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9화(19/245)
19
요즘 들어 이런저런 귀찮은 오해에 너무 자주 휘말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사고쳐서 애를 가진 20대 미혼부로 오해를 받고, 그 다음에는 지 애를 보육원에다가 떠넘기려는 책임감 없는 부모로 오해받았으며,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애를 키우느라고 일도 못하는 금전적으로 어려운 아버지로 오해를 받았다.
‘뭐… 이런 상황에선 오해를 안 받는 게 더 이상한거지만 말이야.’
계속 혼자 자취하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웬 아기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자신의 처지를 그저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였다.
“사장님한테 전화나 다시 걸어야지.”
굳이 오해를 풀려고 해봤자 상황만 더 복잡해질 뿐이다. 그 사실을 직감한 이한성은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아까 잠시 끊었던 편의점 사장님과의 통화를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네, 여보세요?”
[야 이 짜식아! 그렇게 갑자기 끊으면 어떡해?! 다신 전화 안 올 줄 알고 식겁했잖아!]“다시 전화 했으니까 됐죠 뭐. 그것보다, 아까 오후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러셨죠?”
[그래그래, 맞아. 지금 화연 씨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마음 같아선 나도 일 그만하고 집에 가라고 하고 싶긴 한데… 나 혼자 가게를 새벽까지 볼 수는 없잖냐. 그러니까 부탁이다 한성아. 응? 딱 한번만 나 좀 도와줘라… 내가 야간 수당도 보너스로 얹혀서 더 줄게…]야간 수당을 보너스로 늘려주겠다니, 아무래도 어지간히도 마음이 급하신 모양이다.
‘그나저나 화연 씨한테 조금 미안하네. 내가 갑자기 일을 그만 두는 바람에 그동안 정신 없었을거 아냐.’
양심이 아주 조금이지만 찔린다. 베테랑 알바생으로써 알바 동료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얼마나 빡치고 일이 버거워지는지 경험으로 아주 잘 알고 있는 이한성은 나중에 화연에게 밥이라도 한번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사장님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만 도와드릴게요. 지금 바로 가면 되죠?”
[고맙다 한성아!! 넌 정말 내 은인-]이한성은 사장님의 감사인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장님이 한번 말을 시작하면 얼마나 길어지는지 알고 있었기에.
“뭐, 돈도 더 준다니까 상관없겠지.”
퀘스트를 깨면서 돈을 충분히 벌 수 있으니 굳이 알바를 뛸 필요는 없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한성은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날 하루가 얼마나 바쁜 날이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
“….어서오세요.”
편의점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다 죽어가는 듯한 쉰 목소리가 이한성을 반겼다.
“…화연 씨?”
온데간데없는 쇳소리에 고개를 돌려본 그곳에는 다름 아닌 화연이 퀭한 눈과 함께 미소라고 부를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아. 이한성 씨. 오랜만이네요. 하하하.”
목소리에 생기가 없다. 국어책 읽기라고 해도 저것 보다는 감정이 풍부할 것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는 게 과장이 아니었구만…’
평소에 늘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손님들을 반겨주는 화연 씨가 저리 되었다는 건 어지간히도 한계에 몰렸을 만큼 피곤하다는 뜻이다. 굳이 건강검진 같은 걸 하지 않아도 한눈에 척 알 수 있는 그녀의 몸 상태를 깨달은 이한성은 괜시리 죄책감이 더 늘어나는 기분을 느끼며 쓰러지기 직전의 그녀에게 말했다.
“안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 조금만 더 버티세요. 금방 교대해 드릴게요.”
“부탁드리겠사옵니다 나으리이…..”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네. 저렇게 요상한 사극 말투까지 쓰는 걸 보면 말이야.
아무래도 진짜로 쓰러지기 전에 빨리 교대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이한성은 지체할 것 없이 바로 가게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재빠르게 일할 준비를 끝마쳤다.
‘2주 만에 다시 입어서 그런지 느낌이 좀 새롭네.’
정확히는 2주보다 시간이 더 지났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동안이나 함께했던 유니폼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과연 기분 탓일까?
“기분 탓이겠지.”
뭐 유니폼이 낯설게 느껴지니 어쩌니 하면서 되도 않는 여운에 잠겨들 시간 따위는 없다. 당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툭 치면 죽을 것 같은 상을 하고 있는 바깥의 저 여성 분을 구해드리는 것뿐이다.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쓴웃음을 지으며 사무실을 나와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화연 씨. 이제부턴 제가 일할 테니까 그만-”
“아니, 그러니까 너무 뻐튕기지 말라니까 그러네~”
“?”
좀처럼 잊기 힘든 기분 나쁜 목소리가 이한성의 목소리를 가로막았다.
‘저건… 저번에 그 영감탱이잖아?’
벌써 2주도 더 된 그날, 처음으로 수정이와 만났던 그날에 영수증도 담배를 환불해달라니 어쩌니 행패를 부리던 60대 노인의 모습이 이한성의 눈가에 비춰졌다.
“아하하하…. 영감님, 저 술 안 마셔요…”
“아잇, 한번만 마셔보라니까 그러네~!”
….저건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 거지?
담배 영감탱이랑 화연 씨가 서로 술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깐 사무실에 옷 갈아입으러 들어간 사이에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 시작된 걸까.
상황을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이한성이었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신 할 수 있었다.
화연이 무척이나 곤란해하고 있다는 걸.
“아가씨. 막 어른이 주는 술 마다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스윽-]“?!”
그저 어색하기만 할 뿐이던 공기가 한순간에 더러워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노인이 화연의 팔을 보는 제3자도 기분이 언짢아질 정도로 쓰다듬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건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미쳤다고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쓰러진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구조대원이 성추행으로 고소되고 법정에 서게 되는 게 요즘 현실이다. 그런데 여성하고의 신체접촉을 조심하지는 못할망정 저렇게 변태 같은 손놀림으로 쓰다듬는다니. 무서울 게 없거나, 아니면 무식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노인을 양파 까듯이 까내렸다. 그리고는 이내 잔뜩 구겨진 표정과 함께 하루에 단 한번 밖에 사용 할 수 없는 귀중한 수면마법을 노인에게 사용했다.
[수면마법]“그러니까 아가씨, 사양 말고 어섴-”
[쿵!]기분 나쁜 목소리가 다 끝나기도 전에 , 노인은 그대로 뒤통수에 야구 배트라도 얻어맞은 듯이 요란하게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연은 화들짝 놀라며 쓰러진 노인을 내려다보았고, 이내 이한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성 씨, 방금 그거…”
“네, 경찰서죠? 여기 가게에 영감님 한분이 술에 취해서 쓰러지셨는데요, 오셔서 서까지 데려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한성은 노인이 쓰러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서에다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짤막하게 용건만 말한 뒤 전화를 끊었고, 얼굴을 잔뜩 구기며 코를 막았다.
“어우, 술냄새… 대낮에 술이나 퍼지르고 다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정상인이 아니라니까.”
그 인간도 그렇고 참… 인생에 얼마나 할 게 없으면 술이나 퍼지르고 다니겠어. 이미 망한 인생에 술 좀 들이 붓는다고 갑자기 극락이 찾아오는 것도 아닐 텐데.
가뜩이나 술에 대해 좋은 기억이라고 할 게 없는 이한성은 죽은 듯이 잠들은 노인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맞다. 화연 씨? 이만 집에 가시죠. 수고 했어요.”
“….”
뭐지? 왜 빨리 안가고 사람을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사람 부담스럽게시리… 나한테 반하기라도 했나?
이한성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는 화연을 바라보며 그런 실없는 생각을 늘어놓았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뭐가요…? 전 아무것도 안했는데.”
물론 수면마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화연의 눈에는 그저 노인이 갑자기 쓰러진 것처럼 밖에 안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 왜 굳이 감사를 표하는 걸까.
화연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생각한 이한성은 잠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웃으며 속마음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고, 그저 뒤로 묶고 있던 머리를 풀며 나지막히 입을 열 뿐이었다.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
전에도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더 이상한 것 같다. 그런 생각과 눈빛과 함께, 이한성은 화연의 눈을 조용히 마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혹시 저한테 반했어요?”
“아뇨.”
화연의 농담에 이한성은 진심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픽 웃으며 그대로 사무실 안에 들어가 금방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서 나왔고, 다크서클이 짙게 떠오른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을 나갔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과제가 오늘 까지거든요.”
“아… 네.”
화연의 인사에 이한성은 그녀를 참 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대꾸했다.
저러다가 진짜 집에서 과로사 하는 건 아닐까. 당장 안 자면 큰일날 상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집에 가서 과제를 하겠다니 참…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그녀가 떠나고 텅 비어버린 계산대 자리를 차지하며 나지막히 홀로 중얼거렸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
화연과 일을 교대한지 어느덧 8시간이 다 넘어간 한밤중의 편의점에서, 이한성은 계산대 위에 널린 빨래마냥 축 늘어진 채 영혼이 가출한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네… 아하하하…”
돈 벌어봤자 몇 푼 더 벌겠다고 오늘 일을 수락한 건지 모르겠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오늘 낮에 별 생각도 없이 사장님의 부탁을 덥썩 받아들였던 스스로를 한없이 원망했다.
오늘 하루동안 대체 손님을 몇 명이나 받은 걸까. 무슨 가게에 부의 신이라도 다녀갔는지 어림잡아 세보아도 족히 1000명은 다녀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바쁠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하는 거였는데…’
하지만 그랬었다간 오늘 화연 씨를 납골당에 모시게 됐었을 테지.
그냥 오늘 하루 체력을 제물삼아 사람 목숨 하나 구했다고 생각하자.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조용히 계산대 위에 늘어뜨렸던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한성아, 오늘 참 고생했다! 고맙다 짜식아!”
“아 깜짝이야.”
순간 바로 등 뒤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한성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피곤에 찌들어 있던 그를 놀래킨 인물은 다름 아닌 이 편의점의 사장이자 옛날부터 이한성과 꽤나 잘 알고 지냈던 동네 아저씨, 임태준이었다.
“언제 오셨어요?”
“방금 왔지. 화연 씨가 너 슬슬 집으로 보내야 될 거라며 전화했거든.”
“화연 씨가요?”
“그래. 너 사고 쳐서 애 생겼다면서? 그것 때문에 일도 그만 둔거였고 말이야.”
“네??”
뭘까. 저 오묘하게 조작된 진실 아닌 진실은.
딱히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못하겠는 임태준의 말에 이한성은 온몸으로 의문표를 띄웠다.
“에이그, 뭘 숨기려 그러냐. 나도 니 나이 때 사고 쳐서 우리 안나가 고생했었는데 뭘.”
우리 안나. 이한성도 몇 번인가 만난 적이 있는 임태준의 아내다. 40대를 넘어서도 굳이 ‘우리’ 라는 단어를 아내의 이름 앞에다가 붙이는걸 보아하니, 이한성은 다시 한 번 임 사장이 얼마나 애처가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애는 몇 살이야? 아들? 아님 딸?”
“딸이고요, 아직 돌잔치도 한참 남았어요.”
영 수정이에 관한 궁금증이 많아 보이는 듯한 임 사장의 질문에 이한성은 다소 귀찮다는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 그럼 적어도 물건 부숴먹고 할 나이는 아직 아니겠네.”
“안 부셔먹기는요. 아까 낮에도 제 폰을 위풍당당하게 깨부술 뻔 했는데.”
“에이, 과장이 좀 심하다 한성아. 돌잔치도 안지난 애가 핸드폰 부숴먹을 힘이 어딨냐? 아직 기어 다니는 것도 못할 텐데.”
“네? 잘만 기어 다니던데요?”
이한성이 낮에 이리저리 신난다고 거실 곳곳을 기어 다녔던 수정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임 사장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에 이한성은 어째서인지 낮에 수정이를 바라보며 느꼈던 위화감을 떠올렸다.
“…사장님. 애들이 보통 몇 살 때부터 기어 다니죠?”
“어… 보통은 거의 만 1살 때 쯤 부터 기어 다니지…?”
만 1살?
순간 불길한 예감이 이한성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그제서야 낮에 느꼈던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이런 미친.”
울기만 했던 작은 악마가 파괴를 거듭하는 작은 악마로 진화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