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0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01화(201/245)
201
운동회까지 앞으로 4일.
다른 교사들이 모두 운동회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초등교사 양혜미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운동회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아아…”
“? 양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교무실에서 울려퍼진 양혜미 교사의 깊은 한숨 소리에 바로 3반 담임인 최지영 교사가 말을 걸어왔다.
“이번 운동회 말인데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막다니요? 운동회를요?? 아니, 뭐 때문에요?”
“애들이 다칠까봐서 그러죠…”
선뜻 이해하질 못하겠다는 최지영 교사의 물음에 양혜미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유, 걱정도 많으셔라. 운동회에서 다쳐봤자 얼마나 다치겠어요? 설령 다친다고 해도 바로바로 치료할 수 있게 저희가 신경쓰면 되지.”
“아하하…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요…”
최지영 교사는 2반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저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양혜미는 그렇게 본인 담당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까보다 더욱 근심이 깊어진 표정을 지었다.
“…진짜 무슨 일 없어야 할텐데.”
다른 선생님들은 알지 못한다. 2반에 수정이라는 이름의 전쟁의 화신 주니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전에 체육시간에 수정이의 저력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었던 양혜미 교사는 그때 또래 아이들을 거의 학살하다 싶이 하며 피구 경기를 초토화 시켰던 은발머리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행히 그때 크게 다친 아이들은 없었지만 그날 이후로 애들 모두가 꼭 수정이를 본인 팀에 넣으려고 다투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에 문제가 되었던 건 또 다른 일.
“아 맞다. 양 선생님, 그거 들으셨어요?”
“네? 그거라뇨?”
“그 왜 이번 운동회 말이에요, 우승하는 반 담임한테 뭐 선물세트 같은 걸 준다고 하던데. 못 들었어요?”
“아뇨… 전혀 못 들었는데…”
2반 애들을 다루느라 항상 남들 대화에 끼어들 기운도, 시간도 없어서 듣지 못했던 양혜미. 순간 본인도 모르게 교사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문득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길 뻔한 그녀였지만, 최지영 교사는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하긴, 양 선생님은 못 들으셨을 수도 있겠다. 보니까 아이들을 되게 좋아하셔서 그런지 항상 점심도 교실에서 드시잖아요.”
“아하하…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양혜미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점심까지 그 시끌벅적한 교실에서 먹을 정도로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가 교실에서 자리를 비울 때면, 늘 온갖 사고가 터지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것 뿐.
실제로 지난 주에는 점심시간 때 잠시 화장실 다녀오느라고 고 몇 분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급식차 농성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쩌다가 그런 사건이 일어났냐고 하면, 그날은 하필 아이들이 환장하는 메추리알 장조림이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당 메추리알 두개. 원래대로라면 그렇게 배급되어야 했으나 그날은 일이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메추리알 배식 당번이 다름이 아닌 수정이였기 때문에.
수정이가 자기 혼자 더 많은 메추리알을 독식하겠다고, 배급량을 사람당 두개에서 한개로 줄여버렸던 것이었다.
당연히 수정이의 그런 행패에 아이들 모두가 들고 일어섰었고 결국 그 결과는 엎어진 급식통으로 인해 메추리알의 전멸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게 바로 일주일 전의 일.
게다가 그런 사건이 한번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보다 더한 사건도 여러번 있었기에 양혜미 교사에게 있어 점심을 교실에서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닌 강제였다.
“진짜, 양 선생님을 보고있자면 존경스럽다니까요? 저희 반 애들은 어찌나 그리 말을 안 듣는지… 아무리 애들이 어려도 계속 보고있자니 피곤해서 못 살겠어요 진짜.”
“ㅎㅎㅎ….”
최선생님이 과연 2반 아이들의 실체에 대해 알게된다면 무슨 표정을 지으실까.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냥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으려는 것으로 들리는 최 선생의 신세 한탄에 양혜미는 그저 생기없는 미소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필시 펼쳐지고 있을 1학년 2반 교실에서의 난장판을 어렴풋이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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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작전 회의를 시작하겠따!”
자습하라고 잠시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정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교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갑자기 무슨 작전 회의?”
난데없는 수정이의 외침에 이의를 제기한 하나. 선생님 없다고 다들 옆자리 친구랑 떠들고 있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혼자 진짜로 자습을 하고 있던 하나의 목소리에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야 당연히 운동회에서 이기기 위한 작전이지!”
“딱히 작전 같은 건 필요 없을 거 같은데…”
하나의 말이 옳다. 생태계 교란종인 수정이가 2반에 있는 한, 아무리 다른 아이들이 대충한다 한들 질 가능 성은 없다시피 하다.
“아니!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작전이 필요해!”
“옳소!! 이수정의 말이 맞다! 전쟁에서 진 자에게 미래는 없는 법!”
“평화를 위한다면 전쟁을 준비해라!”
“불태운다! 오랑캐!!”
하나의 말에 반박한 수정이의 한마디에 교실 전체가 그 뜻에 동참하며 들고 일어섰다.
“운동회가 무슨 전쟁이야…”
광기만이 가득한 2반에서 옳은 소리를 하는 건 거의 유일하게 정상인이다 시피 한 하나 뿐이었다.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완전 바보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반 아이들을 쳐다본 하나는, 이윽고 이어지는 수정이의 연설에 2반의 아이들이 파시즘의 길로 빠져드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제꾼들! 항상 점심시간마다 계단이랑 더 가깝다는 이유로 운동장을 독차지 하는 1반 놈들이 가증스럽지 않은가?!!”
초등학생들에게 있어 운동장을 양보하면서 사용한다는 개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종이 치자마자 운동장으로 제일 먼저 달려나갈 수 있는 1반의 아이들이 항상 운동장의 좋은 자리들을 독차지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6반은 또 으떤가! 항상 급식차를 제일 먼저, 뜨뜻하게 받아먹는 놈들만큼이나 비겁한게 따로 있는가!?”
반의 위치상 급식차를 제일 먼저 받는 건 6반이지만 사실 그렇다고 다른 반과 비교에 급식의 질에 차이가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어차피 급식차의 배치는 4교시 수업 도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딜레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도 마음에 안드는 건 바로 3반이다! 하필 우리반 바로 옆에 있어서 가끔 잘못 들어가는게 맘에 안들어!!”
이건 그냥 뭐 딱히 이유는 없고 마음에 안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옆반에 실수로 착각하고 자기 반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가는 경우야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걸 옆반 탓으로 돌린다는 건 대체 무슨 논리란 말인가.
“그러니 우리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이번 운동회에서 녀석뜰을 전부 토벌하자!!”
“우오오오!!!”
수정이의 연설… 이라고 적고 선동이라고 읽는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2반 아이들이 저마다 전의를 불태우며 수정이의 뜻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집단이 광기로 치닫게 되는 건 역사가 말해주듯 매우 흔한 일이다. 교육용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았던 걸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 하나는 매우 한심하다는 듯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다큐멘터리로 부터 얻은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하아아… 여긴 바보들 밖에 없나봐…”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을 것 같지가 않은 집단 광기 속에서 나지막히 한숨을 내쉰 하나. 하지만 그녀가 그러던 말던, 수정이는 선동에 이어서 본격적인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앞으로 다들 내 작전에 따라-”
아니 정확하게는 시작하려고 했다.
“2의있쏘!!!”
가만히 수정이의 선동에 동참하는 듯 했던 정우가 불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쳤다.
“대장은 내가 맡겠따.”
“무, 무슨!! 반동이다!!”
“애초에 왜 이수정 니가 자연스럽게 대장을 하려는건데?!”
“그야 내가 제일 똑똑하니까!!”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한 내부분열. 선동으로 잘 뭉쳤나 싶었더지만, 곧장 내전이 터지게 생긴 1학년 2반의 모습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마음 한뜻 인 줄 알았던 아이들은 곧바로 2개의 파벌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야 이 바보들아! 당연히 수정이가 대장이지! 여기서 젤 강한게 얘잖아!!”
“아니거든?! 쟤한테 대장 맡겨서 잘된 적이 있기나 하냐?! 작전은 정우가 더 잘 세우거든!!”
수정이파와 정우파로 나뉘어진 아이들이 저마차 치열하게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바보같은 아이들의 꼬라지를 보다 지쳐버린 하나가 하다못해 나서며 두 세력을 중재했다.
“다들 멍청하게 싸우지나 말고 투표로 결정해! 민주주의 몰라?!”
그렇게 하나가 외침자 이내 다투던 아이들은 하나 둘씩 진정하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불만 없겠찌 김정우?”
“누가 할 소리. 너야 말로 지고 나서 딴 소리 하지 마 이수정.”
각 세력의 대장 후보인 수정이와 정우가 하나의 말에 동의하자 이에 하나는 공책의 페이지를 여러 조각으로 찢어 반 아이들에게 투표용지로 쓰라고 나눠주었다.
“…근데 내가 왜 이걸 직접 해줘야 하는거지?”
투표용지를 나눠주며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아버린 하나.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에는, 이미 투표용지를 전부 애들에게 돌리고 난 후였다.
“뭐, 됐나… 다 썼으면 앞으로 가져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저 바보들이 이 이상 난리를 피우지 못하게 자신이 투표를 계속해서 진행시켜야겠다고 생각한 하나는 칠판 앞에 선 채 아이들이 투표를 마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투표가 끝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마음 속으로 누굴 고를지 정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1분도 안되서 모두가 투표용지를 제출했고, 이에 하나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투표용지를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어디보자… 첫번째는 수정이네.”
처음으로 깐 투표용지에 적혀있던 것은 다름이 아닌 수정이였다.
“두번째도 수정이…”
처음에 이어서 두번째 투표용지에 적혀있던 이름도 수정이의 것이었다.
아직 초반이니 같은 사람의 이름이 연달아 두번 정도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나는 계속해서 투표용지를 까기 시작했다.
“이수정, 이수정, 이수정, 이수정… 김정우, 김정우, 김정우, 김정우…”
그리고 곧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수정 46표, 김정우 32표.”
“앗싸아~! 내가 이겼따!!”
하나가 결과를 발표하기 무섭게 수정이가 환호를 외치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지었다. 그러자 이에 하나는 들고 있던 투표용지를 냅다 바닥에 내던지며 잔뜩 항의했다.
“사기잖아!!”
“으, 으응?”
“우리 반이 총 22명인데 46표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누가봐도 너무 뻔한 부정투표. 조작이 들어간게 틀림없는 투표수에 하나가 바득바득 외치며 묻자 수정이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 간절하게 나서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자나? 그런거 아닐까…?”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줘도 22명 한테서 46표는 안나와!!”
수학을 그렇게 잘하는 애가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수 있는걸까. 그렇게 하나가 질린다는 듯이 따지자 이에 정우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나서려고 했다.
“훗, 역시 이수정. 질 거 같으니까 비겁한 수를 쓰다니, 넌 대장이 될 자격이 없-”
“김정우 너도 마찬가지거든?! 32표가 대체 어떻게 나오는건데!!”
“…노오력을 하면 어떻게든…”
“안돼!! 안된다고!! 우주가 도와줘도! 노오력을 해도! 22명이 79명이 되지는 않아!!”
민주주의에서 투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빠한테서 배웠던 하나가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부정선거 따윈 절대 인정할 수가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외쳤다.
“칫, 야 김정우! 너 때문에 들켰자나!!”
“야 이게 왜 나 때문이야?! 너 때문이지!!”
서로가 똑같이 치사하고 더러운 방법을 썼으면서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한 수정이와 정우. 결국 그렇게 교실 안에는 다시 한번 둘의 목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개판이 되어버린 교실 내부의 상황을 직접 마주할 염두를 도저히 내지 못한 채 문 바깥에서 조용히 엿듣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냥 교무실로 돌아갈까?”
…2반 아이들의 장래가 무척이나 두려워졌던 양혜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