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2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21화(221/245)
221
“아하하!! 드리프트으~!!”
“엌-”
“나도 드리프트~”
“아옼-”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다중 추돌사고 현장 속에서 해영이의 단마디 비명들이 짧막히 울려퍼졌다.
앞에는 수정이, 그리고 뒤에는 세리. 한스랑 둘이서 오붓하게 범퍼카를 타고 놀려던 해영이였지만, 앞뒤로 자꾸만 접촉사고를 내는 수정이와 세리 때문에 그녀는 데이트에 집중하긴 커녕 정신을 차릴 수 조차 없었다.
“애, 애들아 그만…”
애들이 하도 부딪쳐대서 멀미까지 올 지경에 이르른 해영이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얼굴로 아이들에게 하소연을 하려 하였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그녀의 말을 씹은 채 계속해서 교통사고를 일으킬 뿐이었다.
“간다아~!!”
[뻥-!]수정이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속력으로 해영이의 범퍼카를 들이받았다. 그러자 해영이는 그대로 관성의 법칙에 의해 핸들에다 머리를 들이박아버렸고, 이어서 세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채 측면에서 다이렉트로 해영이를 들이받았다.
“….”
연속된 충돌로 인해 마치 죽은 듯 범퍼카에 앉은 채 추욱 늘어져버린 해영이.
바깥에서 그렇게 아이들에게 호되게 다구리를 당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한성은 그 모습에 나지막히 안도 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이 안 타길 잘 했네.”
이런 예감이 들어 임신한 화연을 돌보는 걸 핑계로 범퍼카 라이딩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예감은 보란듯이 적중하였다.
…만일 같이 탔더라면 지금 저 자리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건 나였겠지.
“참 재밌게들 논다. 나도 같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이한성과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화연이 아쉽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픽 웃으며 그녀의 어깨 위에다 턱을 올렸다.
“임신 중이잖아. 애 잘못 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지.”
“나도 알아. 하지만 이래선 놀이공원에 놀러 온 의미가 없잖니.”
아직 임신 초기라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탓에 격렬한 놀이기구는 일절 꿈도 꾸지 못하게 된 화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녀가 놀이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회전목마나 귀신의 집, 혹은 관람차가 고작이다. 당연하게도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같은 스릴감 극악의 놀이기구들은 일절 금지.
“그래도 뭐 어때? 그래서 내가 심심하지 않게 옆에서 말동무 해주고 있잖아.”
“선심 쓰는 것 처럼 말하기는… 애들한테 휘말리기 싫어가지고 여기있는 거면서.”
“그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긴 하지.”
“….”
바로 본심을 인정해버리는 이한성의 반응에 화연은 살짝 뚱한 얼굴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빈말로도 아니라고 해주면 어디가 덧날까.”
“내가 워낙에 좀 솔직한 편이라.”
“정말이지… 한 마디를 안 져요 진짜.”
화연이 못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이한성의 눈가를 마주보았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웃음에 반사적으로 시선을 빼앗겨버린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화연의 입술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말았다.
“씁, 공공장소만 아니였어도…”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참아라 이한성. 보는 눈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본능이 앞섰다간 언제 죽창에 찔려 죽을지도 모르는 법이라고.
결코 전국 솔로 협회를 무시해선 안된다. 그렇게 이한성은 속으로 실없는 헛소리들을 되뇌이며 자꾸만 입술로 향하는 본인의 시선을 억지로 아이들에게로 돌렸다.
“…그런데 한스 저 자식은 아까부터 뭐하고 있는거야?”
다시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문득 구석에서 덩치에 맞지 않는 범퍼카에 앉은 채 깍뚜기 마냥 혼자 방치되어 있던 한스의 모습이 이한성의 시선에 들어왔다.
…저 자식 설마 탈 줄 모르는건가?
하긴 당연한 일이다. 이세계인 출신에다가 놀이공원은 오늘이 처음인 한스가 범퍼카를 타는 법 따윌 숙지하고 있을리가 없다.
한심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한스의 모습에 이한성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런 이한성의 비웃음을 똑똑히 들었던 한스는 순간 울컥하며 아무거나 밟아보았다.
[위잉!]정지해 있던 한스의 범퍼카가 급발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던 나머지 당황한 한스는 핸들을 확 꺾었지만, 애석하게도 하필 꺾은 방향에는 이제 막 실신 상태에서 겨우 회복하려던 해영이의 범퍼카가 놓여져 있었다.
“오, 이런.”
[꽝!!]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던 해영이의 범퍼카를 정면으로 있는 힘껏 들이받아버린 한스. 마치 그 순간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마냥 슬로우 모션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처럼 보였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푸쉬쉬-]진짜 교통사고라도 난 듯 마냥 해영이의 범퍼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뚜껑까지 열이 뻗친 그녀의 머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였다.
“…방금 쳤어요?”
“아, 아니. 고의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아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지??”
“….”
해영이가 광기가 흐르는 눈빛을 희번덕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미소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전직 소드 마스터는 재빠르게 후진을 해 그녀와 거리를 벌리려고 하였지만, 해영이는 그렇게 그가 후퇴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애들아. 조져버려.”
“옛써어!”
“ㅇㅇ.”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해영이만 집중적으로 들이받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갑자기 해영이의 편에 선 수정이와 세리가 전속력으로 한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큭!”
운전이 미숙한 탓에 피해는 건 염두조차 낼 수 없었던 한스는 최대한 충격에 대비하며 핸들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충돌 후에 느껴진 충격은 그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충격이었다.
[쿵!]“?!”
거의 굉음에 가깝다시피 한 소리와 함께 저 먼치 뒤로 밀려나며 벽에 부딫쳐버린 한스의 범퍼카.
평범한 범퍼카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충격이었다. 물론 범퍼카를 타 본 적은 없어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애들이 타고 놀 것에서 이러한 충격이 전해질 리는 없다는 건 잘 알고있던 한스는 곧바로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반푼이 저녀석, 움직이면서 밑바닥을 얼리고 있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아주 세밀하게 마법을 조절하여 자신의 범퍼카 밑 바닥만 얼음판으로 만들어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잠깐, 그렇다면 헤츨링 꼬맹이도-
언니 쪽이 마법을 쓰고 있는데 동생 쪽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 사실을 반사적으로 알아챈 한스는 문득 살기를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뒤돌아 본 그곳에는 세리가 화염마법을 무슨 부스터 마냥 범퍼카 뒤로 내뿜으며 놀이기구의 것이 아닌 속력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오, 솔레이스 이시여.”
평소에는 신전에 잘 가지도 않았던 주제에 급기야 이그니스 왕국의 주신, 솔레이스를 찾기 시작한 한스 마이어. 그렇게 신을 찾으며 건 시속 40km로 돌진해 오는 세리의 범퍼카와 맞닥뜨린 그는 밝은 빛으로 물들은 시야와 함께 그대로 범퍼카 밖으로 사출되어 버리고 말았다.
[콰앙!!]사출되기 무섭게 바닥에 엎어져 버리고 만 한스.
그리고 그렇게 바닥에 엎어져버린 그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콘센트 구멍에다 젓가락을 쑤셔넣은 머저리마냥 덜덜거리며 게거품을 물고 말았다.
“그/아/아/앗!?”
“…어라?”
범퍼카는 천장과 바닥에 흐르는 전기로 움직인다. 때문에 범퍼카가 작동 중일 때 범퍼카에서 내리는 행위는 일절 금기시 되어있다.
하지만 당연히 이세계인인 한스나 아직 5살 7살인 아이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있을리는 만무했다.
“어서 전기 끊어! 사람이 쓰러졌어!!”
“손님, 괜찮으세요?! 손님!!”
“….”
손님이 감전당해 쓰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거의 패닉에 빠지다시피 한 스탭들. 그렇게 모두가 술렁이는 가운데, 이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들은 다 하나같이 할 말을 잃은 채 조용히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화연은 웃고 있었지만, 그건 결코 웃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직감적으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아이들은 그저 꿀 먹은 병아리가 된 채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예견했던 대로 초장부터 화려하게 대형사고를 쳐버린 이씨 집안의 자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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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너무해…”
수정이와 세리가 각각 시뻘개진 볼살을 만지작거리며 잔뜩 울먹이는 소리를 내뱉었다.
결국 범퍼카에서 내리기 무섭게 화연에게 볼살 꼬집혀지기 형에 처해진 수정이와 세리. 그런 둘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참 잘하는 짓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며 두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게 왜 사고를 치고 그러냐. 아빠가 마법 쓰지 말랬잖아.”
“그치만 안 쓰면 재미 없단 말이야.”
“맞아.”
…이것들, 반성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안하고 있구만.
그렇게 호되게 혼나고도 아직도 반성을 안하고 있다니, 진짜 대단한 애들이다. 이한성은 속으로 그저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에휴… 하여간 니들 땜에 내가 편할 날이 없다 진짜. 왜 그렇게 사람 속을 못 썩여서 안달이야 대체?”
어쩌다가 이런 재앙 덩어리들의 아빠가 되어가지곤 이런 개고생을 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가면 갈 수록 사고치는 스케일이 커져가는 두 아이의 행보에 이한성은 그렇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물론 역시나 그런다고 잔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정이와 세리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 아빠 속은 원래부터 썩어있썼자나.”
“맞아. 왜 남탓 해?
“이것들이 진짜…”
잔소리에 한마디를 안지고 아주 꼬박꼬박 말대답을 내놓은 수정이와 세리.
마음 같아선 애들한테 어른이 말하고 있는데 어딜 꼬박꼬박 말대답이냐고 항의하고 싶었던 이한성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어렸을 때 하도 어른들의 한결같은 그 대사에 질리도록 시달렸던 경험이 있던 그였기에 그는 결국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말을 도로 집어삼키기로 하였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말대답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확 열이 뻗친단 말이야. 맨날 뭐만 말하면 말대답이라면서 별 x랄을 해대는 인간들이 어디 한두 명 이었어야지.
알바생 시절에 가끔가다 진상짓에 욱 해서 뭐 한마디 내뱉으면 꼭 항상 듣곤 했던 단어가 바로 말대답이라는 단어다.
…그러니까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진상들과 같은 인간이 되서 뭐하겠는가. 그래봤자 잘못만 되풀이하는 꼴 밖에 안되는데.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이한성은 말대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대신 조용히 수정이와 세리의 옆구리를 찔렀다.
“으앗?!”
“히익!!”
오, 반응 찰지고.
역시 잔소리 열마디보다는 옆구리 한방이 더욱 효과적이고 간단하다. 이젠 아예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다루는데 도가 텄던 이한성은 후다닥 도망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해영이 얜 한스 놈 데리고 어디로 쏙 빠졌대?”
아까 소동 이후로 어느새부턴가 둘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틈을 타 도망가기라도 한걸까.
…뭐, 잘들 알아서 놀겠지. 어차피 안보이면 나야 좋고 말이야.
그 둘이 붙어있어봤자 사고만 더 생길 뿐이다. 이미 수정이와 세리만으로도 사고를 감당하기가 벅찼던 이한성은 그렇게 잘 됐다고 생각하며 나지막히 화연의 손을 슬쩍 잡았다.
“….”
손을 잡는다고 해서 그녀가 딱히 돌아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스킨쉽에 관해선 갈 때 까지 진도를 빼낸 둘이었기에 이제와서 새삼스레 손 잡는 것 하나가지고 반응을 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한성은 그녀의 귓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역시 유교엘프님. 언제 쯤 익숙해질거야?”
“….”
이한성의 가벼운 놀림에 화연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빨개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감추었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본 이한성은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기분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