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9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95화(195/245)
195
“전방에 이수정 출현! 전원 퇴각하라!!”
“아하하!! 전쟁이다!!”
언제나와 같이 전란이 끊이지를 않는 놀이터에서, 오늘도 여김없이 치열한 격전이 주변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마음껏 날뛰는 생태계 교란종과, 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아이들. 너무나도 일방적인 싸움을 바라보던 한스 마이어는 나지막히 벤치에 앉은 채 매우 흡족하다는 듯한 얼굴과 함께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훗, 역시나 내가 가르치니 나날이 성장하고 있군.”
수정이에게 검술을 비롯한 이런저런 쓸데없는 것을 가르쳐주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2주째. 워낙에 재능으로 떡칠이 되어있던 덕에 폭풍처럼 성장하는 수정이의 모습에 한스 마이어는 어느새부턴가 스승으로써의 흡족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성장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매일같이 지켜보고 있던 이한성은 그저 걱정만이 가득할 뿐이었지만 말이다.
“야 노예. 너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치고 있는거냐…”
“검술과 오러의 사용법을 조금 가르쳤을 뿐이다.”
“…아오, 뒷목이야.”
안그래도 대마법사 재능까지 있는 애를 마법으로도 모자라 소드 마스터로 만들어놓았다는 한스의 대답에 이한성은 순간적으로 혈압이 확 솟구치는 걸 느끼며 뒷목을 붙잡았다.
“아니, 너 애 싫다며. 그런 놈이 왜 남의 애를 막 가르치고 난리야??”
“가르치다 보니 재미가 붙더군. 저 반푼이라면 분명 앞으로 10년 안에 최강의 검사가 될 수 있겠지.”
“…미안한데 말이야, 이쪽 세계에서의 검사라는 직업은 칼 같은거 안 휘두르거든?”
소드맨이 아니라 어토니. 이한성이 생각하는 검사란 막 칼을 휘드르는게 아니라 증거 자료를 휘두르는 직업이다.
“하, 이곳의 검사들은 긍지조차 잃어버린 패배자들인건가. 꼴이 우습군.”
“긍지를 잃어버린 검사는 너겠지 이 새끼야.”
전직 소드마스터라는 놈이 대낮에 아이 러브 머슬 셔츠를 입고 밖에 나와서 애들 노는 모습이나 구경하고 있는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리를 한다. 아무래도 거울을 안보고 사는 모양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한스를 신랄하게 까며 어느샌가 벌써 놀이터를 정복하는데 성공한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난 체강이다!!”
“치잇…! 두고보자 이수정!! 우린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승리를 선언한 수정이로 부터 도망치며 삼류 악당들이 즐겨하는 대사들을 늘어놓는 아이들. 누가보면 정복왕이라도 되는 줄 알겠는 기세로 신나하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황당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놀고들 있네 진짜…”
요즘 애들은 다 이렇게 노는건가? 세상이 대체 뭐 어떻게 되려고 참… 말세야 말세. 저런 애들이 이 나라의 꿈나무들이라니.
안그래도 최근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이 나라에 회의감이 하늘을 뚫을 지경이었는데 애들까지 저렇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저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니 그러니까 애들이면 좀 애들답게 놀면 어디가 덧나나? 라떼는 말이야 어? 사이좋게 다 같이 모여서 평화롭게 잘만 놀았었다고.
…나만 빼고 말이지.
잠시 어린 시절의 안쓰러운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눈가가 시려오는 듯 했다. 하지만 이한성은 이를 애써 무시하며 자기합리화와 함께 스스로를 달랬다.
암, 그래. 애들이 나를 따돌렸던게 아니라 내가 애들을 따돌렸던거라고.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언제든지 인싸가 될 수 있었을 걸?
누가 듣는다면 추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할게 분명한 자기합리화였다.
그런 이한성의 추하디 추한 내면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것일까, 아빠를 아까부터 줄곧 바라보고 있었던 세리는 이윽고 나지막히 참 딱하고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며 한마디 내뱉었다.
“글러먹은 아빠.”
“뭐?”
“아무말도 안했는데.”
이한성이 무슨 말 했냐는 듯이 묻자 지난번 처럼 옆구리를 찔릴까 무서웠던 세리는 곧바로 발뺌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무말도 안한 것 치고는 뭔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되게 불쾌한데 말이지…
“…뭐, 됐다.”
마음같아선 확 옆구리를 찌르고 싶지만 그랬다가 나중에 등짝이 무사하지 않을테니까 참아야지. 뭐 어쩌겠어.
이한성은 그렇게 세리의 불손한 시선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리고는 이내 세리를 내버려둔 채, 놀이터를 독점해버린 수정이에게 다가가 한소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좀 평범하게 놀면 어디가 덧나냐? 꼭 그렇게 요란하게 날뛰어야 돼?”
“헤헤, 그치만 이게 재밌는걸?”
“순수한 미소로 그런 말 하지 마…”
정말 즐겁다는 아이의 미소로 저런 광기어린 대답을 하니 소름이 끼친다. 어째 날이 가면 갈 수록 제어가 힘들어지는데, 이러다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아니지. 애초에 고삐가 걸려있던 적도 없었지.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수정이가 이한성의 말을 제대로 들었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아무리 충고를 하고 경고를 하고 잔소리를 해도 수정이는 늘 그런 이한성의 말들을 귀담아 들은 적이 없었고, 오히려 제멋대로 해석하고는 더 큰 사고를 일으켰을 뿐이었다.
‘아직까지야 뭐 먹을 걸로 다루는게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그것도 불가능해질텐데, 이걸 어쩐다냐.’
지금이야 아무리 말을 안들어도 초등학생 밖에 안된 애니까 그나마 한정적으로나마 제어가 가능하지만, 나중에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반항기가 와서 지금보다도 더 말을 안 들을 것이며, 성격도 베베 꼬이게 될 것이고, 또한 그나마 귀엽기라도 했던 지금까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온다면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재앙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버리겠지.
“…수정아. 아빠랑 약속 하나만 하자.”
“? 무슨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지구 멸망은 안된다, 알겠지?”
“??”
대재앙의 후손인 세리보다도 이 지구에 위험한 존재가 바로 수정이다. 그런 확신과 함께 인류의 존속을 위해 애쓰는 이한성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수정이가 그런 이한성의 걱정을 알아주는 일은 없었다.
수정이는 그냥 잘 모르겠지만 대충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본인이 지구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별로 알 생각도 없었던 수정이는 그렇게 이한성을 무시하고는 세리와 하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세리야~! 하나야~! 노올자~!!”
말은 안듣고 오로지 놀 생각만 가득해보이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해탈한 얼굴과 함께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먼 미래의 후손들아. 혹여라도 미래에 빙하기가 찾아온다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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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지도 어느덧 1시간 째.
도저히 빈말로도 평범하다고 할 수가 없는 눈앞의 광경에, 이한성은 그저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왜냐하면 불과 1시간 만에 놀이터 전체가 수정이로 인해 거대한 마왕성 비스무리한 것으로 변모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놀이기구들이 얼음으로 두껍게 코팅된 것은 물론이요, 거기에다 더불어 아예 얼음으로 놀이터를 재창조하기 까지, 이미 이곳에는 기존의 놀이터의 모습 따윈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지경이었다.
“얏호~!!”
수정이가 본인이 직접 만들어낸 11m짜리 얼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신나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하나야! 너도 빨리 내려와바!”
“나, 난 못해…”
먼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수정이가 높은 높이에 겁을 먹어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하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11m 높이의 익스트림 아이스 미끄럼틀. 어른인 이한성이 아래에서 올려다 보아도 아찔하게 생겨먹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애라면 당장 오줌을 지려도 이상하지가 않은 높이다.
“칫, 그럼 하는 수 없찌. 세리야! 그냥 밀어버려!!”
“?!!”
수정이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세리는 잘 가라는 듯이 바로 하나의 등을 떠밀어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
미끄럼틀의 각도는 대략 60도 정도. 매우 가파른 편인데다가 얼음으로 만들어진지라 보통 미끄럼틀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미끄럽다.
게다가 미끄럼틀의 높이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m. 이 모든 숫자들과 지구의 중력가속도를 공식에 넣어 계산했을 때 나오는 속도는… 물리학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 어마무시한 속도일 것은 틀림없다.
거의 무슨 롤러코스터가 낙하하는 속도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하나가 거의 죽을 것 같은 비명을 사방에 내질렀다.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는 속도. 애초에 안전 따위를 고려하고 만든 미끄럼틀이 아니기에 안전장치라고는 고작 밑바닥에 깔아놓은 눈 쿠션이 전부다.
게다가 수정이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이 미끄럼틀은 만든 것인지, 미끄럼틀의 끝에는 스키점프대가 설치되어 있다.
하나같은 어린아이 한명 정도는 가뿐히 이륙시킬 수 있을 정도로.
“….”
[붕-]내려오는 도중에 진작 기절했던 모양이었는지 하나의 비명소리는 이미 멎은지 오래였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속도와 함께 스키점프대 비스무리한 것을 지나 공중으로 날아오른 하나는 그대로 눈 쿠션위로 다이나믹하게 추락했고, 이를 지켜본 이한성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에게 달려갔다.
“어우, 야… 괜찮니?”
“으으… 엄마…”
이한성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하나는 잔뜩 울먹이며 제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수정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동시에 뒤늦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얌마!! 놀거면 좀 평범하게 좀 놀아!!”
이게 무슨 롤러코스터 타x쿤도 아니고 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아무리 세리가 미리 결계를 쳐둔 덕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 미친광경이 보이지 않는다지만, 이건 너무가버렸다. 본인만 즐기기 위해 만들었다면 또 모를까, 누가봐도 미쳐버린 미끄럼틀 위에다가 동생을 시켜 친구를 밀어버리다니…
“? 미끄럼틀을 타고 노는 건 충분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에…”
“저게 어딜 봐서 미끄럼틀이냐?!”
저건 더 이상 미끄럼틀이라고 할 수 없는, 스키점프대의 탈을 쓴 무언가다. 절대로 애들이 평범하게 타고 놀 물건이 아니다.
“거 시끄럽군. 내가 볼때는 저정도면 충분히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만.”
이한성이 버럭 항의하기 시작하자 아까부터 줄곧 철봉으로 턱걸이를 하고 있던 한스 마이어가 끼어들며 그렇게 수정이를 두둔했다.
“평범? 평버엄?? 야 이 미친놈아! 니 눈엔 저게 어딜 봐서 평범하냐?!”
“내가 어릴적에 살던 마을에서는 종종 폭포에서 뛰어내리고 놀기도 했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저정도는 애교수준이지.”
“….”
한스의 말에 이한성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애당초 미친놈에게 평범함의 정의에 대해 물어본 이한성이 바보였다.
“…됐고, 수정이 너 저것들 빨리 다 치워 놔.”
“아 왜에~!!”
“왜긴 왜야! 보고있는 내 수명이 깎이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
덩달아 모발들도 함께 깎겨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덤이다. 안그래도 평소에 스트레스 수치가 높았는데, 여기서 더 높아지는 것을 감당할 순 없다.
“치이… 재밌썼는데…”
이한성의 항의에 수정이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만들어놓은 불법 시설물들을 전부 철거하였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진정할 수가 있었다.
“하아… 내가 너 땜에 제명에 못산다 진짜…”
“흥, 아빤 맨날 남탓만 해.”
“뭐가 남탓이야 이게!”
“그야 내가 얼~마나 착한데 아빤 맨날 무슨 일만 생겨도 나 때문이라고 하자나.”
“…뭐?? 착해?? 누가???”
대체 누가 그딴 헛소리를 지껄인건데?? 아니, 귀여운 애라고 하면 모를까, 착하다고?? 수정이 얘가??
순간 넘겨들을 수 없는 헛소리를 들어버린 이한성이 황당하다는 얼굴과 함께 수정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이 그랬써! 세상에 나만큼 착한 애는 진짜 처음본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양혜미 교사가 수정이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그녀는 세상에서 수정이 같은 애는 처음본다고만 했지, 수정이가 착하다고 말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착하다는 말은 그냥 수정이가 제멋대로 선생님의 말을 착각해서 들었을 뿐이다.
“…너네 선생님이 그랬다고? 진짜??”
“응! 진짜!”
“…허.”
양혜미 씨, 그렇게 안봤는데 아첨떠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신가보네… 아무리 학부모들한테 잘보이고 싶다 해도 그렇지, 그런 입에 발린 뻔한 거짓말을…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한성은 그렇게 양혜미 교사를 다시보며 깊은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졸지에 간신 이미지가 박혀버린 양혜미 교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