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9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99화(19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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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국 애한테 필살기를 가르쳐주다가 이 사단이 난거냐?”
“…요 꼬맹이가 이렇게 빨리 더위를 먹을 줄은 몰랐지.”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이한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자, 한스는 그런 변변찮은 변명을 내뱉으며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아오 이 미친놈이 진짜… 야 이 새끼야!! 그러게 애가 무리하지 말게 잘 지켜봤어야지!!”
굳이 따지자면 애당초 애를 한스에게 맡겨놓고 화장실을 갔었던 이한성의 탓이다. 하지만 당연히 한스는 당장 극대노한 집주인 앞에서 감히 그 팩트를 입에 담을 배짱이 없었다.
“아 어떡할거야 이거!! 하와이에 눈이 내리고 있는게 말이 되냐?? 아니, 지난번에 사막에다가 눈을 내리게 한 것도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답이 없잖아!!”
지난번에 수정이가 사하라 사막에서 눈을 내리게 했을 때는 거기가 오지였기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지만, 하와이는 다르다.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피서지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니.
사하라 사막때야 뭐 이상기후니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아마 지금 쯤이면 벌써 뉴스에서 난리도 아니겠지.
“뭔가 해결 방법이 필요해. 어떻게든 이 사고를 수습할 방법이…”
그냥 도망칠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실상 그 누구도 하와이에서 눈이 내리고 있는 원인이 여기 더위를 먹어 뻗어버린 어린 소녀 때문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할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단을 만들어내놓고 빤스런을 쳐버리면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화연이에게 온갖 잔소리들을 귀에다 때려박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양이다.
“훗, 네놈은 바보인가? 눈앞에 해결책이 있는데.”
“…뭐 이 새꺄?”
갑자기 바보라며 이한성을 디스하는 한스의 행동에 집주인은 핏기를 세운 눈빛으로 칼 밖에 휘두를 줄 모르는 식객을 잔뜩 째려보았다. 그러자 이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소드 마스터는 그대로 헛기침을 여러번 하며 나지막히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
“전능한 드래곤이 여기 있지않나. 날씨 따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닐터.”
“?”
제 언니를 돌보다가 난데없이 지목받은 세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세리야.”
“…? 왜, 왜 그렇게 쳐다봐?”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 이한성의 태도에 세리는 뭔가가 귀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살짝 뒤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렇게 뒷걸음치는 세리의 양 어깨를 잽싸게 붙잡아버렸다.
“지금 날 구할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다. 부디 눈을 그치게 해다오.”
“….”
갑작스런 부탁에 그저 푸른 눈동자를 깜빡이며 이한성의 눈을 마주본 세리.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세리의 대답은 무척이나 짧고 간결했다.
“내가 왜 아빠를 구해야 하는데?”
“…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방금 도와주기 싫다고 한거 맞지…??
“아니… 그러니까 내가 아빠니까…”
“그런데? 아빠라서 뭐.”
“….”
진짜로 왜 자기가 도와줘야겠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세리. 그동안 제 아빠에게 당한 것들이 많았기에 세리가 그렇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한마디로 현재 이한성에 대한 세리의 신용도는 말 그대로 제로. 세리에게 있어서 이한성은 아빠이기 이전에 신용 불량자인 상태라는 뜻이다.
“세리 너 진짜… 야박하게 이렇게 나올거야??”
“흥! 만약에 아빠가 절하면서 부탁하면 한번 생각해 볼지도.”
이것이요?? 요것 좀 봐라?? 부탁 하나 들어준다고 제 부모한테 절을 받으려고 해?? 요 요 배은망덕한 불속성 효녀를 다 봤나… 지가 드래곤이면 다야?? 엉??
세리의 불효스럽기 그지 없는 조건에 이한성은 너무 황당한 나머지 입을 딱 벌린 채 목구멍 밖으로 새어나올 뻔한 온갖 말들을 속으로 되뇌였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
부모된 자로서 제 자식이 불효의 길을 걷지 않게 하는 건 의무지. 오냐, 세리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불속성 부모가 되어주마.
“안 도와주면 이거 다 너 때문이라고 니 엄마한테 죄다 일러바치는 수 밖에.”
“?!”
이씨 집안의 권력 서열은 마치 순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가위바위보 와도 같은 상성들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위는 보를 이기고, 보는 주먹을 이기고, 또 주먹은 가위를 이기듯이 이한성과 화연, 그리고 수정이와 세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이한성을 이기고, 이한성은 화연을 이기며, 또 화연은 아이들을 이기는 구도. 물론 이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에 상성이 무너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들어맞는다.
그말은 즉슨 아빠에게는 죽어라 대들지만, 엄마한테는 꿈쩍도 못한다는 소리.
한마디로 세리에게 누명을 씌워 화연에게 일러바친다면 세리는 꼼짝도 할 수가 없다는 뜻이 된다.
“치, 치사하게 그런게 어딨어!! 아빠가 그러고도 어른이야?!”
“잘 들어라. 원래 어른이란 치사한거다.”
“큿…!”
이한성이 그렇게 항의를 일축해버리자, 세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주춤거렸다.
“그래서? 엄마한테 다 같이 혼날래, 아니면 서로 협력해서 빠져나갈래?”
“으으…”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한층 더 세리를 압박하기 시작한 이한성. 그렇게 아빠 되는 인간이 반 협박으로 압박해오자, 세리는 한참이나 고민하더니 결국 어른의 치사함에 손을 들고 말았다.
“알았어어… 하면 되잖아…”
“아주 좋은 생각이다 딸아.”
결국 제안을 수락한 세리의 모습에 이한성은 작전대로 먹혀들었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애를 상대로 유치하게 협박이나 한 건 전혀 양심에 찔리지가 않았던 모양이었다.
“…눈만 그치게 하면 되지?”
“그래. 그거면 충분해.”
세리가 마법진을 바닥에 그리며 묻자, 이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별 내키지 않다는 표정을 한가득 얼굴에 띄운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날씨를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것 치고는 살벌하기 그지 없는 주문을.
“지옥에서 온 불길로 업화를 일으킬지어니, 발산하라. [무스펠헤-]”
“아니아니 잠깐만 스톱.”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상황이 이보다 더욱 주옥같이 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이한성은 주문이 완성되기 직전에 다급히 세리를 멈춰세웠다.
“아, 왜. 눈 그치게 만들어달라며.”
“아니, 주문이 좀 이상하잖아. 지옥에서 온 뭐?? 업화??”
“그게 뭐.”
막 따지기 시작한 아빠의 반응에 세리는 거 귀찮게 한다는 듯이 눈빛을 팍 구기며 짜증이 가득한 말투로 그렇게 대꾸했다.
얘가 설마…
“…세리 너 설마 눈 그치게 만들겠답시고 주변을 아예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려던 건 아니지?”
[뜨끔-]이한성의 물음에 잠시 흠칫하며 시선을 피한 세리.
“…아, 아닌뎁.”
“어허. 눈 똑바로 보고 대답해.”
“….”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계속해서 시선을 피하려고 하고 있다. 아무래도 진짜로 하와이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려던 모양이었다.
“얌마!! 내가 언제 널 그리 가르쳤냐?! 누가 섬을 바싹 태워버리래?!!”
“그, 그치만 그정도 위력이 아니면 수정이 언니의 마력을 상쇄할 수가 없단 말이야!”
“상쇄고 자시고 우리들까지 다 타죽겠다 이것아!!”
“언니는 이정도로 안 타 죽어!!”
이한성이 버럭 소리치자 이에 세리도 질세라 맞불을 놓으며 버럭 외쳤다. 그새 지와 제 언니와는 다르게 제 아빠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예 망각해버린 둘째 딸을 본 이한성은 그저 어이가 없어가지고 헛웃음을 지으며 치솟는 스트레스 지수를 억눌렀다.
“…후, 됐다. 관둬라 관 둬. 애초에 너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지.”
“응 맞아. 아빠 바보 맞잖아.”
[빠직-]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던 건 기분탓이었을까.
“…안되겠다.”
“?”
한발 물러서려고 했던 이한성은 결국 물러서는게 아니라 어른답지 못하게 잔뜩 열받은 목소리와 함께 세리를 향해 다가갔다.
“왜, 왜에…? 내가 뭐 틀린 말 했-”
“옆구리!!”
[콕-]“!!!”
기습적으로 세리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콕 찔러버린 이한성. 예상외의 기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세리는 그대로 무언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히잉…”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그만 뒀어야지.”
“…엄마한테 이를꺼야!!”
세리가 잔뜩 울먹이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에 이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다시 한번 검지 손가락을 내밀 뿐이었다.
“히익…!!”
명색이 드래곤인데 손가락 하나에 겁먹고 그새 잔뜩 움츠라든 세리. 그렇게 손가락 하나로 딸아이를 완벽하게 이겨버린 이한성은 한숨과 함께 세리를 뒤로 하고 해변에 누워있던 수정이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여간에… 그렇게 기운이 넘치더니만은.”
수정이 얘가 이렇게 몸져 누운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애기 때 마력폭주 때문에 몇번인가 앓아 누웠던 것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아빠아…”
누워있던 수정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살짝 늘어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나 더워…”
“그러게 적당히 놀지 그랬어.”
“그치마안… 이러케 다 같이 놀러 온 건 처음이자나…”
“….”
생각해보니 그렇다. 여태껏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서 마을 밖으로 놀러나갔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기껏해야 최근에 데이트 겸으로 화연이와 함께 한옥마을 다녀왔던게 전부.
…사하라 사막 건은 놀러간게 아니라 조난된 거에 가까우니 논외로 치고.
몽롱한 수정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한성은 조용히 딸아이의 이마에다 손을 가져다 댔다.
“…수정아, 너 열난다. 이만 집에 돌아가자.”
“시러어… 더 놀꺼야아…”
“실컷 놀았으면서 뭘 더 놀아. 억지 부리지 말고 업히기나 해.”
이한성은 그렇게 단호히 대답하며 어서 등에 올라타라는 듯이 허리를 숙여 손짓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나른한 몸을 움직이며 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아빠의 등에 업혔고, 그와 동시에 나지막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더 놀 수 있는데에…”
“다음에도 또 놀러오면 되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정말? 또 올 수 있는거야?”
“못 올게 뭐 있어. 이왕 다음에 준비도 제대로 하고, 니 엄마도 데리고 와서 놀면 되는데.”
“헤헷… 그러면 좋겠따…”
수정이가 이한성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웃었다. 그리고는 어지간히도 피곤했는지 눈을 감고 졸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방전됐나보네.”
이한성이 잠든 수정이를 업은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신나게 필살기 연습을 해댔으니 무리도 아니지.”
한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한성의 혼잣말에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얼탱이가 없다는 말투로 그를 쪼아댔다.
“알면 말리지 그랬어 노예자식아.”
“본래 훈련에는 무리가 동반되는 법이다. 무리하지 않아서는 절대 전사가 될 수 없다는 것도 모르나?”
“우리 애 멋대로 전사로 만들려하지 마 새꺄.”
참으로 실없는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한성과 한스는 서로 피식 웃었다.
…물론 한스의 월세가 오른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야 세리야. 이만 집에 가게 텔레포트 좀 써봐라.”
“…옆구리 안 찌를꺼야?”
“안 찔러. 아까 찔렀잖아.”
“….”
이한성이 수정이를 등에 업은 채 그렇게 대답하자, 이에 세리는 영 신용하지 못하겠다는 얼굴과 함께 최대한 거리를 벌린 채 바닥에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집으로 돌아가면 어쩐다냐.”
텔레포트 마법이 준비되는 동안 그제서야 이 사단을 어찌 넘겨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이한성.
…아마 지금쯤이면 뉴스에도 나오고 난리도 아니겠지. 분명 지구 온난화니 이상기후니 뭐니 떠들어대고 있을텐데.
그말은 즉 아마 화연도 지금쯤이면 이 사단을 눈치챘을 것이라는 소리. 잔소리와 등짝 스매싱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냥 이렇게 된 거 하와이에서 며칠 묵어?”
“왜, 그 사이에 내가 화 풀릴 때 까지 기다리려고?”
“뭐… 말하자면 그렇지. 한 이틀 정도만…”
…잠깐만.
순간 들어선 안될 목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대답해버린 이한성. 그렇게 뒤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제3자의 목소리에 반응한 그는 고개를 삐그덕거리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가 그렇게 뒤를 돌아본 그곳에는, 지금 이 순간에 그가 가장 피해야 할 사람… 이 아닌 엘프가 활짝 웃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화연 씨?”
예상치 못한 와이프의 출현에 이한성은 그대로 굳어버린 머리를 애써 굴리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아뇨. 유감스럽게도 안녕하지 못하네요.”
“아… 그거 참 정말로 유감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돌아온 것은 웃고 있지만 무섭기 그지 없는 미소 뿐.
“제가 무엇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는지 혹시 아시나요?”
“음… 글쎄말입니다. 짐작가는 게 있지만 잘 모르겠군요.”
화연의 미소가 점점 더 온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냥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면 운좋게 봐줄 수도 있었을 것을, 굳이 그렇게 콩트를 치며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려 드는 이한성의 모습을 본 그녀는 한층 더 싸늘해진 목소리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존댓말마저 내버렸다.
“누가 주모자야.”
“….”
결코 이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히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큭…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애들을 방패로…!
아이들이 사고를 쳐서 이 사단이 일어난거라고 둘러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이한성은 그렇게 재빠르게 변명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변명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한스와 세리가 먼저 선수를 쳐서 이한성을 가리키며 그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었다.
“…저기요, 이건 명백한 누명입니다. 해명할 기회를 주십쇼.”
“아빠가 꼬셔서 온거에요.”
“맞다. 모든 건 전부 이놈 책임이다.”
이한성이 어떻게든 해명을 하기도 전에 세리와 한스가 따닥따닥 끼어들었다. 이럴때만 꼭 서로 잘 맞는 둘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해명할 기회조차 날아가버린 채 나지막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x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