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9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92화(19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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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방 상태는 내면의 거울과도 같다.
방이 잘 정돈되어 있을 수록 대게 건강한 정신상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반대로 방 상태가 엉망일 수록 그 사람의 정신상태 또한 엉망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물론 결벽증이나 강박증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게 사람을 알고싶으면 그 사람의 방을 확인하는 것이 정답이다.
예를 들어 이한성의 방 상태는 튼튼한 그의 멘탈답게 적당히 깔끔한 편. 막 바닥 구석에 있는 머리카락이나 먼지 한올 정도는 귀찮아서 냅두지만, 눈에 띄는 쓰레기가 뒹구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는다.
같은 집에 사는 한스의 경우에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방 안이 깔끔한 편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는 그닥 적절한 말이 아니지만 기사답게 하루 일과가 착실하고 빡빡하게 짜여져 있는 만큼 그의 방 상태는 매우 깔끔하다.
하지만 송아영의 방은 어떠한가.
곧곧에 널브려진 책들과 옷가지들. 보기만 해도 답답해질 정도로 두텁게 쳐진 커튼과 이곳저곳 상처가 나있는 벽지. 누가 보아도 그녀의 상태를 대변하는 듯한 광경.
“….”
“….”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도 방과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던 이한성과 화연은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이럴때는 뭐라고 말을 하는 것 보다는, 침묵으로 배려해주는 것이 정답이었으니.
세리 진짜 개귀엽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철부지 드래곤 한마리가, 하필이면 이 자리에 있었다.
“개판이네.”
방 안의 모습을 본 세리가 콧방귀를 뀌며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이한성과 화연은 황급히 세리의 입을 틀어막아버렸고, 귓속말로 눈치가 없는 드래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얌마! 그런건 입 밖으로 내는 거 아니야 이것아…!”
“사실대로 말한 것 뿐인데.”
“사실이니까 맘대로 내뱉으면 안되지!!”
…얘를 데리고 오는게 아니었는데. 아니, 아니지. 애초에 데리고 온 것도 아니라 얘가 멋대로 따라온거였지.
“죄,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아직 어려서…”
“…아니에요. 틀린말도 아닌걸요.”
빠르게 세리의 발언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한 이한성이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송아영의 반응은 무척이나 자괴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오 세리 너 진짜…”
[콕-]“?!”
이한성이 가뜩이나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어버린 세리를 째려보며 기습적으로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 아프잖아! 갑자기 왜 꼬집어?!”
“그걸 몰라서 묻냐 이것아?! 빨리 저분한테 사과해!!”
“내가 왜! 난 잘못한 거 없-”
[꼬집-]“-?!!?!”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옆구리를 꼬집혀 버린 세리. 이에 5살 배기 드래곤은 눈물을 찔끔이며 이한성을 피해 화연의 뒤로 숨어버렸다.
본래 드래곤인 세리에게 있어 통상적인 인간의 꼬집기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한성이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는 세리의 옆구리는 하필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급소나 다름없는 역린. 때문에 손가락으로 조금 찌르는 것 만으로도 세리에게 있어선 울먹이며 도망칠 정도의 약점인 것이다.
“어, 엄마! 저 인간이 나 괴롭혀!”
화연의 뒤로 피신한 세리가 그녀를 방패로 내세우며 일렁이는 눈물과 함께 고자질했다. 평소에는 절대로 엄마라고 부르지 않다가 낮에 한번 이한성으로 부터 구해줬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엄마라고 제대로 불리게 된 화연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세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안 구해줄거야.”
“…!! 왜, 왜에…?”
“이번에는 세리가 잘못한게 맞으니까.”
화연이 세리를 번쩍 들어올려 다시 이한성의 앞으로 잡아다가 바쳤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세리의 옆구리를 탐스럽다는 듯이 노리기 시작했고, 그런 악마의 앞에 놓여져 버린 어린 드래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울먹이며 살기 위해 송아영에게 재빠르게 사과하였다.
“미, 미안해!! 잘못했어요!”
세리가 송아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필사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
갑작스럽게 달라붙은 세리의 행동에 송아영은 당황스러워 하며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그녀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세리와 함께 뒤로 넘어져버렸고, 이를 지켜본 이한성과 화연은 돌이 되어버린 얼굴과 함께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세리.”
“히, 히익!?”
이한성이 평소와는 다르게 풀네임으로 부른 다는 것은, 그가 극대노 직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 언니인 수정이가 대형 사고를 쳤을 때 이한성이 늘 그런 식으로 불렀던 것을 떠올린 세리는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상황에 벌벌 떨며 그대로 함께 넘어져버린 송아영을 꼬옥 끌어안았다.
“….”
자신을 끌어안은 채 바들바들 떨고있는 세리의 모습을 본 송아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따듯하다.’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 보다 고치기가 어렵고, 사람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 병이다.
왜냐하면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낫게 되는 육체의 병과는 달리 마음의 병을 이겨낼지 어떨지는 근본적으로 환자 본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담을 받고, 약을 챙겨먹는다 한들 결국에는 환자 본인 스스로의 의지가 관건이다. 병을 딛고 일어설 것이냐, 아니면 그러지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웅크린 채 있을 것이냐.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 따윈 세상에 없으니.
하지만 간혹 그렇게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보잘 것 없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어주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작은 소녀의 따스한 온기. 부모님에게 혼나기 무서워 떨고있는 작은 그림자가 스스로 일어서는 것 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려 한다.
그런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똑같이 안아주는 것 밖에 없음에도.
“흐윽…”
“…?”
도와달라고 할 생각으로 안겼는데, 도로 자신을 끌어안으며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한 송아영의 모습에 세리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왜, 왜 울어…? 설마 내가 또 뭐 잘못 한거야…??”
이한성과 화연의 눈치를 살피며, 세리는 혹여나 다시 옆구리 꼬집 형에 처해질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세리.”
“…!!”
이한성이 다시 한번 세리를 불러왔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반사적으로 옆구리를 보호하려 했다.
“잠깐 그대로 있어. 진정하실 때 까지.”
“으, 으응…”
세리는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이한성의 반응에 얼떨결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자신이 언니와 엄마 이외의 존재에게 이렇게 안겨있어야 하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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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부모의 허락도 안받고 애를 끌어안아서.”
건 10분 남짓 되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세리를 놓아준 송아영이 고개를 숙이며 이한성과 화연에게 사과하였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애가 민폐를 끼쳤으니 제가 사과해야죠.”
“….”
이한성이 나중에 두고 보자는 듯이 세리를 흘끔 쳐다보며 송아영의 사과를 정중히 거절하였다.
…집에 가면 일단 옆구리 찌르기 50번이다. 좋아 죽을 때 까지 해주지.
“그런데… 하고 싶으시다는 얘기가 뭔가요?”
“…민정훈 선배에 관한 일인데, 괜찮겠니?”
“…!!”
화연이 민정훈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은 것과 동시에, 송아영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러자 화연은 재빠르게 그녀를 진정시키며 질문을 거두려고 했다.
“힘들다면 무리하지 마렴. 말 안해도 괜찮으니까…”
“…아니에요 선배. 저는… 저는 괜찮아요.”
송아영이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옆에 앉아있던 세리의 작은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알아내기 위해 찾아오신거죠? 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민정훈이 어떤 인간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공포로 가득한 채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작년에… 입학한지 얼마 안되서의 일이었어요.”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캠퍼스에 발을 들였던 그날, 당시 20살이었던 송아영은 한 남자 선배와 마주쳤다.
당시 처음 와본 캠퍼스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녀를 친절하게 도와줬던 남자이자, 같은 과의 선배. 배려심 깊고 사람좋은 미소가 참으로 눈부셨던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선배였다.
“그때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던 저를… 민정훈 그 인간이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도와줬었죠.”
당시 누가봐도 민정훈은 인기가 많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은 꽤 적지 않았고, 당시 송아영 또한 그런 여자 후배들 중 한명이었다.
“처음에는… 참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사람이랑 사귀면 정말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랬기에 송아영은 민정훈의 호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늘 그와 가깝게 지냈다. 이렇게 가까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연애로 이어질 수도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그러다가 작년 MT에서 그 남자한테 고백을 받았어요. 그때 저는 술에 취해있었기도 했고… 예전부터 좋아했기도 했고 그래서 수락했죠.”
의심할 건 없었다. 그때까지만 했어도 송아영에게 있어 민정훈은 믿음직스러운 선배였으며, 친절하면서도 배려심 깊은 남자였으니.
그랬기에 고백을 받았던 그날, 그녀는 민정훈을 따라 숙소를 나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까 선배가 없더라구요.”
“….”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하룻밤을 함께했던 남자가 사라졌다. 그 말을 들은 화연은 이전에 임수아로 부터 들었던 얘기를 떠올리며 빠져있던 퍼즐 조각을 하나 둘 씩 맞추기 시작했다.
-1학년 애를 찾으러 다녔었는데… 그때 마침 민정훈 선배가 어딜 나갔다 왔는지 차를 타고 돌아왔더라고.
임수아의 말대로라면 아마 민정훈은 송아영이 잠든 사이에 호텔을 나와 숙소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녀와의 관계를 숨기면서까지 그렇게 몰래 숙소로 돌아올 이유가 뭐가 있었을까.
“그때는 그냥 선배가 일이 생겨서 먼저 나가셨구나- 했었는데…”
이야기를 마저 계속해서 이어가던 송아영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팔을 움켜잡으며 몸을 움츠렸다.
“…그날 이후로 인터넷에 제 영, 영, 영상이…”
간신히 진정되어 있던 송아영의 호흡이 다시 가빠지며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나지막히 고개를 저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아도 돼.”
“허억… 헉…”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이상으로 송아영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다.
그랬기에 화연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건너뛰기로 하며, 곧바로 사건의 관련자인 민정훈에 대해 물어보았다.
“…민정훈은 뭐라고 했었니?”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어요… 오히려 제가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뿌린게 아니냐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저를 몰아가면서까지…”
“….”
“그리고… 나중에 우연히 보게 된거죠. 그 영상이… 민정훈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다는 걸…”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영상에는 틀림없이 그날 호텔에서의 일이 담겨져 있었다. 그것도, 교묘하게 찍힌 각도로 그녀의 얼굴만이 노출되게.
그리고 그 영상의 원본은 다름이 아닌 착한 선배라고 믿었던 남자의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뻔하디 뻔한 이야기다. 인터넷에 한번 올라간 영상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고, 그 영상으로 인해 대학에 안좋은 소문이 퍼져나갔으며, 그렇게 소문이 퍼지자 어느샌가 송아영은 가해자가, 민정훈은 피해자가 되어있었다.
“…경찰에 신고는 한거지?”
“했지만…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는 결국 밝히지 못했어요. 경찰이 조사했을 때는 이미 영상이 지워진 뒤여서…”
그래서 결국 소문과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대학을 나와 지금까지 이렇게 방에 틀어박히며 하루하루를 떨어온 것이다.
이 사회에서 흔하디 흔한…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참 세상 꼴 한번 잘도 돌아간다.
송아영의 이야기를 들은 이한성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뻔한 욕설을 간신히 도로 삼키며 인상을 팍 구겼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노하고 애석함을 느낄 이야기다. 하지만 줄곧 송아영의 사정을 경청하고 있던 이한성은 무의식적으로 분노 이상의 무언가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남자이기 이전에 수정이와 세리를 딸아이로 둔 아버지였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 수정이와 세리가 대학에 들어가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잔뜩 구겨진 인상과 함께 악마와도 같은 웃음을 지으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나한테 아주 좋은 방안이 있는데, 한번들어 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