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6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61화(161/245)
161
이른 아침의 찌뿌둥함이 전신을 감싸오는 것을 느끼며, 이한성은 잠결에 몸을 뒤척였다.
[지글지글-]기름이 끓는 것 같은 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누군가는 ASMR이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거슬릴 뿐인 소리를 들은 이한성은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에 입을 다셨다.
[타닥- 탁- 부글부글-]그저 기름이 끓는 것 같았던 소리가 점점 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용광로에서 날 법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이한성은 아까와는 반대쪽으로 몸을 한번 더 뒤척였고, 어떻게든 잠에서 깨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그렇게 발악하는 그를 비웃듯, 이내 매캐한 냄새가 그의 후각을 자극해왔다. 무언가가 타는 듯한 냄새. 유기물이 탄소 덩어리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냄새에 이한성은 결국 잠이 다 달아나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침부터 이게 뭔 소란이야…”
부스스한 눈을 뜨며, 이한성은 살짝 불평어린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자 마자 보이는 풍경이 자신의 방이 아니라 거실의 소파라는 사실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그였지만, 이윽고 떠오른 어젯밤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자신이 어째서 소파에서 자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대신 말해주었다.
‘맞다, 어제 침대가 없어서 화연이 보고 내 방에서 자라고 했지.’
어젯밤 부터 같은 지붕 아래에서 함께 동거를 하게 된 새식구인 화연. 프러포즈도 수락했고, 아직 혼인신고서에 서명만 안했을 뿐, 이제는 부부와 다름없는 사이가 된 그녀를 집에 들인 이한성이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빨랐던 탓에 준비는 매우 미흡했다.
프러포즈를 수락받은 그날에 바로 화연을 집으로 데리고 온 이한성이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게 하루만에 시작된 화연의 시집살이가 평탄할 리는 없었다. 집에 방은 많았으나 여분의 배게나 이불은 일절 없었고, 그 많은 방 마저도 텅텅 비다 싶이 해 사람이 지낼 수준은 못되었으며, 거기에다 더불어 화연을 재울 침대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침대를 2인용으로 사둘 걸 그랬어. 그랬으면 이렇게 소파에서 잘 일도 없고 밤에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이한성은 그렇게 소파에서 이제 막 일어난 자신의 처지에 속으로 한탄을 내뱉으며 본인 방에 들인 1인용 침대에게 애꿎은 저주를 퍼부었다. 꼭 빠른 시일 내에 방에다가 2인용 침대를 들이겠다고 다짐한 그는 하품과 함께 몸을 일으키고는 곧장 부엌으로 향했고, 이내 아까부터 나는 이상한 냄새와 소리를 떠올리며 이게 무슨 소란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냄새야??”
순수하게 말하자면 탄 냄새. 잔혹하게 말하자면 무언가가 끔찍하게 화형당한 듯한 냄새. 부엌에서 그런 냄새가 풍겨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더 주위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냄새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뭐하십니까?”
“깨, 깼어?? 이건 그러니까 그게…”
부엌의 가스레인지 앞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서있던 화연이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후라이팬을 다급히 숨기며 말을 더듬었다.
“그…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됐으니까 아침밥은 내가 직접 해주고 싶어서…”
“…아침밥?”
화연의 대답에 이한성은 그녀가 숨기려던 후라이팬을 흘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위에 올려진, 한때 스팸이었던 것이 재 밖에 남지 않은 채 타죽어 있는 모습이 그의 눈가에 들어왔고, 이에 이한성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대체 어떻게 하면 음식이 저렇게 재가 되어버릴 수가 있는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후라이팬을 무슨 용광로에다가 집어넣었던 거야?”
“그, 그게 말이지… 사실은 가스레인지로 구우려니까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그만…”
“…그만?”
“…헬플레임으로 구워봤어.”
“….”
[헬플레임]. 불 속성 마법 중에서는 가히 현존하는 최강의 위력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최상위 공격 마법. 드래곤의 브레스를 위력을 재현하기 위해 탄생한 마법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헬플레임]은 말 그대로 지욱의 불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전설 급 마법이다.당연히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한성은 [헬플레임]에 대해 거기까지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그라도 이름만으로 그 위력을 유추해 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름만 들어도 딱 살벌하게 느껴지는 마법이었던 덕에 뭔지는 잘 몰라도 요리할 때 쓸 만한 마법이 아니라는 사실 쯤은 아주 잘 알 수 있었던 그는 할 말을 잃은 채 어이가 없다는 듯이 화연을 바라보았고, 이에 화연은 아무것도 반박하지 못한 채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요리 할 때는 그냥 가정도구를 사용합시다 제발. 괜히 위험하게 마법 쓰지 말고.”
“네…”
부엌을 홀라당 태워먹은게 아닌 것만 해도 어디인가. 이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 이상 잔소리를 이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한가지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화연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침밥을 왜 이렇게 일찍 만들려고 했던거야?”
…어쩐지 애들이 시끄럽게 구는 소리가 안들린다 했더니만, 아직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었네.
현재 시간은 아침 6시 반. 대학이 아무리 빨라도 9시에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고, 버스로 통학을 한다 해도 길어야 30분에서 40분 정도이니 그걸 다 감안하더라도 6시 반이라는 시간은 아이들한테는 물론이고 어른한테도 꽤나 이른 시간이었다.
“일찍이라니? 이정도면 꽤 늦은 편인데.”
“?? 6시 반에 일어난게 늦은거라고?? 대학 가는데 버스로 30분 정도잖아?”
“그야 학교만 가야되는게 아니니까 그렇지. 아침에 보육원에도 들려야 하는 걸.”
“보육원에는 또 왜??”
표면상으로도, 실제로도 대학 때문에 바빠야 할 대학생이 이런 아침부터 보육원에 들려야 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짐작가는 것이 없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해도 나중에 시간이 빌 때 가는 것이 보통일테니.
“최근에 해영이가 네 가게에서 일하기 사직한 이후로 보육원에 일손이 부족해졌거든. 나라도 대신 도와줘야지.”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거야?”
“그럼. 내가 세운 보육원인데 손 놓고 방치할 수는 없잖니.”
“…???”
누가 세웠다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듣게된 생뚱맞은 이야기에 이한성은 물음표를 주변에 가득 띄우며 화연을 바라보았다.
“거기 보육원 설립자가… 너라고??”
“? 응. 아, 내가 말 안했었나??”
“전혀?? 아니, 그럼 뭐야. 그 보육원이 네 거 였어??”
“법적 명의는 송 판사… 강욱이 쪽으로 되있지만 설립 자체는 내 돈으로 했으니까 내 거라면 내껀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보육원이 화연이 설립했었던 곳이라니.
‘…아니, 하긴 생각해보면 이상한 구석이 없잖아 있긴 했었지.’
단순히 봉사활동 시간을 채운답시고는 그동안 필요 이상의 열정을 보육원에 쏟아부어왔던 화연의 모습들이 이한성의 머릿속에서 하나 둘 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는 단순히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열정을 쏟아부었는 줄 알았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세운 보육원이라 그렇게 더 열정을 쏟아부었던 것이라고 하니 더 말이 들어맞는 듯 느껴졌다.
…물론 애들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니까 처음부터 보육원을 세웠던 거겠지만.
아무튼간에 화연이 사랑 보육원의 설립자였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그렇게 이한성은 600년 산 것 치고는 그동안 뭔가 되게 평범했던 그녀의 모습이 보육원의 설립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다시 보니까 이제서야 대단하게 비춰진다고 생각하며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좀 부끄러운데.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걸.”
“이게 대단한 일이 아니면 대체 뭐가 대단한 일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대단한 일이야 많지.”
가령하여 피도 이어지지 않은 남의 자식을 없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친자식 처럼 받아들인다던가 하는 게 훨씬 대단한 일이니까.
화연은 그렇게 속으로 말을 덧붙이며 나지막한 미소와 함께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며 왜 그렇게 쳐다보냐는 듯이 화연을 바라보았고, 이에 화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바꿨다.
“그것보다는 미안. 아침밥은 해놓고 나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할 것 같아.”
요리가 처참하게 실패한 바람에 만들어진 것은 오직 시꺼먼 잿덩이 뿐이다. 다시 만들려고 해도 시간이 없었던 화연은 그렇게 미안하다는 듯이 이한성에게 사과하며 아쉬움이 서린 눈빛을 지었다.
“미안할게 뭐 있어? 내가 부탁했던 것도 아니고, 아침밥 정도는 나 혼자서 알아서 해먹을 수 있는뎁쇼.”
“그래도… 내가 직접 해주고 싶었단 말이야.”
“마음만 받을게 마음만.”
그 탄소 가루 덩어리를 아침밥이랍시고 주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하구만 뭘.
굳이 사과할 필요가 없음에도 사과하려는 화연에게, 이한성은 그렇게 쓸데없는 뒷마디를 굳이 속으로 덧붙이며 그리 대답하였다.
“왠지 반응이 꼭 내 요리에 아무런 기대가 없는 듯한 반응인데…”
“하하, 기분 탓입니다.”
족집게 같이 이한성의 속마음을 얼추 들여다 본 화연. 그런 그녀의 독심술 비스무리한 날카로운 시선을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이한성은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다음에는 꼭 맛있게 만들어서 줄테니까 기다려.”
“? 벌써 나가려고?”
화연이 앞치마를 벗어다가 고이 개어서 걸어놓고는 현관으로 향하자, 이한성은 아직도 여전히 7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을 들여다 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늦었단 말이야.”
“….”
한시간이나 늦었다는 소리는 평소에는 6시에 나간다는 소리다. 일어나자 마자 바로 밖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씻고 먹고 외출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아마 그녀의 기상시간은 이보다 더 짧을 터.
…거 참 피곤하게 사시는구만.
“차로 태워다 줄테니까 기다려.”
이제 막 현관문을 열려던 참이었던 화연을 멈춰세우며, 이한성은 겉옷을 걸쳐입은 채 차키를 챙기고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냐, 피곤하게 아침부터 그럴 필요 없어. 버스 타고도 충분히 갈 수 있는데…”
“차로 가면 금방인 걸 뭐하러 버스타고 전철타고 그래? 사서 고생하는게 취미야?”
“아니 그게… 너도 있다가 가게 오픈하러 나가야 하잖아. 괜히 바쁜데 나 때문에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지. 너랑 비교하면 난 그닥 바쁘게 사는 편도 아니거든.”
보육원까지 가는데 차로 얼마나 걸린다고. 이왕 일찍 일어난 김에 거기까지 태워다 주는 거야 일도 아니다.
그렇게 이한성은 화연의 거절을 거절하며 슬리퍼를 신고 그녀보다 한발 먼저 현관을 나섰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한성을 바라보았고, 결국 쓴웃음과 함께 그의 뒤를 따라 현관을 나섰다.
“정말이지… 사서 고생하는게 누구 취미인건지 모르겠다니깐.”
누구도 듣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속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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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던 짓을 하려니까 조금 피곤하긴 하네.”
화연을 보육원까지 차로 태워다주고, 그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씻고, 어머니가 차려준 밥도 먹고, 그 뒤로 출근하는 김에 수정이를 학교에다 태워다 주기 까지 한 이한성이 가게 뒤쪽에다가 차를 대며 하품과 함께 그렇게 나지막히 홀로 중얼거렸다.
물론 그렇게 불평같은 혼잣말을 늘어놓는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딱히 화연을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지금껏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대학 다니기도 바쁜 와중에 보육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를 했을 그녀와 비교하자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수준이었으니.
…뭐, 앞으로 계속 이러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무엇이든 간에 처음에는 다 피곤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한성은 그런 식으로 뒷목을 주먹으로 탁탁 두드리며 차의 시동을 껐고, 그대로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근 채 가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응? 뭐야, 열려있잖아??”
가게 문 앞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잠겨있어야 할 문이 열려있는 모습이 이한성의 시선을 끌었다.
‘해영이 얘가 평소보다 일찍 나온건가…?’
기억이 맞다면 이번주 아침 스케줄은 해영이다. 그러나 해영이가 평소보다 일찍 나와서 가게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오늘 일찍 일어난 덕에 이한성이 가게 오픈시간 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는 것.
“…해영이 고게 30분이나 일찍 나와서 가게를 열 정도로 기특한 애는 아닌데.”
일이야 잘하는 편이지만 이한성이 알고 있는 해영은 그냥 주어진 일만 제대로 할 뿐, 이런 식으로 열정페이를 자처하는 호구는 아니었다. 단 1분도 늦게 퇴근하지 않으려고 평소에 온갖 발악을 하는 게 바로 해영이었으니.
그런데 그랬던 애가 사장 좋으라고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나와서 가게를 오픈했다?? 멀티버스의 해영이가 아닌 이상에야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일단은 들어가 보면 알겠지.’
눈으로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을 굳이 머리를 굴려서 알아낼 이유가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가게 안쪽을 살펴보았다.
밖에서 부터 확인하기는 했었지만 일단 안쪽의 불은 전부 다 꺼져있는 상태였다. 그 사실을 확인한 이한성은 혹시나 지난주 토요일에 가게를 마감하면서 가게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면 누가 문을 따고 들어온 거일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며, 이한성은 조용히 가게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작스럽게 가게 안쪽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일단 가게에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귀신이 아니고서야 불이 다 꺼져있는 가게의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올리가 없다며 이한성은 그 누군가가 불한당일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지 스킬로 제압할 수 있도록 바짝 긴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덜컥-]물소리가 그치고 이번에는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 있던 누군가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이한성은 그 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그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 작은 키에다 아담한 체격. 어려보이는 인상 답게 입고 있는 옷도 고등학교의 교복.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생 중 한명이자, 피아니스트가 꿈인 음대생 지망의 여고생.
그렇다. 그 누군가의 정체는 다름이 아닌 17세 고등학생, 양예은이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