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0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04화(204/245)
204
“….”
“….”
“….”
싸늘하다. 불편한 정적이 날아와 꽂힌다.
어쩌다보니 영문도 모른 채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과 3인 4각을 짜게 된 하나는, 어색함에 침묵한 채 양 옆에 선 한스와 해영이를 바라보았다.
오른쪽에는 수정이네 삼촌. 그리고 왼쪽에는 수정이네 이모. 그리고 그 사이에 낑기게 된 수정이의 친구.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매우 특이한 조합에 셋은 서로 불편한 침묵을 유지하며 원흉인 이한성을 쳐다보았다.
“불편하게 뭐 이런 짐짝들을 주렁주렁 달고 해야한다니…”
“내가 왜 이런 걸…”
“으으… 불편해…”
한스는 잘 모르는 인간들과 딱 붙어다니게 되어서 불안했고, 해영이는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가 영문도 모른 채 불려나와서 불만이었으며, 그런 둘의 사이에 끼게 된 하나는 엄청난 체격차로 인해 무척이나 불편한 모습이었다.
그에 반해 이한성 쪽은 어땠는가.
“야 수정아, 좀 더 이쪽으로 붙어라.”
“이러케?”
“자, 잠깐만! 갑자기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주 사이가 좋아보이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 그 자체. 길거리 지나가던 사람 둘을 애 사이에다 얹어놓은 듯한 하나네 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경기가 곧 시작됩니다! 다들 각자 자리에 서 주세요!”
선생님 한분이 스피커 폰으로 떠들썩하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들 지시에 따라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선 안에 발을 들였고, 이어지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경기는 3인 4각 피구입니다! 룰은 보통 피구와 같은 대신, 세명 중 한 사람이라도 공에 맞는다면 세명 전체가 아웃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오니 각자 호흡을 맞춰주세요!”
“…이 상태로 피구를 하라고??”
부모랑 애들을 같이 붙여놔서 함께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3인 4각인 상태로 만들어 놓고 피구 같은 격렬한 게임을 시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거 완전 자칫하면 난장판 되겠는데?
아이들과 부모를 3인 4각으로 묶어서 함께 게임을 즐기게 만든다. 발상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분명 좋은 취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어떨까.
늘 노동과 집안일에 시달리며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방전되기 직전에 놓여져 있는 어른들과 에너지 과충전으로 마구 날뛰는 야생마와도 같은 아이들을 3인 4각으로 묶는다. 그럼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그냥 어른들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것이다.
“키히히, 피구다 피구. 다 주거써~!”
“….”
“….”
벌써부터 투지가 활활 타오르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과 화연은 서로 침묵하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수, 수정아. 피구하면서 마법 쓰면 안되는 거 알지?”
가장 먼저 우려의 목소리를 꺼낸 건 화연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 만큼은 절대로 쓰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제발 부탁한다는 듯한 시선으로 수정이를 마주보았다.
“응! 마법은 안쓸거야!”
“…마법은?”
꼭 말하는 것이 마법 말고 다른 걸 사용하겠다는 느낌이다. 그런 수정이의 불안하기 그지 없는 대답을 들은 화연은 혹시나 모르니 방어 마법을 미리 준비해둬야 겠다고 생각하며 언제든지 시전할 수 있게 머릿속으로 마법식을 미리 계산해 두었다.
“괜찮겠지…?”
“…그냥 피구인데 뭔 일 있겠어 설마?”
화연의 걱정에 이한성은 이미 훤히 보이는 미래를 애써 부정하며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려 하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화연의 걱정이 덜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냥 피구.
그렇다. 그때까지만 했어도, 이한성과 화연을 제외한 모두는 그저 평범한 피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들의 앞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피구를 가장한 살육전이라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
“받아라! 울트라 캡쑝 스뜨라이크!!”
“하핫! 죽어라!!”
“치잇, 이러케 된 거 이상 엄마 아빠를 방패로 쓴다!”
“공구운!!”
사방에서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개판 그 자체. 본래 피구라는 게임이 정신이 없는 게임이기도 하나, 3인 4각의 형태로 진행된 탓에 더 이상 이건 게임이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게 된지 오래였다.
서로를 아웃시키기 위해 미친듯이 공을 던지고 피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바닥에 엎어지고 고기방패로 쓰여지고 걸레짝이 되어가는 부모들.
오직 강한 자 만이 살아남는 그곳에서, 이한성은 이미 진작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정이의 움직임은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격렬하고 과격했기 때문에.
“아빠, 피해!!”
“엌-”
공이 날아오는 순간 마다 딸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강제로 끌려다니는 짐짝으로 전락해버린 이한성이 단마디 신음을 내며 위태위태하게 날아오는 공을 피했다.
…이게 피구야, 몸개그 대회야? 아니 이딴 걸 게임이랍시고 만든거여? 부모들을 근육통으로 죽일려고 아주 작정을 한건가??
가뜩이나 서로 발이 묶여 있어서 행동이 자유롭지가 못한데 그 상태로 애들한테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처지에 이한성은 허리가 막 쑤셔오는 걸 느끼며 이딴 게임을 구상한 사람에게 불만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한성이 불만을 토로하던 말던, 피구에 푹 빠져있던 수정이는 공이 손에 들어오는 족족 뻥뻥 날리며 일방적인 학살을 계속해서 이어갈 뿐이었다.
“간다! 받아라!!”
[뻥!]오러를 통해 강화되어 날려진 피구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가 상대편 진영에 착탄했다. 그러자 운동장의 온갖 모래 먼지들이 휘날리며 시야를 가려버렸고, 순식간에 적팀의 여럿을 넉다운 시켰다.
“오러 사용법은 또 언제 배운거니 수정아…”
수정이가 오러를 사용하는 건 처음 본 화연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경악을 내뱉었다. 하지만 수정이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계속해서 공을 펑펑 던져대며 마왕과도 같은 미소를 자아냈다.
“아하하! 내가 최강이다!!”
수정이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라는 나래이션이 나올 것만 같은 상황.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정이의 연속 킬에 의해 백팀의 일방적인 승리가 보장되는 듯 했던 그 순간, 예상치 못하게 수정이의 오러 샷을 막아낸 이가 있었다.
“과연, 던진 공을 잡으면 공격이 무효가 되는 건가.”
바로 전직 소드 마스터, 한스 마이어였다.
“…쟤네 백팀 아니었냐?”
하나에게 붙여놓았을 한스와 해영이 상대방 팀에 있는 모습을 본 이한성이 뭔가 잘못 됬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과 함께 대답하였다.
“밸런스가 안맞는다고 우리보고 청팀으로 가라던데?”
“….”
수정이의 일방적인 학살로 인해 팀 밸런스가 조정이 된 모양이구만.
누구의 판단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현명한 판단이기는 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수정이의 폭주에 대응할 만한 인간은 한스 정도 밖에 없으니.
물론 인간이 아닌 범주까지 본다면 그 외에도 두명 정도 더 있긴 하지만 말이야.
“저, 저 그냥 기권하면 안되요…?”
한스와 해영이 사이에 낑겨있던 하나가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당연히 수정이를 상대로 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절 없었기 때문이었다.
“걱정마라 꼬맹이. 우리가 질 일은 없으니.”
하나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며 공을 든 손에 오러를 집중시키기 시작한 한스. 간만에 몸을 좀 풀 만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잔뜩 흥분해있던 그는 절대 이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전력을 다해 임해주지.”
붉은 오러의 기운이 피구공 전체를 감싸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묵직하게 오러를 피구공에다가 때려박은 한스는, 그대로 대포의 위력과도 맞먹는 일격을 던져냈다.
“저, 저 미친놈이!?”
보기만 해도 죽음의 공포가 사르르 밀려오는 한스의 피구공 공격에 이한성은 당황하며 이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3인 4각으로 발이 묶여있었던 탓에,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디셀러레이션].”
피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던 그 순간에 화연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구공은 눈에 띄게 감속하며 목표에 닿기도 전에 화연의 손에 가볍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칫, 역시 간단하게는 안되는건가.”
대포 수준의 위력을 지닌 공을 감속 마법으로 간단히 막아버린 화연의 모습에 한스 마이어는 예상했다는 듯이 혀를 차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야 이 미친놈아!!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냐?!”
“대마법사급 존재를 둘이나 곁에 두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이정도는 당연히 막을 거라고 생각했다만.”
[빠직-]별 걸 다 가지고 호들갑을 떠냐고 말하는 듯한 한스의 비아냥에 이한성은 일순간 분노 게이지가 팍 치솟는 기분을 느꼈다.
“…아, 그래? 진짜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 이거지??”
오냐 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마 이 자식아.
그냥 적당히 어느 한쪽이 이길때 까지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된 이상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저 놈을 꺾는 수 밖에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손을 뻗었다.
“[행동제한].”
[스킬: 행동제한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한스 마이어의 전신을 감싸며 팔 다리에 족쇄라도 채운 듯이 그의 몸을 둔하게 만들어버렸다.
스킬, [행동제한]. 마력이 없는 대상에게 사용할 시에는 움직임 그 자체를 완전히 차단해 버리고, 마력이 있는 대상에게 사용할 시에는 마력의 사용을 지속시간 동안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스킬.
그리고 이 스킬이 차단하는 것은 마력 뿐만이 아니라, 오러 또한 포함된다.
즉 지금 이 순간, 한스는 온전히 육체의 힘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뜻.
“젠장, 저 악마 같은 놈이 잔재주를…”
“왜, 꼽냐? 그러게 누가 시비 털래?”
이한성이 키득거리며 사람 열받게 하는 재주를 십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스 마이어는 그런 이한성의 도발에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상관없다. 오러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순수한 힘으로 이기면 되는 법.”
오러 따위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한스 마이어는 순수한 근육의 힘만으로도 100kg 짜리 덤벨을 한손으로 공깃돌 다루듯이 들어올릴 수 있는 초인이다. 사실상 디메리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지 스피드만 좀 둔해졌을 뿐.
한스 마이어는 당황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피할 준비를 하며 공을 지닌 화연의 상태를 살폈다.
‘자, 어떻게 나올거냐 귀쟁이. 마력으로 신체강화? 아니면 인챈트? 어느쪽이던 좋다. 받아내주마.’
소드 마스터로서 단련된 동체시력과 반응속도 만큼은 자신이 넘쳐났던 한스 마이어는 공에다 시선을 총 집중하며 눈을 부릅떴다.
[스윽-]‘온다…!’
화연의 손목이 미세하게 움직이자마자 반응한 한스는 곧바로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읽고는 회피기동에 나섰다.
너무나 뻔한 궤적이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이라면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긴 하지만 그저 빠른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스는 가뿐히 몸을 비틀어 공을 피했다.
아니, 정확히는 피하려고 했다.
[휘익-]“?!”
쉽게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공이 갑작스럽게 궤적을 비틀며 허를 찌른 것이었다.
‘고, 공간왜곡?!’
텔레포트 마법의 상위 마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공간왜곡 마법. 실제로 고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대마법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크윽!”
화연이 대마법사 수준의 강함을 가진 엘프라는 사실 쯤이야 진작에 알았던 한스였지만 그녀의 실력이 이정도 인 줄은 몰랐던 그는 다급하게 몸을 홱 비틀어 가까스로 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이 피구는 그냥 피구가 아닌, 3인 4각 피구라는 사실을.
[휘청-]“어?”
한스가 몸의 중심을 잃기 무섭게 하나와 해영이도 같이 덩달아 끌려가며 중심을 잃어버렸다.
[우당탕!!]그리고 울려퍼진 사람 구르는 소리. 그렇게 다 같이 줄줄히 넘어져버린 한스는 이내 뒤늦게야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졌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
“….”
해영이가 밑에 있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타 있는, 아주 망측하고도 부끄러운 상황에 처해졌다는 사실을.
“저것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