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9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93화(193/245)
193
유복한 가정에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부모님.
민정훈은 그런 가족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부터 그에겐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장난감, 과자, 게임기, 무엇하나 빠짐없이 그의 부모님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줬었다.
불평할 것 하나 없는 풍족한 유년시절. 그리고 그런 민정훈의 삶은 학생이 되어서도 바뀌는 일이 없었다.
가진 것이 많고 불만이 없어서일까, 민정훈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 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그리고 민정훈 또한 그런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듣기 좋았기에 최대한 착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초등학생이었던 그에게 아주 사소한 사고가 생긴 일이 있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도중, 실수로 공을 뺏으려다가 같은 반 아이의 팔을 부러뜨려버린 것이었다.
누가보아도 명백한 민정훈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당시 어른들은 그 누구도 민정훈을 혼내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팔이 부러졌던 아이를 조심성이 없다고 말했을 뿐.
야 이거 백퍼 곧 퀘스트 뜬다
말 잘듣는 정훈이가 일부러 그랬을리 없다. 선생님들도, 부모님도 다들 그렇게 말했다.
분명 혼날 거라고 생각했던 민정훈은 그날 깨달았다.
평소에 착한 모습을 보이면 무슨 잘못을 해도 괜찮은거구나- 하는 잘못된 사실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착한아이를 연기하면 남들이 알아서 변호해주니.
친구의 팔을 부러뜨려도, 아무도 고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짜증나는 여자애를 붙잡아다 가지고 놀고 사진을 퍼뜨려도, 누구도 범인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그러면서도 마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 척을 하며, 다른 차들 사이에 섞여 사고를 일으키는, 그런 존재.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 민정훈은 이미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가족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의 본질을 알아채지는 못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그의 가면은 더욱 철저하게 그의 내면을 숨겼다. 친절하고 사람 좋은 선배. 화를 내는 일이 없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같이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면. 이미 인간 이하의 무언가로 취급될 정도로 뒤틀려있던 그의 심정은, 끊임없이 범죄를 계속하고 있었다.
사람이 철저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특히나 아무것도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여자들의 하룻밤 다음날의 모습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그런 식으로 1학년 후배를 철저하게 망가뜨렸던 것이 바로 작년의 일. 그때 찍은 사진을 채팅방에도 풀고 하는 식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았던 민정훈은 이미 진작에 다음 타겟을 정해놓은지 오래였다.
같은 과의 3학년 후배이자, 과 제일의 미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잔뜩 일그러질 그 얼굴이 기대되는, 최상의 먹잇감.
그렇게 화연을 다음 타겟으로 정했던 민정훈은 지난 날들 동안 꾸준히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전부 동원했었다.
호감을 사기 위해 과제를 도왔고, 밥을 사주었으며, 일부러 술을 먹여 풀어지게 만드려고도 했다.
그러나 화연은 지금까지의 여자들과는 달리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었다.
과제를 도와줘도 딱 예의만 차리는 감사인사 하나 뿐. 밥을 사줘도 어느샌가 더치페이로 한발 앞서 계산하고, 워낙에 술에 센 탓에 술을 먹여도 오히려 이쪽이 휘말린다.
그래서 민정훈은 방법을 바꿔 그녀의 호감을 이용해 다가가는게 아닌, 소문을 퍼뜨려 그녀가 무너지는 틈을 타 가지고 놀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마침 최근들어 이른 결혼으로 떠들썩했던 화연이었던지라 퍼뜨릴 소문거리 또한 충분하고도 남은 편이었다. 그랬기에 민정훈은 천천히 주변 친구들과 선배, 그리고 후배들을 통해 화연에 대한 악소문들을 퍼뜨려나갈 수 있었다.
이제 그 콧대높은 여자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민정훈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거 들었어? 그 왜 그 선배 있잖아…”
하루.
“작년 MT 때…”
이틀.
“완전 쓰레기…”
삼일.
“경찰은 뭐하고…”
그리고 사흘…
…사흘이 지나고 나서야, 민정훈은 무언가가 명백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거지…?’
퍼뜨리려고 했던 화연에 대한 악소문은 온데간데 없이 증발했고, 오히려 본인의 악소문이 캠퍼스 전체에 퍼지다싶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난생 처음 겪어보는 경험에 민정훈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하나같이 다들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싸늘하게 그의 등골을 후벼팠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 식은땀. 자꾸만 모두가 쳐다보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놓이질 않는 긴장감. 이 모든 것들이 생소했던 민정훈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사람마냥 다급하게 화장실로 도망쳤다.
“x발… 대체 뭐야! 왜 다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민정훈은 세면대를 내리치며 욕을 내뱉었다.
“왜 니 욕만 하고 있는거냐고?”
“…!!”
바로 뒤에서 문이 열리며 낯선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이에 민정훈은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았고,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남자와 마주쳤다.
“너는…”
지난 술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화연의 남편, 이한성. 대학 캠퍼스 화장실에서 갑자기 그와 이렇게 마주치게 된 민정훈은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에 이한성은 그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일관하며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설마 1년도 안된 일을 까먹었을리는 없고, 본인이 제일 잘 알텐데?”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곳에서 가면을 벗어선 안된다. 그렇게 민정훈은 본성을 철저하게 가면으로 억누르며 거짓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이한성에게 그의 가면은 씨알도 먹히질 않았다.
“대낮부터 술을 쳐마셨나, 그게 기억이 안난다니 거 참 큰일이네.”
[위이잉-]이한성이 능청스럽게 디스를 날린 것과 동시에 민정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
“확인해 봐. 그럼 기억이 날지도 모르지.”
민정훈이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꺼내자, 이한성은 씨익 웃으며 그를 부추겼다. 그러자 이에 민정훈은 조용히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하였고, 그와 동시에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의 핸드폰 화면에는, 오래 전 진작에 지웠을 송아영의 영상이 이름모를 누군가로 부터 전송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송아영의 모습은 그림자 조차 안나오게 전부 모자이크 처리되고, 오직 그날 호텔에 같이 있었던 민정훈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나와있는 채로.
“이, 이게 왜…!!”
“안 지워지고 그대로 있냐고? 그러게 이런 중요한 증거는 제대로 간수를 했어야지.”
“큭…!”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원본 영상은 진작에 지워놨고, 소장용은 자취방에 있는 USB에 누구도 알지 못하게 숨겨져 있었을텐데 대체 무슨 수로 이 영상이 수백 개 씩이나, 그것도 이렇게 단톡방에 뿌려져 있는 것일까.
“너 이 x발… 원하는게 뭐야!!”
궁지에 몰리게 된 민정훈은 그대로 이한성의 멱살을 붙잡으며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이한성은 이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할 뿐이었다.
“그냥 뭐, 내가 분리수거를 워낙에 철저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서.”
일반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무사하게 갈 수 있게 제대로 처리해야지.
이한성의 말이 끝난 것과 동시에 바깥에서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렌 소리가 경찰차의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민정훈은 다급히 이한성의 멱살을 놓으며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그는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가 없었다.
[스킬: 행동제한] [대상의 움직임이 제한됩니다.]“마침 오늘이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네.”
———————-
“허억!!”
마치 악몽을 꾸다가 깬 듯, 민정훈은 몸을 벌떡 일으키기 무섭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눈뜨기 무섭게 그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침대와 책상이 들어서있는 방 안의 모습이었다.
“…x발, 꿈이었네.”
자신이 캠퍼스의 화장실 안이 아니라 자취방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정훈은 그렇게 안도하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렸다.
‘x나 생생해서 하마터면 지릴 뻔 했잖아.’
꿈 치고는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 그 탓에 민정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본인의 침대 옆에 놓여져 있던 핸드폰을 켜서 확인하였고, 역시나 영상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나지막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진작에 지워놨는데 핸드폰에 남아있을리가.”
작년에 재미를 보았던 그 영상이라면 따로 모아둔 USB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본인 이외에는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민정훈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을 열었다.
“역시나… 그대로군.”
책상 서랍 안에는 검은색 USB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굳이 열어서 확인해 볼 것 까지야 없었지만, 그래도 워낙에 악몽이 생생했던 탓에 조금 정신이 오락가락 했던 그는 기분나쁜 미소와 함께 USB를 꺼냈다.
“아, 뭐야. 거기에 있었어? 그냥 방 뒤졌으면 됐을 걸 괜히 고생했네.”
“!!!”
아까 꿈에서도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민정훈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것도, 꿈 속의 화장실에서 그랬듯이 바로 뒤에서.
“어, 어, 어떻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민정훈은 뒤를 돌아보며 이곳에 있어선 안될 이한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꿈 속에서 보았던 악마의 미소를 그대로 지으며 얼이 빠진 민정훈에게 말했다.
“어떻게긴 뭘 어떻게야. 인x션이다 이 x끼야.”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민정훈의 방 안이었던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으로 뒤바뀌었다.
바뀐 것은 공간만이 아니었다. 뒤바뀐 새하얀 공간에는 이한성 외에도, 화연과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세리가 떡하니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인x션이라니, 그게 무슨…”
“아직도 꿈이라는거지. 왜, 팽이라도 돌려서 증명해 봐?”
꿈 속의 꿈. 이한성의 스킬, [루시드 드리머]와 수면마법의 조합으로 재현된 명작 영화의 현실화.
즉, 지금 이 공간은 사람 하나가 죽어도 증거하나 남지 않는 곳이다.
“뇌전.”
[콰과과광!!]화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과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에서 시퍼런 번개가 내리쳐 민정훈을 직격했다.
“컥!! 캌허어억!!”
“엄살피지 마. 방금 건 220V 밖에 안되니까.”
대한민국에서 보급되고 있는 전기의 표준 규격에 불과한 출력. 이 꿈 속의 공간에서는 임신 중인 것과 상관없이 [롱기누스의 창]을 수천 번이나 내리쳐 민정훈을 재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화연이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꿈 속의 세계라고 해도 그 꿈 속에서 정신을 죽여버리게 되면, 현실에서 뇌사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에게 있어선 그것도 나름대로 시원한 선택지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의 도를 벗어난 쓰레기라고 한들, 타인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건 그닥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화연이 선택한 것은 작게 조절한 출력의 번개로, 민정훈을 끊임없이 지지는 것.
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그가 불구가 될 때 까지.
“크아아악!! x발!! 다 죽여버릴거야!!”
벌써 수십 번이나 번개에 직격당했음에도 여전히 본인의 죄를 뉘우치지 않은 채 발악하는 민정훈. 평소에 자기애가 넘쳐나는 소시오패스였던 그였기에, 그에따가 정신체만 존재하는 이곳에서의 맷집이 남들에 비해 배는 좋은 편이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그냥 뇌사자로 만들어버려?”
“워워, 나쁜 생각은 아닌데 일단 진정합시다 진정. 아직 비장의 카드가 남아 있잖아.”
손에서 번개 창 비스무리한 것을 응집시키려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재빠르게 그녀를 말렸다.
“세리야. 저놈 손 좀 봐줘라.”
이한성이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세리를 부르며 한가지 부탁을 건넸다. 그러자 세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 어떤 식으로?”
“그 왜 니가 평소에 잘하는 거 있잖아. 살기로 상대방 째려보는거.”
[드래곤 피어]. 평소에는 단순히 세리가 기분 나쁠 때 마다 그냥 적당히 경고하는 식으로 남용하는, 드래곤들의 무식하게 강력한 패시브 스킬.제아무리 헤츨링이라 한들, 일단 고룡의 후예인 세리가 [드래곤 피어]를 최대 출력으로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으, 으, 으아아아아아악!!!!”
제아무리 소시오패스라 한들 순식간에 폐인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똥오줌 가릴 줄도 모르게되는 폐인이.
“…컥-”
[털썩-]아주 잠깐, 1초도 안되는 순간 동안만 세리의 진정한 [드래곤 피어]를 마주한 민정훈이 마치 죽은 듯 바닥에 쓰러졌다. 바짓가랑이 사이로 무슨 액체가 줄줄 세어나오고 있었던 것은 덤이었다.
“이정도면 돼?”
“…어, 그래.”
…다음부턴 옆구리 찌를 때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