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8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80화(180/245)
180
최근들어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아니 뭐 정확하게는 문제가 없는 날이 있겠다냐만은, 새로운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됐다.
“아빠!! 동생 언제 태어나??”
“아빠빠!! 동생 아직 멀었써???”
“아빠마마!!! 동생 왜 아직도 안태어나써????”
“….”
문제의 원인은 늘 언제나 그랬듯이 수정이. 동생이 또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날 이후부터 시도때도 없이 똑같은 질문을 기출변형하듯 미묘하게 다른 식으로 물어봐오는 것이 바로 문제였다.
“…야 수정아. 아빠가 이걸 몇번이나 대답해줘야 하냐?”
“동생이 태어날 때 까지!”
“….”
그러니까 앞으로 10개월 동안이나 이 똑같은 질문을 하루에 수십 번 씩이나 반복하겠다? 진심인가??
이정도면 집념을 넘어선 광기 그 자체다. 그렇게 이한성은 벌써 오늘만 해도 정확하게 21번 째에 달하는 수정이의 똑같은 질문에 그저 경의를 표하며 잔뜩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수정이의 광기에 질린 것은 이한성 뿐만이 아니었다.
“짜증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주제에…”
굳이 말하자면 질렸다기 보다는 뾰루퉁하게 삐진 표정을 지으며, 세리는 소파 구석에 쭈그린 채 궁시렁거리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제 동생에게 질투심을 잔뜩 표출했다. 아무래도 벌써부터 동생이 언니의 관심을 모조리 앗아갔다고 삐진 모양이었다.
“…수정아. 네가 아무리 아빠한테 그렇게 보챈다 한들 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잔뜩 삐져있던 세리를 뒤로 한 채,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 이한성이 질릴 줄을 모르는 수정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뭐, 사실은 할 수 있는게 없지는 않다만 그걸 굳이 말하면 괜히 골치만 아파지겠지.
동생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싶어 하는 수정이를 위해 [성장의 축복] 스킬을 사용해 출산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는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아이가 제대로 태어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셋째 만큼은 아무런 스킬이나 마법을 쓰지 않고 최대한 자연적으로 태어나게 놔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성장의 축복] 스킬이 아직 임신 2, 3주차 밖에 되지 않은 태아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도 미지수였던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치이… 그럼 어떠케 하면 동생을 빨리 볼 수 있써?”
“그런 건 없다. 그냥 얌전히 기다려.”
“아 왜에~! 그런게 어딨써!!”
“그런게 어딨긴… 원래 다 그런거거든?”
원래 아기를 가지게 된 모두가 겪는 정당한 기다림을 그런게 어딨냐며 따져본다 한들 순 억지일 뿐이다.
“괜히 당연한 걸 따지려고 하지 말고 가서 숙제나 해. 독후감 써야 한다며.”
이한성이 수정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밀어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씨익씨익 거리며 발끈하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우씨이! 이미 다 썼거드은?!”
“? 언제?”
내가 너 하는 걸 전혀 못 봤는데 말이다.
가게는 한스와 해영에게 맡겨둔 채 오후 내내 집에서 있었기에 딱히 한 눈을 팔 일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로, 수정이는 줄곧 이한성 곁에 딱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독후감 쓰는 수정이의 모습을 이한성이 못 볼래야 못 볼 수가 없었다.
“아빠가 화장실 갔을 때 다 썼써!”
“…그 사이에?”
“응!”
전혀 못믿겠다는 이한성의 표정에 수정이는 고대로 들고 있던 노트를 펼쳐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나무처럼 살면 전부 다 뜯끼고 뿌리박에 안남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절대로 커서 나무가 아니라 뭐든지 뜯어내는 소년 같은 사람이 될거야!]“…너 읽은 책 제목이 대체 뭐야?”
“이거!”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게 작가가 이런 깨달음을 얻으라고 쓴 책이 아닐텐데 말이지.
물론 수정이가 쓴 독후감 내용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동화 속 내용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봤자 이 흉흉한 세상에서는 호구잡혀서 탈탈 털리는 결말 밖에 남지 않을테니.
그런데 그렇다고 책에서 나오는 소년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는 건 글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나무 같은 사람이 되지말라는 교훈을 준다면 모를까, 그렇다고 남한테서 뭐든지 다 뜯어내는 양아치 같은 사람이 되라는 건 아니잖아.
“…너 이거 다시 써.”
“왜에??”
“잘못 된 점이 한두군데가 아니니까.”
내용이 정말로 괜찮은지 어떤지는 둘째치고, 애당초 딱 두문장 밖에 안 써놓고는 다 썼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시른데. 귀차나.”
…하지만 얘가 다시 쓰라 해서 순순히 다시 쓰려 들리가 없지.
당당하게 귀찮아서 싫다고 하는 수정이의 대답에 이한성은 어쩐지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았다고 생각하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야, 귀찮다고 뭐든 안할 수는 없는법이야.”
“그치만 초등학교는 원래 다 날로먹는거라고 아빠가 그랬자나.”
“내가 언제 그랬냐?! 초등학교 까지는 쉬엄쉬엄 해도 괜찮다는 거였지, 날로 먹으라고 한 적은 없거든??”
요게 이제는 아주 부모 말을 지멋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이려 한단 말이지. 아직 사춘기도 안왔는데 애가 어째 이 모양이래냐…
이게 다 주변에 정상인들이 한명도 없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이번에도 문제에 가장 주된 원인인 본인만은 쏙 빼놓은 채 아이의 정서 교육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을 주변의 탓으로 돌렸다.
[위이이잉-]수정이의 독후감 문제로 한참 논란거리가 커지던 와중,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이한성의 핸드폰이 진동하며 갑자기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하아… 너 아무튼 그거 고쳐서 다시 써라. 안그러면 당분간 빙수 없다.”
“뭐, 뭐야아! 그런게 어딨써!!”
이한성의 경고에 항의하는 수정이었지만,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항의를 듣지도 않은 채 뒤로 하고는 곧바로 식탁으로 다가가 시끄럽게 진동하고 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고려인]? 화연이네? 무슨일이지?
전화를 걸어온 것은 다름이 아닌 화연이었다. 평소 핸드폰과 그닥 친하지가 않아 전화도 문자도 잘 하지 않는 그녀였기에 이한성은 무척이나 의외다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난데. 지금 혹시 바빠?]“아니 딱히. 그냥 애들 봐주면서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인데.”
[그래? 잘 됐다. 그럼 혹시 있다가 9시 쯤에 나 좀 데리러 와 줄 수 있어…?]“9시에? 갑자기 왜?”
[오늘 막 조별과제 큰게 하나 끝났거든. 발표가 좋게 잘 된 기념으로 애들이랑 같이 저녁 먹기로 해서 조금 늦어질 것 같아.]…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과제 때문에 되게 피곤해 보이는 것 같기는 했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들뜬 것 처럼 들리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보다 밝아진 화연의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그녀의 부탁을 별 다른 이의 없이 들어주었다.
“그러지 뭐. 9시 까지 데리러 가면 되지?”
[응. 고마워. 그럼 이만 끊을게. 핸드폰 배터리가 지금 거의 다 되-] [뚝-]화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버렸다. 아무래도 통화 도중에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었다.
“그러게 핸드폰 충전 좀 하고 다니지. 쯧쯧.”
핸드폰도 잘 안쓰는 사람이 늘 자기 전에 충전해 두는 걸 깜빡해서 늘 이렇게 통화중에 배터리가 나간단 말이지. 그냥 자기 전에 꽂아두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나저나 좀 이상한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9시까지 적당히 시간을 죽이려던 그 순간, 문득 한가지 의문이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보통 나보고 어디 데려다 달라고 한 적이 지금껏 한번도 없지 않았나?
차로 일부러 태워다 줄 필요도 없이, 화연은 늘 조금 멀리 가야 한다 싶을 때면 텔레포트 마법으로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을 하고 다니기 마련이었다.
그랬기에 화연이 먼저 차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한건 이번이 처음. 남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 참 의외인 일이다.
“뭐, 나야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오늘은 뭐 버스 타거나 텔레포트 하기가 귀찮았나보지 뭐.
이한성은 그런 혼잣말과 함께 소파에 그대로 앉아 TV를 틀었다. 아직 9시가 되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에 남은 시간 동안 드라마나 예능이나 아무거나 보며 시간을 때우기로 한 그는 그렇게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화연이 어떤 상황과 직면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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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꺼졌다.”
대학 캠퍼스 바로 앞에서, 화연이 통화 중에 이제 막 배터리가 다 되어 까맣게 죽어버리고 만 본인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래도 꺼지기 전에 부탁할 건 전부 부탁 해놨으니까 별 문제 없겠지.’
9시까지 태우러 와달라는 말은 분명하게 전했으니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됐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화연은 이제 막 건물에서 나온 건물에서 나온 대학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뭐야뭐야? 너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발표가 좀 빨리 끝나서.”
“오올~ 잘 됐나봐?”
화연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의 이름은 임수아. 화연과 같은 사회복지학과 3학년생인, 현재 대학에서 화연과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기다.
“그런데 너 정말 오늘 괜찮겠어?”
“? 뭐가?”
“오늘 저녁 약속 말이야. 너 사람들 많이 모이는 자리 싫어하잖아.”
“아… 어쩔 수 없지 뭐. 다들 모이는데 나만 빠질 수는 없으니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싫어도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여러번 찾아온다. 이미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던 화연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웃으며 임수아를 안심시켰다.
‘사실 술 마신다고 해서 가는 거라곤 말 못하지…’
술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얼마나 불편한 자리라도 제발로 걸어서 찾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술에 죽고사는 화연은 그렇게 벌써부터 기대되는 소주와 폭탄주를 상상하며 입맛을 저도 모르게 다셨다.
“오, 화연이 너도 오늘 오는거야?”
뒤에서 훤칠하게 생긴 남자 한명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딱 봐도 외모가 한 외모 하는 것이 과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인싸상인 남자의 이름은 민정훈. 사회복지학과 4학년생이자 최근들어 같은 과 후배인 화연을 눈독들이고 있는 남자다.
물론 그런 쪽으로는 눈치가 뒤져버리다 싶이 한 화연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네 선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래? 그럼 내 차 타고 갈-”
“아뇨. 괜찮아요.”
“-그, 그래…”
빛의 속도로 까여버린 민정훈. 하지만 그렇게 까인다고 물러설 생각은 없었는지 그는 화연의 바로 옆에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되게 튕기네… 적어도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깔 것이지.’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화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민정훈은 그렇게 속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민정훈이 그러던 말던 화연은 일말의 관심도 없이 계속해서 친구인 임수아와 대화를 이어나갈 뿐이었다.
“너 오늘 몇차 까지 달릴거야?”
“1차만 하고 집에 가려고. 너는?”
“난 당연히 끝까지 달릴 생각이지.”
화연의 물음에 임수아는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이 자신있게 말하며 크게 웃었다.
“그런데 의외다? 화연이 너라면 오늘도 끝까지 달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너무 늦게 돌아가면 좀 그래서 소주로 스트레스만 풀 생각이야.”
“야, 언제는 소주로 스트레스 안풀었다고… 누가 들으면 너 술 안좋아하는 줄 알겠다 야.”
화연의 술버릇과 주량을 직접 봐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임수아가 웃긴다는 듯이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따졌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야 최근들어 입에 술도 댄 적이 없는걸…”
“? 뭐야, 너 금주 중이야???”
평소에는 다른 애들 다 나가 떨어질 때 까지 그렇게나 술을 쳐마셨으면서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금주 중이냐고 묻는 듯한 말투였다.
“나도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거 아니거든.”
“뭐야뭐야, 그럼 왜???”
“왜긴 왜야. 그야 임…”
임신 중이니까.
-라고 말하려던 그 순간, 화연은 그 자리에서 걷다가 말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채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친구에게 덜컥 말해버릴 뻔 해서는 아니였다. 솔직히 임수아 정도 되는 아이라면 입도 무겁고 함부로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닐 친구도 아니었기에 자신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밝혀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이냐. 대답은 간단하다.
“…그치. 나 지금 술 못 마시지…?”
“?”
술을 마실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는데, 술을 못 마신다는게 문제였다.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
화연의 뺨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해탈한 것 마냥 허망하게 웃기 시작한 그녀는 노을이 진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지막히 한탄했다.
“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