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화(21/245)
21
“꺄우으!”
“….”
“으아우!”
“….”
걱정이다. 앞으로의 일이 심히 걱정이다.
거실에서 신나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근심에 머리가 다 아파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쟤를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수정이가 나는 법을 깨우친 지도 어느덧 일주일. 갑자기 무슨 무림고수마냥 공중에 붕붕 떠다니기 시작했던 그날 밤 이후부터 수정이는 좀처럼 바닥에 내려오지를 않았다.
‘저러다가 영영 걸음마를 못 떼는 건 아닌지 몰라…’
언제까지고 집에서만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다. 나중에 수정이가 더 자라면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녀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필시 평범한 인간처럼 생활하는 게 가능해야 할 것이다.
즉, 사람들 앞에서 날아다니는 건 절대로 안 된다는 소리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이한성이 깊은 근심에 잠겨있던 그 순간, 한동안 보지 못했던 퀘스트 메시지가 이한성의 걱정에 응답하기라도 한 듯이 눈앞에 나타났다.
[위대한 도약: 아기가 걸음마를 뗄 수 있게 도우십시오.] [획득 가능한 보상: 10만 골드/중급 마법 주문서/200 Exp]참으로 간단명료한 퀘스트였다.
아기가 걸음마를 뗄 수 있게 도우기만 하면 100만원이 거저 들어오는 퀘스트. 듣기에는 이보다 쉬울 수가 없는 퀘스트다.
듣기에는 말이다.
“말이 쉽지… 날아댕기는 애한테 걷는 법을 가르치는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편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데 뭐하러 걸음마를 떼고 싶겠는가. 생각만 해도 막막한 현실에 벌써부터 피곤해지는 이한성이었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날고 있던 수정이를 붙잡아 거실 바닥에다가 앉혀 놓았다.
“내 말 잘 들어, 밖에서 지금처럼 날아다녔다가는 큰일나니까 앞으로는 불편하더라도 좀 걷는 연습 좀 하자. 알겠어?”
“아부브?”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하게도 이한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날지 말고 좀 걸어 다니라고.”
처음부터 알아듣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한성은 곧바로 발을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며 다시 한 번 수정이에게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디 랭귀지를 통해 어느 정도 말이 통했는지, 수정이는 곧바로 몸을 아기자기한 두 발을 이용해…
…이한성의 손을 발로 찼다.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걸음마를 배우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결국 하는 수 없이 수정이를 조심스럽게 일으키고는 직접 몸으로 걸음마를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자, 우선 한쪽 다리를 내딛고, 그 다음에 다른 쪽 다리를…”
“아우으!”
“불편해도 좀 참아. 적어도 걸어 다니는 법은 배워야 할 것 아냐.”
[절래절래-]일으켜 세워주는 자세가 영 불편했는지 수정이는 격하게 몸서리를 치며 이한성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괜히 이 이상 억지로 시키게 했다가는 애가 넘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수정이를 다시 바닥에 내려주었고, 이내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유, 됐다 그래. 싫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냐.”
걸음마가 무슨 가르쳐 줘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서 자연스럽게 깨우치길 빌어야지 뭐.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않아도 딱히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이한성의 수중에는 1억이 고스란히 있고, 집에만 있으면 딱히 수정이의 정체를 들킬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100만원이 아쉽긴 하지만 뭐 어쩌겠냐. 돈 때문에 애를 달달 볶을 수도 없는 법이잖아.’
기본적으로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이한성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돈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가족도 팔아먹는 인간 쓰레기 수준인 것은 아니다.
돈은 악착같이 벌 되, 선은 지킨다. 무늬만 아버지인 인간으로 부터 독립한 이후 부터 이한성은 늘 그 원칙을 지켜왔다.
만약 이한성에게 그런 기본적인 상식이 없었더라면 그는 진작에 돈을 벌려고 사기, 절도 등등의 상당히 위험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내가 돈에 미친 망나니였다면 진즉에 빵에 가고도 남았겠지.’
이한성은 쓴웃음과 함께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거실 각지에 흩어진 휴지 쪼가리들. 그리고 기타 등등의 수정이가 놀다가 남긴 카오스의 흔적들. 술병에 술냄새로 찌들어 있던 예전의 집보다야 양반이지만 더러운 건 오십보 백보다.
“아부아?”
“?”
그렇게 속으로 이런저런 혼잣말을 늘어놓으며 묵묵히 거실을 치우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수정이가 기어와 이한성의 바짓가랑이를 툭툭 건드렸다.
“왜. 배고파?”
“아부으!”
수정이가 짧막한 팔로 새하얀 무언가를 이한성에게 건넸다.
“…휴지?”
살짝 구겨져 있는, 아까 수정이가 신나게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을 때 애용했던 휴짓조각.
그런데 왜 갑자기 이걸 뜬금없이 건네주는 걸까?
“너 설마… 내가 청소하는 거 도와주려는 거야?”
에이 설마. 말도 안 돼. 세상에 그 어떤 애기가 청소하는 걸 도와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건네준 것 뿐 이겠지.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머릿속 한구석으로 밀어내며, 이한성은 조용히 수정이가 건네준 휴짓조각을 받아 쓰레기통에다가 집어넣었다.
“아바바!”
그러나 휴지조각이 쓰레기 통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수정이는 이한성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마냥 웃으며 거실 바닥에 널브려져 있던 모든 휴지란 휴지들을 전부 다 공중에 띄워 이한성을 향해 날려 보냈다.
“어우야-”
폴터가이스트나 심령현상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여. 누가 보면 꼭 귀신이 장난치는 줄 알겠다 야.
공중에 비눗방울 마냥 떠다니는 쓰레기들의 모습에 이한성은 경악이지 아니면 감탄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쓰레기들을 하나씩 잡아다가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수정이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긴 한데 말이다…”
“우웅?”
“…아니다.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청소가 쉽게 끝났다 야.”
….사실 이런 거 도와주는 것 보다는 걸음마를 빨리 떼는게 더 도움이 되는데 말이지.
이한성은 그렇게 이어지지 않은 뒷마디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아이의 마냥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청소를 생각보다 많이 일찍 끝낸 이한성은 이윽고 바닥을 뒹굴거리며 재밌다는 듯이 놀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수정이에 대한 걱정을 한층 더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날 수 있는 것도 모자라서 염동력 까지 쓸 수 있다니… 아니지, 애초에 염동력으로 날아다니는 건가?’
대체 엘프라는 종족은 뭐하는 종족이길래 인간의 피가 반이나 섞여있는 수정이조차 저렇게 온갖 해괴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걸까.
“설마 내가 슈x맨을 키우고 있는 건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인간과 똑같지만 인간이 아닌 미지의 존재. 거기에다가 남들과는 전혀 다른 초인적인 능력. 겉으로만 봐선 슈x맨이 틀림없다. 이하성은 그렇게 속으로 딱히 부정할 수도 없는 황당한 생각을 늘어놓으며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딸랑-]“?”
딸랑이?
이한성이 자리에 앉자, 소파 위에 놓여져 있던 딸랑이가 움직이며 조금 특이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한성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딸랑이를 주워들었고,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해 자세하게 확인했다.
[신기한 딸랑이: 엘프들의 연금술로 만들어진 딸랑이. 흔들 시 아이들의 호기심을 큰 수준으로 자극한다.] [관심도: A] [가성비: D-] [중독성: B+]얼마전에 상점 메뉴에서 시험 삼아 사보았던 딸랑이. 하지만 아직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수정이를 돌보느라 바빠서 깜빡 딸랑이에 대해 잊고 있었던 이한성은 마침 사봤으니 돈 낭비 하지 않게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시험 삼아 딸랑이를 가볍게 흔들었다.
[딸랑딸랑-]“아부아우?”
“올. 효과가 확실히 있네.”
딸랑이를 흔들기 무섭게 반응을 내비치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소소하게 감탄하며 딸랑이를 계속해서 흔들었다.
‘전에 쓰던 건 막 아리랑 리듬을 타야 관심을 끌던데… 이건 그냥 흔들어도 되니까 훨씬 편하네.’
예전에 썼었던 홈메이드 딸랑인가 뭐시기는 백날 흔들어도 관심이 별로 없더니만, 이건 흔들자마자 바로 반응이 온다. 확실히 더 비싼 만큼 효과도 훌쩍 뛰어오르는 모양이다.
“아우아!!”
딸랑이 소리에 호기심을 내비친 수정이가 열심히 바닥을 기어와 소파까지 다가왔다. 그러자 이한성은 꽤나 귀여운 수정이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이 소리가 그렇게 신기하냐?”
“아바아!”
수정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이내 이한성의 손에 들려있던 딸랑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걸 직접 잡으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그래. 직접 잡아보고 싶다 이거지? 알았어. 금방 줄…”
순간 이한성의 말꼬리가 급격하게 흐려졌다.
…잠깐만 기다려 봐. 혹시…?
갑자기 수정이가 걸음마를 떼게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딸랑이를 향해 열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조심스럽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딸랑딸랑-]“아우아!”
이한성이 소파에서 일어나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딸랑이를 흔들자, 수정이는 바로 딸랑이를 쫒기 시작했다.
추격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민망한 스피드. 하지만 느리던 빠르던 간에 스피드는 이한성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과연 수정이가 딸랑이를 손에 넣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이냐는 것이다.
수정이가 계속해서 딸랑이를 따라온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한성은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선 채 수정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딸랑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빠르게 이한성을 따라잡은 수정이는 그대로 불안불안하게 두 다리로 몸을 일으켰고, 이어서 딸랑이를 향해 작디작은 손을 쭉 뻗었다.
그러나 수정이의 손은 결코 딸랑이에게 닿지 못했다.
[스윽-]“아우?”
왜냐하면 수정이의 손이 닿기 직전에, 이한성이 슬쩍 딸랑이와 함께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옳지, 잘한다. 그렇게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돼.”
상추를 가지고 토끼를 유혹하는 게 이런 느낌일까.
뭐라고 딱 잡아서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재밌다. 항상 수정이한테 끌려다니다시피 해서 그런 건지, 좀처럼 볼 수 없는 반대의 상황에 이한성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며 계속해서 딸랑이를 흔들었다.
“갖고 싶지? 여기 걸어서 오면 줄건데, 어떡할래?”
“….”
어른답지 못한 이한성의 매우 유치한 도발에, 수정이는 아기답지 못한 뚱한 눈빛으로 자신의 보호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정이가 딸랑이의 유혹을 떨쳐내는 일은 없었다.
“아우… 아부!”
마치 기합과도 같은 옹알이 소리와 함께 수정이는 아슬아슬한 자세로 오른쪽 발을 앞으로 뻗었다.
“야야야야 조심! 조심!”
당연하다면 당연했지만 역시 첫 시도는 실패였다. 수정이는 오른쪽 발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그런 아찔한 모습을 본 이한성은 반사적으로 넘어지려는 수정이를 잡아주려고 했다.
“으아우…!”
하지만 다행히도 이한성이 잡아줄 필요 없이 수정이는 가까스로 몸의 중심을 바로잡았다.
‘어우, 보는 내가 심장이 다 떨리네…’
그냥 이대로 걸음마를 뗄 필요 없이 계속 날아다니게 놔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찔한 심정에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불안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런 이한성의 걱정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딸랑이에 대한 수정이의 갈망은 열렬했다.
“아우아…!”
수정이가 다시 한 번 오른발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수정이의 몸의 중심이 불안불안하게 흔들렸지만 그래도 아까와는 달리 수정이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저벅-]다소 어설픈 한걸음. 이제 막 걸음을 깨우치려 하는 아기의 초라한 한걸음.
그러나 그 한걸음은 위대한 도약이라 불러도 모자르지 않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가슴이 다 뭉클해지는건지 원.”
앞으로 한걸음, 그리고 다시 한 번 앞으로 한걸음.
오른발 다음에는 왼발, 왼발 다음에는 다시 오른발.
그걸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걸음마를 떼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수정이는 어느 샌가 이한성의 코앞까지 아장자장 다가와 있었다.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 000 골드] [+중급 마법 주문서] [+200 Exp]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그리고 그렇게, 수정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걸음마를 뗐다.
기어코 손에 거머쥔 딸랑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