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9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97화(197/245)
197
하와이.
관광지의 대명사이자 열대지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섬.
1년 내내 여름인데다가 비도 잘 안오는 하와이는 그야말로 모두가 여행을 간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1순위에 속한다.
새하얀 백사장에 야자수, 그리고 비취색 바닷가가 펼쳐진 그 아름다운 곳을 누가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돈과 시간만 있다면 사람이 죽기 전에 무조건 한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 바로 하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런데 갑자기 왠 물어보지도 않은 하와이에 대해 잔뜩 떠들고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왜냐하면 그 하와이에, 지금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이 사단이 터진거지?”
차가운 눈송이들이 허연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바라보며, 이한성은 어이가 날아가버린 표정으로 불과 1시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아직, 하와이에 눈이 내리지 않았던 때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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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수정이가 내뱉은 한마디로 부터 비롯되었다.
“나 하와이 가고 시퍼!”
“…갑자기 왠 하와이?”
넌텐도 사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하와이 타령을 해대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가 그랬는데, 하와이에 가면 이~만큼이나 넓은 바다가 있대!!”
“그야 그렇겠지. 하와이니까.”
“그러니까 가서 바다에서 놀구시퍼!”
“…이렇게 갑자기??”
아무런 낌새도 없다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하와이에 가고싶다는 말을 해봤자 이한성이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 여행 같은 경우에는 티켓도 끊어야하고, 숙박시설도 미리 잡아야 하고, 비자도 미리 받아야 하는 등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니.
“저기, 수정아. 너 하와이가 어딨는지는 알아?”
“당근이지! 내가 아빠처럼 바본 줄 알아?”
“….”
이한성의 눈썹이 살짝 꿈틀였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오늘 하루 동안만은 눈감아주기로 했던 이한성은 조용히 화를 참으며 애써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래… 안다면야 다행이지. 어딨는데?”
“후후, 하와이는 말이지…”
잠시 뜸을 들이기 시작한 수정이. 그렇게 말을 질질 끌던 수정이는 이내 막 기대하라는 듯이 웃으며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바닷가에 있써!”
“….”
내 이럴 줄 알았다.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어. 쟤가 그럼 그렇지, 저렇게 바보스러운게 천재라니… 뭐 바보와 천재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하다, 이건가?
“…수정아. 하와이는 말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거든?”
“응? 차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거 아니어써?”
“퍽이나 그러겠다…”
하와이가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개나 소나 주말에 다 놀러갔었겠지… 애초에 차타고 2시간이라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거야??
수정이에게 있어선 하와이=바닷가. 그리고 가장 가까운 바닷가=대략 차로 2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의 공식을 담고 있는 수정이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리가 없었던 이한성은 그저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3차원의 존재는 4차원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듯이, 이한성도 수정이를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와이는 적어도 비행기 타고 반나절이야 이것아. 그리고 비행기 타고 뭐 하고 다 준비하려면 오늘 안으로는 안 끝나.”
“…그러면 못가는거야?”
“오늘은 못가지.”
“모야! 그런게 어디써?!”
잔뜩 기대하고 있던 수정이는 그렇게 삐진 듯이 버럭 외치며 항의해보았다. 하지만 당연히 항의한다 한들, 이한성은 딱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말해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거야. 하와이는 다음에 날 잡아서 놀러가고, 다른거 아무거나 말해 봐.”
“시러! 오늘 뭐든지 들어준다구 했자나~!!”
“가능한 선에서 들어준다는거였지. 내가 무슨 전세기라도 있는 대기업 회장인 줄 알아??”
“으으…”
수정이의 볼살이 복어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잔뜩 삐쳐가지고 완전히 토라지기 직전에 나오는 습성이었다.
“아빠는 거짓말쟁이!! 흥이다 흥!!”
아니나 다를까, 수정이는 그렇게 잔뜩 삐진 목소리로 버럭 외치고는 2층으로 도망가버렸다.
“에휴… 안되는 걸 나보고 뭘 어쩌라는건지 참…”
누굴 닮아서 저리 똥고집인걸까. 분명 해영이 걔 때문에 애한테 안좋은 물이 잔뜩 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언제나 그랬듯 본인이 원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그런 그의 한숨소리에, 이내 한스가 비웃으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네놈도 참 사내답지 못한 놈이로군. 한번 한 말을 그렇게 쉽게 어기다니.”
“…너 요즘 은근히 기어오른다? 주말에 쉬기 싫은가보지?”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디만. 다른 것도 아니고 애가 어디 여행 좀 가고 싶다는데, 네놈은 부모로써 그거 하나 못해줄 정도로 속이 좁은 모양이로군.”
“…오냐 그래. 그럼 원하는대로 월세를 올려주지.”
“…!!”
이제는 주말에 일시키는 걸로 협박해도 잘 먹히지 않자, 이한성은 지금까지는 최대한 봐주고 있었던 월세를 들먹이며 한스를 협박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월세를 올린다니?!”
“말 그대로지. 너 임마, 내가 지금까지 되게 싼 값에 방 주고 있던거야. 슬슬 그만 봐줄 때도 됐지 아마?”
“큭…! 이런 악마같은 놈…! 내게 돈이 얼마나 있다고 그런 잔악무도한 짓을 하려는거냐!!”
“어허, 잔악무도 같은 소리 하고있네. 내가 얼마나 선량한 모범시민인데.”
월세를 인질로 삼아 협박 비스무리한 갑질을 하고 있는 것 부터가 선량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럼에도 뻔뻔하게 웃으며 한스를 압박할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뒤통수가 무척 따가운 듯한 기분이 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
이런 살기어린 시선을 몇번인가 경험한 적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경우에는…
“쫌생이.”
…세리가 범인이었다.
제 언니를 토라지게 만들었다고 잔뜩 째려보며 눈치를 주는 세리의 모습에 이한성은 맹랑한 드래곤 소녀를 바라보았다.
“…야, 넌 아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야 아빠가 쫌생이니까.”
“내가 왜 쫌생인데.”
쫌생이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부모들에 비해 자식들의 떼를 잘 받아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솔직히 나만큼 관대한 부모는 없을걸?
본인 스스로를 절대 쫌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당당하게 생각하며 세리에게 항의했다.
“언니가 바닷가에 가고 싶다는데 그거 하나 안된다고 하잖아.”
“아니… 하와이가 그냥 바닷가인 줄 알아?? 거기 가려면 준비해야될게 한두개가 아니라니깐???”
“그럼 준비하면 되잖아. 뭐뭐 필요한데?”
세리는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자세히 설명해보라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기본적으로 해외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비행기 티켓 끊어야되지, 비자 신청 받아야지, 숙소 예약해야되지, 돈도 미리 환전해야하지, 넌 이걸 하루만에 다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냐??”
“응.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치의 주저도 없이 그렇게 대답한 세리. 이에 이한성은 어이가 사라진 얼굴로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치는 둘째 딸을 가만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난 아빠나 인간들 처럼 치사하게 거짓말 안해.”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나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이한성은 코웃음을 치며 세리를 부추겼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보란듯이 거실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왜냐면 난 그런 거 준비 안해도 갈 수 있거든.”
[화악!]“?!”
순간 밝은 빛이 거실 전체를 감싸며 이한성의 시야를 가렸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리며 눈을 찡그린 이한성은 이윽고 언제 한번 느껴본 적이 있었던 울렁거림을 경험했고, 그 찰나의 울렁임이 멎은 것과 동시에 눈을 떠보았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거실의 풍경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
새하얀 백사장과 비취색 바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야자수들과, 미세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새파란 하늘.
5월인 것에 비해 공기가 조금 더웠고, 내리쬐는 햇볕이 무척이나 강렬했다.
“…여기가 어디여?”
“하와인가 뭔가 하는 바닷가.”
갑자기 난데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난생 처음 와본 곳으로 이동된 이한성의 물음에, 세리는 그렇게 시큰둥한 반응으로 대답했다.
“오, 공기가 후덥지근 하군. 분명 수인족들이 사는 대륙의 남부 쪽이 이런 기후라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세리의 텔레포트 마법에 같이 휘말렸는지, 덤으로 딸려온 한스가 덤벨을 내려놓으며 주위의 경치에 나지막한 감탄을 내뱉었다.
하지만 한스와는 달리 이런 갑작스러운 날벼락을 맞은 이한성에게는 전혀 감탄할 정신이 없었다.
그야 티켓도 여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이렇게 갑자기 하와이에 떨어졌다는 것은, 현재 지금 본인들의 처지가 밀입국자나 다름없다는 뜻 밖에는 되지 않았기에.
“이세리…”
“!!”
이한성이 화낼 때 특유의 분위기를 감지한 세리가 본능적으로 흠칫거리며 재빠르게 한스의 뒤로 도망쳤다. 이한성이 저런 식으로 자신을 부를 땐, 늘 옆구리를 공격당했다는 걸 조건반사 수준으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한성이 세리의 옆구리를 찌르며 화를 내려던 그 순간, 수정이의 해맑은 외침이 그를 잠시 멈춰세웠다.
“우왕!!”
“…?”
삐져서 2층으로 올라가있었던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한성은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수정이가 아주 좋아 죽으려는 얼굴과 함께 바닷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바다다!!”
[풍덩!]신난 외침과 함께 수정이는 그대로 떠밀려오는 비취색 파도를 향해 몸을 던졌다.
…하긴 세리 저게 지 언니만 놔두고 왔을리가 없지. 한스 저놈도 데려왔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던 수정이까지 이동시킬 정도의 광범위한 텔레포트 마법.
이전에 화연으로 부터 텔레포트 마법이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 마법인지에 대해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은적이 있던 이한성이었기에, 마법에 대해 무지한 그가 봐도 세리의 능력이 얼마나 어마무시한지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었다.
“…찌를거야?”
“…오늘만 봐준다.”
세리가 잔뜩 경계한 채 한스를 방패로 내세우며 묻자, 이에 이한성은 신나게 바닷물을 튀기며 놀기 시작한 수정이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그렇게 대답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세리의 텔레포트 마법을 통해 오게 된 이곳은 하와이의 섬들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외딴 섬인 듯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수정이와 세리의 정체를 들킬 만한 일은 없을 듯 했고, 비록 밀입국이라는 느낌이 되긴 했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던 이한성은 그렇게 하는 수 없이 세리의 옆구리를 찌르려던 손가락을 거뒀다.
뭐… 이미 와버린 걸 어쩌겠어. 이왕 하와이에 이렇게 오게 된 거, 즐기다가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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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했던게 바로 1시간 전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말도 안되는 풍경이 말해주듯이, 그런 이한성의 생각은 틀려도 단단히 틀려먹은 잘못된 오판이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하와이에까지 와서 수정이가 이런 대형 사고를 칠 것이라고는 그 누가 알았겠는가. 사고를 칠 것이라는 것 쯤이야 당연히 예상했지만, 그냥 단순하게 바닷물만 좀 얼리는 수준으로 끝날 줄 알았지.
하지만 이게 왠걸? 눈이 내리고 있네?? 하와이에서???
잠깐 볼일 좀 해결하느라고 근처 숲 속에 들어가기 전 까지만 했어도 이곳에서 눈이 내리는 일 따윈 전혀 없었다.
그말은 즉슨 그 잠깐 사이에 이 사단이 일어났다는 뜻.
그리고 그 사단의 원인은 지금 기상이변으로 인해 눈이 내리지 말아야 할 이곳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이 와중에도, 바로 눈앞에서 태평하게 백사장을 침대삼아 누워있다.
“…뭔 일이 있었는지 설명 할 사람?”
바닥에 누워있는 수정이의 곁을 지키던 한스가 이한성의 물음에 흠칫하며 눈치를 보았다.
“그… 같이 놀아주다 보니 그만…”
“그만 뭐.”
“…애가 더위를 먹어버린 모양이다.”
대체 뭘 어떻게 놀고 있었길래 쌩쌩하던 애가 그 사이에 더위를 먹은 것일까.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이야기는 다시 조금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