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4화(214/245)
214
어째서 물가는 항상 떨어지는 일 없이 오르기만 하는가.
“사과값이 언제부터 이렇게 미쳐 날뛰었더라…?”
고려시대 때 부터 하나도 바뀐게 없는 경제의 법칙에 늘 의문을 품어왔던 화연은 날이 가면 갈 수록 폭등하는 가격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양반이지 뭘. 다른데 보다 훨씬 싸잖아.”
화연의 한숨소리를 들은 해영이가 너무 엄살 떨지 말라는 듯이 그렇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모르면 말을 하지 말라는 듯이 동생의 말에 대꾸했다.
“네가 알기나 하니? 나때는 말이야, 라면 한봉지가 막 10원 밖에 안하고 그랬거든??”
“그건 또 언젯적 얘기야 대체…”
갑자기 라떼를 시전하며 무슨 60년대 물가를 들고 따지는 화연의 모습에 해영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화연은 거기에서 한술 더 떠서 더 옛날 옛적 얘기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이야, 한 300년 400년 전만 했어도 고기는 굳이 돈 내고 먹을 필요가 없었어. 산에 가면 널린게 산짐승이였는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고기를 사먹니?”
“언니. 대한민국에서 야생동물들의 씨가 마른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런 소리야…?”
“씨가 마르긴 뭘 말라. 최근 뉴스 보니까 멧돼지고 뭐고 많던데 뭘.”
“정상인이라면 고기를 돈 주고 사먹을 생각을 하지, 멧돼지를 사냥해서 먹을 생각은 안 하거든요??”
상위 포식자들이 없다 보니 근래 멧돼지들이 기승을 부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멧돼지를 잡아 먹는 생각을 하는 인간… 아니, 엘프는 아마 이 세상에 화연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해영이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래놓고 멀쩡한 애가 태어나길 기도하는게 참 코미디지 진짜…”
“뭐?”
“아냐, 아무것도.”
엄마가 저 모양인데 아이가 어찌 멀쩡할 수가 있을까.
이래저래 이한성만 고생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해영이는 아주 평범하지 못한 가족을 둬서 고생을 쌔고 빠지게 하는 운명을 타게 된 이한성을 동정하였다.
물론 화연은 그런 해영이의 생각을 전혀 읽지 못한 채 사과 한봉지를 주워다 카트에다 담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이제 고기만 사면 다 산 거 같은데…”
리스트에 적어뒀던 것들은 거의 대부분 다 카트에다 담았다. 이제 남은 것은 국 끓일 때 쓸 고기 뿐.
필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대부분 다 챙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화연은 조용히 매장 반대편에 위치한 육류 코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렇게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선에, 언제 또 저기에 갔는지 모를 수정이와 세리의 뒷모습이 비춰졌다.
수정이와 세리가 서있던 자리 앞에는 다름이 아닌 작은 햄말이 김밥이 담긴 컵들이 대여섯 개 정도 진열되어 있었다. 마트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수많은 시식코너들 중 하나였다.
“아, 나 저거 안 먹어본지 오래됐는데.”
화연을 따라 아이들의 모습을 본 해영이가 그립다는 듯이 시식코너에 놓여진 햄말이 김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기억 난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로 엊그제 처럼 느껴지는 날의 일을 떠올렸다.
“…그래, 해영이 네가 저걸 엄청 좋아했었지. 마트에 갈 때 마다 두개 씩 집어들어 가서 직원 아주머니께 혼나고 그랬었잖아.”
“그, 그땐 초등학생이였으니까 충분히 그럴 만도 했거든? 그러는 언니도 어린 내 핑계 대면서 두개 씩 집어들고 했잖아.”
“그야 시식코너는 공짜니까 그랬지.”
공짜밥 만큼 맛있는 음식이 따로 없다. 그리고 시식코너는 세상에서 더할나위 없이 쉽게 공짜로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공짜로 먹으라고 내놓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어리석은 것이다.
그렇게 화연은 옛 추억에 미소를 지으며 시식코너에서 아예 돗자리를 깔고 앉을 기세인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애들아, 그렇게 시식코너 앞에 너무 오래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니까-”
그러나 그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수정이와 세리의 손에 잔뜩 들려있던 여러가지 음식들을 보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고기부터 시작해 만두, 미숫가루, 요플레, 과자, 아이스크림, 거기에다 육포까지. 이정도면 거의 뭐 매장 안에 있는 시식코너란 시식코너들은 전부 다 털었다고 봐도 될 수준의 양이었다.
“이, 이게 다 뭐니…?”
“공짜밥!”
화연의 물음에 수정이가 마치 자신의 컬렉션을 자랑하듯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한술 더 거들어 시식코너에 진열되어 있던 햄말이 김밥을 한꺼번에 전부 싹쓸이 해가고는 바로 입에 전부 털어넣었다.
“세, 세리야! 그걸 다 가져가면 어떡하니?!”
“? 왜 안돼?”
“그야 한 사람 당 하나씩 이니까 그렇지…!”
“그치만 딱히 그러지 말라곤 안써져 있는데?”
세리가 주변 어디를 봐도 그런 말은 안 써져 있다며 그렇게 반박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달리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곧바로 시식코너에서 일하시던 직원 아주머니께 고개를 숙여 사과하였다.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저희 애들이 아직 어려서…!”
“아유, 괜찮아요 괜찮아.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참 귀여워서 좋구만 뭘. 애들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뭐.”
다행히도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웃어 넘기신 직원 아주머니. 하지만 아주머니가 괜찮다고 하신다고 해서 화연이의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신 2개 사갈게요…”
미안한 마음에 화연은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던 햄 2개를 챙겨 카트에 담으며 그렇게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해영이는 나몰라라 쟁여둔 시식코너 음식들을 먹느라 바쁜 모습인 수정이와 세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히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어렸을 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무리 어렸을 적에 시식코너 음식들을 심하게 밝히던 해영이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저렇게 양심없이 진열된 시식품들을 전부 싹쓸이 할 정도로 심한 편은 아니었다.
역시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수정이와 세리. 아무리 조카라지만 남들은 전혀 꿈도 꾸지 못할 것을 아무렇지도 해내는 두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해영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추억 속의 햄말이 김밥을 추억 속으로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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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할 틈이 없었던 장보기를 마치고 비닐봉투를 잔뜩 손에 든 채 마트 밖으로 나온 화연과 아이들.
“엄마엄마! 나 초콜릿 먹을래!”
자동문을 지나 매장에서 나오기 무섭게 수정이가 거의 달려들다 싶이 하며 화연을 재촉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초콜릿과 과자들이 든 봉투를 건네주며 수정이에게 말했다.
“하루에 하나씩 만 먹는거다?”
“응!”
아무래도 지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해본 잔소리에 수정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99%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초콜릿의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와중, 이번에는 세리가 다가와 제 언니와 똑같이 고른 초콜릿을 봉투에서 꺼내갔다.
“나도 먹을래.”
그렇게 집에 돌아갈 때 까지 기다린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카카오 99% 초콜릿의 포장지를 뜯은 수정이와 세리.
숫자가 높으면 높을 수록 좋다는 해영이의 감언이설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상태였던 둘은 그렇게 대기권을 뚫을 기세와도 같은 기대치를 품은 채 잠시 시꺼먼 초콜릿 덩어리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히히, 얼마나 맛있을까?”
“99만큼 맛있지 않을까?”
“근데 왜 100이 아닌거지?”
“100만큼 맛있으면 세상의 법칙에 위배되서 그런게 아닐까?”
…아니다. 애당초 100% 카카오 함유량이면 그건 초콜릿이 아니라 카카오 열매 그 자체이기에, 도저히 그대로 먹을 게 못되기 때문이다. 깊은 맛을 좋아한다고 커피 원두를 그대로 씹어먹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잘 먹겠씁니다~!”
“잘 먹겠습니다.”
확연히 다른 톤이지만 같은 말과 함께, 두 아이는 거의 동시에 99% 다크 초콜릿을 한입 가득 베어물었다.
본인들이 방금 무엇을 베어먹은 건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
“…!!”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반응이 수정이와 세리의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의 입에 들어가자 마자 반응을 보인 두 아이는, 이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해영이를 바라보았다.
“붸에에에…”
“퉷! 퉤엣!!”
어린아이는 결코 감당 할 수가 없는 극한의 쓴맛. 인생의 쓴맛을 알기 전에 99%의 쓴맛을 먼저 알아버린 두 아이는 결국 초콜릿이라 부를 수 없는 덩어리를 줄줄히 뱉어내며 해영이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해영이 이모오… 이거 이상해애… 먹는 거 아닌가바…”
“…이거 똥 아냐?”
“아하하핰!! 아하하핰핰!!”
아주 진국이 따로 없는 수정이와 세리의 리액션에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한 해영이. 어른이나 돼 가지고 아이들을 유치하게 놀려먹은 그녀는 그렇게 거의 화연에게 매달리다 싶이 하며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하, 아, 숨을 못 쉬겠엌ㅋㅋㅋ.”
“…넌 이게 재밌니?”
“당연히 재밌짘ㅋ! 언니는 안 재밌어? 쟤들 표정 좀 봐봐 진짴ㅋㅋ”
애들 놀려먹은 것에 재미를 톡톡히 봤는지 호흡곤란을 일으킬 기세까지 가게 된 해영이에게는 웃는 걸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해영이 이모의 모습을 본 두 아이는 완전히 죽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완전히 웃음을 잃어버렸다.
“…죽일까 언니?”
“…응. 죽이자.”
도저히 7살과 5살 짜리 애가 할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대화를 짧막히 주고 받은 수정이와 세리. 세리야 본래 5살 치고 입이 꽤 험한 편이었지만 수정이까지 이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딱!]“?!”
세리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 순간, 웃다가 죽을려고 하던 해영이는 그대로 옴짝달싹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고, 이에 수정이는 제 아빠와 같은 사악한 미소와 함께 마법으로 구속당한 해영이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모, 아~ 해바.”
“아, 아, 아-”
99% 다크 초콜릿을 한손에 든 채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수정이의 모습에 뭐라도 변명거리를 말하려던 해영이였지만, 애석하게도 마법으로 구속당한 탓에 그녀는 혓바닥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정이는 그렇게 혓바닥도 움직이지 못한 채 입도 다물지 못하고 있던 해영이 이모의 코앞까지 다가가 씨익 웃으며 99% 다크 초콜릿을 친히 한조각 씩 잘게 부셔서 그녀의 입에 넣어주기 시작했다.
“이모, 맛있써?”
“아, 앜- 아캌-”
이세상의 것이 아닌 쓴맛이 해영이의 무방비한 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입안에 초콜릿이 들어온 탓에 자동으로 분비되기 시작한 침은 서서히 초콜릿이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를 녹여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것이 녹을 수록 해영이의 혀는 더더욱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결국 수정이 분의 99% 다크 초콜릿을 전부 입에 넣게된 해영이.
뱉고 싶어도 구속 마법 때문에 뱉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빨리 삼키자니 그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 그녀는 결국 엄청난 쓴맛 앞에 눈물을 찔끔이며 눈빛만으로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다시 밝은 미소를 되찾으며 나지막히 그녀에게 말했다.
“히힛, 아직 세리 꺼도 남았는데.”
“!!!!!”
수정이의 말에 해영이는 아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끼며 떨리는 눈으로 세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세리는 해영이가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하는 가운데 자신 몫의 99% 다크 초콜릿을 수정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언니. 내 몫도 갚아줘.”
“응! 나한테 맡겨!”
하려는 짓과는 전혀 다르게 아이다운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수정이. 그렇게 수정이는 순수악… 은 아니고 제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악마적인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며 세리 몫의 초콜릿을 잘근잘근 입안에서 녹기 쉽게 부수기 시작했다.
“맛있는 거니까 다 먹을 수 있지 이모?”
“아, 아, 아아-”
죽음의 목전에 놓이게 된 해영이는 수정이의 해밝지만 전혀 밝게 느껴지지 않는 미소에 기겁하며 필사적으로 화연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필사적인 구조요청에 되돌아온 것은 그저 화연의 부드럽기만 한 미소 뿐이었다.
니가 알아서 하라는 뜻이 담긴 미소였다.
…결국 그렇게, 그날 하루 해영이는 쓴맛을 제외하곤 어떠한 맛도 느낄 수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