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2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20화(220/245)
220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
저 인간이 왜 지금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와 있는 걸까.
놀이공원에 데이트 좀 하러 왔다가 매부 되는 사람과 떡하니 마주쳐버린 해영이는 너무 황당해서 입만 뻐끔뻐끔 거리며 그렇게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건데.”
해영이의 물음에 이한성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세상의 온갖 황당함을 전부 머금은 듯한 얼굴로 그렇게 되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이내 해영이의 옆에 서있던 한스를 본 이한성은 곧바로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데이트 하러 온거냐?”
“…보면 몰라?”
해영이가 뭐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삐딱거리는 말투로 대꾸했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대꾸에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저 먼치를 조용히 가리켰다.
“뭐, 왜. 뭔데-”
뭔가를 가리키는 이한성의 행동에 해영이는 말로 하라고 항의하려 하였으나, 그가 가리키고 있던 방향에 서있던 다른 누군가를 보고야 만 그녀는 말을 도중에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엄마! 나 이거 써볼래!”
“난 이거.”
“애, 애들아… 알겠으니까 일단 천천히 둘러보고 결정하자.”
왜냐하면 이한성이 가리키고 있던 방향에는 언제나처럼 조용할 날이 없는 수정이와 세리에게 시달리고 있던 화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화연의 모습을 목격하고 만 해영이는 다급하게 옆에 서있던 한스를 어떻게든 숨기려 들었다.
“숨어요 빨리!!”
“가, 갑자기 뭐하는 짓이냐?!”
“들키기 전에 얼른 숨으라고요!!”
“아니 그러니까 왜-”
한스를 힘으로 끌어내 밖으로 내보내려던 해영이었지만 한스의 덩치가 덩치였던지라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 해영이 이모!!”
“!!!”
그리고 그렇게 둘이서 우왕자왕하던 그 순간, 수정이의 해맑은 목소리가 둘을 부르며 아주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ㅎㅎㅎ… 수정아… 모른 척 좀 해주지 그랬니…
수정이 딴엔 반가워서 말을 걸어온 것이었는데 애석하게도 해영이에게 있어선 별로 반갑자기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았던 해영이는 수정이에 이어 줄줄히 자신을 향해 시선을 보내오기 시작한 세리와 화연을 바라보며 울고 싶은 기분을 꾹 참았다.
“….”
해영이 옆에 붙어있던 한스를 보기 무섭게 아주 지긋하기 그지 없는 시선을 보내오기 시작한 화연. 이대로 가다가는 저번 운동회 때 처럼 데이트고 뭐고 다 날아가게 생겼다는 걸 직감한 해영이는 어떻게든 이런저런 횡설수설을 주저리기 시작했다.
“아, 그… 화연 언니? 이건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데이트 하러 왔어?”
“어? 어어… 으응.”
…뭐지? 평소랑은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은 기분인데.
평소 같았더라면 분명히 저런 걸 왜 데리고 왔냐고 뭐라뭐라 하면서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았을텐데, 오늘의 화연에겐 그러한 낌새가 없는 듯 했다.
‘아니지 아니야. 방심했다가 또 걸어다니는 전기 충격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해영이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미 호되게 데여본 경험이 있던 그녀였기에 그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는 언니는? 언니도 데이트… 는 아니겠고, 애들이랑 같이 놀러온거야?”
데이트를 할 생각이었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리가 없다. 저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한다는 것은, 그날 대형사고 한두개가 일어날 것 쯤은 각오를 해야하는 법이었기에.
“마침 애들이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지.”
“아하하… 그렇구나…”
화연의 대답에 해영이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어떻게든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데이트를 하기 위해선 따로 행동을 해야되는데…’
저 가족에게 휘말렸다는 데이트는 물론이고 오늘 하루 전체가 난장판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가족과 따로따로 행동해야된다고 판단한 해영이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며 핑곗거리들을 고민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수정이와 세리는 그녀에게 고민할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해영이 이모! 우리 같이 놀자!!”
“수정이 언니가 그러고 싶다면 나도 찬성.”
수정이와 세리가 해영이의 양쪽 팔에 매달리며 귀염뽀짝한 얼굴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런 두 귀염둥이 재앙덩어리들에게 붙잡혀버린 그녀는 웃고있지만 웃는게 아닌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둘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애들아, 이모는 오늘 데이트 해야되는데…”
“데이트?”
“그게 뭐야?”
해영이의 하소연에 수정이와 세리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에 해영이는 턱짓으로 뒤에 서있던 한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대답하였다.
“응? 한스 삼촌도 있었써?”
“왜 온거야?”
한스를 이제서야 본 수정이와 세리가 마치 쓸데없이 왜 온거냐고 묻는 듯한 시선으로 한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꼬맹이들이… 난 오면 안되는거냐?”
아이들의 시선에 한스가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이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로 한스를 후드려패기 시작했다.
“그야 삼촌은 운동 빼곤 다른 건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자나.”
“근육 성애자니까.”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맨날 헬스장에만 데려가고.”
“땀내나서 싫은데.”
수정이가 한마디 하면 시시건건 어시스트를 넣으며 추가타를 박아버리는 세리의 합공에 한스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야, 너희들은 쟤가 불쌍하지도 않냐? 못하는 말이 없네 아주 그냥…”
오죽하면 이한성이 동정심을 느낄 정도였을까. 그렇게 아이들에게 말로 뚜드려 맞아 꿀먹은 벙아리가 되어버린 한스를 본 이한성은 적당히 하란 듯 아이들을 말리며 해영이로 부터 떼어냈다.
“그치만 한스 삼촌인걸?”
“맞아.”
“….”
한스이기 때문에 괜찮다. 이한성은 그런 아이들의 말에 달리 반박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맞는 말이라는 듯이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긴 하네.”
“아니 오빤 또 뭘 납득하고 자빠졌어?? 그런 건 제대로 안된다고 가르쳐야지!”
너무해도 너무한 취급으로 한스를 대하는 이한성과 아이들의 태도에 해영이가 듣다 못해 끼어들며 항의하였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게슴츠레 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황당하단 말투로 대꾸했다.
“야, 아무리 생각해도 니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그동안 애들한테 별 요상한 걸 가르친게 누군데 뻔뻔하게 잘도 저런 말을 하네?? 양심 어디??
그동안 해영이가 애들한테 가르친 잘못된 상식만 해도 수십 개가 넘어간다. 그리고 이한성은 그런 수십개의 잘못된 상식으로 비롯된 온갖 수난과 고행을 겪어온 경험이 있었다.
“…그, 그런가?”
이한성의 지긋한 시선에 해영이는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꼬리를 말았다. 그러자 그런 모두의 반응들을 지켜보던 한스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본인의 처지에 대한 한탄을 내뱉었다.
“…내가 이러려고 여기에 왔나 자괴감이 드는군.”
이래뵈도 최연소 소드 마스터니 뭐니 하며 꽤나 인기도 많고 유망한 인재였는데 지구에 오고 난 이후부터는 제대로 된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대체 언제쯤이면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받을 수가 있을까, 생각하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는 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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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범퍼카?
아니. 전혀 아니다.
그렇다면 대답은 무엇인가.
…바로 인형탈을 쓴 채 땡볕을 누벼야 하는 가여운 영혼들이다.
오늘 최고기온은 27도. 체감온도는 대략 29도. 거기에다 환기도 제대로 안되는 인형옷을 고려했을 때 저 가여운 영혼이 체험하고 있을 실질적인 온도는 아마 30도를 훨씬 웃돌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저런 인형탈 알바를 여러번 해본 경험이 있던 이한성은 그런 가엽기 그지 없는 영혼들을 바라보며 도저히 동정심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나도 한때 저렇게 쥐꼬리만한 알바비를 얻겠다고 뼈빠지게 고생했던 때가 있었지.
옛날의 기억, 아니 트라우마 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르며 이한성의 측은지심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이한성과는 달리, 저 알바생들의 고초에 대해 전혀 알 리가 없는 아이들의 반응은 그저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를 뿐이었다.
“아빠빠! 저기 봐! 도깨비가 있써!!”
“어, 언니! 가까이 가면 안돼! 우선 마법으로 기절시켜서…”
“워워워 진정해 이것들아.”
도깨비 인형옷을 입은 알바생을 보고는 신기해 하는 수정이와 놀라서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려는 세리의 모습에 이한성은 재빠르게 둘을 붙잡으며 말렸다.
저 불쌍한 사람들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공격부터 하려 드는거니… 그런 짓을 했다간 천벌 맞아도 싼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이들을 간신히 진정시킨 이한성.
그런데 어째 인형옷의 알바생들을 보고 흥분한 건 아이들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큭! 어째서 몬스터들이 이런 곳에…”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검을 든 채로 주변에 지나다니는 인형탈들을 경계하기 시작한 한스 마이어. 이세계 출신인지라 저게 인형옷을 입은 가여운 영혼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그는 금방이라도 다가오면 베겠다고 말하듯 검자루를 꽉 붙들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아니라 인형옷을 입은 사람들이니까 칼 내려놔요. 그러다 쫓겨나겠네.”
“…사람이라고?”
“당연하죠. 한스 씨가 살던 곳이랑은 다르게 여기엔 몬스터 같은 건 1도 없거든요.”
물론 보시다시피 엘프나 하프엘프, 그리고 드래곤은 있지만.
해영이는 그렇게 아이들을 말리느라 바쁜 이한성을 대신하여 한스를 진정시키며 속으로 나지막히 덧붙였다.
그러자 그녀 덕에 진정한 한스는 조용히 검을 거두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확실히 살기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군.”
“놀이공원인데 당연하죠. 한스 씨도 축제 같은 건 본래 세계에서 해봤을 거 아니에요. 여기도 그거 비슷한 걸 매일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축제라… 그런 걸 즐겨본 적은 그다지 없다만.”
축제라고 생각하라는 해영이의 말에 한스는 잠시 옛날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런 한스의 말에 문득 그의 과거가 궁금해졌던 해영이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많이 바빴나봐요?”
“바빴다기 보다는 즐길 마음이 없었다고 봐야겠지.”
“왜요?”
“…여유가 없었으니까.”
소년기 시절의 전부를 오로지 가족들의 복수를 위해 검술을 갈고 닦는데 시간을 보냈다.
즐겨봤던 축제라고 해봐야 어렸을 시절, 가족 모두가 살아있던 그 시절에 딱 한번 수확제가 한창이던 거리에서 하루를 보냈던 것이 전부. 그조차도 그날 하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여유가 있나요?”
“….”
해영이의 질문에 한스는 잠시 정적을 늘어뜨렸다.
“…잘 모르겠군.”
반평생 이상을 여유가 없는 채로 줄곧 달려왔었다. 지금에 와서는 길도, 목적도 잃어버리게 된 그는 여유라는 것이 과연 어떤 느낌인지 조차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너는 여유라는 것이 있나?”
“저요? 음… 글쎄요. 있다면 있고, 없다면 또 없다고 해야할까.”
한스의 물음에 해영이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것 참 아리송한 대답이군.”
“그러게요.”
해영이가 맞는 말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사실 사람 인생이라는게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하기 싫은 것들이 똘똘 뭉쳐있는거잖아요. 그래서 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여유라는 건 없다가 갑자기 생겨나는게 아니라… 나름대로 인생을 사느라 고생한 제 자신한테 주는 보상이라고.”
“….”
한스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한스 씨도 한번 스스로에게 보상을 줘 보는게 어때요?”
“보상이라니… 어떤 식으로?”
“그거야 한스 씨가 스스로 정하는거죠. 참고로 저로 말하자면 지금 저는 저 범퍼카를 타보고 싶네요.”
해영이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이 한스의 팔을 끌어당기며 이리저리 부딪치고 있는 범퍼카들을 가리켰다.
‘좋아. 나도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명언을 한 것 같으니까 이 기세를 몰아서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어? 이모 저거 탈꺼야? 그럼 나도 탈래!!”
“언니가 타면 나도.”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좋은 분위기 속에서 기세를 이어나가려던 그 순간,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수정이와 세리가 철거머리처럼 딱 들러붙은 채 한스와 해영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
…이 아이들과 엮이게 된 시점부터 제대로 된 데이트는 글러먹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있었던 해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