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3화(213/245)
213
예로부터 어른들은 말했다. 닭뼈는 먹을 때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이유는 으레 생선 가시를 조심해야 하는 것과 똑같다. 목에 걸리거나, 실수로 삼켜서 장에 상처를 내거나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나마 생선 가시 같은 경우에는 어떤 생선이냐에 따라서 뼈 째로 씹어먹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닭뼈는 다르다. 뼈가 꽤 굵기 때문에 씹어먹는 것이 불가능하고, 설령 어찌저찌 씹어 먹는다고 해도 삼키는 건 또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천지만별의 별별 것들을 다 처먹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닭뼈는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먹을 수만 있다면 뭐든 다 처묵는게 인간이라지만, 닭뼈는 애당초 먹는 것으로 취급되지 않기에.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오도독- 오도독-]“….”
“….”
닭다리를 뼈 째로 씹어먹는 소리가 테이블 주변에 한가득 울려퍼졌다.
“? 왜 그렇게 쳐다봐?”
한창 후라이드 닭다리를 뼈 째로 골고루 시식하고 있던 세리가 화연과 해영이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렇게 물었다.
“아니, 그 세리야… 원래 뼈는 발라 먹는건데…”
화연이가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잘근잘근 가루로 으깨버린 닭다리+닭뼈를 꿀꺽 넘기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였다.
“그치만 발라먹는 건 귀찮단 말이야.”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그러다가 목에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니?”
이번에는 해영이가 황당하단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해영이 이모의 말에, 세리는 계속해서 오도독 거리는 소리를 퍼뜨리며 대답했다.
“목에 안 걸리게 잘근잘근 씹으면 되는 거 아니야?”
“….”
맞는 말이다. 애초에 잘근잘근 씹어먹으면 무엇을 먹든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독이 아닌 이상에야 어찌저찌 몸 밖으로 배출될테니.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평범한 인간이라면 닭뼈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아니아니, 그래도 이가 상할 수도 있으니까…”
[까드득-]순간 세리가 스테인레스로 이루어진 포크를 집어들더니, 이내 가차없이 씹어먹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진작에 이빨이 다 나갔을텐데도 불구하고, 세리의 이빨은 아주 흠집 하나 없이 말짱한 채였다.
“하나도 문제 없는데?”
“…그, 그래.”
포크를 씹어 먹고는 아주 말짱하게 대답하는 세리의 모습에 해영이는 반쯤 얼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봐도봐도 적응이 안되네 진짜. 이렇게 귀엽게 생긴 애들이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게.’
아이들이 그나마 착해서 다행이지, 만약 이 아이들이 부모를 잘못 만나 삐뚤어지게 자랐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21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끝장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영이는 수정이와 세리의 부모가 이한성과 화연이라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고는 이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화연에게 물었다.
“아 맞다, 언니 애는 요즘 어떻게 되가고 있어?”
해영이의 물음에 화연은 무의식적으로 잠시 배를 쓰다듬었다. 아직 겉으로는 임신 중이라는게 티가 나지 않는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몸 안에 또 다른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뭐… 정기적으로 병원 가서 검사 받고 하고 있지.”
“여자애야 남자애야?”
“아직은 몰라. 최소 20주 정도는 지나야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하더라.”
“음… 그럼 이름은 뭐로 지을지 정해놨어?”
“그건 아직…”
“뭐어?! 아직도 안 정했어?! 아니, 대체 왜??”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는 화연의 대답에 해영이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듯이 그렇게 대꾸하였다.
“그야 나나 한성이나 작명센스가 영 꽝이니까 그렇지…”
“아니, 언니 작명 센스야 괴랄한 건 옛날부터 알긴 했지만 한성이 오빠는 그래도 좀 치는 편 아니야??”
당장 수정이와 세리의 이름도 이한성이 붙인 이름이다. 썩 나쁘지 않고 적당히 이쁘게 잘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화연은 어떠한가. 구시대의 사람이라 그런지 그녀가 이름 같은 것들을 붙일 때 항상 돌쇠, 먹쇠, 개똥이, 봉구 같은 구수한 단어들을 가져다가 붙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해영이는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화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런 해영이의 시선에, 화연은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
“한성이가 우리 셋째한테 뭐라고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지 알아?”
“아니…?”
“남자애면 이식기, 여자애면 이영희가 어떠냐고…”
“….”
어쩐지 작명센스에서 편애가 좀 많이 심하게 느껴진다.
이영희라는 이름도 그닥 예쁜 이름은 아니고 좀 촌스러운 느낌이 없잖아 나는 이름이지만, 적어도 최소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이지 않는가.
하지만 그에 반해 이식기는? 암만 불러도 이름이 아니라 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부를 때 마다 이시끼 이시끼 라고 들릴 게 뻔하니.
“…한성이 오빠는 남자애 보다 여자애가 더 좋나봐?”
“자기를 닮은 아들은 끔찍할 것 같다고 질색을 하더라…”
이한성이 현재 태어나지도 않은 셋째에게 바라고 있는 건 딱 두가지다.
첫째는 자신을 닮지 않았을 것. 그리고 둘째는 수정이와 세리랑은 다르게 얌전한 아이일 것.
첫번째야 어찌저찌 운이 좋으면 충분히 이루어질 수도 있는 바램이다. 어찌됐든 간에 아이의 친부는 이한성이지만, 친모는 화연이니 확률은 반반이기 때문에.
그러나 두번째는 아마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지극히도 이상적인 바램이다.
“…솔직히 난 한성이를 닮은 아들이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음, 그건 나도 동의. 언니 보단 한성이 오빠 성격이 훨 낫지.”
“야.”
해영이이 깐족거리며 까불자 이에 화연은 그녀를 째릿거리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영이는 깐족대는 걸 멈출 생각이 없었다.
“왜? 맞는 말이잖아? 솔직히 한성이 오빠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그 오빠, 겉으로만 막 삐딱하고 못 되먹었고 그렇지, 속은 완전 보살이잖아 보살?”
“맞는 말이기는 한데… 나도 그렇게까지 성격이 나쁜 편은 아니거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와 진짜, 오빠가 언니 술 마시면 나오는 성격을 꼭 한번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
해영이의 말에 화연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달리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해영이가 발사하는 팩트리어트 미사일 한발 한발이 전부 정확하게 화연의 양심을 정밀타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팩트로 얻어맞아 침묵상태가 된 화연을 도와준 것은 다름이 아닌 수정이와 세리였다.
“아니야아!! 울 엄마 성격이 아빠보다 훠~얼씬 좋거든?!”
“맞아. 인간주제에 잘 모르면서 헛소리 하지 마.”
아빠의 성격이 엄마보다 좋다는 말에 결코 동의 할 수 없었던 이씨 가문의 장녀와 차녀가 들고 일어서며 해영이를 규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아이들의 공세에 당황한 해영이는 이내 아이들을 설득하려 나섰다.
“애들아, 너희들 엄마한테 속으면 안돼. 저거 다 가면이라고. 가짜야 가짜.”
그러나 아이들이 그런 그녀의 설득에 쉬이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아니야! 엄마는 아빠랑은 다르게 우리 안 괴롭혀!”
“맞아. 옆구리도 안찔러.”
“먹고 싶은 것도 자주 사줘!”
“마법 써도 화 안 내.”
“칭찬도 자주 해줘!”
“협박도 안해.”
수정이와 세리가 서로 번갈아가며 화연이의 좋은 점을 끝도 없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아이들의 여론에 밀려 뭐라고 말을 이어가지도 못한 채 나지막히 화연을 바라보았다.
“저 언니가 진짜… 시집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애들을 구워 삶았네.”
“ㅎㅎ.”
…선거에서 언론플레이가 왜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해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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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집에서의 위험천만한 점심 식사가 끝나고, 화연은 곧장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의 마트로 향했다.
“언니 어디가, 거기가 아니라 여기야.”
“아.”
누가 길치 아니랄까봐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는 화연을 붙잡아당긴 해영이. 평소에 하도 귀찮다고 텔레포트만 써서 이곳저곳을 다녔으니 길에 익숙해질리가 없던 그녀였다.
“텔레포트 못 쓰는거, 은근히 불편하네…”
“그러게 누가 장 보러 가는데 까지 순간이동을 막 하고 살래?”
“해영이 네가 텔레포트를 안 써봐서 그래. 한번 써 보면 나중에는 어디 갈 때 걸어다니기가 진짜 귀찮아 진다니까?”
“됐거든요. 전 어차피 인간이라서 그런 거 못하거든요?”
화연의 말에 해영이가 그렇게 말해봤자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러자 화연은 한대 콱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조용히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애들이 있으니까 참는다 내가.’
수정이와 세리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유지한 채 카트를 집어든 화연. 그렇게 그녀가 100원을 넣고 카트를 집어들자, 이에 수정이와 세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방정맞게 카트에 올라탔다.
“이때를 노렸써!”
“걷기 귀찮아.”
어디 장 보러 나갈 때 마다 카트 위에 올라타는 것은 수정이와 세리의 셀 수도 없이 많은 나쁜 버릇들 중 하나다.
“애들아,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네에~”
만일 이한성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난리피우지 말고 카트에서 내리라고 박박 잔소리를 늘어놓았을 테지만, 화연은 이한성과는 달리 말로 부드럽게 충고할 뿐이었다.
“이러니까 애들이 홀랑 넘어가지…”
애들한테 유해도 너무 유한 화연의 태도에 해영이는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화연은 그런 그녀를 신경쓰지 않은 채 바로 매장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야 될 게 쌀이랑, 과일이랑, 대파랑, 감자랑, 또…”
“과자!”
“소고기.”
“초콜릿!”
“돼지고기.”
메모지를 꺼내 미리 적어둔 리스트들을 살펴보던 그 순간, 수정이와 세리가 척척 맞아 떨어지는 호흡과 함께 교란작전을 펼쳤다.
“…그래, 그럼 과자 먼저 고를까?”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화연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곧장 과자 코너로 카트를 몰았다.
“우왕! 엄마 최고!”
과자들이 진열된 코너에 도착하기 무섭게 수정이는 카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이에 세리도 함께 제 언니를 따라 카트에서 내렸고, 그렇게 두 소녀는 군침을 질질 흘리며 과자들을 전부 살 기세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애들아, 과자는 한 사람 당 2개씩 이다?”
저대로 냅뒀다가는 과자를 쓸어담을 것이 분명했던 아이들의 모습에 화연이 잊지 말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미 과자들에 정신이 팔려있던 아이들에게는 그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세리야 여기봐바! 초콜릿이 잔뜩 있써!”
“우와, 진짜다. 엄청 많아…”
흔히들 ‘비싼 초콜릿’ 이라고 부르는 해외산 초콜릿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수정이와 세리. 그곳에 진열되어 있던 다양한 종류들의 초콜릿에 시선을 강탈당한 아이들은 그대로 멍하니 눈을 껌뻑이며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으음… 어느게 제일 맛있을까?”
“난 언니가 고른 거로 고를래.”
고르는데 무척 신중한 수정이와는 다르게 선택을 전적으로 언니에게 맡기겠다는 세리.
“? 근데 이 숫자들은 모지? 72%? 80%?”
수정이가 초콜릿들의 포장지에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던 숫자들을 읽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가 씨익 웃으며 다가와 숫자에 대해 대신 설명해주었다.
“그건 말이지, 숫자가 높을 수록 맛있다는거야.”
“!! 그러쿠나!!”
해영이의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버린 채 손뼉을 탁 친 수정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뭐든지 높으면 높을 수록 좋다는 마인드가 화근이었다.
“그럼 나 이거로 할래!”
해영이의 엉터리 설명에 넘어간 수정이는 그대로 진열되어 있던 초콜릿 중 가장 높은 99%가 적혀있던 초콜릿을 골랐다. 그러자 세리도 제 언니를 따라 똑같은 초콜릿을 집어들었고, 그대로 카트 안에다가 담았다.
“…저기, 애들아. 진짜 그걸로 괜찮겠니?”
잠시 딴데를 보고 있던 사이에 왠 딥 다크한 초콜릿을 골라온 아이들의 모습을 보곤 순간 당황해 버린 화연.
어른들 조차 혀를 내두르는 다크 초콜릿을 아이들이 먹을 수 있을거라 믿지 않았던 그녀는 확인 차 아이들에게 그렇게 물었지만, 이에 수정이는 그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응! 가장 맛있는 걸로 골라왔써!”
“그, 그래…? 그러면 뭐…”
…하긴 뭐, 민트초코도 맛있다고 잘만 먹는 아이니까.
범상치 못한 수정이의 입맛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화연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해영이의 얼굴에 악마의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