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7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74화(174/245)
174
“…뭐하길래 안나오고 있는거야?”
화연보다 먼저 진료실을 나선 이한성이 뒤늦게 그녀가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덜컥-]다시 들어가서 데리고 나와야 하나, 생각하며 복도 한복판에서 망설이던 그 순간, 진료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화연이 복도 밖으로 나왔다.
‘왜 웃고 있는거지?’
나오기 전에 무슨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었는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있던 화연.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이내 먼저 나온 자신의 발걸음을 따라잡은 그녀에게 무심한 척 물어보았다.
“뭐하다 늦게 나온거야?”
“그냥,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대답하느라고.”
“…그 이것저것이 대체 뭐길래 그렇게 입꼬리가 막 올라가 있는건데?”
“그런게 있어.”
대답을 들으려고 돌직구로 물어보았으나 이에 화연은 그저 이한성을 웃으며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을 은근슬쩍 피할 뿐이었다.
…대답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네. 뭐, 웃고 있는 걸 보아하니까 딱히 심각한 문제 같은 건 아니겠지.
문제되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캐물어 볼 필요가 없다. 그렇게 이한성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가주기로 하며 화연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워워워, 잠시만요!”
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던 그 순간, 다급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반사적으로 열림 버튼을 눌렀고 그와 동시에 하얀 가운을 입고 있던 의사 한명이 양손에 커피를 든 채 거의 홈을 찍으려는 야구선수 마냥 엘리베이터 안으로 달려들었다.
“어우, 감사합니다. 놓칠 뻔 했네.”
“…?”
뭐지? 이 사람, 되게 익숙한 얼굴인데. 어디서 봤었더라?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이한성은 기억이 날랑 말랑 하는 의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고, 이에 의사 또한 그의 시선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이한성 씨!”
“…강수철 교수님?”
넉살 좋아보이는 인상과 딱 봐도 피곤해 보이는 다크서클. 이전에 아버지가 간암에 걸렸을 때 잠시 알게되었던 강수철 교수. 별로 자주 만났던 것도 아니고 한두번 봤던게 다인지라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가슴팤에 걸쳐져 있던 명찰 덕에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동안 소식이 없으셨는데. 아 뭐, 저 같은 사람한테는 무소식의 희소식이지만 말입니다. 하핫!”
“아 예. 그렇겠네요.”
하긴 뭐 살면서 의사랑 만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 가급적이면 의사랑 인연이 없는 편이 베스트니까.
여전히 말이 많은 강수철의 토크를 그렇게 받아치며, 이한성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양손에 커피를 든 투 머치 토커인 강수철 교수는 이내 함께 타고 있던 화연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쓸데없이 좋은 감과 함께 이한성에게 물었다.
“근데 혹시 저 여성분은 예전에 말하셨던 그 와이프신가요?”
“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내가 예전에 이 사람한테 화연이에 대해 뭘 말한 적이 있었나? 아니 그럴리가. 그땐 서로 말도 안놓았던 때잖아. 설령 말한 적이 있다고 해도 와이프라고 소개하지는 않았을텐데.
강수철 교수의 말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이한성이 말끝을 흐리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와이프를 자신이 소개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역시나, 따님 분 외모가 와이프 분 한테서 물려받은거였군요? 이야~ 부럽군요 부러워.”
-그나저나 따님 분 이름이 수정이라고 했었나? 애가 이렇게 이쁜 걸 보니까 아내 분 외모가 상당하신가 보네요.
-아… 예, 뭐… 그렇죠…?
“아. 기억났다.”
지지난번에 병원에 왔었을 때 강수철 교수로 부터 커피를 받아마시며 아무 생각없이 나눴던 대화가 불현듯 이한성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그때 대충 그렇게 대답했었지. 그것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건가? 아니, 뭐 이제와서 따지자면 더 이상 오해도 아니게 됐지만…
오해라면 오해이긴 한데, 이제는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어진 오해였던 탓에 이한성은 구태여 해명하려 나서지 않았다. 괜히 해명하려고 해봤자 이야기만 더 복잡해질 것이 너무 뻔했기에.
“저기… 이분은 누구셔?”
“강수철 교수님이라고 예전에 그 늙은이 돌봐주셨던 의사 분.”
“아~ 아버님 담당이셨다는 그 분?”
“…굳이 그 인간을 아버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그 인간에게 이버님이라는 호칭 따윈 과분하다. 그냥 늙은이 아니면 그 인간 정도가 딱 적당하지.
이미 아버지와의 연을 완전히 끊어버린지 오래인 이한성은 그 인간을 굳이 그렇게 부르지 말라며 화연에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유교 생활만 600년인지라 아무리 아버님 자격 미달인 인간이라고 해도 늙은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던 화연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간담췌외과 교수, 강수철 입니다.”
“화연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교수님.”
“오… 한국말이 굉장히 능숙하신데요? 혹시 한국에서 오래 사셨습니까?”
“아하하… 그렇죠. 여기서 좀 오래 살긴 했죠.”
외국인이라기에는 한국말을 한국인보다 유창하게 하는 것 같은 화연의 모습에 강수철 교수가 감탄하자, 이에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둘러댔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네.’
능숙하게 말을 둘러대는 화연을 본 이한성이 딱 거짓말은 하지 않는 그녀의 변명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느샌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화연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나저나 두 분은 오늘 무슨 일로 병원에 오신겁니까?”
둘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수철 교수가 양손에 든 커피를 흘리지 않게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둘을 따라잡고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살짝 대답하기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의사의 질문에 어렴풋한 대답을 내뱉었다.
“아하하, 그게 말이죠… 사실 애 때문에…”
“애라니, 혹시 따님 분이 어디 다쳤나요?!”
“네? 아,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라…”
어렴풋이 대답하는 바람에 순간 오해를 해버린 강수철 교수의 물음에 화연은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기엔 좀 많이 부끄러웠는지 입을 우물거릴 뿐, 말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아오, 그거 하나 말해주는게 뭐 그렇게 부끄럽다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어? 그냥 내가 대신 말해줘야겠네.
“임신했습니다.”
“예??”
답답하다 못한 이한성이 결국 화연을 대신해서 질문에 대답하자 이에 강수철 교수는 잘 못들었다는 듯이 이한성을 바라보더니, 이내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한성 씨가요???”
“….”
뭔 미친 소리야 의사 양반아. 댁 의사 맞아? 내가 무슨 자웅동체도 아니고 어떻게 임신을 해?? 미치셨습니까 휴먼??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질문이랍시고 하는 강수철 교수의 모습에 이한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한 고대로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충동을 꾹 억눌렀다.
“아유, 농담입니다 농담. 조크니까 표정 푸세요. 재밌으라고 한건데 정색하시면 어떡합니까? 사람 무안해지게.”
“….”
…사람들이 병원에서 피해다닐 만 하네. 이러니까 레지던트고 인턴이고 죄다 피할려고 하지.
이 교수는 해로운 교수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그 어느 직장 상사보다도 악질이라는 “자기가 재밌는 편이라고 착각하는 상사” 타입인게 확실한 강수철 교수를 쳐다보며 그의 농담에 지금까지 피해를 입어왔을 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을 위해 잠시 묵념하였다.
“이상하네… 빵 터져야 정상인데. 암튼 뭐, 축하드립니다! 벌써 둘째가 생기시다니, 두분 같은 사람만 가득했어도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진작에 해결됐을텐데 말이죠.”
“아, 예. 축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이만.”
괜히 더 같이 있다가 또 이상한 농담이나 던지기 전에 얼른 나가야지.
“워워워, 너무 서두르지 마십쇼. 마침 점심 시간인데, 제가 밥 살테니까 식당이나 같이 가면 어떻겠습니까? 왜 지난번에 밥 한번 사 드리기로 약속했잖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좀 많이 바쁜-”
[꼬르륵-]밥 한번 쏘겠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강수철 교수의 호의를 거절하려던 그 순간, 갑자기 위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주변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이한성의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럼에도 아침을 꽤나 배불리 먹고 나왔기에 그는 그닥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였다.
강수철 교수의 배에서 난 소리도 아니였다. 마찬가지로 의사답게 일에 치여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그였지만, 피로감을 이겨내기 위해 커피로 배를 가득 채워놓았던 터라 그의 위장 또한 밥을 내놓으라고 닥달을 하지는 않았다.
이한성도 아니고, 강수철 교수도 아니라면 남은 사람은 오직 한명 뿐.
“…아, 아하하, 얘가 많이 배고픈 모양이네, 아하하…”
“….”
화연이 아주 민망하다는 얼굴로 배를 쓰다듬으며 본인의 위장에서 난 소리를 이제 한창 세포분열을 시작한 태아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자 이에 옆에 있던 강수철 교수가 씨익 웃으며 이래도 거절할거냐고 묻는 듯한 눈빛을 이한성에게 보냈고, 이한성은 그런 강 교수의 눈빛에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감사히 먹고 가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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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병원 내의 식당은 한창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의사부터 환자, 그리고 병문안을 온 지인들까지, 고작 병원 식당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한성은 고기 반찬으로 가득 들어선 테이블을 기가 찬다는 듯이 내려보았다.
“…직원 식당에서 먹는 거 아니었습니까?”
“에이~ 손님한테 밥 사드리는데 직원 식당을 왜 갑니까? 저 그렇게 짠돌이 아니에요.”
…아무리 손님한테 밥을 사준다고 해도 보통 고깃집에 가지는 않지. 그 손님이 딱 세번 밖에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의사라서 돈 많다는 걸 자랑하려는건지, 아니면 그냥 대접을 필요 이상으로 후하게 퍼주는 타입인건지 모르겠는 강수철 교수의 사고방식에 이한성은 속으로 그저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뭐, 의사가 사주는거니까 굳이 미안해 할 필요는 없겠지. 애초에 거절하려던 걸 저쪽이 끌고온거나 다름 없기도 하고.’
그래도 고깃집에서 얻어먹게 되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쪽에서도 한번 밥을 사야 예의일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세상에 공짜지만 전혀 공짜처럼 느껴지지 않는 고기반찬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젓가락을 들었다.
“저기, 근데 이한성 씨.”
“네?”
이제 막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려던 순간 강수철 교수의 목소리가 이한성을 잠시 멈춰세웠다.
“혹시… 와이프 분이 채식주의신가요?”
“? 아뇨. 전혀 아닙니다만.”
저분이 엘프는 맞지만 그렇다고 식성까지 엘프인건 아니지 말입니다. 600년을 여기서 자라셔서 그런지 고기를 되게 좋아하던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화연이 풀때기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식성이 채식과 육식, 둘 중에 어느쪽이라고 묻는다면 당연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답은 후자였다. 당장 그녀가 김치찌개나 짜그리를 먹을 때 마다 참치나 돼지고기만 쏙 골라서 먹는 모습을 본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이한성은 그녀가 고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화연이 채식주의? 글쎄올시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또 모를까, 절대로 고기를 눈앞에 두고 마다 할 리가 없는데 말이죠.
이한성은 그렇게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던 화연을 바라보았다.
“….”
“?”
화연이 육식이라고 자신한 것과는 다르게, 막상 이한성이 바라본 그녀는 고기를 눈앞에 두고도 어째 속이 안좋은 것 마냥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뭐해? 배고프다며?”
“배가 고프긴 한데… 뭐라고 해야되지? 고기를 보니까 갑자기 입맛이 영…”
“???”
평소 같았으면 진작에 고기들을 먹방 너튜버 마냥 찰지게 집어먹었을거면서 갑자기 오늘은 왜 입맛이 없다는 걸까. 사람 입맛이라는게 워낙 다르기도 하고, 나이를 먹을 수록 바뀌기도 하는 거지만 보통 이렇게 며칠만에 변하는 것은 아닐텐데.
“욱…”
화연이 속이 아주 메스껍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기를 눈앞에 두고 머뭇거리던 그 순간, 그녀가 갑작스럽게 헛구역질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았다.
“…괜찮아? 아침에 뭐 잘못 먹은거 아니야…?”
“그런게 아니라 이거… 욱!”
다시 한번 헛구역질을 하며 입을 틀어막은 화연. 누가봐도 전혀 멀쩡하지가 않은 그녀의 상태에 이한성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기 시작했고, 대체 뭐 때문에 갑자기 이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입덧이네요. 아무래도 고기는 못 드실 것 같은데.”
헛구역질을 하는 화연의 증상을 지켜보던 강수철 교수가 살짝 안쓰럽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산부인과가 아니라 간담췌외과이긴 하지만, 의사답게 그는 그녀의 증상이 입덧이라는 사실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딱히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일단 응급실로 모실까요?”
“아, 아니에요. 이정도 가지고 응급실은…”
화연이 헛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녀 본인도 이게 입덧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는데다가, 이대로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자 이세계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사실만 들통날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입덧 가지고 고기를 마다 할 수는 없잖아요.”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지금 표정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만.
괜히 입덧이 있는데도 고기를 먹겠답시고 오기를 부리려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의사인 강수철 교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괜히 그러다가 토해서 식당에 민폐끼치지 말고 그냥 딴거 먹지 그래…?”
“아니야…! 입덧 정도는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어…!”
“이겨내긴 뭘 이겨내?? 이겨내서 뭐하게???”
“이런 것 쯤은 노오오오력으로…!!”
이한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연은 불굴의 의지로 젓가락을 든 채 고기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은 이내 극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이에 강수철 교수는 당장이라도 구토해도 이상할게 없는데도 저렇게까지 입덧에 저항하며 고기를 먹으려는 화연의 집념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이야… 입덧이 많이 심하신 체질이신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입덧이라는게 원래 임산부 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게 가능했으면 세상의 모든 임산부들이 입덧으로 온갖 고생을 할 이유가 없을테니.
“큿…!!”
고기를 집은 화연의 젓가락이 그녀의 입에서 불과 10cm 거리를 앞두고 멈춰서버렸다. 구역질까지 꾸역꾸역 참으며 어거지로 바로 입 앞까지 고기를 운반하는데 성공한 그녀였지만, 그 이상은 아무리 정신력을 운운한다 해도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포기해. 어차피 그거 입에 넣어봤자 상태만 더 나빠질텐데.”
“크읏… 그치만… 고기를 눈앞에 두고 물러날 수는… 없잖니!”
식사를 대접받을 때는 무조건 쌀 한톨도 남기지 않고 전부 먹는 것이 예의다. 예로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지난 600년 동안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왔던 유교 엘프 화연은 고작(?) 입덧 하나로 본인의 신념을 굽힐 마음이 없었다.
“하아아앗!!”
[덥썩-]필사적인 기합과 함께 화연의 팔이 움직였다. 오로지 손목의 반동을 이용해 더 이상 좁힐 수 없었던 10cm의 거리를 메워낸 그녀는 그대로 고기를 간신히 입에 넣을 수 있었다.
“….”
[주르륵-]고기를 베어문 화연의 눈가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맛있어?”
이한성이 이제야 좀 직성이 풀렸냐는 듯이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화연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눈물과 함께 싱긋 웃으며 나지막히 대답했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