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화(2/245)
02
집안 곳곳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 텅 빈 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술병들.
한 번도 청소라는 걸 하지 않아 집안 곳곳에 자리를 잡은 곰팡이들과 늘 매일같이 하염없이 틀어져 있던 낡은 TV하나.
이한성이 기억하는 집이라는 공간의 풍경은 그런 모습이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태어나게 된 아이와 부모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남녀가 둘. 여자는 아이를 낳고 종적을 감춰버렸고, 그렇게 아이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던 남자에게 길러지게 되었다.
원치도 않게 아버지가 되어야만 했었던 남자는 당연하게도 제자식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혼자 살기도 바빴던 그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리는 만무했고, 그렇게 아이는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 가정 속에서 묵묵히 자라났다.
아버지라는 인간이 이한성에게 처음으로 폭력을 휘둘렀던 건 그가 7살이었을 때였다.
어째서 때린 건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아버지라는 인간은 술에 단단히 취한 상태였고, 고작 7살에 불과했던 이한성은 그저 묵묵히 폭력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집안을 뒹구는 술병의 숫자는 늘어만 갔고,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의 수위도 점점 강해져갔다.
단순히 손찌검을 하던 게 어느 샌가 술병을 휘두르는 것이 되었고, 멍 하나로 끝났던 것이 흉터에 골절로 이어지는 사태까지 가버렸다.
그렇게 매일같이 맞기만 하던 그가 처음으로 폭력에 저항했던 것은 그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가 아버지의 키를 뛰어넘었을 때였다.
알코올 중독 때문에 진즉에 몸이 망가져 있었던 이한성의 아버지는 건장한 체격으로 성장한 그를 더 이상 예전처럼 대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한성과 그의 아버지가 서로 완전히 타인이 되어버렸던 것은.
집안에서 오가는 대화 한마디도 없이 이한성은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가 19살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던 새벽 날에 그는 집을 나왔다.
그렇게 집을 나와 자취를 시작한 게 벌써 1년째. 가진 것도 없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생활이었지만 이한성은 나름대로 그런 생활에 적응하여 소소하게 만족하고 있었다.
적어도 어젯밤까지는.
[당신은 육아 보조 시스템에게 선택 받으셨습니다. 보호자가 되기를 수락하시겠습니까?]“…이게 뭐시여.”
눈앞에 반투명하게 비춰지는 정체불명의 메시지 창. 마치 가상현실 기기라도 착용해야지 볼 법한 메시지 창을 본 이한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과 함께 눈을 깜빡였다.
“아하… 아하하하… 내가 오늘 좀 많이 피곤한가 보네.”
불가사의한 현상을 본 이한성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바로 부정이었다.
하루종일 별 더러운 일들을 다 겪어서 그런지 정신이 많이 피로해진 모양이었다. 이한성은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수락하시겠습니까?]그러나 메시지 창은 여전히 그의 눈앞에 스팸 메일 처럼 비춰지고 있었다. 한번 눈을 감았다가 뜨면 사라질 줄만 알았던 메시지 창이 그대로라는 걸 깨달은 이한성은 결국 부정하는 걸 포기한 채 다시 한 번 유심히 메시지 창을 읽었다.
“육아 보조 시스템?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육아 보조 시스템은 당첨자에게 육아의 의무와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마치 이한성의 물음에 대답하기라도 하는 듯, 메시지 창의 내용이 바뀌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계속해서 수락하기를 요구하는 게 꼭 보이스 피싱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더 알아 볼 필요도 없이 거절하려고 했다.
“누가 미쳤다고 이딴걸 수락하겠냐.”
말로는 육아의 의무라고 포장하기는 했지만 쉽게 말하자면 애를 떠넘긴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마 대한민국에서 이런 정신 나간 요구를 받아들일 사람은 무조건 0% 일 것이다.
세계 최하위 출산률과 최상위 자살률을 자랑하는 게 바로 이 나라다.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요, 집값은 화성까지도 진출할 기세로 오르고 있고, 거기에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학교 시스템까지, 이 세 가지가 합쳐지니 그 누구도 아이를 키우거나 결혼을 할 생각이 들지 않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누가 미쳤다고 돈이 미친 듯이 빠져나가는 얘를 낳고 기르겠냐고.’
지극히도 당연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던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메시지 창 하단에 위치한 [No] 버튼을 눌렀다.
[감사합니다. 보호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뭔가 이상하다. 버튼을 누른 직후에 출력된 메시지를 읽은 그 순간, 이한성은 그 사실을 직감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읽어봐도 거절 버튼을 눌러서 나올 법한 메시지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메시지 창은 제멋대로 다운로드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전송 진행률: 2%]“…아니지. 이건 아니지.”
이럴 리가 없다. 이럴 수가 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부정하며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이 방금 누른 버튼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한성의 손가락이 맞닿고 있는 버튼은 쥐도 새도 모르게 [No]에서 [Yes]로 바뀌어져 있었다.
뭐만 하면 나타나는 광고 팝업 창들이 자주 쓸 법한 수법. 버튼의 위치를 뒤바꿔 반강제로 사용자가 오케이를 누르게 만드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수단. 하필이면 그런 눈에 뻔한 수단에 걸리고 만 이한성은 괴상하리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다운로드 속도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개… 지금 장난해?”
5G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아무리 한국의 인터넷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빠르다곤 하지만 이정도로 빠른 다운로드 속도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전송 진행률: 100%. 차원이동 마법을 실행합니다.]초광속 급으로 빠른 다운로드 시간이 지나가자, 순간 눈앞이 터무니없이 밝은 빛으로 번쩍였다. 신분증 사진을 찍을 때 마냥 눈을 아프게 하는 빛에 눈살을 찌푸린 이한성은 이내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없었던 웬 바구니 하나가 눈앞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나뭇가지로 조잡하게 엮은 듯한 바구니 하나.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담요와 세상 편하게 곤히 자고 있는 한 아이.
[차원이동 마법이 성공적으로 실행되었습니다.]시스템 창이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이한성에게 알렸다. 이에 그는 해탈한 표정과 함께 새근새근 자고 있는 바구니 속의 아기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네 이거.”
예로부터 어른들이 아기는 다리 밑에서 주어온다느니 황새가 물어준다느니 하는 순 거짓말로 아이들을 속이고는 했다. 근데 아기가 웬 정체모를 마법으로 뿅 하고 배달된다는 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내가 그동안 인류의 번식 과정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 아기라는 게 원래 이렇게 띵 하고 나타나는 거였나?’
상식을 벗어난 상황을 맞닥뜨린 이한성은 금방이라도 뇌가 강제 종료 될 것만 같은 기분을 참으며 최대한 이성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진정해. 진정해 이한성. 분명 Goo글은 답을 알고 있을거야.’
수백억가지의 정보들을 지니고 있는 인류 최대의 정보책. 다만 그중 80%는 찌라시에 불과한 유사과학 비스무리한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다. 현재 이한성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하는 것이었고, Goo글은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가?]이한성은 이제 막 업데이트가 끝난 핸드폰을 다급하게 키고는 광속의 타이핑 속도로 질문을 검색했다.
그러나 Goo글은 놀라우리 만큼이나 쓸모가 없었다.
[아기는 성숙한 남자의 몸에 있는 정자가 성숙한 여자의 몸에 있는 난자와 만나…]“성숙한 여자가 없는데요.”
[남녀가 뜨거운 밤을 보내면…]“아니 없다니까요.”
[아기는 육체적 쾌락의 댓가…]“아니, 그럼 쾌락이라도 주고 아기를 주던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정보들을 확인한 이한성은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눈물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막 스무 살.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모태솔로. 평생을 홀로 살겠다고 진즉에 마음먹은 독신주의자. 그게 바로 이한성이라는 남자의 인물상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애가 생겨버렸다. 쾌락도 뭣도 없이, 시스템인지 뭔지 모를 광고 사이트 비스무리한 것에 의해서.
그 어느 남자라고 해도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구와 관계를 맺은 적도 없는데 애가 생긴다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어디 흔하겠는가.
애가 생긴다 = 먹을 입이 늘어난다 = 지출이 늘어난다 + 애를 돌보는데 피 같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와 같은 공식을 머릿속에서 단숨에 도출해낸 이한성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태평하게 자고 있는 아기를 노려보았다.
“이것 좀 봐라… 누군 지금 인생 종치게 생겼는데 태평하게 자고 있네.”
쭈글쭈글하고 말랑한 피부에 못생긴 얼굴. 아직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먹고 자고 싸고 우는 것 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없으며,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깨질 것만 같은 연약한 살얼음 같은 생물.
“그래. 방법은 하나뿐이군.”
가만히 아기를 바라보던 이한성이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내 업데이트가 끝난 핸드폰을 들어 올리고는 어딘가에다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거기 보육센터죠?”
[네. 사랑 보육원입니다. 무슨 용건으로 전화하셨나요?]“혹시 아이를 보육원에다가 맡길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잠시 얕은 침묵이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보육원의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절한 목소리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성함과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이름은 이한성이고 나이는 20입니다.”
[그럼 아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시나요?]“그… 누가 아기를 집 앞에 놓고 갔더라고요.”
눈앞에 나타난 이상한 창을 잘못 눌러서 애가 생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이한성은 즉석으로 거짓말을 지어내 그리 대답했다.
[친자관계가 아니신 건가요?]“네 아닙니다.”
다행히도 상대방은 이한성의 말을 별로 의심하지 않는 듯 했다. 이에 이한성은 다행이라는 듯이 내심 안도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별 말이 없는 걸 보아하니… 이런 케이스가 드문 편이 아닌 모양인가보네.’
하기야 따지고 본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나라,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 전체에서 수백 수천만 명의 아이들이 여의치 않는 사정으로 부모들로 부터 버림받고 있을 것이다. 다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단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알겠습니다. 그럼 보육원 입소 절차를 밟기 위해서 저희 보육원에 찾아오셔야 할텐데,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신가요?]“내일 바로 가능하겠습니까?”
[네. 저희 쪽 스케쥴이 비는 게 오전 11시쯤인데, 가능하신가요?]“문제없습니다. 내일 11시로 부탁드립니다.”
사무적인 대화 끝에 이한성은 통화를 끊었다.
“너 임마, 내가 안 키워줬다고 원망하고 그러지 마라. 난 나 하나 먹고 키우기에도 바쁘고 지친다고.”
통화를 끊은 이한성은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거슬렸는지 자고 있던 아기는 이내 표정을 찡그리며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눈을 떴다.
“…?”
살다 보면 가끔가다 그런 순간이 있다.
등골이 시리고 털이 쭈뼛서는, 그런 순간이.
“우으…”
“아니야. 그거 아니야. 하지마.”
“우으으…”
“하지 말라니까. 나 그런거 감당 못한다고.”
“우아으으… 으아아아앙!!”
집안에 울려퍼진 것은 민방위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시끄러운 울음소리. 머리가 다 울리는 소음에 이한성은 아직도 떠나가시질 않은 불길한 예감과 함께 주변에 구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태어난 지 1개월 밖에 안 된 신생아는 아직 배변을 가릴 수 있는 단계, 심리학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항문기에 도달하지 못한 나이이다.
즉, 싸고 싶을 때 아무데나 싼다는 소리다.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이한성은 그렇게 한탄을 내뱉으며 조심스럽게 아기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천을 들췄다.
순백의 천 아래에 감춰져 있던 것은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갈색의 무언가였다. 어렸을 적 부터 배변에 대한 심리적인 혐오감을 지니고 있었던 이한성은 극도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고, 이내 못본 척 다시 천을 덮으려고 했다.
“우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러자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고, 이에 이한성은 심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아기에게 호소했다.
“야야, 울지마. 거 바지에 똥 좀 지렸다고 우는거 아니야.”
“응아아아우아으!!”
울지 말라고 달래봤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아기가 울음을 그칠 일은 전무했다.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긴 고뇌 끝에 하는 수 없이 부엌에서 비닐장갑과 휴지를 잔뜩 가져왔고, 무척이나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싫다는 티가 팍팍나는 손놀림으로 아기의 배변을 치웠다.
“어우 냄새… 대체 뭘 먹은 거냐…”
대체 왜 난생 처음 보는 아기의 똥을 자신이 치워야 하는 걸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오늘까지만 참자.’
이한성은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휴지로 감싼 배변 덩어리를 화장실로 가져가 변기에다 버리고 물을 내렸다.
[쏴아아아]그렇게 시원한 소리와 함께 오물덩어리가 사라지자 이한성은 한시름을 놓았고, 이내 다시 한번 휴지를 대량으로 뜯어내 대충 찬물로 적시고는 다시 아기에게로 돌아왔다.
“가만히 좀 있어봐. 너도 엉덩이에 똥칠하고 다니긴 싫을거 아니냐.”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걸 보아하니 아기도 찝찝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런 소소한 깨달음과 함께 이한성은 아기의 엉덩이를 물묻은 휴지로 닦기 시작했다.
‘남자애인 줄 알았는데 여자애였네…?’
꼭 고블린처럼 생긴 게 남자애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 나이때의 애들은 겉모습만으로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띠링-]갑작스럽게 요상한 효과음과 함께 아까와 같은 메시지 창이 나타나 이한성의 눈앞을 가렸다.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돌발 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