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1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19화(219/245)
219
“한스 씨, 우리 내일 같이 밥 먹으러 갈래요?”
“…?”
마감시간이 임박한 늦은 저녁의 가게에서, 해영이의 목소리가 조곤조곤하게 울려퍼졌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정리를 하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틈을 타 기습적으로 한스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해영이는 음흉하기 그지 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같이 밥을 먹자고?”
“그래요. 내일 시간 되죠?”
한스가 도통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묻자 해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대답에 한스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 그러니까 같이 밥 먹자고요. 한스 씨 시간 많잖아요.”
“내가 왜 그쪽이랑-”
“아유, 사양하지 마시고요.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 좀 하셨으니까 밥 좀 사드리려는 것 뿐이에요.”
“….”
해영이는 사죄의 대신이라고 말하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한스의 말을 잘라먹었다. 그러자 영 낌새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밥 사준다는데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한스는 잠깐의 고민 끝에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뭐… 그쪽이 사준다면 나야 상관 없다만.”
“그쵸? 그럼 내일 점심 때 같이 식사하는 거에요!”
“그, 그러지…”
상관 없다는 말에 필요 이상으로 기뻐하는 해영이의 태도에 한스는 조금 당혹스러워 하며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데이트 신청 성공이야…’
한스의 수락을 받아낸 해영이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준비는 완벽해…”
방호마법이 풀렸던 그날 부터 아주 치밀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온 데이트 플랜을 드디어 행동으로 옮길 날이 찾아왔다.
그동안 방호마법 때문에 서로 못 볼 꼴만 보아왔던 관계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해영이는 그런 속마음과 함께 거의 불타오르다 싶은 눈빛과 함께 조용히 주머니에서 티켓 두장을 꺼내들었다.
환상의 나라에서 하루종일 놀이기구들을 즐길 수 있는 티켓 두장. 이 두장으로 내일 하루, 무조건 뽕을 뽑아야 한다.
“연애는 스스로 쟁취하는 법이지.”
매우 빌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악하게 웃기 시작한 해영이. 만반의 준비를 전부 다 갖춰두었던 그녀는 바닥이 마르고 닳도록 빗자루를 쓸며 한시라도 빨리 내일이 찾아오기를 속으로 빌었다.
…내일의 데이트가 어떤식으로 흘러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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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일찍 나왔나?”
아침부터 일찍 기상해 모든 준비를 철저히 끝마치고 20분이나 일찍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해버린 해영이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평소에 편한 옷들만 골라서 입던 그녀와는 다르게, 오늘의 그녀는 아주 힘을 줬다는 티가 팍팍 드러날 정도로 매우 신경써서 꾸미고 나온 모습이었다.
벌써부터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 초봄에 대비한 듯 시원한 기분이 나는 흰색 원피스와 필요 이상의 시간을 들여가면서 까지 고데기로 웨이브를 준 머릿결. 그리고 거기에다 더불어 아주 자연스러운 내츄럴 화장으로 충분히 예뻤던 원판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 외모까지, 게임으로 치자면 오늘의 그녀는 말 그래도 풀업 장비에다 온갖 버프란 버프는 죄다 때려박은 최강의 상태였다.
“후후, 어디 오늘도 안넘어오나 한번 보자.”
자신이 이렇게까지 해서 넘어오지 않았던 남자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해서 넘어온 남자들 중에 3개월을 넘어간 남자들도 없긴 했지만, 그래도 경험은 경험이었기에 해영이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했다.
‘내가 비록 화연이 언니 처럼 화장을 일절 안하고 다녀도 눈이 부실 정도의 미모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상타치는 친단 말씀이지.’
애초에 화연은 엘프. 종족 수명이 길고 노화가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더딘데다 무병체질 때문인지 화연의 피부에는 그 어떠한 잡티 하나 없다.
물론 해영이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었기에 피부에 잡티 같은 건 없는 편이었지만, 명백하게 다른점이 있다면 화연의 경우에는 관리를 일절 하지 않음에도 피부가 완전 애기 피부라는 점이었다.
…솔까 그 언니 피부는 지구상에 있어선 안되는 개사기 피부란 말이야. 난 피부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그 언니는 그걸 아예 돈은 커녕 노력 하나 안들이고 유지하고 있잖아.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고.
생각 할 수록 불공평해 죽겠다며 속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한 해영이. 한낱 인간에 불과한 그녀에게 있어 밤늦게 라면을 먹고 잠들어도 다음날 아침에 피부가 일절 뒤집어지지 않는 화연이의 체질은, 부럽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체질이 아니었다.
“…됐다 됐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다리만 찢어지지.”
아무리 스킨케어에 노력한다 한들 종족차를 뒤집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해영이는 한숨과 함께 현실을 직시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왜 이렇게 안와?”
아직 약속시간까지 10분 정도가 남아있었음에도 투덜거리기 시작한 해영이. 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일찍 도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많았던 그녀는 계속해서 핸드폰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한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그렇게 그녀가 별로 좋지 못한 참을성으로 기다리기 시작한지 5분 정도가 지났을 즈음, 기다리던 남자는 그제서야 저 멀리 버스 정류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당하게 아이 러브 머슬 티셔츠를 입은 채로.
“….”
아주 괴악하기 그지 없는 한스의 차림을 본 해영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팍 식어버렸다. 그렇게 하마터면 하루치 기대감이 단숨에 날아갈 뻔한 위기에 처하게 된 그녀는 을씨년스러운 시선으로 한스를 바라보며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저기요, 그 옷차림은 대체 뭐에요?”
“? 이 옷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뭐가 문제인지는 1도 이해하지 못한 채 되물어본 한스. 이세계 사람인데다가 칼질만 하는데 일생을 바치는 소드 마스터 출신인 그에게 애당초 패션 센스 라는 것이 있을리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해영이는 도저히 저 아이 러브 머슬 셔츠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문제? 문제에?? 그걸 말이라고 해요?! 누가 데이트 하는데 이런 걸 걸치고 와요!?”
“데, 데이트? 그게 무슨 소리냐! 밥 사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와준건데 갑자기 무슨-”
“눈치껏 눈치를 챘어야죠!! 아니, 여자가 같이 밥 먹자고 하면 그게 데이트지, 진짜 밥만 사주겠어요?!”
“그걸 내가 무슨 수로 알겠나! 밥 먹으면 밥 먹는다고 하고, 데이트 한다면 데이트 한다고 말하면 될 것이지 그리 고블린 마냥 겉과 속이 다른 말을 내뱉는데 알아채는 것이 더 이상하다!”
“뭐, 뭐요?! 고블리인!? 이 사람이 진짜…!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완전 오크처럼 생겨가지곤 못 하는 말이 없네!!”
[푸욱-]…순간 내뱉은 말이 한스의 심장을 푹찍하고 찔러버린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오크… 오크…? 내가…?”
“그래요! 옷차림도 그렇고 피부한 좀 초록색으로 칠하면 딱 오크상이네! 취익거리는 것도 아주 똑같고!”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한스의 물음에 해영이는 열받은 목소리로 그렇게 쩌렁쩌렁 대꾸하였다.
“….”
그러자 한스는 너무나 큰 충격을 먹은 나머지 그저 입만 떡하니 벌린 채 멍하니 얼어붙고 말았다.
“내가… 내가 그 무식하고 야만적인 놈들과 똑같이 생겼다고…? 허구한날 합동 훈련 중에 훈련장 아무데다 똥오줌을 싸대는 그놈들이랑…??”
“….”
…내가 말이 너무 심했나?
생각보다 심하게 충격을 먹은 듯한 한스의 반응에 해영이는 순간 아차 싶어 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오크 닮았다는 거는 그… 저보고 고블린 닮았다고 하니까 홧김에 그런거죠…”
“…진짜로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뭐어… 애초에 전 진짜 오크를 본 적도 없거든요?”
“….”
해영이가 얼굴을 긁적이며 그렇게 대답하자 한스는 그제서야 충격이 가셨는지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흠흠, 그럼 그렇지. 내가 오크 닮았을리가 없지.”
“…말할 건 그것 뿐이에요?”
안도하는 한스의 모습에 해영이가 입가를 삐죽이며 물었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이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방금 전 내뱉었던 말을 철회하였다.
“그… 그쪽도 뭐 고블린 닮았다는 건 아니었고,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였다.”
“그리고 또?”
“….”
해영이가 듣고 싶은 건 그런 변명이 아니다. 그 사실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던 한스였지만, 그는 차마 그녀가 원하는 말을 입에서 뗄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그냥 말로만 그렇게 말한 거였네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요, 한스 씨 눈엔 제가 정말로 고블린 사촌 쯤 되는 여자로 보였나봐요? 뭘 어쩌겠어요. 이렇게 태어난 거를.”
“큭… 이 여자가- 그런게 아니라니까…”
상처받은 척 연기하며 자꾸만 사람의 양심을 후벼파고 드는 해영이의 모습에 말려들고 만 한스 마이어. 살면서 칼만 휘두르고 다녀서 그런지 이런 것엔 내성이 없다시피 했던 그는 결국 그녀가 의도한대로 사과의 말을 입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아까 그 발언은 실언이었다.”
“….”
매우 민망하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겨우 목소리를 짜내 사과한 한스의 모습에 해영이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한스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곤 똑같이 그가 했던 대로 사과의 말을 건네주었다.
“저도 아까 미안했어요. 오크 닮았다고 해서.”
“…!!”
단숨에 가까워진 거리에 한스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나 여자에 대한 내성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 쎔쎔인거죠?”
“그, 그렇겠지.”
“좋아요! 그러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빨리 가요.”
“!!”
해영이는 꺼리낌없이 한스의 팔을 붙잡고는 그대로 놀이공원 입구를 향해 웃으며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스는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팔을 아주 쉽게 떨쳐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덩치가 한참이나 작은 그녀에게 끌려가는 모양새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 그나저나 밥은 제대로 먹는거겠지?”
“그럼 당연하죠~ 왜요, 제가 데이트만 하고 밥도 안 사줄까봐서요?”
“흠흠, 사준다면 됐다. 어서 들어가지.”
한스에게 있어서 일순위는 여전히 밥을 얻어먹는 것 뿐이다. 얼떨결에 하게 된 해영이와의 데이트는 밥을 얻어먹는 수단에 불과했을 뿐, 그에게 있어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게 한스는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해영이를 따라 줄을 섰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놀이공원 안에 입장하였다.
“우선 놀기 전에 그 옷부터 어떻게 좀 해보죠.”
“?”
놀이공원에 들어서기 무섭게 해영이는 그대로 한스의 팔짱을 붙잡은 채로 이런저런 기념품들을 파는 샵으로 곧장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그녀에게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게된 한스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바라보고는 살짝 불만어린 말투로 대꾸하였다.
“…옷을 굳이 바꿔 입어야 하는건가? 난 이 옷이 제일 편하고 마음에 든다만.”
“편하고 마음에 들어도 오늘은 안돼요. 그건 나중에 헬스장 가실 때나 입으시고, 오늘은 좀 색다르게 입어보세요.”
“….”
말을 꺼내기 무섭게 바로 일축당해버린 한스 마이어. 밥을 얻어먹으러 온 형편에 이런저런 불평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을 정도까지 뻔뻔스럽지는 않았던 그였기에, 그는 그냥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기로 하며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다.
“의외로 이런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괜찮은 티셔츠를 종종 팔거든요? 물론 값이 좀 세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 그 꼴 못볼 것 같으니까 운 좋은 줄 알아요.”
거절 할 필요 없다는 듯이 웃으며 그렇게 말한 해영이는 그대로 한스와 함께 기념품샵 안에 발을 들였다. 보통은 놀이공원에 오면 우선 놀이기구 부터 즐기고 마지막 즈음에 기념품샵에 들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방금 그녀가 말했듯 해영이 본인이 한스의 옷차림을 도저히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봐요, 이렇게 괜찮은 옷들이 따악-”
진열된 기념품 티셔츠들을 가리키며 보란 듯이 말하려던 그 순간,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해영이는 입을 반사적으로 다물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가리키고 있던 그곳에는, 왜 여깄는지 모를 이한성이 매우 당황한 눈치와 함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