다 해도 이정도로 심장이 쫄리는 일은 따로 없을 것이다.
“우아으….”
“응?”
아기의 상태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안도하던 그 순간, 갑자기 귀에 무척 익은 무언가의 전조가 들려왔다.
“우아아아아아앙!!!”
장군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우렁찬 울음소리.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영문도 모를 자신의 불만을 호소하는 아기가 지닌 유일한 리액션.
예전 같았으면 귀에 거슬린다고 온몸으로 짜증을 표출했을 이한성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달랐다.
다시는 듣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울음소리를 이렇게 바로 옆에서 들으니 마음 속 어딘가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귀에 거슬리기 그지없는 소리를 듣고도 마냥 기뻐하는 본인의 모습을 자각한 이한성은 그저 쓴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아기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애라면 그렇게 막 울어야지.”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이어지며 중환자실에 들이닥친 다급한 목소리가 그런 미적지근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덜컥-]“무슨 일입니까?!”
중환자실에 몸을 날리다 싶이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아까 아기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며 미안하다고 말했던 의사를 비롯한 여러 명의 간호사들이었다.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단번에 뛰어온 모양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금방 상황을 이해하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저, 그게-”
“환자분! 죄송하지만 잠깐 좀 나가주세요!”
“해열제 투여량 조절한 거 맞지?!”
“바이탈 체크하고 열 체크 해봐!”
그러나 이한성이 뭐라 설명하기도 전에 중환자실에 들이닥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아기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동시에 어정쩡하게 병실 한가운데에 서있던 이한성을 불청객 취급 하듯이 바깥으로 내쫓아 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이제 애는 괜찮다니까…”
그렇게 쫒겨나 버린 이한성은 진작에 닫혀버린 문 너머로 의사와 간호사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멀쩡한 애의 상태를 살피느라 바쁜 의료진들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진짜 어떻게 항상 이런 식으로 오해에 휘말리게 되는 걸까. 맨날 툭 하면 이런 식으로 복잡하고도 곤란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빠져버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이한성은 가만히 중환자실 밖에서 의료진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덜컥-]중환자실에서 쫓겨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슬슬 기다리기 지친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중환자실의 문이 아까와 똑같이 갑작스레 열리며 담당 의사가 어벙한 얼굴과 함께 병실을 나왔다.
“저, 보호자분. 그게… 방금 전 일로 당황하셨겠지만 사실 그게…”
“애 멀쩡하죠?”
“네…. 네? 아니, 그걸 어떻게….”
그야 제가 100만원을 일시불에 포기하면서 까지 살려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대꾸하고 싶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믿지 않을게 뻔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도 귀찮았기 때문에.
“아, 아무튼. 당장 열도 내렸고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3일 동안은 병원에서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그거면 됐습니다.”
확실히 당장 아기의 상태가 좋아지긴 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다만 문제라면…
“…근데 병원비는 얼마나 나올까요?”
병원비. 어째서인지 상상하기만 해도 한숨만 절로 나오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없는 형편이라 당연하지만 이한성은 의료 보험 같은걸 들어놓은 것이 전혀 없다. 살면서 안다치면 그만이라 생각하던 그에게 있어서 의료 보험은 단순히 일어날지도 확실하지 않은 일 하나 때문에 돈을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생활비를 보태는 게 훨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하루 아침에 보모 노릇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야.’
갑자기 아기를 떠맡게 될 거라는 걸 예상했을 리도 없고, 그렇게 떠맡은 아기가 타고난 체질 때문에 죽을 뻔하게 될 거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응급실 병원비는 더 비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 막 천만원씩이나 그렇게 깨지는 건 아니겠지…? 지금 통장에 100만원정도 밖에 없는데…’
병원에 제대로 가 본 적이 없으니까 응급실 병원비가 얼마인지 짐작이 전혀 가지 않는다. 알지 못하는 무리수의 병원비에 바짝 겁을 먹은 이한성은 억지로 미소를 띄우며 의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50만원정도 되긴 할 겁니다만…”
“아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
천만원 단위가 아니라 십만원 단위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과 동시에 이한성은 의사 선생의 두 손을 와락 쥐며 받들어 모시는 신을 대하는 것 마냥 감사를 표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런 이한성의 금전적인 사정을 조금도 모르는 의사는 그저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칠 뿐이었다.
“그, 그럼 전 이만 다른 환자들 보러 가겠습니다.”
“살펴가십쇼!”
의사는 그렇게 당혹스러워 하며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 중환자실 담당이니 충분히 바쁜게 당연한 그를 이해한 이한성은 이내 힘껏 긴장하던 게 풀리는 바람에 피곤함이 몰려오는 기분을 느끼며 조용히 병실 안에 들어가 다시 자고 있는 아기를 살펴보았다.
“내가 오늘 너 살리려고 150만원이나 썼어. 그러니까 나중에 이자 쳐서 제대로 갚아야 한다?”
당연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아기가 갚을 능력이 없는 것도,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한성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저 그의 성격이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무의식적인 미소와 함께 자고 있는 아기의 볼살을 툭툭 건드렸다.
“아우아…”
“…!”
자고 있는데 건드려서 일까, 아기가 손을 허우적거리며 이한성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이한성의 검지손가락 보다도 한참 작은 아기의 손바닥. 어떻게 사람 손바닥이 이렇게 작은지, 이한성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붙잡은 아기의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한성은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샌가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갑자기 애가 열이 펄펄 끓어가지고 응급실까지 죽어라 달려왔던게 3일 전이니 이름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는 완전 남남인 아기를 돌보기 시작한지도 오늘로 14일째가 된다.
“이제 퇴원해도 되는 거 맞죠?”
신생아들이 가득 누워있는 병실 안에서, 이한성이 이런저런 차트를 치크하고 있던 의사에게 기대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3일 동안 지켜본 결과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으니 깔끔하게 퇴원하시면 됩니다.”
의사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드디어 퇴원이다. 지난 3일 동안 병원에서 애 옆을 지키며 맛대가리 없는 병원식을 먹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의자에서 잠을 청해온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환호의 탭댄스를 추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비록 통장에서 전재산의 절반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걸로 끝난 게 어딘가. 물론 50만원이 별 것 아니라는 뜻은 아니지만, 천만원까지도 각오했던 이한성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질 뿐이었다.
‘예전의 나였으면 10만원만 넘었어도 개거품을 물면서 지x발광을 했을 텐데, 나도 참 많이 성장했단 말이지.’
육아를 하다 보니 참을성과 긍정성이 대폭 상승한 덕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믿으며 아기를 익숙하디 익숙한 바구니 안에 눕힌 채 이 지긋지긋한 병원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
[띠리리리-]“아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진동하며 벨소리를 울리는 핸드폰에 이한성은 필요 이상으로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체 누구야? 놀라서 아직 할부도 다 안갚은 폰을 집어 던질 뻔 했잖아…”
그가 별 것 아닌 벨소리에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의 그에게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 만한 상대가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을 제외하면 일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화면에 뜬 상대방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저 자연수로 이루어진 숫자들만 눈에 가득 들어올 뿐이었다.
“…여보세요?”
결국 하는 수 없이 이한성은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이내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이한성 씨. 최민석 상담사입니다.]“아… 아!”
사랑 보육원의 그 나이 많은 상담사다.
“아, 네.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이름을 듣고 바로 누구인지 떠올린 이한성은 갑자기 왜 전화가 왔는지 그 이유를 진즉에 깨달았음에도 구태여 상담사에게 질문을 걸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한성 씨가 돌보고 계신 아이의 입소가 확정되어서 말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오늘 바로 보육원에 찾아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한성 씨?]“….”
돌아오지 않는 이한성의 대답에 최민석 상담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이에 이한성은 대답하는 것 대신에 잠시 음소거 버튼을 눌렀고, 이내 혼자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던 아기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얌마. 너 보육원이 더 좋냐, 아니면 우리 집이 더 좋냐?”
“우아으?”
아기가 손가락을 쭉쭉 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음소거 상태를 해제하고는 잡음하나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애가 안 가겠다네요. 그냥 까짓거 제가 키우겠습니다.”
[…네?]순간 최민석 상담사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나, 노련한 경력을 지닌 그가 이한성의 말뜻을 이해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빈 입소 자리를 메꾸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아이를 기다려야겠군요. 실례했습니다.]이분, 이해가 빠르시네. 오해가 없으니까 참 깔끔하고 좋단 말이지.
별 다른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이 자신의 말을 이해한 최민석 상담사의 노련함에 이한성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어느샌가 통화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옛다. 반은 내꺼니까 다 마시지는 마라.”
이한성이 집어넣은 핸드폰 대신 꺼내든 젖병을 아기의 입에 물려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뭐라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아기는 이내 좋아라 분유를 쭉쭉 빨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그런 아기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와 함께 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날 부터였다.
갑작스런 불청객에 불과했던 존재가 정이 들어버린 식객으로 진화했던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