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0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05화(205/245)
205
살다보면 사람은 한번씩 아주 민망한 상황에 처해지기 마련이다.
화장실 갖다오고 남대문 잠그는 것을 깜빡했다던가, 이어폰이 제대로 꽂혀있는 줄도 모르고 공공장소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다거나, 아니면 좁은 길목에서 마주편에서 오는 사람을 피하려다가 그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여럿 반복한다던가 하는 것이 그 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한스와 해영이의 상황이 딱 그러한 상황이었다.
“….”
“….”
마치 드라마였으면 이대로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클로스업 하고 슬로우 모션 효과와 카x베네 로고를 넣고 엔딩곡을 틀기 시작할 타이밍. 서로 엉켜 넘어져가지고 키스할랑 말랑 할 듯한 장면이 나오는, 지극히도 클리셰적인 K-드라마의 연출.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의 차이점일 것이다.
“어… 음, 그…”
자신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한 한스는 애써 민망함을 숨기며 뭐라도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말을 꺼내기 직전에, 피구공 하나가 기가 막히게 날아와 한스의 옆구리 부분에 직격했다.
“괜찮-”
[뻐엉!!]한치의 오차도 없이 명중한 리버샷. 명치와 마찬가지로 직격당하게 된다면 몸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할 수도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인간의 급소.
피구공으로 그렇게 리버샷을 당해버린 한스 마이어는 그대로 화승총에 피격당한 곰 마냥 옆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소드 마스터라는 놈이 제 본분을 잊고 아녀자를 덥치다니, 네놈이 정녕 미쳐버린게로구나.”
“…예?”
불시의 일격으로 한스 마이어를 순식간에 리타이어 시켜버린 범인은 다름 아닌 화연. 누가봐도 의도치 않은 사고인게 분명한데 혼자만 오해를 해가지고는 사극 말투가 튀어나올 정도로 분노한 그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평소에는 그렇게나 해영이를 찬밥취급하더니 또 이럴 때는 무시무시하게 과보호를 하시네…? 이게 그 츤데렌가 뭔가 하는 그건가??
화연에게 있어 해영이는 하나뿐인 동생이자 가 족과도 같은 존재. 사실 해영이가 고아원에 있던 시절 부터 화연이 거의 그녀를 업어 키우다 시피 했기 때문에 화연은 늘 아닌 척 해영이를 뒤에서 과보호해왔다.
학교에서 해영이를 따돌림 하던 애들을 전부 쥐도 새도 모르게 갈아 엎어버린다거나, 해영이한테 찝적대려는 남자를 철저하게 조사한 후, 문제가 있다 판단되었을때 가차없이 잘라내버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해영이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화연의 그런 과보호 기질이 조금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가 해영이를 필요 이상으로 보호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과도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화연은 한치의 주저도 없이 눈깔이 돌아버리는 것이다.
“저기… 쟤 이미 죽은 것 같은데 이만 진정하지 그래…?”
“….”
화연이 이렇게까지나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던 이한성이 바닥에 쓰러져서 거품을 문 채 움찔거리는 한스의 시체를 가리키며 그녀를 간신히 진정시키려 했다.
“…다음에 해영이한테 털끝이라도 손을 댄다면 그땐 저승에도 곱게 못 갈줄 알아.”
“….”
아니 그러니까 쟨 이미 죽은 것 같다니깐요?
그렇게 딴죽을 걸고 싶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꾹 참은 채 이 이상 그녀를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스, 승자는 백팀!”
말도 안되는 피구 경기에 입을 떡하니 벌린 채 경악에 휩싸여있던 심판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호루라기를 불며 백팀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자 이내 대기 하고 있던 양호 선생님과 스탭들이 즉시 달려와 흙바닥에 축 늘어져 있던 한스의 상태를 급히 살피기 시작했고, 그렇게 주변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아직도 바닥에 넘어진 채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해영이는 아무도 듣지 못할 혼잣말을 조용히 입에 담았다.
“…생각보다 잘 생겼을지도?”
…보기보다 아주 금사빠였던 해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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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에게 있어 운동회란 어떤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함께 쌓는 날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운동회 만큼이나 부모들이 제 아이들과 함께 뛰며 놀 수 있는 날은 흔치 않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들이 운동회를 오직 그런 식으로만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부모들이라면 각자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내면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운동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찍어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뭐든지 1등을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운동회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아이가 활약을 해도 어물쩡하게 ‘그래 잘 했네’ 한마디로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나 그래도 다들 속으로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이 부모라는 족속들이니.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냐고?
지금 우리 애가 대활약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승자는 백팀!”
“앗싸아!!”
박 터뜨리기 경기에서 단 하나의 콩주머니로 일격에 청팀의 박을 깨부셔버린 수정이가 환호를 내질렀다.
“저거 완전히 박살이 났는데…?”
“콩주머니가 아니라 수류탄을 던진거 아니야…?”
“저 애, 아까 피구 시합에서 봤던 걔잖아…”
아까부터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수정이의 대활약을 눈여겨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며 저마다 한마디씩 감탄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뭐지 이 복잡한 기분은? 분명 저런 무지막지한 폭주를 못하게 한소리 해야 하는데 자꾸 막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그러네?
수정이가 활약을 하면 할 수록 정체를 들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심장이 잔뜩 졸여져 있던 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정이의 활약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충돌하는 상반된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된 이한성은 아주 복잡한 표정과 함께 환히 웃으며 좋아하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산지 얼마 안된 고가의 DSLR 카메라로 수정이의 모습들을 전부 사진 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법은 안 쓰고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마법을 안 쓰고 있으면 뭐하니? 하는 짓이 이미 진작에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이한성의 말에 화연이 기가 찬다는 듯이 그렇게 대꾸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거야. 난 뭐 쟤가 저러고 있는게 좋은 줄 알아?”
“응.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 처럼 보이는데.”
화연이 그렇게 잔뜩 올라가 있는 입꼬리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말을 해도 신빙성이 전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러자 할 말을 잃어버린 이한성. 본인도 자신이 지금 수정이의 활약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저기 저 남자애, 지난번에 참관수업에서 봤던 그 애 아니야?”
“? 아, 그 수정이한테 맞았었던 걔?”
화연이 저 멀리서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던 아이들 중 눈에 익은 정우를 가리키며 말하자, 이에 이한성은 기억난다며 정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까 지난번 참관수업 때는 쟤도 부모님이 안오셨었지?
지난 참관수업 날 부모님이 참석하시지 않아 잔뜩 풀이 죽어있던 정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이한성은 과연 오늘은 어떨까, 싶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뭐 찾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찾는 건 무리겠지.
찾아도 오지랖만 생길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한성은 정우의 부모님을 찾는 것을 빠르게 포기한 채 줄다리기에 한창 열심인 정우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하아아아압!!”
백팀에서 가장 열심히 줄을 당기고 있는 정우. 얼굴이 완전히 붉어져서 꼭 똥이라도 쌀 것 같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정우의 모습에 이한성은 참 애석하다는 듯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참… 저렇게 열심인 애가 주목을 받아야 정상인데 말이야.”
왠 생태계 교란종 하나가 애들 사이에 섞이는 바람에 다 묻혀버리겠네.
…뭐 그렇다고 우리 수정이보다 잘 했으면 좋겠다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가상하기는 하나, 그래도 우리 애의 발끝에는 전혀 못 미친다. 그런 식으로 이한성은 아주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편파판정을 내리며 속으로 수정이를 치켜세웠다.
“아하하! 드루와 드루와!!”
박 터뜨리기에 이어서 어느샌가 닭싸움에 참가한 수정이의 외침이 운동장에 자신 넘치게 울려퍼졌다.
“끄아아?!”
“하, 항복!”
“도망쳐!!”
거의 일당백 장수의 포스로 다가오는 족족 적팀을 탈락시키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에 청팀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난 채로 도망치기 급급해 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아이… 조금도 안 봐주네.”
“그러게 말이야… 이쯤되면 아이들이 너무 불쌍한데…”
이한성의 감탄에 화연이 동감이라는 듯이 안쓰러운 시선으로 처참하게 당하고 있는 청팀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수정이가 참전했던 순간 부터 이미 백팀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사실 쯤이야 이한성을 포함한 일행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바 였지만, 막상 너무 일방적이다 보니 동정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쿵-]“저 녀석은 내가 상대하도록 하지.”
“?”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되던 그 순간, 갑자기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무지막지한 덩치를 지닌 소년이 수정이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섰다.
“넌 누구야?”
“김대건. 그러는 너는?”
“나? 난 이수정.”
“이수정이라… 그래, 각오는 돼 있겠지?”
“물론.”
마치 목숨을 건 일기토를 벌이려는 듯한 두 장수의 모습을 연상케 하듯, 대치한 상태로 서로 간을 보기 시작한 수정이와 대건이.
“…요즘 애들은 다 저러고 놀아?”
“…그럴리가.”
아주 비장한 얼굴로 무슨 명예를 내건 대결마냥 닭싸움에 임하려는 두 아이의 모습에 화연이 황당하다는 듯이 묻자, 이에 이한성이 그렇게 대꾸했다.
여기 애들이 이상한거라니까. 뭐가 어떻게 된게 애들이 죄다 비정상이야. 수정이가 아주 대단히 비정상이라서 그렇지, 다른 애들도 만만치 않게 좀 많이 미쳐있단 말이지.
애당초 평범한 애들이라면 저런 식으로 비장하게 닭싸움을 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가슴이 웅장해지는 듯한 두 아이의 결투를 어이가 없단 듯이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간다!!”
“!!”
계속되던 눈치싸움 끝에 먼저 선공을 가한 것은 수정이였다.
엄청난 도약력으로 순식간에 대건이를 향해 돌진한 수정이. 한스 삼촌에게 배운 오러 활용법을 아주 요긴하게 써먹은 수정이는 그대로 상대와의 거리를 좁힌 채 정면으로 공격을 가했다.
[퉁-]“어, 어라?”
하지만 그런 수정이의 선공은 대건이에게 미동조차 주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오러를 활용하고 있다 한들 오러 사용에 있어 초보자인 수정이로서는 쉽게 체격차를 뒤집을 수 없다. 더군다나 닭싸움 처럼 순수하게 신체능력에 기대야 하는 경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피구 같은 경우에야 공에다가 오러를 실어 던지는 방식으로 상대 팀을 철저하게 유린할 수 있었던 수정이지만 닭싸움은 공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백병전. 그리고 수정이는 아직 오러를 통한 신체강화에 미숙한 상황.
“내 차례다!”
공격이 먹히지 않아 수정이가 당황한 틈을 타, 대건이는 거구의 몸집을 내세우며 우직하게 수정이를 찍어 누르려고 하였다.
“으앗?!”
하지만 빠르게 뒤로 내빼며 이를 가까스로 피한 수정이. 급하게 내빼는 바람에 잠시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하기는 했지만, 수정이는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자세를 되찾을 수 있었다.
“뭐, 뭐야아! 너 왜 안 넘어지는데?!”
“훗, 내 체중은 49kg. 잘 해야 고작 25kg 밖에 되지 않는 너의 2배지.”
…초등학교 1학년이 49kg? 저 정도면 병원 가 봐야 하는거 아닌가?
명실상부 고도비만 판정이 나올만한 과체중. 저 아이의 건강이 걱정 될 정도의 몸무게에 이한성은 속으로 경악을 내뱉었다.
“네가 아무리 날 공격한다 해도 내가 쓰러지는 일은 없다.”
대건이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덩치를 자랑하듯 내세우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이에 수정이는 어째서인지 씨익 웃으며 도발하듯 대꾸할 뿐이었다.
“…과연 그럴까?”
“뭐라고…?”
[휙-]대건이가 대꾸하기 무섭게 수정이는 다시 한번 대건이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이에 대건이는 아까도 그러했듯 과체중을 방패삼아 수정이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막아내려고 했으나, 수정이의 공격이 대건이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수정이는 공격하는 척, 그대로 대건이의 뒤로 빠져나와 배후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똥꼬킥!!”
[푸욱-]“?!!!”
수정이의 무릎이 남녀를 불문한 모든 인간들의 공통된 급소 중 한 곳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또, 똥침이라니… 그런 비겁한 짓을…”
[쿵!]급소를 정확하게 가격당한 대건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수정이를 바라보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대답할 뿐이었다.
“후훗, 전쟁에 비겁함이란 없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