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0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07화(207/245)
207
“그어어어…”
“….”
고압전류에 감전된 채 좀비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버린 한스를 바라보며, 해영이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언니가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는 뻔하다. 자신의 몸에다가 이런 무시무시한 전기장막을 둘러놓을 사람… 아니, 엘프는 이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해영이는 여전히 자신을 과보호하려 드는 화연을 원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자기는 결혼까지 했으면서 난 연애도 못하게 하는 건 대체 무슨 놈의 심보래??’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그렇게 해영이는 잔뜩 불만어린 생각을 속으로 내뱉으며 사경을 헤메던 한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크윽…”
해영이가 말을 걸자 이에 한스는 바싹 튀겨진 몰골을 하고도 잘도 몸을 일으켰다. 역시나 소드 마스터답게 내구도 하나는 짱짱한 덕이었다.
“방금 그건 대체 무슨…”
“…그, 글쎄요. 일단 어서 일어나세요. 사람들 다 쳐다보겠네.”
자신이 정확하게 무엇에 당한건지 감도 제대로 못 잡은 한스의 물음에 해영이는 재빠르게 말을 얼버무리며 한스의 손을 잡아 일으키려고 하였다.
[파지직-]“아.”
해영이의 손이 한스의 손에 닿기 무섭게 아까 전 처럼 무시무시한 고압전류가 스파크를 튀기며 해영이의 몸 주변을 감쌌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와 접촉하고 있던 한스는 다시 한번 고압전류에 바싹 튀겨져버리고 말았다.
“그/아/아/앗!!?”
시간차 콤보. 상대방이 다운된 직후 무적이 풀리기 무섭게 바로 콤보를 이어나가는 격투 게임의 고난이도 테크닉을 현실에서 그대로 당해버린 전직 소드 마스터는 뼈도 못 추린 채 다시 한번 시체처럼 바닥에 늘어지고 말았다.
“죄, 죄송… 닿기만 해도 이렇게 되는구나…”
…화연이 언니, 대체 내 몸에다가 무슨 마법을 걸어놓은거야…? 아니, 이러면 일상 생활을 대체 어떻게 하라고…
화연이 해영이에게 걸어놓은 방어마법은 그녀가 아주 공을 들인 최상위 방어 마법 중 하나이다.
사전에 미리 지정해 두었던 인물이 방어하고자 하는 대상과 접촉할 시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되어 접촉한 상대에게 치사량 바로 직전의 고압전류를 방출하는, 지극히도 심플하지만 효과가 확실한 마법.
그 위력은 보았디시피 쟁쟁한 소드 마스터조차 일순간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다.
“그… 혼자서 일어서실 수 있겠어요?”
“소리가…”
“네? 소리라뇨?”
설마 방금 감전된 것 때문에 청각에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아버지가 자꾸 이쪽으로 오시라고…”
“아버지가요…?”
“그래, 저기 강 건너에서…”
“자, 잠깐!! 그거 아니에요!! 정신 차려요!! 그거 건너면 안되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계속 들어보니 청각이 마비된게 아니라 저승사자의 부름을 듣고 있었던 한스. 그렇게 금방이라도 황천강을 건너려던 그를 보고 필사적으로 말린 해영이는 어찌저찌 겨우 한스를 현실로 되돌아오게 만들 수 있었다.
“큭… 머, 머리가…”
“두통약 드릴까요?”
“미안하지만 부탁하도록 하지…”
송전탑에서 흐르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고압전류에 감전당하고도 잠깐 사경을 헤메고 두통만 좀 느끼는 정도로 끝난 한스 마이어. 분명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 여기요.”
“고맙다.”
해영이가 핸드백에서 두통약과 생수병을 꺼내 건네주자, 한스는 이를 감사히 받고는 말없이 입으로 넘겼다.
“이젠 좀 어때요? 나아진 것 같아요?”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대단한 약이로군.”
“대단하기는… 그냥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x놀인데…”
“아니, 확실히 대단한 약이다. 설마 이 세계에도 강화 포션 같은 것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예???”
타이x놀 한알 먹어놓고는 갑자기 왠 개소리일까. 강화포션이 뭔지도 모르겠거니와 타이x놀이 그렇게 막 칭찬할 정도로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쯤은 아주 잘 알 수 있었던 해영이는 황당한 시선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약, 강화 포션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럴리가요…? 아니, 애초에 그게 뭔데요??”
“마시면 일시적으로 마력량과 근력을 대폭 상승시켜주는 포션이다. 다만…”
“…다만?”
“부작용으로 시야가 붉어지지.”
한스가 어느새부턴가 엄청나게 충혈된 눈으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완전 드라큘라 마냥 눈이 붉어진 그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외쳤다.
“으아아악?! 그거 딱 봐도 약 때문이 아니라 감전 된 것 때문에 그런거잖아요!!”
아까 연달아 두번이나 고압전류에 감전을 당한 탓에 눈 쪽의 혈관이 터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의학적인 지식은 없어도 그런 쪽에 출혈이 생기면 자칫 큰일날 수 있다는 정도의 상식은 있었던 해영이는 바로 119를 부를까 고민하며 한스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벼, 병원에 가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다는거야!!”
“흐흐흐… 속삭임이 들려오는 군. 힘을 원한다면 약을 더 먹으라고…”
“정신 차려요!! 타이x놀에 그런 효과는 없다니까?!”
“히히, 히히히, 히히-”
이제는 아예 침까지 줄줄 흘리며 완전히 풀려버린 눈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한스 마이어. 방어마법의 고압 전류가 생각보다 타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저기… 혹시 이분 어디 아프신가요?”
그렇게 해영이가 어쩔 줄을 몰라하며 한스의 상태를 살피던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말을 걸어온 사람은 한 30대 초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운동회에 전혀 맞지 않는 의사 가운을 입고 있던 남성의 모습을 본 해영이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네. 그 혹시… 의사신가요?”
“아, 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괜찮다면 잠시 이분 좀 살펴봐도 될까요?”
“부, 부탁드릴께요…”
때마침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의 말에 해영이는 바로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름모를 의사는 바로 한스의 상태를 능숙하게 살펴보기 시작했고, 이내 별 이상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다행히도 눈에 실핏줄만 조금 터지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아하니까 어디에서 감전이라도 당하신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나요?”
“아… 그, 그런가요? 잘 모르겠네요 하하…”
“그렇군요. 그럼 혹시나 모르니 나중에 병원에 들리셔서 자세히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을거에요.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 이상이 생기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의사 답게 감전 사실까지 겉으로만 보고 바로 알아 챈 남자 분의 말에 해영이는 알겠다는 듯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스가 감전된 원인은 다름이 아닌 그녀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두분도 자녀분 운동회 보러 오신건가요?”
“네? 아뇨. 자녀는 아니고 조카 운동회 보러 왔어요.”
“아, 조카 분을 보러 오신거구나.”
“그러는 선생님은요?”
“전 제 딸아이를 보러 왔죠. 점심 때는 꼭 시간을 내서 오겠다고 약속을 해가지고 오긴 했는데… 이것 참, 아이들이 많아서 찾기가 힘드네요.”
남자가 얼굴을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과 함께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남자의 가운 사이로 삐져나와 있던 병원 카드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소리내어 읽었다.
“응급의학과 오현우…?”
“? 혹시 저를 아시나요?”
“아, 아뇨. 처음 뵙는건데… 혹시 따님 분 이름이 오하나 아닌가요?”
“예, 예! 맞습니다! 혹시 저희 애 어딨는지 아십니까?!”
딸아이 운동회를 보러 왔고, 성도 같은 오 씨 이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반응을 보이신 하나의 아버지.
“네, 어딨는지 알아요. 사실 제 조카가 하나랑 친구거든요.”
“어! 그럼 설마 조카분 이름이 수정이인가요?”
오현우도 딸에게서 수정이의 이야기를 몇 번 들었던 모양이었다. 듣자마자 척 하고 해영이의 조카라는 애가 수정이라는 걸 바로 파악한 오현우가 그렇게 묻자, 이에 해영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이야~ 저희 애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자기 반에 수정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아주 대단한 친구라고 우리 애가 몇 번이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요.”
“우리 수정이가 좀 대단한 애긴 하죠~ 그러는 따님 분도 애가 아주 야무지고 어른스럽던데요?”
“아유 뭐, 자주들 주변에서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애는 워낙에 애가 귀여운 면이 없어서가지고 걱정이에요. 아이답게 좀 귀여워야 하는데 말이에요.”
“에이, 애는 좀 적당하게 어른스러운게 좋아요. 우리 수정이는 애가 너무 애같아서 사고를 안 치는 날이 없는걸요?”
갑자기 시작된 오현우와 해영이의 자식/조카 썰 대잔치. 서로 인싸력이 높은 편이라 그런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이야기를 마구 풀어나가던 둘은 그렇게 건 10분 가량을 수다를 떠는데 시간을 보냈다.
“아, 맞다. 따님 분을 찾고 계신다 하셨죠? 이러다가 점심 시간 끝나겠네.”
“아, 그랬죠.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해 하실게 뭐 있어요~ 당연한 일인데. 어서 따라 오세요.”
해영이가 앞장 서며 길을 안내하기 시작하자 이에 오현우는 고맙다는 듯이 연달아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흐흐흐, 힘이 난다…”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린 한스를 잊어 버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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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아이스크림 머글래!”
“돈 줄테니까 니가 직접 가서 사와라.”
점심시간이 10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다짜고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수정이의 생떼에 이한성은 지갑을 꺼내 오천원 짜리 한장을 건네주며 그렇게 대답했다.
“시러! 아빠가 사와!”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 양심이 있으면 니가 직접 사와야지.”
“하지만 나 곧 있으면 달리기 시합 하러 가야한단 말야!”
“그래? 유감이네. 그럼 아이스크림은 없는거지 뭐.”
“치, 치사해!”
“양심없는 니가 할 소린 아니란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펼치는 수정이와 이한성. 하지만 당연히 논리로는 수정이가 이한성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기에, 우세한 것은 이한성 쪽이었다.
“….”
그리고 그런 실없는 부녀간의 논쟁을 지켜보고 있던 하나는 그저 말 없이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아빠는 거짓말쟁이.”
결국 점심시간이 10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하나의 아빠는 오지 않았다. 약속해놓고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아빠를 향해 그런 원망어린 혼잣말을 내뱉은 하나는 금방이라도 울고싶은 마음을 꾹 참은 채 주변의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부모님이랑 같이 웃고 있는데.’
굳이 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웃음 소리가 한가득 들려온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있던 하나는 오직 자신 만이 외톨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다 해도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생. 이제 막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과 함께 웃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한 7살짜리 아이다.
“하나야… 혹시 어디 아프니?”
많이 속상해보이던 하나가 걱정되었던 화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았다.
“…왜 어른들은 거짓말을 해요?”
그러자 되돌아 온 것은 거짓말을 하는 같은 어른으로서 참으로 대답하기가 힘든 질문이었다.
“점심시간에는 꼭 올거라고 했으면서…”
“하나야…”
결국 닭똥 같은 눈물이 하나의 눈가에서 똑똑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화연은 달리 뻔하디 뻔한 위로의 말을 선뜻 내뱉지 못한 채 말끝을 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네, 그거 참 나쁜 아빠네.”
“…??”
눈치가 있으면 닥치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할 그 순간, 갑작스럽게 이를 듣고있던 이한성이 눈치 따윈 개나 줘버린 말을 꺼냈다.
“어떻게 온다고 해놓고서 안 올 수가 있냐? 어른이면 어른답게 약속을 지켜야지.”
“…그건 아빠가 많이 바쁘시니까-”
“바빠서 못 올 거면 애초에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거야.”
“….”
“그리고 약속을 하고도 안 왔으면 너도 애답게 막 짜증부리고 화를 내면서 온갖 생떼를 부려야 하는거고.”
“…!”
이한성의 말에 하나는 순간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말을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그치만 그러면 아빠가 곤란해 하시니까…”
“곤란해야지 그래. 약속 해 놓고도 안왔는데, 그냥 넘어가려고? 너도 지금 아버지가 안와서 곤란하잖아. 뭐, 애는 곤란해도 되는데 어른은 곤란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애초에 취지가 잘못됐다. 어른이 애를 이해해야지, 애가 어른을 이해해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생각이 잘못 되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이한성의 말에 하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이며 하나에게 충고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집에 가서 아빠한테 박박 따져. 왜 안 왔냐고. 내가 무슨 호구인 줄 아냐고. 무릎 꿇고 사과할 때 까지 막 따져.”
“….”
하나는 말없이 눈물을 닦으며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수정이가 불쑥 끼어들며 제 아빠의 충고에 거들었다.
“그래! 괘씸한 아빠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거야!”
“…저, 전쟁…?”
“응!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전쟁이라도 불사하는게 바로 전사의 마음가짐이라고 한스 삼촌이 그랬써!”
또 또 그 자식한테서 이상한 걸 배웠구만… 아니, 왜 자꾸 우리 애한테 그딴 요상한 것만 가르치고들 난리인데?? 우리 애를 여기서 얼마나 더 망치려고 대체…
이미 충분히 비정상의 길을 걷고있는데도 이정도인데, 여기서 더욱 비정상이 되었다가는 앞으로 어찌될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해하는 건 부모인 내 몫이니까 내가 참는다.
스스로가 말한 걸 되새기며, 따지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낸 이한성. 어쩌면 수정이에 한해서 애가 어른을 이해하려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버린 그는 그렇게 애써 그런 생각을 비우며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충고를 꼭 그런 식으로 해야했던거야?”
“뭘.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부드럽게 잘 말할 수도 있었잖아.”
“그건 내 성격이랑 안 맞아서 말이지.”
화연의 말에 이한성은 본인의 쑥쓰러움을 그렇게 둘러대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한성을 바라보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그건 그렇네.”
“….”
머리카락을 조용히 뒤로 쓸어넘기며 그런 표정으로 대답하는 화연의 얼굴이 뭐가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옅은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화연의 얼굴에 눈을 떼지 못하던 이한성은 이윽고 그녀와 눈을 마주쳐버렸다. 그러자 그녀 또한 조금 민망하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더더욱 자극을 받은 이한성은 밤에만 깨어나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애들도 안 보고 있는데, 그냥 갈겨??
마우스 투 마우스가 갑자기 너무 마려웠던 나머지 일순간 이성을 뛰어넘고 폭주해버린 이한성의 욕망 덩어리.
“하나야!!”
그렇게 이한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연에게 기습적으로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했던 그 순간, 들은 적 없는 목소리가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와 두 남녀를 흠칫하게 만들었다.
“크흠흠…”
“어우, 페이퍼 타올이 요기잉네…”
…조금만 늦었어도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짐승 새끼가 되어버릴 뻔 했던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