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6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63화(163/245)
163
“그런고로 오늘 하루 여기서 묵게됐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여자를 집에 들인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그새 또 여자를, 그것도 미성년자를 집에 데리고 온 이한성의 모습에 이한성의 어머니와 화연, 그리고 한스는 아주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저기, 얘 부모님한테 얘기는 하고 데려온거지?”
“아니. 방금 사정 들었잖아.”
화연의 물음에 이한성은 그런 걸 꼭 물어봐야 아냐고 말하듯이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나지막히 이한성에게 말했다.
“너 이거 잘못하면 납치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거 알아?”
“그렇겠지. 그래서 오늘밤만 여기서 재우고 내일은 수정이네 담임 선생님한테 보낼려고.”
“…그럴거면 그냥 오늘 보내는게 낫지 않아?”
“나 그 선생님 번호 몰라. 보내고 싶어도 미리 전화를 해야 보내던 말던 할 거 아니야.”
딸아이의 담임선생님 전화번호는 알 법도 하는게 보통이지만 지금껏 수정이의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 일이 없었다. 물론 왠만해서는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거나 전화가 오는 일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니 번호를 기억할 일이 없다는 건 그만큼 그동안 수정이가 큰 사고를 치지 않고 학교생활을 잘 보내왔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뭐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사정도 들었고… 어차피 집주인은 너니까 네가 결정하면 딱히 뭐라 할 사람도 없는걸.”
애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미성년자를 하룻밤 재운다는 사실이 영 걸리는 화연이었지만 그녀는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이대로 양예은을 집으로 돌려보내기에는 이미 자초지종도 들었고, 그 사정도 딱했기에.
“민폐를 끼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다들 반대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챈 양예은이었지만 그녀또한 이한성이 자신을 이렇게 집에 데리고 온 것 자체가 무척이나 부담이 되는 일이라는 사실 쯤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허리를 숙여 모두에게 사과를 올렸고, 이에 화연과 이한성의 어머니는 한국인에게는 특히나 무시하지 못할 정에 의해 안쓰럽다는 듯이 고등학생 소녀를 토닥여주었다.
“민폐라니, 전혀 아니니까 푹 쉬다 가렴.”
“그래, 며늘아가 말이 맞다. 보아하니까 밥도 못 먹었을텐데, 금방 뭐라도 해주마.”
“…감사합니다.”
화연과 이한성의 어머니의 위로에 양예은은 그래도 죄송하다는 듯이 감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와 함께 그녀의 잠자리가 해결되나 싶었던 순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한스가 뭔가 아주 맘에 안든다는 표정과 함께 이한성에게 갑자기 따지려 들었다.
“이봐. 난 제대로 방세를 내고 사는데 왜 저 여자한테는 공짜로 방을 빌려주는거지? 하룻밤이라고 해도 방세는 제대로 받아야 공평한 것 아닌가?”
“? 뭔 개소리야?? 넌 여기가 무슨 모텔인 줄 아냐?? 하룻밤 자는 것 정도로는 방세 받을 생각 없거든?? 악마새끼도 그러지는 않겠다.”
“…네놈한테서 그런 소릴 듣고싶지는 않다만.”
악마새끼가 악마새끼를 거론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에 한스는 할 말을 잃은 채 황당하다는 듯이 그렇게 대꾸했다.
“아니면 뭐, 불만 있냐? 주 6회 근무 맛좀 볼래?”
“큭…!”
…x같은 악마새끼!
근무시간 조정을 인질삼아 협박하는 이한성의 악랄함에 전직 소드 마스터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방해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한스를 치워버린 이한성은 이내 머뭇거리며 현관 앞에 가만히 서있던 양예은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일단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준비할게 좀 많으니까.”
“아… 네.”
아무도 쓰지 않았던 방이였기에 청소기를 한번 돌리고 이불도 깔아야한다. 그렇게 이한성은 양예은이 잘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윗층으로 향했고, 그렇게 이한성의 말대로 거실의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한 양예은은 조용히 바닥을 바라보며 살짝 씁쓰름한 미소를 지었다.
‘난 그저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것 뿐인데…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처음에는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시작했던 피아노.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부모님의 고집에 억지로 시작했던 피아노였다.
하지만 억지였던 것도 처음 뿐이었다. 건반을 누르는대로 소리가 나는 재미.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연습 끝에 어려운 곡을 완벽하게 치는 달성감. 피아노에 대한 재능도, 흥미도 둘 다 지니고 있었던 양예은이 피아니스트를 꿈꾸기 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까지만 했어도 그녀의 부모님은 양예은이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했어도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장래가 유망했던 장녀, 양혜미가 있었으니.
하지만 그것도 양예은이 중학생이 되기 전 까지의 이야기다. 그녀의 언니가 부모님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간 후로, 부모님의 집착은 언니로 부터 동생인 그녀에게로 고스란히 옮겨졌고,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 양예은은 단 하루도 편하게 피아노를 쳐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불과 몇달 전 집에 있던 피아노 마저 박살나버리고 말았고, 이제는 가출소녀 신세까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저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냥 다 때려 치우면 편할텐데.”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양예은은 아무도 듣지 못할 혼잣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작스럽게 작은 그림자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언니야, 어디 아퍼?”
“?”
작은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수정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진난만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온 은발머리 소녀의 모습에, 양예은은 가게에서 몇 번 봤었다고 기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넌… 사장님 딸이지?”
“아냐! 난 아빠 딸이야!”
“아 그러니까… 너희 아빠가 사장님이란 소리야.”
“? 우리 아빠가 사장님이야?”
“그렇지.”
“왜??”
왜 아빠가 사장님이냐는 수정이의 질문에 양예은은 순간 질문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사장님이 사장님이지, 왜 사장님이냐는 질문에 대체 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의문형으로 대답아닌 대답을 내놓았다.
“왜냐니… 그야 네 아빠가 가게 주인이니까…?”
“아니야! 가게 주인은 아빠가 아니라 나야!”
“…??”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가게 주인이 사장님이 아니라 사장님 딸이라고? 아직 초등학생인데?? 뭐지, 그건가? 그 왜 아빠 것도 전부 자기꺼라고 우기고 싶은 초등학생의 심리…?
“왜냐면 내 이름이 들어갔쓰니까 내꺼라고 아빠가 그랬단 말이야!”
“…이름이 들어갔다고?”
[수정이네 빙수카페]. 지난 한달하고도 반이나 일해왔던 탓에 가게 이름 정도야 진작에 본의아니게 외워뒀던 양예은은 잠시 눈앞의 은발머리 소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수정이?”
“응! 그게 내 이름이야!”
…뭔가 되게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안어울리는 이름인데.
귀여운 외모답게 귀여운 이름이었지만, 누가봐도 한국인 처럼 보이지는 않는 외모였기에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기도 했다. 그렇게 양예은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늘어놓으며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어보이는 눈앞의 은발머리 소녀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넌 좋겠다. 아빠가 좋은 부모님이라서.”
“? 좋은 부모님?”
양예은의 말을 들은 수정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곰곰히 아빠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양예은의 말이 틀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울 아빠 좋은 부모 아닌데에? 맨날 당근 먹기 시른데 머그라고 하고, 과자 마니 먹지 말라고 하고 그런단 마리야.”
“….”
수정이가 볼을 부풀리며 평소에 아빠한테 당해왔던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양예은은 수정이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는 이한성의 모습을 그만 상상하고 말았고, 이내 슬픈 미소를 지으며 본인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래도 네 아빠는 너한테 본인의 꿈을 강요하지는 않잖아.”
“꿈?”
“되고 싶은거 말이야. 선생님이라던가, 피아니스트라던가… 네 아빠가 그런 걸 반대한 적 있어?”
“으음…”
양예은의 물음에 수정이는 잠시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반대한 적은 없는데에… 근데 맨날 내가 꼭 매직큐어가 될거라고 할 때마다 아빠는 [니가?? 잘 해봐라.] 이래서 짜증나.”
“…매직큐어? 그게 뭔데?”
그건 또 뭘까. 하도 교육열이 치열한 집안에서 자라왔던 탓에 애니메이션이나 TV를 볼 시간이 없었던 양예은은 살짝 아리송한 표정과 함께 자신보다 10살은 어린 수정이에게 호기심과 함께 물어보았다.
“매직큐어는 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야! 악당들이 나타날 때 마다 마법으로 다 조져버려!”
“아… 그러니까 대충 세x러 문 같은 거야…?”
“세x러 문? 그게 먼데?”
“있어 그런게.”
TV를 거의 접하지 않았던 양예은이 알고 있는 마법소녀라고 해봐야 고전적이나 못해 옛 유물이나 다름없는 세x러 문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수정이가 말한 매직큐어도 대충 비슷한 것일거라 짐작하며 매직큐어의 조상 쯤 된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하였다.
“아무튼 그래서… 사장님이 네가 매직큐어인가 뭔가가 되는 걸 반대한 적은 없다는 거지?”
“응. 그치만 맨날 내가 그렇게 말할 때 마다 이상하게 웃어.”
그야 그렇겠지. 보통은 자식이 마법소녀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모습을 보고도 웃지 않을 부모는 없겠지.
수정이의 꿈에 이한성이 웃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양예은은 동심이 가득한 수정이의 모습이 참으로 부럽다고 생각하며 웃었고, 이에 수정이는 양예은 또한 아빠처럼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오해를 한 채 귀엽게 발끈하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우씨이~! 난 꼭 매직큐어가 될거란 말이야! 매일 마법도 연습하고 있다구!”
“그래. 넌 꼭 될 수 있을거야.”
수정이의 항의에 양예은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함박 웃음이 터질것만 같은 기분을 꾹 참으며 발끈해 하는 수정이를 달랬다. 그러나 그렇게 진정성이 1도 담기지 않은 양예은의 위로에 눈치빠른 수정이가 그냥 넘어갈리가 없었고, 자신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는게 억울했는지 은발머리 소녀는 다람쥐마냥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손을 내밀었다.
“?”
갑자기 손을 내민 수정이의 행동에 양예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혹시 손을 잡아달라고 내민 것일까, 싶어 수정이의 손을 얼떨결에 잡으려 했던 양예은이었지만, 그러려던 순간 왠지 주변의 공기가 싸해지며 새하얀 무언가가 주변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
눈이다. 새하얀 눈이다. 집 안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뭐지?? 신종 마술인가?? 대체 뭘 어떻게 한거지???’
수정이의 주위로 내리기 시작한 눈에 양예은은 살짝 어지러움을 느끼며 간신히 정신을 붙들었다. 마법이라는게 실존할리가 없다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던 그녀는 분명히 무언가 트릭을 이용한 마술일거라 믿으며 수정이를 바라보았지만, 수정이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바로 배신해버리고 말았다.
“이얍!”
수정이가 짤막한 기합과 함께 거실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윽고 나무로 이루어져있던 거실의 마루바닥은 반투명한 얼음으로 뒤덮히며 순식간에 스케이트장으로 변모하고 말았고, 이로 인해 거실 한구석에서 여느때와 같이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던 한스는 그대로 미끄러지며 안면을 얼음바닥에 내리찍고 말았다.
[쿵!!!]빙판이 되어버린 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축 늘어져 움찔거리기 시작한 한스. 누가봐도 죽은 것 처럼 보이는 한스의 모습에 양예은은 말없이 기겁했고, 수정이는 그 사실도 모른 채 당당하게 허리를 피며 자랑을 내뱉었다.
“봤찌? 내가 마법을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히끅-”
너무 놀란 나머지 양예은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딸꾹질에 걸리고 말았다. 눈앞의 은발머리 소녀가 일으킨 초자연 현상에 너무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듯 부엌에 있던 화연과 이한성의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보냈고, 이에 화연은 식사 차리는 것을 도우다 말고 잠시 거실로 다가와 한숨을 내쉬었다.
“수정아, 거실 바닥을 얼려버리면 어떡하니? 이러면 마루바닥이 상한단 말이야.”
화연이 수정이의 잘못을 짚으며 조용히 허리를 숙인 채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그러자 이윽고 얼음판으로 변해버렸던 거실바닥은 마치 수면 위로 파동이 퍼져나가듯 다시 원래의 마루바닥으로 돌아왔고, 이에 양예은은 다시 한번 소리 없이 기겁하며 화연을 쳐다보았다.
“…히끅!”
“응? 무슨 문제라도 있니?”
양예은의 시선에 화연은 뭐 때문에 그러냐는 듯이 그녀에게 물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이내 싸늘하게 식은 채 거실바닥에 뻗어있던 한스의 시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이에 화연은 한스가 죽은 줄 알고 놀란 것이라 짐작하며 양예은을 진정시켰다.
“아, 저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 정도로는 안 죽으니까.”
[벌떡!]화연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 무섭게 죽은 줄만 알았던 한스가 피투성이의 얼굴을 확 들어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무슨 죽은 자의 소생이라도 사용한 것 마냥 죽음으로 부터 되살아난 한스는 부러진 코를 손으로 붙잡아 확 비틀어제꼈고, 이내 수정이에게로 고개를 홱 돌리고는 흥분하며 따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짓이냐 반푼이 꼬맹이!!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을 땐 고블린도 안건드린다는 거 모르냐?!”
“응? 한스 삼촌, 얼굴이 왜 그래?”
“왜냐니!! 네가 바닥을 빙판으로 만든 것 때문에 미끄러져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
코피가 줄줄 흐르는 얼굴로 그렇게 항의하는 한스. 애한테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한스의 모습에 듣고 있던 화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시끄러운 소드 마스터를 째려보았고, 눈빛만으로 그를 닥치게 만들었다.
“…히끅-”
그리고 그런 개판인 집안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방문객, 양예은은 멈추지 않는 딸꾹질과 함께 혼란 그 자체인 생각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정신나갈것같애 정신나갈것같애 정신나갈것같애 정신나갈것같애 정신나갈것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