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2화(22/245)
22
인생은 노동의 반복이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각각 다른 나라들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나 살기 위해 노동을 반복한다.
누군가는 힘겹게 몸을 써가며 노동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미친 듯이 머리를 사용하며 노동을 한다. 그 노동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육체적인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신적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누가 알았을까.
육아라는 이름의 노동이 육체적인 노동임과 동시에 정신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어우, 허리 땡겨…”
최근들어 온종일 허리를 숙이고 있어서 그런지 알바할 때는 그나마 멀쩡했던 허리가 마구 쑤셔온다.
매일같이 집에서 애를 돌보고 있으면서 허리 아플 일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애를 돌보고 있자니 허리를 숙이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한성의 키는 대략 179cm. 하지만 그에 비해 아기인 수정이의 키는 75cm 밖에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수정이를 돌보기 위해 자세를 숙이고 다녀야 하는 이한성에게 있어서 허리 통증은 옵션이 아닌 머스트나 다름없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더불어 언제 애가 사고를 치거나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겸 스트레스까지 합해지니, 육체적 부담과 정신적 부담의 환상적인 콜라보의 완성이다.
‘나야 뭐 시스템 덕분에 돈도 벌면서 애를 돌보고 있는 거지만… 다른 집의 평범한 부모들은 대체 애를 어떻게 그렇게까지 고생을 들여가면서 키울 수가 있는 건지 참 궁금하다니까.’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세상의 다른 위대한 부모들을 향해 존경이 담긴 감탄을 내뱉으며, 슬슬 수정이가 배고파 할 시간이라는 걸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수정이의 식사를 만드는데 필요한 건 정말로 별 거 없다.
준비물이라고 해봤자 젖병과 비싼 만큼 고이 소중하게 모셔둔 분유, 거기에다가 미리 살균해 둔 물 뿐이다.
정말로 별 거 없는 준비물들을 전부 모은 이한성은 곧바로 적정량의 뜨거운 물을 젖병 안에 부었고, 이어서 적정량의 분유를 물에 타고는 젖병의 뚜껑을 닫아 마치 칵테일을 다루는 바텐더 마냥 개폼을 잡으며 쉐이킹 했다.
“양은 이정도면 될려나?”
[칵테일 분유: 바텐더 알바의 경험을 살려 만들어낸 분유. 칵테일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비율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맛이 최대치로 상승했다. 근데 그래도 분유는 분유다.] [영양가: C] [맛: A] [기술: A-]썩 나쁘지 않게 타진 분유다. [의심병자의 눈]으로 분유의 완성도를 확인한 이한성은 예전에 술집에서 알바했던게 이런 식으로도 육아에 써먹히는구나, 하며 소소하게 내심 감탄했다.
“아부아!”
“네네. 주문하신 분유 나왔습니다 손님.”
점심이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귀신같이 알고 부엌까지 찾아온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곧바로 방금 막 타낸 분유를 수정이에게 서빙했다.
“으아우!”
그러자 수정이는 아무래도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재빠르게 젖병을 건네받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천천히 마셔. 그러다 체한다.”
너무 빨리 마시는 것 같은 수정을 본 이한성은 벌써 부모 티가 다 나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잔소리는 무시하는 게 국룰이라고 말하는 듯, 수정이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단번에 젖병을 비워냈다.
‘…그러고 보니 요새 마시는 분유의 양이 부쩍 늘었지?’
날이 가면 갈 수록 소모되는 분유의 양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자라온 환경 때문에 금전적인 것에 민감한 이한성은 고작 한통에 2만원을 훌쩍 넘기는 소모품이 이 이상 늘어난다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슬슬 이유식을 먹여야 하나…”
Goo글이 말하기를 이유식은 보통 생후 4개월 때 쯤에 시작한다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 아이를 기준으로 한 것일 거다. 생후 2개월 만에 걸음마를 떼고 날아다니기 까지 하는 하프엘프 아이는 그 기준에 당연히 들어가 있지 않다.
선뜻 답을 내놓기 애매한 문제를 가지고 이한성은 한참 동안이나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역시 확실하게 답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좀 언제 부터 먹이면 되는지 알려주기라도 하던가, 사람 골치 아프게-”
[띠링-]애꿎은 시스템에게 항의하던 그때, 갑작스럽게 알람음이 울려 퍼지며 퀘스트 창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수제품인가 가공품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십시오. 수제 이유식일 경우 완성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획득 가능한 보상: 15만 골드/스킬: 리커버리/250 Exp]타이밍 한번 쥑이네.
한두번도 아니고 이쯤 되면 시스템에게 지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 정도다.
늘 문제가 생겼다 하면 깜빡이도 안 키고 나타나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며 그렇게 억지나 다름없는 의심을 해보는 이한성이었지만, 당연하게도 입증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머피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려니 할 뿐.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유식도 같이 먹이면 된다 이거지?’
퀘스트 덕에 갈팡질팡 하던 마음을 확실하게 바로잡은 이한성은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핸드폰을 꺼내들어 이유식을 만드는 법을 인터넷에다가 검색했다.
“그러니까… 일단 기본적으로는 삶고 찌고 갈면 된다는 것 같은데.”
이유식을 만드는 법이야 재료에 따라 천지만별이었지만 어찌됐든 간에 아직 치아가 덜 난 아기가 먹을 수 있게 거의 묽은 죽이다 싶을 정도로 물컹물컹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
인터넷을 통해 그런 사실을 깨우친 이한성은 곧바로 부엌의 냉장고를 열어 재료로 쓸 만한 게 뭐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나 들여다 본 냉장고 안은 이한성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우리집 냉장고가 이렇게 썰렁했었나.”
냉장고가 비어 있는 게 당연하다. 수정이와 같이 살기 전까지만 했어도 이한성은 늘 끼니를 컵라면이나 배달음식으로 때워왔었고, 덕분에 냉장고에다 넣어두는 것이라고 해봐야 온통 음료수 같은 마실 것 뿐이었다.
“오랜만에 장 보러 나가야겠네.”
처음에는 그냥 굳이 밖에 나가서 이유식을 사오는게 귀찮아서 직접 만들려고 했던 이한성이었지만 재료가 없으니 밖에 나간다는 선택지는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럼 나가는 김에 그냥 가공품 이유식이나 사서 먹일까? 그러는 편이 나야 더 편하긴 한데…’
어느 쪽이든 간에 항상 덜 귀찮으면서도 효율적인 쪽을 선택한다.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저 조그만한 생명이 삶에 갑자기 끼어든 이후부터, 그런 이한성의 기준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는 이한성 본인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옛날과는 달리 삶에 여유가 조금 생겨서 그런지 성격에서 강박적인 면모가 조금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 뿐.
‘뭐, 추가 보상인지 뭔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일단은 재료를 사서 만들어 봐야지.’
정 못 만들겠다면 나중에라도 사서 먹이면 그만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한성은 곧바로 옷을 챙겨 입고는 수정이를 바구니 안에 눕히고 같이 데리고 가려고 했다.
“….뭔가 좀 이상한데.”
….바구니가 원래 저렇게 작았었나?
마치 어린이용 카시트에 어른이 억지로 앉은 듯한 모습. 수정이의 키에 비해 바구니는 너무나도 작았다.
저번 주 까지만 했어도 딱 맞는 크기였는데 이제는 보는 사람이 다 불편해 보일 정도로 작아 보인다.
“부우으.”
“어 그래 꺼내줄게.”
이제는 더 이상 바구니로 애를 데리고 다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한성에게 유모차나 아기띠가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하는 수 없지. 그냥 안고 가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애를 집에 방치하는 건 안 되니 이게 최선이다.
“이수정. 너 밖에서 막 날아다니거나 하면 큰일난다?”
“아우아?”
이한성이 얌전히 품에 안긴 수정이를 향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경고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수정이는 이한성의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쪽쪽 빨았고, 이에 이한성은 벌써부터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근심을 나지막히 토해냈다.
“…안되겠다. 그걸 써야지.”
[행동제한: 사용시 대상의 스킬사용을 1시간 동안 금지합니다. 적용 대상이 스킬 미보유자일 경우 스킬 사용 대신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2시간]저번에 수정이의 걸음마 퀘스트를 클리어 하고 보상으로 받았던 중급 마법 주문서에서 얻어낸 새 스킬. [행동제한]이라는 이름 그대로 게임으로 치자면 CC기, 즉 구속의 능력을 지닌 스킬이다.
[스킬: 행동제한이 발동됩니다.]처음에는 이 스킬을 정말로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수정이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외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름: 이수정] [나이: 생후 2개월] [Hp: 1015/1015] [Mp: 3612/4000] [상태: 스킬 사용 불가]“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좀 참아줘라.”
“야, 그렇게 막 웃으면서 바라보진 마라.”
괜히 부담스러워지니까.
지금까지는 늘 쌀쌀맞고 더러운 성격으로 세상을 험하게 살아왔던 탓에 이한성은 저런 수정이의 한없이 맑고 귀여운 미소 같은 부류에는 내성이 없었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갈 것만 같은 기분을 꾹 참으며 수정이의 미소를 피했다.
이미 자신의 입꼬리는 진작에 올라가버렸다는 사실을 꺠닫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