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0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02화(202/245)
202
한바탕 선거조작 사건이 지나가고, 결국 리더가 누구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채 운동회 날이 찾아왔다.
“전쟁이다!!”
이른 아침부터 교실에서 울려퍼진 수정이의 외침. 이번 운동회에서 수정이가 있는 1학년 2반은 백팀으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2반의 아이들은 수정이를 포함해 전부 다 흰색 티셔츠를 입은 채였다.
“전쟁이 아니라 운동회거든 이 바보야.”
하나가 유달리 오늘따라 기운이 더욱 더 넘쳐나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딴죽을 걸었다.
“그게 그거지!”
“….”
아무래도 도저히 전쟁과 운동회를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듯 한 수정이의 대답에 하나는 말해봐야 기운만 빠진다며 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그런데 수정아. 우리반은 결국 대장이 누구인지 못 정했는데, 어떻게 할꺼야?”
“아 그거? 그냥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써.”
“…그래도 되는거야?”
“응응. 어차피 김정우랑 들러리들이 없어도 이길 수 있으니까.”
본래 수정이의 계획은 2반의 대장이 되어 운동회를 대비해 아이들을 미리 훈련시키는 것이었지만, 결국 대장이 정해지지 못한 채 날이 다가와버린 이상 남은 방법은 수정이 본인이 눈부시게 활약하는 방법 뿐이었다.
그리고 늘 수정이를 곁에서 지켜봐온 하나는, 수정이에게 있어 그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히히히, 내가 오늘을 위해서 필살기를 연습해 왔단 말이지.”
“필살기?”
“응. 한스 삼촌한테서 배웠어.”
“….”
삼촌한테서 배워왔다는 필살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인간의 이해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무언가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던 하나는 심히 안절부절 못한 얼굴로 수정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수, 수정아. 오늘 너희 아빠도 보러 오는거지?”
“응? 당연하지. 엄마랑 세리도 같이 온뎄는데 갑자기 그건 왜?”
“그, 그냥. 혹시나 모르니까…”
다행히도 수정이의 안전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님이 오신다는 소리에 하나는 최소한만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다.
“하나야 너는? 너희 엄마 아빠도 오늘 오셔?”
“어… 이따가 점심 때 잠깐 보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잘 모르겠어. 우리 아빠는 많이 바쁘시니까…”
수정이의 물음에 잠시 하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나의 부모님은 두분 다 맞벌이를 하고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아주 적은 편이다.
아빠랑 엄마, 두분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늘 저녁 8시에서 9시. 그마저도 돌아오고 나면 일로 피곤하다고 바로 주무시는게 보통이다.
아직 7살에 불과한 하나였지만 하나는 그런 자신의 부모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나는 늘 이런 날 마다 부모님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왔었다.
“떽!! 그러면 못 써!!”
“으앗!?”
하나가 잠시 침울해져 있던 그 순간, 수정이가 버럭 외치며 갑작스럽게 하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까, 깜짝이야… 뭐야 갑자기!”
“울 아빠가 그랬는데 애들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랬써! 애들이 그러면 꼴보기 싫대!”
“…?”
수정이의 말에 하나는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멀뚱히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애들은 애들답게 막 떼 쓰고, 사고치면서 노는거야! 라고 말하면서 맨날 내가 그러면 막 화낸다? 완~전 구라쟁이야.”
“…그건 아마 수정이 네가 너무 사고를 자주 쳐서 그런게 아닐까?”
“내가 뭐얼? 내가 얼마나 얌전한 편인데.”
“…풉, 푸하하!!”
부모님 얘기로 어두워졌던 하나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다시 되돌아왔다. 수정이의 위로 같으면서 위로 같지가 않은 위로와 뻔뻔함 덕분이었다.
“뭐, 뭐야아! 왜 웃어!”
“얌전… 푸하하하!! 얌전하댘ㅋㅋㅋ!”
“이, 이익…!”
박장대소를 터뜨린 하나의 모습에 수정이는 잔뜩 욹그락 푸르락 해진 얼굴과 함께 삐진 표정을 지었고, 이에 하나는 더더욱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 웃어!”
“하하하! 하하, 웃음이 안 멈춰!”
농담이었으면 그나마 이정도로 웃길 이유도 없었겠지만 진심으로 저렇게 자기가 얌전한 편이라고 당당히 말하니 듣는사람 입장으로서는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나는 폭소와 함께 나지막히 속으로 생각했다.
이 소녀와 친구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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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달의 포근한 봄바람과 구름 한점 보이지 않는 맑은 하늘.
미세먼지가 판을 치다 싶이 하는 요 근래에 이런 날씨를 보기는 무척 드물다. 아마 오늘 만큼이나 운동회를 열기 딱 좋은 날씨는 아마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운동회가 곧 시작되는 이날, 아이들도 선생들도 그 모두가 날씨가 일기예보대로 맞아들어 무척 다행이라고 기뻐하기 마련이었다.
아이들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운동회가 취소되지 않았으니 기뻐했고, 선생님들은 고된 공을 들여 준비한 운동회에 차질이 생기지 않아 기뻐했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이 좋은 날씨에 기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우제라도 지낼까?”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정이가 무슨 대형사고를 칠까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이한성이 그랬다.
수정이가 또 하와이 때 처럼 폭설을 내리게 하지는 않을까 두려워 어젯밤 내내 잠을 설치고 만 이한성.
진짜로 기우제를 지내서라도 비를 내리게 해 운동회를 취소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던 그는, 다크서클이 짙은 얼굴로 학부모들 전용 자리에 앉아 타들어가는 목을 축였다.
“수정이 때문에 걱정하는 건 이해 하지만 그래도 좀 너무한거 아니니?”
화연이 물 좀 더 마시라는 듯이 생수병을 건네주며 쓴웃음과 함께 한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생각을 해봐. 걔가 진짜 사고 안칠 수가 있을 것 같아??”
“그건… 좀 힘들긴 하겠지만…”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거지. 봐,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인데.”
수정이에게 아주 관대한 화연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이번 운동회에서 수정이가 깽판을 치지 않으리라는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는 뜻이다.
“언니가 사고 치는게 뭐 어때서. 수정이 언니는 사고 좀 쳐도 되거든?”
이한성의 말을 듣다 못한 세리가 그 특유의 압박감 넘치는 시선으로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에 같이 온 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이 맞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요 헤츨링 꼬마 말이 맞다. 원래 애들은 사고도 치면서 크는 법이지.”
“…그래서, 애가 사막이랑 열대지방 섬 하나에다 폭설을 내리게 했는데도 그걸 그냥 넘어가라?”
“….”
엄청나게 날카로워진 집주인의 시선에 한스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가뜩이나 하와이의 일로 월세가 올라서 된통 곤욕을 치뤘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 얼마나 흉악한 몬스터 보다도 두려운 것이 바로 월세라는 것이었으니.
“그냥 좋게좋게 생각해 오빠. 어차피 그거 다 이상기후라고 뉴스에서 잘 넘어갔잖아.”
평소보다 심히 예민해져 있던 이한성의 모습에 왜 따라왔는지 모를 해영이가 넉살 좋은 목소리로 말하며 그를 진정시켰다.
“…넌 또 왜 여깄는건데?”
“모처럼 휴가인데 딱히 할 게 없어서?”
“자랑이다 진짜…”
하도 자연스럽게 껴있길래 순간 잘못 본건가 싶었다. 하지만 눈을 씻고 다시봐도 은근슬쩍 끼어들은 해영의 모습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아 뭐 어때~ 명색이 이모인데, 조카 운동회 보러 올 수도 있는거지 뭐.”
“정말 이모가 되고 싶다면 애들한테 이상한거 가르치는거나 좀 그만 두지 그러니?”
화연이 못 하는 말이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해영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자 제 친언니나 다름없는 엘프로 부터 잔소리를 들은 해영은 한마디도 안진다는 듯이 바로 반격을 넣었다.
“언니야 말로 애들한테 제대로 청소하는 법이나 가르쳐. 안그러면 나중에 애들 커서 언니처럼 막 돼지우리 짓고 산다?”
“뭐, 뭐래니! 나도 제대로 청소하면서 살 줄 아는 사람이거든?!”
“그러시는 분이 지난 10년 동안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고 사셨을까~”
“지, 지난 300년 동안은 제대로 청소하면서 살았으니까 10년 정도는 안그래도 괜찮잖아!”
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기에 궤변을 내놓기 시작한 화연. 이에 이한성은 확실히 10년 동안이나 가족처럼 같은 집에서 산 사람은 진짜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는 걸 다시한번 깨우치며 둘을 말렸다.
“그쯤 해. 곧 시작할 것 같은데.”
아이들이 1학년 부터 6학년까지 전부 순서대로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서로 팔을 벌려 오와 열을 맞추고 있는 걸 보아하니, 곧 있으면 제대로 시작할 모양이었다.
“곧 운동회를 시작하기 앞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을 예정이오니, 모든 스태프 분들과 학부모 여러분들은 자리로 돌아가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며 어수선 했던 운동장 분위기를 금새 조용해지게 만들었다.
“교장의 훈화 말씀이라… 그거, 아직도 해?”
“그럼 안하겠냐?”
해영이가 귓속말로 물어오자 이한성은 얼탱이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대꾸하였다.
“아니,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이젠 슬슬 없어질 때도 되지 않았어? 어차피 아무도 듣는 사람 없잖아.”
“그럼 뭐, 예능처럼 스타트 외치고 퉁 치게?”
“그러면 좋지. 예능형 교장이라고 애들이 엄청 좋아할텐데.”
초중고 학교를 다녀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가기 시작하자, 600대 초반 엘프와 이세계 국적의 불법체류자는 본인들만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침묵했다. 하지만 그런들 만들, 이한성과 해영은 본인들만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한성 오빠, 교장 선생님들은 왜 다 거기거 거기인 것 처럼 생겼을까?”
“그건 또 뭔 소리야?”
“봐봐. 그 왜 포x몬에 나오는 간호사 누나처럼 말이야.”
“아, 그 가는 곳 마다 있는 클론 간호사들?”
“그래 그거. 교장들도 학교마다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지 않아??”
“…외모의 특정 부분에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거겠지.”
가령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도 듣지 않는 훈화 말씀을 열심히 하고 계신 저 선생님의 광나는 머리 라던가 말이야.
“…교장이라는게 원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던가?”
“교장이라서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까 교장이 된 건 아니고?”
당사자가 들으면 피눈물을 흘릴 소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한성과 해영. 아주 죽이 척척 잘 맞는 둘은 그렇게 실없는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길고 길었던 교장의 훈화 말씀이 거의 다 끝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상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짝짝짝-]그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던 말씀이 끝나자 모두가 다같이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드디어 지루했던 훈화 말씀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던 교장은 울려퍼지는 박수 소리를 뒤로한 채 그대로 뒤를 돌아 자리를 비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학생들 중 맨 앞줄에 서있던 아이가 냅다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떠나려던 교장의 발걸음을 잠시 붙잡아 세웠다.
“아저씨! 저 궁금한 거 있어요!”
“…?”
보통 초등학생이라면 교장을 본능적으로 어려워 해서 깍듯이 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 아이는 대체 무슨 깡이 있는지, 교장을 교장이라 부르지 않고 편하게 동네 사람 대하듯 아저씨라 불렀다.
대체 어느 집 아이길래 저렇게 교장을 서스름없이 부를 수가 있는 것일까. 그것이 참 궁금했던 이한성은 약간의 감탄과 절반의 경악과 함께, 손을 번쩍 든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본지 채 2초도 지나지 않아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교장을 아저씨가 부른 아이의 정체는 상상치도 못한 수정이었기 때문이었다.
“ㅈ, 쟤 지금 뭐하는거야???”
“….”
곧 이어서 저 아이가 수정이라는 걸 알아챈 해영이가 심히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으나, 이에 이한성과 화연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 호기심이 강한 학생인가 보군요? 궁금한게 뭔가요?”
수정이의 당돌함에 마찬가지로 당황한 듯한 교장이 최대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아주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와 함께 질문했다.
“아저씨는 왜 머리에서 빛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