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2화(212/245)
212
결국 다같이 점심을 먹으러 치킨집에 오게 된 수정이와 세리.
“난 양념!”
“후라이드.”
치킨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수정이와 세리는 주문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아이들의 성급함을 본 화연은 피식 웃으며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애들아, 주문 하려면 먼저 줄 부터 서야되니까 좀 기다-”
“난 반반. 무 많이.”
아이들을 타이르려던 그 순간, 해영이가 화연의 말을 자르며 주문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잠시 냉랭해진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해영이 넌 뭔데 자연스럽게 따라온거야?”
“치킨 먹는다는데 나만 빠질 수는 없잖아.”
“…계산은 따로 하렴.”
“아, 나 지갑 깜빡하고 왔어.”
“….”
아주 자연스럽게 따라와 점심을 얻어먹으려는 해영이의 뻔뻔하기 그지 없는 태도에 화연은 입을 다문 채 분을 삭히기 시작했다. 애들 앞인지라 심한말을 사용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이번만 사주는거야.”
“네이네이.”
뻔뻔한 식충이가 하나 달라붙었지만 뗄 방법도 없다. 결국 하는 수 없이 해영이의 몫까지 사주기로 한 화연은 이내 카운터에 다가가 주문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양념치킨 하나하고, 후라이드 치킨 하나, 그리고 반반 치킨 무 많이로 주문할게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순살로 드릴까요?”
“어… 잠시만요.”
직원의 물음에 화연은 잠시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애들아. 뼈 있는게 좋아, 아니면 없는게 좋아?”
“없는거!”
“있는거.”
각자 취향이 달랐던 수정이와 세리. 뼈를 일일히 발라서 먹는 걸 무척이나 귀찮아하는 수정이는 순살을, 뼈가 있든 말든 통째로 씹어먹어버리면 그만인 세리는 뼈가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럼 양념치킨은 순살로, 후라이드는 뼈 있는 걸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카드로 계산하시겠어요?”
“네.”
세사람 분의 양을 시키자니 가격이 꽤 나온 걸 보고 살짝 놀란 화연이었지만, 그녀는 그걸 내색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을 끝마쳤다.
“자, 가서 앉아있자 애들아.”
“응!”
앉으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정이는 곧바로 창가가 있는 자리로 뛰어가 자리를 선점하였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누가 뺏을까 서둘러 제 언니의 옆에 앉았고, 화연은 그렇게 먼저 가서 자리를 차지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쓴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가게 안에서 뛰면 안된다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말이지…”
“애들이잖아. 안 넘어졌으면 됐지 뭐.”
“얘가 진짜… 자기 애들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거 봐.”
“깐깐한 엄마보다는 쉬엄쉬엄한 이모가 훨씬 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법이거든요?”
화연의 한숨에 그렇게 대꾸하며 자리에 먼저 앉은 해영이.
“…내가 깐깐한 편인가…?”
해영이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져버린 화연은 혹시나 싶어 자기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녀 딴에는 본인이 그닥 깐깐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해본다 한들 본인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법이었다.
“엄마~! 거기 서서 뭐해?”
자리에 앉지도 않고 혼자 서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화연의 모습을 본 수정이가 손을 흔들며 물었다. 그러자 그런 수정이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화연은 제일 늦게 자리에 앉았고, 이내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근데 언니, 왜 배달로 안 시켜먹고 직접 먹으로 나온거야?”
화연이 창 밖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에 빠지려던 그 순간, 해영이가 문득 궁금해졌다는 듯이 말을 걸며 물었다.
“이따가 장도 봐야 하니까 나온거지.”
배달로 시켜먹으면 편하기야 하지만 사람이란 원래 먹은 직후에 움직이기를 매우 극도로 혐오하는 생물이다.
물론 화연은 사람이 아닌 엘프였지만, 그녀의 사고방식은 거의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기에 그녀라고 해서 먹은 직후에 움직이는 게 귀찮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무엇보다 요즘들어 몸이 슬슬 찌뿌둥해지기 시작했고 말이야.’
임신한지 거의 2달이 다 되어가서 그런지 슬슬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함을 잔뜩 느끼게 된 화연. 나른한 몸상태 때문인지 점점 날이 가면 갈 수록 게을러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녀는 움직일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게 아닌지 몰라…”
워낙에 활동적인 성격이었던 탓에 화연은 깊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한숨 소리는 마주편 자리에서 떠들썩하게 장난치고 있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에 의해 금방 묻혀버렸다.
“아하하! 세리야, 하나 더!”
“아웁-”
뭘 하고 있길래 저렇게 재밌게 웃고 있는걸까 싶어 바라보자, 그곳에는 수정이가 얼음을 던져주는대로 아주 정확하게 입으로 받아먹고 있던 세리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
얼음을 대체 어디서 났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뻔하다. 마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언니, 쟤네들 이젠 아예 대놓고 마법을 쓰는데?”
“나도 알아… 머리 아프니까 얘기하지마…”
진작에 손을 놓아버린 이한성과는 다르게 화연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채였다. 그랬기에 그녀는 한숨과 함께 마법으로 만든 얼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아이들을 곧바로 말렸다.
“애들아, 밖에서 마법 쓰면 안된다고 했었잖니.”
“?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냐?”
화연의 말에 아주 대단한 논리로 반박해버린 수정이. 대체 얘가 그런 논리를 누구한테서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그 범인은 바로 지금 화연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해영이 너…”
“아, 나 갑자기 속이… 화장실 좀-”
“내가 못 살아 진짜!”
바로 낌새를 눈치 채고는 그렇게 핑계를 대며 화장실로 줄행량을 쳐버린 해영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연은 두통이 한가득 몰려오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몰려오는 두통을 억누를 새도 없이, 이번에는 세리의 장난이 이어서 그녀를 괴롭혔다.
“이얍-”
세리가 가볍게 손짓을 한번 휘두른 것과 동시에 왠 불꽃에 휩싸인 독수리 만한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불 마법으로 대충 만든 새가 아닌, 상급에 속하는 불의 정령이었다.
“[디스펠]!!”
난데없이 소환된 불의 정령을 보자마자 화연은 반사적으로 마법을 사용해 소환을 무효화 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소환 될 뻔 했던 건 불사조인 피닉스였기 때문이었다.
“크, 큰일 날 뻔 했다…”
굳이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불사조 [피닉스]는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최상위 정령 중 하나다. 전해지는 바로는 신들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혼돈의 시대에 모습을 드러내 대륙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의 힘을 지닌 정령인 것이다.
누가 고룡의 후계자 아니랄까봐 손짓 한번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정령을 소환시킬 뻔한 세리. 하지만 세리는 자신이 불러낸 불새가 사라져버린게 서운했는지, 시무룩한 얼굴을 지을 뿐이었다.
“언니한테 보여주려고 했었는데…”
“….”
의도가 너무 순수해서 뭐라고 할 수도 없네…
원래는 혼을 내야 마땅한 상황이지만 저렇게 시무룩해 하는 아이를 마냥 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화연은 하는 수 없이 세리를 달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마법을 아주 조금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세리야, 그거 말고 이건 어떠니?”
“?”
화연이 시무룩해 하던 세리에게 손바닥을 내밀어 보여줬다. 그러자 그 순간, 물방울이 일렁이더니 이윽고 참새만한 크기의 새로 변했고, 이를 본 세리는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곧바로 화연의 마법을 따라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한번에 따라하다니…’
역시나 드래곤. 마법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종족 다운 능력이다. 이렇게 어린 드래곤 조차도 이런 말도 안되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성체 드래곤은 과연 얼마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나두! 나두 그거 해볼래!!”
화연이 세리에게 경악이 섞인 감탄을 내뱉고 있던 그 순간, 수정이가 불쑥 끼어들며 조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물의 정령이 어지간히도 귀여웠던 모양이었다.
“음… 수정이한테는 아마 어려울 것 같은데.”
“세리가 했자나! 그럼 나두 할 수 있써!”
“아하하… 그래그래, 그럼 일단 따라해보렴.”
세리야 드래곤이니까 한번 보고 바로 따라할 수 있었지만 하프엘프인 수정이는 다르다.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선 보통 수개월에 달하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 보여준다고 바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 이렇게 공기 중에 흐르는 마력을 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고… 그 다음에 그 마력을 순환하게 만들면-”
“으으으… 이러케?”
화연이 가장 알아듣기 쉽게 가르쳐준 이론을 따라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한 수정이. 하지만 역시 정령 소환 마법을 한번에 성공시키는 것은 무리-
[퍼벙!]“?!”
-라고 생각하려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의 공기를 아주 차갑게 얼게 만들어버렸다.
“방금 그거 무슨 소리야?”
“뭐 터지는 소리 안들렸어?”
“갑자기 추워진 듯한 기분이…”
갑작스런 소란에 주변 사람들이 술렁이며 하나 둘씩 숙덕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식은땀과 함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척 연기하기 시작했고, 잽싸게 얼음 투성이로 변해버린 테이블의 모습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아이고 내 심장아…”
평생 죽을 때 까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엘프임에도 불구하고 심장마비가 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러다가 나중에 심근경색으로 한번 쓰러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불안함에 휩싸인 화연은 새하얗게 핏기가 빠진 얼굴로 주위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다들 금방 관심을 잃은 채 먹던 치킨을 마저 뜯기 시작했고, 이에 화연은 저승사자를 목전에 두고 겨우 되살아난 사람마냥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한성아. 넌 대체 평소에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밖에 나갔던거니.
마법으로 어느정도의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화연조차 아이들이 치는 사고에 수백년을 감수할 정도인데, 그러한 능력조차 없는 이한성은 진작에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졌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게 화연은 그동안 본인의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으며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아까 화장실로 도망쳤다가 이제서야 돌아온 해영이가 그 잠깐 사이에 수척해진 듯한 화연의 얼굴을 보고는 뭔 일 있었냐는 듯이 물었다.
“해영아… 내가 언니로서 하나만 충고할게.”
“…갑자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화연의 말에 해영이는 황당하단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나 화연은 그런 해영이의 반응을 무시한 채 나지막히 그녀에게 충고의 말을 건넸다.
“넌 나중에 육아 같은 거 하지 마… 오래 못 살아…”
“….”
…결코 흘려들을 수가 없는 화연의 충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