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0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06화(206/245)
206
한창 열기가 가득하던 운동회가 점심시간을 맞이함에 따라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아빠빠! 나 대단하지!”
수정이가 점심시간이 되기 무섭게 달려와 이한성에게 잔뜩 자신의 활약에 대해 자랑하기 시작했다.
“너 대단한 거 알겠으니까 날뛰지 말고 빨리 앉아서 밥이나 먹어.”
미리 운동장의 그늘진 곳에다가 보자기를 깔고 자리를 잡은 채 기다리고 있던 이한성은 그렇게 뛰어다니고도 아직도 기운이 넘쳐나는 수정이를 못 말린다는 듯이 쳐다보며 손수 싸온 도시락 통을 건네주었다.
얘는 참… 그렇게 날뛰고도 에너지가 넘쳐난다니, 저 정도면 하프 엘프가 아니라 거의 뭐 수인 족 아니야?
수정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꼭 넘쳐나는 에너지를 전부 발산하지 못해 시도 때도 없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대형견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애기 때만 했어도 마력폭주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몸도 약했던 애가 지금은 마력도 펑펑 쓰고 오러도 펑펑 쓰면서 대형사고를 뻥뻥 치고 다니는 말썽꾸러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게 이한성은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해 참 많이도 큰 수정이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아빠 근데 도시락 뭐 싸왔어?”
“물어보지 말고 열어 봐.”
혹시나 싫은게 들어있으면 어쩌지 하며 물어본 수정이. 워낙에 편식 기질이 심한 아이라 그런지 도시락에 지가 싫어하는 피망이라던가 당근 같은게 들어있을까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우왕! 김밥이다!”
조심스럽게 도시락 통을 열기 무섭게 빵빵하게 햄과 계란으로 채워져 있는 알록달록한 김밥들이 수정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거 아빠가 만든거야??”
“아니. 내가 산 식재료로 화연이가 만든건데.”
“엄마가??”
수정이가 반짝반짝거리는 시선으로 화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엄지를 척 내세우며 극찬을 내뱉었다.
“엄마 최고!!”
“아하하… 그렇게 까지 치켜 세워주면 좀 쑥스러운데…”
수정이의 칭찬에 부끄럼을 타며 시선을 피하는 화연.
…자기가 애 도시락 만들겠다고 그렇게 고집을 피웠으면서 정작 애가 칭찬을 해주니까 눈도 못 마주치네. 부끄러울게 대체 뭐 있다고 참.
항상 이럴 때만 내성적이게 되는 화연의 모습에 진작에 익숙해져 있던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지막히 화연을 위해 입을 열었다.
“수정이 너 다행인 줄 알아. 내가 만든 김밥이었으면 햄이나 계란이 아니라 시금치랑 김치로 꽉꽉 채워져 있었을테니까.”
“시, 시금치!? 모야아! 김밥에 시금치를 왜 넣어!!”
“야채가 필요하니까 그렇지. 너 맨날 고기만 먹으려고 들잖아.”
“그치만 인간은 육식 동물이자나!”
“너 반은 엘프거든?”
뭐… 엘프라고 해도 여기 바로 옆에 야채 따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직 고기만을 선호하는 이단자가 계시기는 하지만 말이야.
엘프들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비건 문화를 지닌 종족일 뿐. 초식동물들 처럼 고기를 못 먹는 것이 아니기에 원한다면 엘프들도 얼마든지 육류를 섭취할 수 있다.
다만 통상적인 엘프 문화에서 그랬다가는 엄청나게 욕을 얻어먹겠지.
엘프인 화연이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주의자인 것도 순전히 그녀가 엘프로서 자란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에 홀로 떨어져 인간들 사이에서 자랐기에 그런거다. 제아무리 국적이 한국인이라고 해도 5살 때 부터 외국에서 자랐다면 외국인인 것과 다를 게 없듯이.
“저기, 궁금한게 있는데요…”
“?”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자리에 껴있던 하나가 슬그머니 손을 들며 질문을 꺼냈다.
“이런데서 그런 얘기를 해도 되는 거에요…?”
“….”
“….”
핵심을 찌르는 하나의 질문에 수정이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무도 수정이의 정체를 딱히 숨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예전부터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던 하나였지만, 오늘부로 하나는 그 생각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 아무도 숨길 생각이 없나봐.’
이러다가 친구가 정말로 어딘가의 비밀조직에 납치 당해서 실험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슬슬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한 하나. 이 자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상인이다 시피 했던 하나는 그렇게 못미더운 표정을 잔뜩 지으며 이한성과 화연을 바라보았다.
“…그, 하나야.”
“네?”
“세상에는 말이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소리가 있어.”
“….”
이한성이 애들은 잘 알지 못하는 속담을 인용하며 변명거리로 내세우려 하자 이에 하나는 신용이 바닥나버린 시선으로 이한성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하나도 안 어두운데요?”
등잔 밑이 어둡기는 커녕 무슨 LED 조명을 빵빵하게 틀어놓기라도 했는지 밝아서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렇게 하나는 전혀 초등학교 1학년 답지 않은 애늙은이의 모습을 보이며 불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맞다. 너희 부모님도 점심 때 오신다고 했었지? 아직 안오셨나?”
7살짜리 애를 상대로 팩트에서 밀려버리자 바로 말 돌리기를 시전해버린 이한성.
“…못 오실 수도 있다고 했어요.”
“….”
하지만 하필이면 말을 돌리겠답시고 바꾼 대화의 주제가 지뢰였다.
[퍽!]“앜-”
화연이 이한성의 팔을 기습적으로 때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바로 뼈를 맞은 고통으로 침묵 디버프에 걸려버렸고, 그 틈을 타 나선 화연은 뒤늦게 지뢰를 수습하기 위해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하나 너도 먹을래? 혹시 몰라서 언니가 도시락 하나 더 싸왔는데.”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배고플텐데 얼른 먹어.”
…그거 제 도시락인뎁쇼.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점심식사를 딸 친구한테 빼앗겨버리게 된 이한성. 그렇게 점심을 굶게 생긴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젓가락으로 화연의 도시락을 얻어먹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해영이랑 노예 1호는 어디갔대?”
“아까 밥 먹으러 나갔어. 좀 있다가 돌아올거야.”
화연이 준비해놓은 도시락은 딱 네사람이 먹을 분량 밖에 없었다. 해영이는 제멋대로 끼어든거기 때문에 준비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한스는 노예였기 때문에 딱히 도시락을 챙겨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둘만 보내도 괜찮아?”
아까는 그 사고 한번 났다고 눈이 뒤집어졌으면서 그 둘만 보냈다고…?
“괜찮아. 혹시나 몰라서 제대로 조치를 취해뒀거든.”
“….”
…그 조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건 아니겠구만.
오늘따라 유독 한스가 불쌍하게만 느껴졌던 이한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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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푸드트럭을 운용하는 사람들이게 있어 아주 쏠쏠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날 중 하나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잔뜩 몰리는 날. 부모들이 일하느라 바쁜 요즘, 운동회에선 도시락을 직접 싸는 것 보다는 근처 가게에서 사먹는 경우가 대부분.
운동회 하면 바닥에 보자기를 깔고 부모님이 직접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 운동회 점심식사의 대세는 수제 도시락이 아닌 푸드트럭의 길거리 음식이니.
“우와… 장사하러 많이들 몰려왔네.”
한스와 함께 학교 바깥에다가 진을 쳐놓은 푸드트럭을 사이를 지나다니며 뭐 먹을 게 없다 살펴보던 해영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축제날에 사람이 붐비는 건 이곳도 똑같군.”
이세계나 지구나 축젯날에 다양한 장사꾼들이 잔뜩 몰려드는 것은 다 똑같다. 그 사실을 깨달은 한스 마이어는 그 거구의 덩치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재주껏 피하며 해영의 뒤를 따랐다.
“아, 그러고 보니까 그쪽도 언니랑 같은 세계 출신이라고 했죠?”
“흥. 같은 세계에서 왔다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니다.”
“그야 그렇겠죠. 애초에 종족부터가 다를텐데.”
해영이가 그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무언가의 깨달음이 담겨있는 듯한 대답을 나지막히 내뱉었다.
“…하지만 종족이 다르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다른 것도 없더군.”
“그렇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화연이 언니도 나이만 뒤룩뒤룩 찐 것 뿐이지, 하는 짓은 완전 게을러먹은 백수라니깐요? 완전 생긴 것만 엘프야 엘프.”
“….”
누가 가족보다 더 가 족같은 사이 아니랄까봐 대놓고 화연의 뒷담을 까기 시작한 해영이.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스는 그녀가 여태껏 전기로 지져지지 않은 것이 참 신기하다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나저나 그쪽은 뭐 먹을래요? 참고로 말하자면 전 아무거나 다 괜찮은데.”
“…그쪽이 사는 건가?”
“아뇨. 따로따로 계산해야죠.”
혹시나 해서 물어본 한스였지만 칼같이 거절하는 해영이. 이에 한스는 최근들어 오른 방값 때문에 가벼워진 본인의 지갑을 꺼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까 화연이 언니한테 된통 당하신 것도 있으니까 오늘은 제가 쏠게요.”
“!! 정말인가?!”
죽을 상이었던 한스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점심을 사주겠다는 해영의 말에 거의 그녀를 구세주 대하다 싶이 바라본 그는 심장에 주먹을 올리며 맹세하였다.
“고맙다! 이 은혜, 잊지 않도록 하지!!”
“아, 아니 뭐 은혜라고 할 것 까지야… 보는 사람 많으니까 조용히 좀 하세요. 내가 다 쪽팔리네.”
해영이가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한스는 그녀의 말에 곧이곧대로 따르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그런 한스를 피식 웃으며 쳐다보았고, 이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럼 대신 뭐 먹을지는 제가 고를게요?”
“물론이다.”
“좋아, 그럼 어디보자… 저거 어때요?”
딱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토스트가 두 남녀의 눈가에 들어왔다. 그러자 워낙에 매운 것만 빼면 뭐든 가리지 않고 잘만 먹는 한스는 이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아 보이는 군.”
“오키, 그럼 저걸로 하죠. 아저씨! 그거 2개만 주세요!”
아무렴 상관 없다는 한스의 대답에 해영이는 주저없이 지갑을 꺼내 길거리 토스트 2인분을 계산하였다.
“자, 여기요.”
“고맙다. 잘 먹도록 하지.”
“에이 뭘요, 알바 동료인데 이쯤이야.”
슬슬 한스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 해영이. 애초에 그녀가 이렇게 한스와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나온 것도 다 밑작업을 미리 깔아두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성격만 좀 이상한 거 빼면 괜찮은 편이잖아? 몸도 좋고,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딱 서양 미남이고.’
아주 이상형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충분히 만나볼 가치는 충분한 남자다. 그런 식으로 한스의 평가를 내린 해영이는 리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전직 소드 마스터를 꼬시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려 하였다.
[툭-]“어?”
하지만 그 순간, 마주편에서 다가오던 사람이 실수로 해영이를 툭 치고 지나가버렸고, 그 바람에 그녀는 중심을 잃고 고대로 넘어질 뻔 하였다.
그렇게 그녀가 넘어지던 방향은 바로 한스의 대흉근이 위치한 방향.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아까 피구 경기 때의 그 드라마틱 한 상황을 다시 한번 재현할 기회를 얻은 해영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대로 중력에 몸을 맡겼다.
“어이쿠야~”
“?!”
아니나 다를까, 자신을 향해 넘어지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한스는 소드 마스터 다운 반사신경으로 반응해 넘어질 뻔한 그녀를 붙잡았다.
이한성이 보았으면 구역질을 하고 오만상을 찌푸렸테고, 화연이 보았으면 당장 롱기누스의 창을 꺼내들어 노예 하나를 주님 곁으로 보냈을 상황.
그런 눈꼴시린 상황이었지만, 해영이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은 더할나위 없는 나이스한 시츄에이션이었다.
딱 처음 2초 까지만 했어도 그랬다.
[파지지직!!]“그/아/아/앗?!!”
한스가 넘어질 뻔한 해영이를 붙잡아 준지 정확하게 2초가 지났던 그 순간, 갑자기 백만볼트에 달하는 전류가 해영이를 감싸고돌며 한스를 직격했던 것이었다.
[털썩-]순식간에 고압전류에 튀겨져버린 채 시체처럼 바닥에 늘어져버린 한스. 오늘만 해도 벌써 두번이나 시체 꼴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을 본 해영이는 너무 황당해서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는 얼굴과 함께 눈물을 흘림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