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8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87화(187/245)
187
사람이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의 종류는 총 6가지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그리고 지방맛.
사람의 오감은 그 대부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편이지만, 미각 만큼은 의외로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수준이라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생존을 위해 먹는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들에게 있어 음식이란 생존보다는 유흥에 가까우니.
한번 생각해 보아라. 아무리 먹성이 좋은 잡식 동물이라 할지라도 인간만큼 잡다하게 이것저것을 다 처먹는 동물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먹지 말라고 독 까지 품은 동식물들까지 번거롭게 독을 제거해서 굳이 먹으려 드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생물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 중에서, 한국인이라는 민족은 특히나 더 한 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매운맛’ 이라는 이름의 고통을 즐기며, 더욱 강한 고통을 찾아 나서는 마조히스트 중의 마조히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인에게 있어서 매운 요리의 맛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매운 요리에 캡사이신이 얼마나 들어갔냐는 사실과, 그 스코빌 척도가 천장을 뚫으려는 음식을 얼마나 잘 먹냐는 사실 뿐. 나머지는 그들에게 있어 덤으로 취급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마다 늘 같이 먹는 사람과 일종의 경쟁의식을 지니며 억지를 부리기 마련이다.
속으로는 더럽게 맵다고 생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게 뭐가 맵냐’ 라고 도발을 시전한다던가, 아니면 자꾸만 물을 마시며 헥헥 거리는 친구한테 ‘이정도로 매운 것도 못 먹고도 니가 한국인이냐’ 라며 디스를 시전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눈앞의 초등학생들이 그러하듯이.
“….”
분식갚 청구하는게 문제가 아닐거 같은데
지금 눈앞의 초등학생들이 그러하듯이.
“….”
“….”
이제 막 나온 핵볶이를 눈앞에 둔 채, 수정이와 정우가 서로 침묵하며 눈치를 살폈다.
“아, 안먹을꺼야?”
“너, 너야 말로 안먹고 뭐하냐?”
“난 뜨거워 보여서 살짝 식을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뿐이거드은?”
“뻥까지마, 매워 보여서 쫄은 건 아니고?”
먹으라고 시켜준 핵볶이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기싸움만 치열하게 벌이기 시작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쓸데없이 치열한 경쟁심을 본 해영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히 말했다.
“너희들 그러다가 떡 다 뿐다?”
“….”
“….”
해영의 잔소리에 수정이와 정우는 조용히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꿀꺽 침을 삼키며 동시에 떡을 집었고, 식은 땀과 함께 천천히 시뻘겋게 물들은 떡을 입으로 옮겼다.
“!!!”
“!!!”
마치 둘이 감각을 공유하는 것 마냥 동시에 반응한 수정이와 정우. 핵볶이를 맛보기 무섭게 두 아이는 경악스러운 눈빛과 함께 무언의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빨갛게 열이 오른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머, 머야, 별로 맵지도 않네!”
“가, 간장 떡볶이도 이, 이것 보다는 맵겠따!”
누가봐도 매워 죽으려고 하는데 굳이 쎈 척을 하며 자존심을 내세우는 수정이와 정우. 말은 그렇게 하는 두 아이였지만, 둘이 자꾸만 냉수가 담긴 컵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은 결코 기분탓이 아니었다.
“어, 언니… 나 이거 먹기가 좀…”
수정이의 고집에 휘말려 원하지도 않았던 핵볶이를 먹게 된 세리가 잔뜩 겁먹은 표정과 함께 수정이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언니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자신이 있는 세리였지만, 이런 살인적인 매운 걸 먹는 것 만큼은 자존심 쎈 드래곤에게 있어서도 무리였다.
“야, 약한 소리 하면 안대! 이건 전쟁이라구!!”
하지만 수정이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는 세리의 입에다가 기습적으로 떡볶이를 밀어넣어버렸다.
“!!”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매운 것에 쥐약인 체질을 지니고 있다. 신수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냉혈 동물이라서 매운 것에 약한 것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일단 드래곤인 세리는 매운 것에 아주 약한 편이었다.
“핫뜨- 매워- 핫뜨뜨-”
너무 매워서 헐떡거릴 때 마다 입에서 브레스가 조금씩 새어나올 정도로.
보통 만화에서 등장인물이 매운 걸 먹고 입에서 불을 뿜는 과장된 연출은 거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연출이지만, 세리의 경우에는 과장된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입에서 불이 나오고 있었다.
“물 마셔 물!!”
[치이이익-]금방이라도 브레스를 내뿜을 것만 같은 세리의 모습에 해영은 황급히 물이 담긴 컵을 세리의 입에다가 부었다. 그러자 다행히도 어린 헤츨링의 브레스는 조기에 진화될 수 있었고, 이에 해영은 십년감수했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수정아. 그냥 남겨도 되니까 억지 부리지 말고 사고치기 전에 이만…”
“아냐! 다 먹을 수 있써!”
해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고집을 부린 수정이. 콧물을 찔찔 흘려가면서 까지도 기어코 핵볶이를 전부 먹어치우겠다는 일념하에, 하프엘프 소녀는 비장의 필살기를 사용하였다.
[쩌적-]바로 먹기 직전에, 떡볶이를 급속냉동하는 방법이었다.
[까드득- 까드득-]“…?”
말랑말랑해야 할 떡을 씹고 있는데 왠 얼음을 씹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자, 수정이의 경쟁자인 정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정우가 그러는 사이에 수정이는 떡 한개라도 더 얼려서 집어먹을 뿐이었고, 그렇게 승기는 반칙을 사용한 수정이에게로 점차 기울기 시작했다.
“뭐, 뭐야! 너 대체 어떻게…!”
“후후,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다!”
금새 국물만 남기고 건더기를 전부 먹어치운 수정이가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정우를 비웃었다. 이에 정우는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며 어거지로 남은 떡볶이를 전부 먹어치우려고 했지만 이미 한계였다.
“커헉-!!”
억지로 핵볶이를 입에 집어넣다가 결국 사레가 들리고 만 정우. 그냥 사레가 들려도 꽤나 고통스럽기 마련인데, 더럽게 매운 걸 먹다가 걸리는 사레는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미, 미안하다 애들아… 결국 녀석을 이길 수 없었써…”
“저, 정우야!! 정신차려!!”
“큭…! 여기서 죽으면 안대!!”
떡볶이 소스를 마치 피를 토하듯 입에서 흘리며 유언 비스무리 한 것을 남기기 시작한 정우의 모습에 경식이와 지석이가 오바를 떨며 다 죽어가는 정우에게 물을 건넸다.
하지만 정우는 끝까지 물을 마시지 않았다.
“이건… 너희들이 마셔. 너희라도 살아야지…”
갑자기 시작된 감동적인 모멘트. 초딩들끼리 떡볶이를 먹다가 말고 갑자기 왠 신파를 찍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본 해영은 황당스러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요즘 애들은 다 저러고 노나?’
아무래도 콩트를 치며 노는 게 요즘 아이들의 주된 노는 법인 모양이네. 확실히 재밌어 보이기는 한다.
“하핫! 약해빠졌꾼! 그것 하나 다 못먹냐?”
콩트를 찍고 있던 남자아이들을 비웃는 수정이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저렇게 말하는 본인도 속으론 매워 죽으려 하고 있으면서.
해영이 바로 옆자리로 부터 날아오는 냉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돈 남말하지 말라는 듯이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수정이가 붙들고 있던 숟가락과 젓가락에 성에가 잔뜩 낀 채 시퍼런 냉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하프엘프로써의 몸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체내에 들어온 음식과 화학물질 사이에 있는 무언가에 대응하며 무의식적으로 냉기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꾸르르륵-]“!!”
장의 소화능력을 급속도로 저하시킬 정도로.
“화, 화장씰…”
기고만장해 하던 수정이가 갑작스레 배를 붙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다 이겨놓고 방심해서 패배한 것 같은 악당의 표정을 지은 수정이는 그대로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내 저럴 줄 알았지…”
떡을 몰래 얼려서 먹을 때 부터 알아봤다니까. 매운걸 얼려서 그렇게 어거지로 집어넣었는데 탈이 안 날리가 있겠어? 당연히 배탈나지.
결국 피로스의 승리로 끝나고 만 듯한 결투에 해영은 역시나 처음부터 이런 결말이 예견되어 있었다고 고개를 저으며 세리가 먹다 남긴 핵볶이를 대신 먹기 시작했다.
“…!! 어우 씨… 이런 걸 메뉴랍시고 내놓은거야…?”
먹자마자 눈앞이 핑 돌면서 혀가 타오르는 듯 하는게 절대로 식약처가 독극물 판매 혐위로 영업정지를 때려도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정도의 매운 맛이다.
그렇게 한입 먹자마자 정도를 넘은 매운맛에 기겁을 한 해영은 냅다 입에 냉수를 들이부어 화재를 진압하였다.
‘이정도 매운 맛이면 화연이 언니 말고는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겠는데?’
해영이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매운 걸 잘 먹는 사람은 오로지 화연 뿐이었다.
600년 동안의 한국 생활로 이미 한국인 패치가 진작에 끝난 엘프답게 화연은 그 어떠한 매운맛도 아무렇지도 먹을 수 있는 경지의 이르른지 오래였고, 이 핵볶이는 그런 그녀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도가 지나친 매운맛을 품고 있었다.
“그러게 왜 이런 걸 가지고 내기 같은 걸 해가지고…”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참으로 무모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해영은 참 대단하다는 듯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혼자만 멀쩡하게 그냥 평범한 떡볶이를 먹은 하나가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바보들.”
…아무 의미도 없는 핵볶이 대전의 유일한 승자인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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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배고파…”
분식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수정이가 초췌해진 얼굴로 꼬르륵 거리는 배꼽을 붙잡으며 한탄했다.
기껏 먹은 떡볶이를 화장실에서 전부 설사로 배출해버린 수정이. 그런 수정이의 한탄을 들은 해영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나지막히 혀를 찼다.
“그러게 적당히 매운 걸로 먹었어야지.”
“그치만 쟤네들이 먼저 전쟁을 걸었자나!”
수정이가 꼴이 말이 아닌 상태로 비틀거리며 따라오는 김정우와 들러리들을 가리키며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역시나, 수정이한테 이기겠다고 그 매운 핵볶이를 억지로 우겨먹은 남자애들 또한 수정이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한 꼴은 아니었다.
“그어어어…”
“주, 죽을 것 같아…”
“무울…”
거의 좀비라고 봐도 될 정도의 몰골이 되어버린 정우와 들러리들.
“…그래서, 이기니까 뭐 얻은 거라도 있었니?”
“읏… 그, 그건…”
해영의 물음에 수정이는 말을 더듬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겨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는 대결이었으니.
“이겨봤자 손해만 본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고로 승리라는 건 말이야, 손해보지 않는 쪽을 말하는거야.”
“…그런거야?”
“그래. 하나를 봐봐. 너희들이 쓸데없이 대결하는 와중에 혼자서 그냥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잖아. 저런게 진정한 승자라고.”
해영이 혼자만 멀쩡해 보이는 하나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대단한 가르침이라도 얻은 듯 에메랄드 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손뼉을 탁 쳤고, 하나를 동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어떠케 하면 하나처럼 될 수 있는거야?”
“그거야 간단하지. 그냥 남들끼리 싸우게 만들어놓고 구경만 하면 되는거거든.”
“!!”
만일 이한성이나 화연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거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친다고 한소리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재 이 자리에 해영의 전쟁 강의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그러쿠나!!”
좋은 걸 배운 수정이가 유레카를 외칠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냅다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그 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 뭐 찾니?”
“우유!”
“…?”
갑자기 걷다 말고 멈춰서서는 우유를 찾는다는 수정이의 말에 해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정이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가방에 쟁여놓은 200ml 짜리 우유곽 하나를 꺼낼 뿐이었다.
초등학생이라면 부모님 때문에 꼭 억지로 마셔보았을 200ml 우유. 좋아하는 애들은 잘만 마시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은 가방에 넣어뒀다가 잊어버려서 썩는다거나, 혹은 터져가지고 가방 안이 엉망이 된다던가 하는 일을 한번 쯤은 겪고는 한다.
그리고 수정이는 그중 후자였다. 정작 마시고 싶을 때는 잘만 마시지만, 마시라고 주면 또 잘 안마시게 되는게 바로 우유였기에.
“야! 김정우랑 들러리들아!”
“?”
갑작스런 수정이의 부름에 김정우와 들러리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방금 막 마법으로 차갑게 식혀놓은 200ml짜리 우유를 남자애들에게 내밀었고, 동시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유 먹을래?”
“우, 유…?”
아직도 입안에 매운 맛이 남아있던 탓에 고생중이던 남자애들에게 있어 수정이가 갑작스럽게 내민 우유는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우유!!”
얼마나 입안이 매웠는지 남자애들은 거센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선의로 가득하던 수정이의 미소는 순식간에 악마의 미소로 변모했다.
“그럼 받아.”
[휙-]냅다 김정우와 들러리들을 향해 받으라는 듯이 우유를 던진 수정이. 이에 김정우와 들러리들은 구원받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유를 캐치하려 했지만, 그런 표정들은 일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김정우와 들러리들은 세명인데 반해, 수정이가 던져준 우유는 딱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꺼야!!”
“어어어? 움직이지 말어?! 손모가지 날아강께!!”
“둘 다 꺼져! 내꺼거든?!”
아까 분식점에서 보여주던 끈끈한 전우애는 어디가고 순식간에 분열되어버린 김정우와 들러리들. 서로 우유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한 남자애들의 모습을 본 수정이는 이내 키득거리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큭큭, 잘한다~! 더 싸워!!”
“….”
…배운 걸 실전에 아주 잘 써먹는 이씨 가문의 장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