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8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86화(18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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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생명의 탄생은 축하해야 마땅한 일인가.
“아하하하!! 회전 회오리!!”
“으아아악!! 이수정이다! 다들 도망가!!”
윤리적인 관점에서 물었을 때, 대답은 거의 대부분 예스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원해서였든, 원하지 않아서 였던, 태어나는 아기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언니 앞에서 꺼져!!”
“히이익?! 전방에 이세리 출현!! 전원 후퇴하라!!”
하지만 정신적인 관점에서 묻는다면 글쎄… 아마 세상에 무조건적으로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것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이 말해주듯 어마어마한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는 법이니.
“…오빠랑 언니는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셋째를 벌써 만든걸까.”
놀이터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거하며 놀이기구들을 독차지 하고 있는 수정이와 세리의 모습들을 바라본 해영은 그런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본래 아이들의 세계는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것 쯤이야 해영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도 보육원에서 나고 자라며 온몸으로 겪어왔으니.
하지만 현재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들은 약육강식의 세계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영이 바라보고 있던 건 오로지 이세계에서 온 외래종들이 토종 생태계를 실시간으로 철저하게 유린하는 과정이었기에.
“아 진짜. 쟤들 또 저러네.”
이 모든 참상을 벤치에 앉아 목격하고 있던 그 순간, 바로 옆에 앉아있던 하나가 수정이와 세리를 바라보며 질린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자주 저러니?”
“네. 맨날 저래요. 내가 다 같이 사이좋게 놀면 안되냐고 몇번이나 말했썼는데.”
“아하, 아하하…”
하나의 한탄에 해영은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 딴에는 조카들이 부디 하나의 반 만이라도 닮았으면 달리 소원이 없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소원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는 걸 그녀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하나라고 했었지? 넌 왜 같이 안놀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같이 놀면 온 몸이 쑤시니까요.”
“아…”
저런 인외종들 사이에서 같이 어울렸다가는 몸이 남아나지를 않는다. 실제로 저번에도 한번 같이 어울렸다가 된통 고생한 기억이 있었던 하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할머니 흉내를 내며 허리를 두드렸다.
“해영이 언니! 봤찌? 우리가 이겼써!!”
기어코 다른 아이들을 전부 무찌르고 미끄럼틀을 독차지한 수정이가 엄지를 척 내밀며 지켜보고 있던 해영이에게 자랑했다.
“그, 그래. 대단하네 진짜…”
여러모로 다른 의미로 말이야.
지금까지 이런 아이들은 없었다. 이것은 아이인가? 전쟁의 화신인가- 라고 말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해영은 자랑하는 수정이를 칭찬했다.
“쯧, 인간주제에 언니를 칭찬하다니. 마음에 안들어.”
“….”
수정이를 칭찬해주는 해영이 영 마음에 안들었는지 혀를 차며 그녀를 잔뜩 째려보기 시작한 세리. 하지만 해영은 그런 세리의 시선을 애써 못본 척 무시했고,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칭찬 안하면 또 인간주제에 칭찬 안한다고 뭐라 할거잖아…’
아무리 5살짜리 꼬맹이라곤 하지만 드래곤은 드래곤. 무슨 종족적 우월감을 패시브로 타고 나기라도 했는지 세리가 매사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인간이라며 깔보는 일은 이젠 거의 당연하다 시피 한 일이 되어버렸다.
[꼬르륵-]“?”
순간 위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주위에 갑작스레 울려퍼졌다.
범인은 확인할 것도 없이 수정이었다.
“나 배고파!”
“…그래. 그렇겠지.”
그렇게나 신나게 놀았는데 배고프지 않을리가.
방금 전 까지의 활약… 아니, 그것을 활약이라고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나 뛰어다니며 날뛰었으니 배가 고픈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해영은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반응하며 조용히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럼 언니가 뭐 사줄까?”
조카님이 배고프다는데 뭐라도 사줘야지. 그 왜, 한성이 오빠가 늘 그랬잖아. 먹을 것 이상으로 수정이를 다루기 쉬운 방법이 따로 없다고.
“응! 나 떡볶이 머글래!”
한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수정이. 거절은 커녕 뭐 먹을지도 벌써 다 정해놨는지 바로 떡볶이 타령을 하기 시작한 수정이의 모습에 해영은 그저 웃으며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귀여우니까 봐준다 진짜.’
“좋아. 그럼 떡볶이 먹으러 가자.”
“앗싸아!”
해영이 승낙하자 수정이는 기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은 그런 수정이의 귀여움을 핸드폰에 담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자제하며 앞장서서 근처의 분식점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이에 세리와 하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뭐… 그야 따라오겠지.
보통 이런 상황에서 수정이 혼자한테만 떡볶이를 사줄 수는 없는 법이다. 처음부터 세리를 포함해서 하나까지 따라올 것을 계산하고 얘기를 꺼냈던 해영은 예상했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신호등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
놀이터로 부터 분식점 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기껏해야 걸어서 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걷는데는 정말로 딱 5분 밖에 걸리지 않았고, 그렇게 금방 분식점 앞까지 도착한 해영은 이내 바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수정이가 갑작스럽게 멈춰서기 전 까지는.
“어? 김정우랑 들러리들이다!”
“? 누구??”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에 해영은 잠시 문 앞에서 멈춰선 채 수정이가 가리키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그곳에 있던 건 다름이 아닌 수정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애 3명. 분식을 사먹고 싶은데 돈이 없기라도 한건지, 식당 밖에서 멀뚱히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너네 여기서 머해?”
“끄아아악?! 이, 이수정!!”
쥐도 새도 모르게 뒤에서 다가온 수정이가 말을 걸자, 남자애들은 그대로 호들갑을 떨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수정이의 존재에 겁이라도 먹은 것 처럼.
“뭐, 뭐냐!! 또 전쟁하려 온거냐?!”
“조기경보 발동!! 데프콘1!! 전원 전투 태세!!”
김정우와 들러리들 중, ‘들러리’들로 추정되는 두 남자아이가 오바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수정이를 경계했다. 그러자 이에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며 오바떠는 남자애들을 나무랐다.
“우리 싸우러 온 거 아니거든?”
“그, 그럼 뭐하러 온건데?”
“그야 떡볶이 먹으러 왔찌. 니들은?”
“…우, 우리도 떡볶이 먹으러 온거거든?!”
“그럼 왜 안들어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건데?”
하나가 똑 부러지는 말투로 남자애들에게 압박수사를 가하기 시작했다. 싸우러 온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김정우와 들러리들은 그대로 서로 주춤하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잔뜩 구겨진 천원짜리 2장을 꺼내며 비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윽… 분하다. 한장만 더 있었어도…”
아니;; 그거 한장 더 있었어도 떡볶이는 못 사먹는단다. 요즘 떡볶이 가격이 얼만데… 1인분당 건 5천원이라고.
해영이 어렸을 시절에는 2천원 만으로도 떡볶이를 사먹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겠지만 물가가 오른 지금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그렇게 화연은 돈이 부족해 떡볶이 하나 사먹지도 못하는 남자애들을 참으로 가엽고 딱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우리랑 같이 먹을래?
“???”
갑자기 선심을 쓰며 남자애들에게 손을 내민 수정이. 그런 수정이의 행동에, 해영이라는 이름의 지갑은 순간 당황하며 일제히 자신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한 시선들을 감지했다.
“그… 애들아? 왜 갑자기 다들 날 바라보는…”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해영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시선이 한층 더 애달파졌다. 거절하면 왠지 글러먹은 어른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만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해영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언니가 사줄께…”
…꼭 나중에 이한성에게 오늘 식사값을 청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던 해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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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하하… 아하하하…”
놀이터 근처의 분식점. 워낙에 학교와도 가깝고 아이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지라 장사가 쏠쏠하게 잘되기로 마을에서 유명한 이곳에서, 해영은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의 숫자를 한명씩 세어보며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한명, 두명, 세명-
-네명, 다섯명 그리고 여섯…
처음 두명까지는 이미 예상한 바였다. 수정이가 따라오면 제 언니 바라기인 세리도 오지 않을리가 없었으니.
세명까지도 어느정도는 감안을 할 수 있었다. 수정이의 친구인 하나만 쏙 빼놓고 떡볶이를 사주는 것도 그림이 너무 좀 그랬으니.
하지만 네명? 다섯명? 거기에다 여섯명까지?? 일개 알바생에 불과한 해영에게 있어선 여섯 명 모두에게 떡볶이를 사주는 건 꽤나 출혈이 큰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제와서 말을 무를 수도 없는 법이었지만 말이다.
“…저기 수정아, 그래서 이 친구들은 누구니?”
“김정우랑 그 들러리들!”
수정이와 세리, 그리고 하나 외에도 나란히 테이블에 앉은 세 남자아이의 모습에 해영이 묻자, 수정이는 셋을 가리키며 그렇게 대답했다.
“누가 들러리야!!”
“난 들러리 아니거든!”
제대로 이름으로 불린 정우와는 다르게 들러리로 일축되어버린 경식이와 지석이가 버럭 항의했다. 가뜩이나 오늘 있었던 체육 시간의 피구 시합에서 수정이에게 된통 당했던 둘은 바득바득 이를 갈며 적의심을 폴폴 내뿜었다.
“오호라? 그래서 니들 떡볶이 안머글꺼야?”
수정이가 소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남자애 셋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정우와 들러리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이내 암젼히 입을 다물었다.
…떡볶이를 사는 돈은 내 지갑에서 나가는건데 말이지.
아이들의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던 해영이 해탈한 목소리와 함께 속으로 중얼거렸다. 벌써부터 지갑이 얇아지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반드시 나중에 이한성과 화연에게 오늘 나가게 된 분식값을 청구해야겠다고 몇번째인지도 모를 다짐을 굳히며 눈물을 가득 머금었다.
“그래서… 다들 무슨 떡볶이 시킬거니?”
해영이 벌써 지칠대로 지쳐버린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로제 떡볶끼!”
“간장 떡볶이.”
“전… 그냥 떡볶이요.”
매운 걸 잘 못 먹은 수정이와 세리답게 둘은 전혀 맵지 않은 떡볶이를 골랐다. 그리고 의외로 매운 걸 잘 먹는 편인지 하나는 보통 떡볶이를 골랐고, 이에 해영은 남자애들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럼 너희들은?”
“핵떡볶이.”
일말의 주저도 없는 즉답. 많고 많은 떡볶이 메뉴들 중 가장 매운 걸로 고른 남자애들의 깡에 해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거… 먹을 수나 있겠니?”
“싸나이 하면 매운 맛!”
“우리는 여자애들 처럼 느끼한 걸 고르지 않는다!”
“그래! 치즈 간장 떡볶이 같은 건 떡볶이도 아니라고!”
해영의 걱정에 일제히 반발하며 갑자기 뜬끔없이 여자애들을 도발하기 시작한 김정우와 들러리들.
그리고 그런 남자애들의 도발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하! 나두 매운 거 먹을 수 있거든?!”
정확히는, 수정이에게만 효과적이었다.
“해영이 언니! 나도 그냥 핵떡볶이 먹을래!!”
“아, 아니, 수정아. 너희 매운거 못 먹잖-”
“아냐! 먹을 수 있어! 그치 세리야?!”
“으, 으응? 어… 응…”
갑작스런 수정이의 물음에 세리는 살짝 당황하며 어중간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한번 매운 걸 잘못 먹었다가 호되게 데인 적이 있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감히 내게 도전했겠따?! 어디 한번 덤벼 바!”
“그래애~! 좋다 이거야! 오늘이야 말로 널 꺾어주마!!”
갑자기 승부욕에 활활 불타기 시작한 아이들. 정확하게 그중 세리와 하나는 수정이의 억지에 휘말려버린 피해자였지만, 수정이에게 있어 동생과 친구의 안위는 이미 저 우주 어딘가로 날려버린 뒤였다.
“…진짜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과연 이걸 말리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미 수정이가 매운 걸 더럽게도 못 먹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해영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지난 날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옷 좀 두껍게 입고 올 걸…’
곧 있으면 빙하기로 변할지도 모르는 이 분식점에 깊으 애도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