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7화(217/245)
217
남자하면 근육, 근육 하면 남자. 마초라는 이미지를 상상하라고 했을 때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근육이니 만큼, 근육이란 남성성의 상징 중 하나다.
물론 사람들의 운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21세기에 와선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선 죄다 물렁물렁한 지방 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말하고자 하는게 뭐냐면, 절대로 내 몸이 빈약하다는게 아니라는 거지. 오히려 나정도면 현대인 축에선 꽤 탄탄한 편이라고.
한스의 터질 듯한 근육질 몸매를 본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혓바닥을 놀리며 자신의 몸매를 정당화하였다. 확실히 그의 몸은 이런저런 잡일도 단련되어 잔근육이 좀 있는 편이었지만, 소드 마스터인 한스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었다.
“와… 개쩐다 진짜…”
“쩔기는 뭐가 쩔어. 거 보기 참 흉물스럽구만.”
한스의 근육에 푹 빠져버린 해영이의 감탄에 이한성은 빈정거리는 말투로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이한성을 째려보며 말로 뼈를 때렸다.
“멸치는 빠져 계시죠? 근육도 없으면서 말이 많아.”
“멸치라니!! 내가 왜 멸치야?! 나도 근육 있거든??”
해영이의 말에 울컥한 이한성은 그대로 팔소매를 걷으며 나름대로 탄탄한 팔근육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굵기가 왠만한 사람 다리만한 한스의 이두박근과는 비교초자 못할 정도로 초라하게 비춰질 뿐이었다.
“훗.”
그깟 것도 근육이라고 자랑하는거냐고 비아냥거리듯, 한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새끼가? 한번 해보자는건가??
한스의 도발에 제대로 넘어가버린 이한성. 그렇게 열받은 이한성은 흉물스러운 근육을 맘껏 뽐내던 한스를 노려보더니, 이내 도발에 도발로 응수하였다.
“야, 그리고 근육 그까짓게 있으면 뭐. 근육이 뭐 밥먹여주냐?? 근육 많은 것 보다는 돈 많은게 훨씬 짱이걸랑??”
“….”
이한성의 말에 이번에는 한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뜩이나 돈은 없고 근육 밖에 없던 한스는 눈가를 꿈틀거리며 이한성의 도발에 대꾸했다.
“흥, 근육은 돈을 벌 수 있지만, 돈으로는 근육을 사지 못하는 법이지.”
“뭔 개소리야. 요즘시대에는 돈 없으면 근육도 못 만들거든?”
프로틴 파우더에 헬스장 이용비용, 거기에다 더불어 집에 들이는 각종 운동기구들의 값까지 합하면 근육을 만드는데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이한성은 그렇게 자본만능주의를 들먹이며 한스를 비꼬았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성난 근육들을 드러내며 이한성을 압박하려 들었고, 이한성은 그런 한스의 앞에다 5만원 짜리 지폐 묶음을 팔랑거리며 맞불을 놓았다.
“둘 다 그만해. 애들 앞에서 유치하게 뭐하는거야 대체.”
두 남자간의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던 화연이 끼어들며 애들보다도 더 유치하게 실랑이를 벌이던 이한성과 한스를 진정시켰다. 그러자 둘은 그렇게 서로 물러나며 각자 근육과 지페 다발을 집어넣었지만, 그럼에도 기싸움은 계속되었다.
에라이… 저 땀내나는 근육이 뭐가 그리 자랑이라고 저 난리야? 징글징글 하기만 하구만.
그렇게 속으로 궁시렁대며 한스의 근육 덩어리들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째려보기 시작한 이한성. 하지만 이한성이 그러던 말던, 그런 한스의 근육 덩어리들에게 완전히 시선이 사로잡혀 있던 해영이는 흘러내리는 침을 삭 닦으며 마음껏 감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뉵… 대흉근… 머슬…”
“…야, 정신차려. 너 그러다 성희롱으로 고소 당한다.”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한스의 근육에 푹 빠져있던 해영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진정하란 듯이 해영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째 해영이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얘 상태가 좀 이상한데?
해영이 얘가 원래부터 근육을 밝히는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성의 끈을 놓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는 뭔가 술에 취한 듯, 눈빛이 맛이 가버린 상태였다.
[휘청-]“?!”
상태가 영 좋지 않아보인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해영이가 휘청거리며 몸의 중심을 잃었다. 그러자 이에 그녀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한스는 반사적으로 반응하며 잽싸게 그녀를 잡아주… 는게 아니라 피했고, 해영이는 그렇게 잡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거실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철푸덕!]“해영아!!”
해영이가 쓰러지기 무섭게 가장 먼저 그녀에게 달려든 건 화연이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상태에 당황한 그녀는 해영이의 이마에 손을 짚으며 그녀의 몸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이내 불같이 화를 내며 한스를 쏘아붙였다.
“뭐하는게야!! 잡아줬어야지!!”
“아, 아니, 그냥 반사적으로…”
화연의 호통에 한스는 본의가 아니었다며 우물쭈물거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매우 억울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한스 마이어.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해영이의 몸에 둘러져 있던 방호마법에 크게 데인 적이 수차례나 있었던 그였기에 조건반사적으로 피한 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얘! 얘, 해영아! 정신 좀 차려봐!”
“아… 언니이…”
“그래 나 여깄어! 괜찮아?!”
“나 토할 것 같아…”
해영이가 잔뜩 메스껍다는 얼굴과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그나마 의식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휴우… 그래도 토할 정신은 있는 모양이구나.”
“언니… 나 갑자기 몸이 왜 이래…? 막 메스껍고 속도 안좋고 머리는 빙빙 돌고…”
“[디스펠] 마법이 거부 반응을 일으켜서 그래. 잠깐 누워서 쉬고 있어.”
화연은 그렇게 해영이를 소파까지 부축하고는 그 위에 눕혔다. 그러자 해영이는 좀비같은 신음소리와 함께 소파 위에 축 늘어졌고, 그런 이모의 상태를 본 세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함께 안절부절 못해 하기 시작했다.
“나, 난 일부러 그런게…”
자기 때문에 해영이 이모가 저렇게 됐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불안해하기 시작한 세리.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던 세리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조용히 세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하라는 듯 말을 걸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가만 있어. 정신 사납게 떨지 말고.”
벽을 날려버리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등의 대형사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러번 쳐왔으면서 사람을 다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눈물을 그렁거리는 세리의 모습이 퍽 귀엽게 비춰졌다.
…그런데 평소에 한스 놈 한테는 죄책감 하나 없이 브레스를 잘만 날리면서 해영이 쟤한테는 되게 미안해 하네? 한스 놈은 사람 취급도 안해주는건가?
사람에 따라 온도 차이가 확연한 세리의 모습에 이한성은 픽 웃으며 세리를 안아들었다. 그러자 세리는 평소답지 않게 얌전히 이한성의 품에 안겼고, 이한성은 그런 익숙치 않은 세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그렇게 이한성이 세리를 달래주던 와중, 수정이는 조용히 소파 위에 누워있던 해영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해영이 이모, 살아있써??”
“아니이…”
“아빠! 해영이 이모 죽었대!!”
수정이가 아주 큰일났다는 표정으로 소리치며 이한성에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흥분한 수정이를 진정시켰다.
“죽긴 누가 죽어 이것아. 멀쩡한 사람 죽이지 말고 좀 쉬게 냅둬.”
괜히 아픈 사람 심란하게 만드는 수정이의 호들갑에 결국 아이를 데리고 거실에서 자리를 비운 이한성.
그렇게 이한성이 세리와 수정이를 데리고 잠시 자리를 비우자, 이에 화연은 앓아 누운 해영이에게 이런저런 회복 마법들을 걸어주며 조곤조곤 그녀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왜 무리해서 마법을 풀려고 하고 그랬니?”
“어으으으… 그거야 언니가 안 풀어주니까…”
“그냥 놔뒀으면 됐잖아. 일상생활에 딱히 지장가는게 있는 것도 아닌데.”
“연애… 연애를 못 한단 말야…”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앓아 누운 와중에도 연애타령을 하며 화연의 말을 받아치는 해영이. 그런 해영이의 한마디도 지지 않는 성격에 두손 두발 다 놓은 화연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졌다는 듯이 그녀에게 걸린 방호마법을 풀어주었다.
“[디스펠].”
포른간 마력이 화연의 주변을 겉돌며 해영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까 세리가 사용했던 [디스펠]과는 달리, 제대로 시전된 화연의 [디스펠] 마법은 그대로 이중 삼겹으로 둘러져 있던 방호마법을 해제하였고, 그렇게 방호마법이 해제되자 덩달아 상태도 나아진 해영이는 그대로 곤히 잠들어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잠들기 무섭게, 화연은 슬그머니 내빼려고 하던 한스를 말 한마디로 멈춰세웠다.
“거기 너.”
“….”
상황을 틈 타 도망치다 딱 걸려버린 한스 마이어. 나름 기척까지 죽이고 은밀하게 도망치고 있던 그였지만, 아주 예민한 엘프의 오감을 속이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랐다.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꾸나.”
“…얘기?”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고지식한 말투까지 써가며 말을 걸어온 화연의 모습에 한스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그렇게 되물었다.
“그래, 얘기.”
“….”
대체 얘기할게 뭐가 있다는 걸까. 갑자기 얘기를 나누자는 엘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한스는 인상을 살짝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하기엔 좀 그러니, 따라오거라.”
“….”
따라오라는 화연의 손짓에 한스는 온갖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녀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조용히 문을 닫았고, 그 무슨 거짓말이든 궤뚫어 볼 것만 같은 시선으로 한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넌 어떻게 할 생각이지? 소드 마스터.”
“…뭘 묻고 싶은거냐.”
“질문한 그대로다. 네가 이곳에서 지내기 시작한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으니, 슬슬 네 생각을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평소의 화연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평소에는 그다지 언륜을 티내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지난 600년 동안 본인이 살아왔던 세월들을 그대로 드러내며 이방인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그러니 답하거라.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
엘프의 물음에 소드 마스터는 입을 다물었다. 눈앞의 엘프가 건넨 질문의 의도를 깨달았기에.
그녀는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 세계에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본래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
“우리는 네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너희의 왕국이 어떤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무엇이 진실인지 감별할 수 있도록.”
“….”
방 안에서 거대한 마력이 차분히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그러니 대답하거라. 네가 믿고자 하는 진실을.”
“….”
화연은 한스를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한스에게 판단할 기회를 줬을 뿐이었다.
“…대답하기 전에 한가지만 묻고 싶은 게 있다.”
“….”
한스의 물음에 화연은 해보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인간들을 증오하지 않는건가?”
“….”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서 묻는 것이 아닌, 순전히 인간들을 증오하고 있냐는 한스의 질문에 화연은 잠시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인간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
찰나의 생각 끝에, 그녀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고지식하던 그녀의 말투는 어느새부턴가 평소의 말투로 되돌아와 있었다.
“600년. 내가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온 세월이야.”
인간들에게는 나라가 건국되고 역사의 저편으로 질 정도로 긴 시간. 하지만 엘프에게 있어선 그저 지나가는 찰나.
“나는 그 세월 동안 수많은 인간들을 가까이서 지켜봐왔어.”
형제들을 치고 왕위에 올랐던 남자, 흉년에 먹을 게 없어서 나무 껍질을 캐먹던 남자.
가진 것이 많아 사치만을 부리던 여자, 가진 것이 없어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준 여자.
죽을 것을 알고 싸운 장군, 죽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 장군.
그리고… 졸지에 피가 이어지지 않은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던 사람까지, 그녀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인간들을 만나고 떠나보내왔다.
그런 그녀가 인간을 증오하고 있냐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건, 오직 한마디 뿐이었다.
“증오하지만 증오하지 않아. 그게, 내가 얻은 대답이야.”
“…그런가.”
화연의 대답에 한스는 그녀의 푸른 벽안을 마주보았다.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녀의 두 눈동자와 마주친 그는, 조용히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문장을 뜯어냈다.
이그니스 왕국의 기사단이자 소드 마스터로서의 증표. 그의 명예이자 자존심의 상징.
그것을 조용히 뜯어낸 한스 마이어는 손으로 그 증표를 단숨에 으스러뜨렸다. 그리고는 이내 오러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태워버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내 대답이다.”
한스의 얼굴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남아있지 않았었다. 그러자 그렇게 본인이 믿고있던 것을 내친 그의 모습을 본 화연은 옅은 미소와 함께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일단 기준치에는 합격이야.”
“…기준치?”
화연의 말에 한스는 그게 뭔 소리냐고 묻는듯한 얼굴로 되물었다. 하지만 이에 화연은 웃으며 대답을 흘려넘길 뿐이었다.
“그런 게 있어.”
“…?”
제대로 대답도 안해주고 그렇게 말을 흐지부지 넘겨버린 화연은 그대로 문을 열고 방을 나서버렸다.
‘마음에는 안들지만… 해영이 쟤가 저렇게 고집을 피우는데 어쩌겠어. 일단 기회는 주는 수 밖에.’
무슨 시어머니가 할 법한 대사를 속으로 읊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