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1화(211/245)
211
“언니. 대체 내 몸에다가 무슨 짓을 해놓은거야?”
주말의 점심시간에 다짜고짜 들이닥친 해영이의 목소리가 집안에 한가득 울려퍼졌다.
“? 무슨 짓을 했냐니?”
식탁에 앉아 과제를 하고 있던 화연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에 해영이는 시치미 떼도 소용 없다는 듯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뭐긴 뭐겠어!! 사람을 건들기만 해도 손에서 막 전기가 나가는데 진짜 몰라서 그러는거야?!”
“아 그거. 걱정 마렴, 별 거 아니니까.”
“별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지금 이것 때문에 얼마나 곤란한지 알아??”
일하는데 자꾸만 한스가 발작을 일으켜서 문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연애는 둘째 치고 알바생활에도 지장이 생겨서 골치가 잔뜩 아팠던 해영이는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화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휴우… 암튼, 이건 과보호는 진짜 사양이니까 빨리 좀 풀어줘.”
“와~ 이거 맛있다, 해영이 너도 좀 먹어볼래?”
“말 돌리지 말고!!”
과제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고 있던 과자를 건네주며 말을 돌리려고 한 화연. 하지만 해영이는 그정도로 순순히 넘어갈 정도로 무르지 않았다.
“애초에 그게 뭐라고 그렇게 까지 고민인거니? 그냥 방범용 마법 하나 걸어준 것 뿐인데.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지는 너도 잘 알잖아?”
“아니, 누가 세상 흉흉하다고 사람을 걸어다니는 전기 충격기로 만들어?! 아직 세상이 그정도로 막장은 아니거든??!”
아무리 방범용이라고 해도 그렇지 정도라는 것이 있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 때문에 몸에 전기 장막이 둘러진 것만 해도 과한데, 그 전기 장막이 자꾸만 애꿎은 사람을 지져버리니 더욱 문제였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말이야, 언니 완전 과보호인거 알아?? 나 이제 20살이야! 성인이라고!”
“만으로는 아직 19살이잖아. 아직 십대인데 뭐.”
“하! 언니가 언제 나이를 그렇게 정확하게 따졌다고 그래?? 그렇게 따지면 언니는 뭐, 600 몇 살이라서 20대 행세해??”
“크, 크흠- 나이는 건들지 말자?”
아픈 곳을 찔린 화연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진정하란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답답하단 듯이 식탁에 앉았고, 이내 겨우 머리를 식히고는 나지막히 물었다.
“…근데 오늘은 집안이 왜 이렇게 조용해?”
문득 머리가 조금 식고 주위를 둘러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집안이 매우 조용했다. 수정이와 세리가 놀러 나가서 집에 없단 걸 감안한다 해도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야 지금 집에 우리 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 오빠네 어머니는 어디가셨는데?”
이한성이야 지금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중일테니 없다고 쳐도, 이한성의 어머니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해영이는 생각해보니 요즘들어 어머니를 뵌 적이 통 없단 것을 떠올리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님이라면 저저번 주 부터 집으로 돌아가셨어. 신혼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시더라.”
이한성이 딱히 방해되지 않는다고 말렸음에도 부리고 고집을 피우셔서 결국 집으로 돌아가셔버린 시어머니. 하도 아들한테 미안한게 많으셔서 그러신지 참으로 단호하신 성격이셨다.
“그러면 운동회 때는 왜 안나오셨는데?”
“그야 그땐 유럽에 계셨으니까.”
생각해 보니 운동회 때도 나오시지 않으셨다는 걸 기억해낸 해영이가 묻자, 이에 화연은 깜빡 잊고 말 안했었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하였다.
“유, 유럽??”
“응. 한성이가 여행 보내드렸어. 티켓 끊고, 호텔 예약하고 전부 다 포함해서 효도했지.”
“어쩐지 잘 안보이신다 했더니…”
해외에 나가계셨으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주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된 해영이는 뭔가 김이 팍 새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 아무튼 뭐, 말하다 보니 딴데로 샜는데… 결국 그래서 나한테 전기장막을 쳐놓은 이유가 뭔데?”
“….”
잠시 대화가 딴 곳으로 새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그냥 넘어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해영이. 예나 지금이나 이런면에서는 꼭 성가신 친동생보다도 더 동생같은 해영이의 물음에 화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참 성가신 애라니까.”
“다 언니한테서 배운거거든?”
“….”
사실이다. 실제로 한집에서 10년 이상을 함께 살아왔으니 해영이의 행동과 버릇은 그 대부분이 화연으로 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말은 즉슨, 아랫물은 윗물에게 이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영이 너, 그놈한테 반했지.”
“….”
화연의 기습적인 질문에 해영이는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그리고는 이내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시치미를 떼려고 했다.
“아, 아니, 반하긴 내가 뭘 반해!”
“그럼 왜 그렇게 방범 마법을 자꾸 풀어달라고 그러는건데?”
“그거야… 괜히 잘못 했다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 줄지도 모르니까…”
“그런거면 걱정 안해도 돼. 그놈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반응하지 않도록 해놨으니까.”
왠만해서는 말이지.
화연은 속으로 그렇게 나지막히 덧붙이며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해영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윽고 횡설수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니까… 막 반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한번 만나봐도 괜찮겠다? 딱 그정도란 소리지. 내가 부러울게 뭐 있어서 한스 씨한테 반하겠어?”
“혀가 길다 해영아.”
“….”
궁지에 몰리면 아주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는 것이 해영이의 버릇이다.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화연에게 그렇게 지적당한 해영이는 또 다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알았어?”
“너 원래 금사빠잖니. 예전에 고등학생 때였나? 버스에서 어떤 선배랑 같은 자리에 앉았다고 막 반해서 고백하고 그랬었잖아.”
“그, 그건 그 선배가 워낙에 잘생겼어서 그랬던거고!!”
“그리고 또 한번은 30대 쯤 되는 아저씨가 비오는 날에 우산 한번 건네줬다고 반해가지고 연락처 따려고 하기도 했었지 아마?”
“그땐 그냥 나중에 우산 돌려드리려고 그랬던 것 뿐이거든?!”
사심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버럭 외치며 부정한 주제에 속으로 그렇게 말을 덧붙여 본 해영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금사빠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음에도 굳이 그런 말을 덧붙였다는 건, 그녀가 도무히 구제할 수 없는 금사빠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뭐 때문에 반한건데?”
화연이 굳이 지적해봤자 피곤할 뿐이라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물었다.
“…근육 때문에.”
“뭐?”
너무 작게 말하는 바람에 잘 듣지 못한 화연이 더 크게 말하라는 듯이 되물었다.
“가슴 근육이 쩔어서 그랬다!! 왜! 근육 좋아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
결국 참다 못해 당당하게 사심 넘치는 이유를 대답해버린 해영이. 지극히도 솔직한 그녀의 대답에 화연은 그저 황당하단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해영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이유는 좀…”
“왜!! 내 취향인데 그게 뭐 어때서! 그리고 솔까 한스 씨 정도면 남친으로 꽤 괜찮은 편 아니야?! 그리고 왜 내 연애사에 언니가 참견인데?!”
“이러니까 내가 참견을 하는거잖니! 네가 좀 잘생기고 몸 좀 좋다고 하면 막 이 남자 저 남자 안가리고 만나려고 하니까 내가 속이 타는 거라고!”
친한 동생을 위한답시고 백만볼트 방어막을 쳐놓은 화연도 과보호지만 가슴 근육 하나 쩔다고 한눈에 반해버린 해영이도 심각하게 금사빠다.
결국 둘 다 정상은 아니라는 소리다.
“다녀왔씁니다아~!”
화연과 해영이 서로를 나무라며 티격대고 있던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정이와 세리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점심 시간인지라 배가 고파서 돌아온 모양이었다.
“어라, 해영이 이모? 여기서 모해?”
거실에 들어오자 마자 해영이를 발견한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와 화연은 서로 잠시 눈치를 보았고, 이내 언제 티격거렸냐는 듯이 웃으며 아이들을 반겨주었다.
“아… 안녕 수정아. 그냥 너희 새엄마랑 잠깐 얘기 좀 하고 있었어.”
“그래 맞아. 그나저나 배고파서 돌아온거지? 금방 밥 해줄테니까 기다리렴.”
아무리 비정상인들이라지만 아이들 앞에서 다투지 않을 정도의 정신 머리는 있었던 화연과 해영. 그렇게 둘은 아주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투를 아주 신경써서 부드럽게 고쳤고, 그대로 부엌으로 향해 점심을 재빠르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 쌀이 다 떨어졌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밥을 지으려고 쌀통을 열기 무섭게 텅텅 비어버린 통 안의 모습이 화연의 눈가에 들어왔다.
“뭐야, 그럼 뭐 해먹으려고?”
“….”
마찬가지로 빈 통을 확인한 해영이가 물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녀가 고민하던 그 순간 거실에서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오늘 뭐 먹을꺼야??”
“어, 어어… 뭐 먹고 싶니?”
“피짜!!”
“….”
피자를 먹고 싶다는 수정이의 대답에 잠시 고민하기 시작한 화연.
“…해영아, 너 혹시 이 근처에 피자집 어딨는지 알아?”
“자주 가는데가 몇 군데 있긴 하지. 근데 왜?”
“왜긴 왜겠니. 애들 점심을 굶길 수는 없잖아…”
당연한 걸 물어보는 해영이의 물음에 화연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대답에 되돌아온 해영이의 반응은 마치 보아선 안될 것을 본 사람과도 같은 반응이었다.
“애들한테… 피자를 먹이겠다고?”
“…?”
그게 뭐가 놀랍다고 저러는 걸까. 해영이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화연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충격먹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이를 쳐다보았다.
“피자 따윈 음식이 아니라 정크 푸드라고 입에도 못 대게 했던 언니가?? 밥이 없는 식사는 식사가 아니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한식을 고집했던 언니가???”
“…내가 그랬었나?”
“그랬어!! 지난 10년 동안 언니가 나한테 피자나 햄버거를 사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잖아!!”
어린 시절, 화연의 고집 때문에 매일같이 잡곡밥에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순두부찌개, 온갖 찌개란 찌개만 가득하게 먹어왔던 해영이가 울컥 소리치며 항의했다.
그러자 그런 둘의 대화를 들은 수정이는 엄청나게 충격먹은 얼굴로 끼어들며 나지막히 말을 꺼냈다.
“피짜는… 먹으면 안되는거야…?”
“….”
“….”
패스트푸드 따윈 음식이 아닌 정크 푸드라는 말을 피자가 먹는 게 아니라 쓰레기라고 오해해버린 수정이. 그런 수정이의 물음에 화연과 해영이는 입을 다무며 당황했고, 이내 눈치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탓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렇게 어른들이 서로의 탓으로 넘기기에 급급하던 그 순간, 세리가 끼어들며 충격을 먹은 제 언니를 달래기 시작했다.
“괜찮아 언니. 그럼 피자 말고 다른 걸 먹으면 되잖아.”
“다른거…?”
피자 말고 다른 먹을 게 뭐가 있냐고 되물은 수정이. 그런 수정이의 물음에, 세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치킨.”
…그냥 처음부터 피자 말고 치킨이 먹고 싶었던 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