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2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22화(222/245)
222
“휴우… 겨우 빠져나왔네.”
아까 전 범프카 소동으로 소란스러워졌던 틈을 타 한스를 데리고 빠져나온 해영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룻동안은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대로 계속해서 아이들과 붙어있다가는 데이트를 즐기려고 했던 하루가 전부 날아가버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그녀는 최대한 조심해서 돌아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벤치 위에 뻗어있던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한스 씨, 괜찮아요?”
“…네 눈에는 괜찮아 보이나?”
한스가 초췌해진 몰골로 해영이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미안하게 됐다는 듯이 얼굴을 긁적이며 그에게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현실에서 여친 or 여보님에게 저렇게 솔직하게 대답하면 큰일납니다…. 한성급 재력과 미모를 갖춘분만 시도하시길….
“아깐 미안했어요. 물 드릴테니까 화 좀 풉시다.”
“….”
해영이의 사과에 한스는 아무말 없이 생수병을 건네받고는 목을 축였다. 몸 쓰는 일 밖에 모르는 한스 나름대로의 알겠다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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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깐 미안했어요. 물 드릴테니까 화 좀 풉시다.”
“….”
해영이의 사과에 한스는 아무말 없이 생수병을 건네받고는 목을 축였다. 몸 쓰는 일 밖에 모르는 한스 나름대로의 알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나저나 한스 씨는 전기와 악연이 꽤 많네요? 항상 뭐만 하면 꼭 감전 당하는 것 같은데.”
“글쎄다. 당하는 것으로만 따지자면 전기 보다는 얼려지거나 태워진 경험이 더 많다만.”
“앗.”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말을 꺼낸 해영이였지만, 되돌아온 한스의 대답에 그녀는 순간 말을 이루지 못하고 동정심 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맞다. 수정이랑 세리가 있었네.’
해영이가 자주 보지 못해서 그렇지, 평소의 한스는 수정이와 세리에게 샌드백 취급을 당하며 얼려지고 태워지기를 반복하는 경험을 일상처럼 겪고 있다. 만일 그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진작에 장례를 치르고도 남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좀 얼려지거나 태워지는 것 정도는 가뿐히 이겨낼 수 있는 초인이었다.
“그… 애들이랑 평소에 그렇게 놀아주면 안 피곤하세요?”
“나름대로의 단련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
얼려지고 태워지기를 매일같이 반복하는 걸 단련이라고 하는 한스 마이어. 그런 그의 대답에 해영이는 그만 할 말을 잃은 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한스 씨, 혹시 마조에요…?”
“마조? 뭐냐 그건.”
“그… 막 당하는 걸 즐기는 타입이요.”
“당하는 걸 즐겨…?”
대충 설명해준 해영이의 말에 한스의 표정은 더욱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의문으로 차들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재빠르게 손을 저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니에요, 아님 됐고요. 그것보다 우리 빨리 다른 거 타러 가요. 이러다 시간 다 가겠네.”
“…?”
괜히 대화가 숭하게 흘러갈까봐 급하게 말을 돌린 해영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한스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달려나간 그녀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제멋대로인 여자구만.”
이랬다가 저랬다가 아주 제맘대로 행동하는 특이한 여자다. 평소에는 좀 괴짜다 싶다가도 어쩔 때는 똑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좀 까칠하다 싶으면 또 이상하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과연, 이래서 여자라는 생물은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가 없는 존재라고들 말한 것이었군.
과거 전우들과 친분이 있던 용병들이 자주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한스는 가볍게 해영이의 머릿속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어차피 이해하지 않아도 저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적어도 무료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스 씨, 우리 저거 한번 타볼래요?”
“?”
해영이에 대한 한스의 평가가 슬슬 갱신되려던 그 순간, 해영이가 저 먼치에 보이는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내 나지막히 경악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가리킨 그곳에는, 타다가 죽기 딱 좋아보이는 무언가가 그 무자비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에.
“…뭐, 뭐냐 저건.”
거대한 높이의 탑에 무슨 원반 같이 생긴 것이 달려있고, 그 원반에는 왠 사람들이 앉아있는 광경.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태운 채 탑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일순간에 자유낙하를 하는 그 모습은 가히 고문기구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세계 출신인 한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아, 저거요? 자이로드롭이라고 타고 노는거예요. 이게 아주 그냥 스릴감이 짜릿하거든요?”
“저, 저게 노는거라고…?”
멀찍이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한스는 사색이 되어버린 얼굴로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럼요. 봐요, 다들 재밌어서 난리잖아요.”
“…내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만.”
다들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스는 도저히 눈뜨고 못보겠는 광경을 앞에 두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동공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에이, 안죽어요. 츄라이 츄라이~”
“자, 잠깐!!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어허! 거절은 거절로 거절할거니까 빨리 따라와요.”
[우뚝-]가기 싫다는 한스를 억지로 붙잡고 끌고가려는 해영이였지만 온힘을 다해 거부하던 한스의 몸은 무슨 뿌리깊은 나무마냥 단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 진짜~ 재미없게 이러기예요? 내가 한스 씨 몫의 이용권도 끊었고, 이따가 밥도 사줄 예정인데.”
“그거 미안하게 됐군. 암만 그래도 밥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 생각은 없다.”
“안 죽는다니깐요. 저거 봐요, 저 사람들 다 멀쩡하게 살아서 내리고 있잖아요.”
방금 막 운행이 끝나고 안전바에서 해방되어 내리던 사람들을 가리키며 설득에 나선 해영이.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설득하려든다 한들, 한스의 눈에는 산지옥에서 해방된 영혼들이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의 멀쩡하다와 나의 멀쩡하다의 정의는 상당히 다른 모양이군.”
한스는 그렇게 말하며 재빠르게 뒤돌아 내빼려고 하였다. 하지만 해영이는 그렇게 도망치려는 한스의 목덜미를 붙잡으며 거의 매달리다시피 할 정도로 그를 제지했고, 급기야 협박까지 내세우며 한스를 어떻게든 저 빛좋은 처형대에 올리려고 하였다.
“자꾸 그러면 오늘 제가 쓴 비용, 전부 다 그쪽에다 청구할테니까 그렇게 알아요?”
“….”
도망가려던 한스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다른 것도 아닌 돈으로 협박을 당해버린 빈곤한 소드 마스터는 그렇게 한참동안을 가만히 서있더니, 이내 전쟁터에 죽으러 가는 기사마냥 비장한 얼굴과 함께 다시 자이로드롭 앞에 줄을 섰다.
…돈이라는 것에 굴복하고 만 최연소 소드 마스터였다.
——————————-
[덜덜덜덜-]“….”
결국 협박에 못이겨 놀이기구라는 이름의 처형대에 떡하니 올라타버린 한스 마이어.
그렇게 해영이와 함께 자이로드롭에 올라탄 채, 아무리 봐도 도망치지 못하게 못하도록 채우는 구속대로 밖엔 보이지 않는 안전바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붙들고 있던 그는 점점 더 하늘과 가까워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무어라 기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전지전능하신 솔레이스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저를 구원하소서. 전지전능하신 솔레이스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저를 구원하소서. 전지전능하신 솔레이스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저를-”
“적당히 좀 해요. 누가 보면 진짜 죽으라고 데려온 줄 알겠네.”
덩치에 안어울리게 도살장에 끌려온 소마냥 겁을 먹은 한스의 모습에 보다못한 해영이가 한스의 간절한 기도문을 자르며 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주, 주, 주, 죽이려고 데, 데, 데, 려온거 아, 아, 아, 아닌가?”
“그러니까 안 죽는다고 몇 번을 말해요… 안전하니까 그냥 즐기면 된다구요.”
“우오오오!? 뭐, 뭐냐 이거!!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냐?!”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높게 올라가는 탓에 한스는 해영이의 말을 들을 경향이 전혀 없었다. 그는 이를 달달 떨며 건 70m 까지 올라와버린 높이에서 슬쩍 밑을 내려다 보았고, 그와 동시에 아주 잠깐이지만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저기요? 한스 씨?”
“…?!”
2초 동안 혼절했다가 해영이의 부름에 퍼떡 정신을 되찾은 한스. 눈을 감았다가 떠도 이 모든 것이 악몽 따위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만 그는 불안하게 최고고도에서 멈춰선 놀이기구를 바라보며 굳게 닫고 있던 입을 나지막히 열었다.
“도, 도저히 안되겠군. 지금이라도 탈출-”
하지만 그의 혼잣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상 70m의 높이에서 정지해있던 자이로드롭은 그 이름마냥 그대로 자유낙하를 시작하고 말았다.
[훅-]“-핽.”
순간 중력이 사라졌다. 이 미친 고문기구가 기어코 사형집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먼저 튀어나왔던 것은 한스의 처절한 비명소리였다.
“떼이이이잌?!?!?!”
요상하기 그지 없는 한스의 비명소리였지만 그의 비명은 다른 사람들의 비명에 완벽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너무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역설적이게도 공포를 느낄 정신마저 잃어버린 한스 마이어. 낙하하는 순간 그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라곤 오직 남자들만이 알 수 있는 사타구니에 달린 무언가가 잔뜩 쪼그라드는 기분 뿐이었다.
“이이이잌!! 잉이이이이잌!!!”
“아하하하하!!! 야호~!!!”
자꾸만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는 한스와는 달리 그저 재밌어서 환호를 지르는 해영이. 너무 재밌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만세까지 하며 웃고있던 그녀는 놀이기구가 최고속도에 이르르고 서서히 감속이 걸리기 시작하자, 이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히 불만어린 말을 내뱉었다.
“에이… 이제 막 재밌으려고 하니까 끝나버리네.”
하루종일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감칠맛나게 딱 즐기려던 타이밍에서 뚝 끊겨버린 스릴감. 그 덕에 불완전연소를 겪은 해영이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곤 조용히 옆에 앉아있던 한스를 바라보았다.
“….”
아직도 쌩쌩하게 기운이 남아있던 그녀와는 다르게 한스는 숨이 끊어진 사람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아예 눈이 뒤집어져버린 채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그의 모습을 본 해영이는 순간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 하며 흠칫했고, 이내 한스의 뺨을 때리며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스 씨, 한스 씨! 정신 차려요!”
“….”
“한스 씨!!”
“…!! 으아아악!!! 으어어어억!! 우어어어엌!!!”
뺨따구를 한 세대 쯤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마구잡이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한 한스. 아무래도 낙하하던 도중에 혼절했었던 모양이었다.
“지, 진정해요! 다 끝났어요!”
“끼요오오오옷!!”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던 해영이의 노력이 무색하게 안전바가 올라가자 마자 전력으로 질주해 도망쳐버린 한스. 그렇게 백주대낮에 요상한 비명을 지르며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그의 뒷모습에, 해영이는 벙 쪄버린 채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시부랄…”
—————————-
“….”
결국 한스가 탈주해버린 이후로 점심 내내 혼자서 놀이공원을 돌아다니게 되어버린 해영이.
남들은 다 가족이나 연인들을 데리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놀이공원을 만끽하고 있던 반면에, 졸지에 솔로로 놀이공원에 놀러온 불쌍한 사람이 되어버린 그녀는 완전 저기압인 얼굴로 한스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뭐 이렇게 되는 게 없는거야…”
사람이 데이트 하나 즐기겠다는데 왜 자꾸 일이 꼬이는 걸까. 제대로 뽕을 뽑으려고 했던 하루를 알차게 말아먹게 된 해영이는 터덜터덜한 발걸음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툭-]“앗-”
기운이 빠져 고개를 숙이기 무섭게 그만 무언가와 부딪쳐버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 서있던 사람과 부딪쳐버렸다는 사실과, 자신과 부딪친 그 사람의 옷이 아이스크림 범벅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기 까지 건 1초도 걸리지 않았던 해영이는 곧바로 90도 가까이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아이 씨… 옷에 다 묻었잖아.”
여친과 함께 데이트를 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험한 인상을 하며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다.
“이봐요, 어떡할 거예요 이거?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건데.”
“….”
잔뜩 열이 받은 목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한 남자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울컥할 뻔 했던 해영이였지만, 잘못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었기에 그녀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누르며 참아냈다.
“…죄송합니다.”
“아니이, 죄송하다 죄송하다 하면 다예요? 어떡할거냐고 이거. 내 여친이 선물로 준 옷인데. x발, 빨아도 안 지워지게 생겼잖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돈으로-”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지금! 내 여친이 선물로 사 준 옷이라니까?? 못 알아듣겠어요?”
아니 ㅅㅂ 말리다 만 멸치처럼 생긴 주제에 그래서 뭐 어쩌라고.
본인이 잘못한건 잘못한 거지만 듣자하니 예의는 밥말아 먹고 사람 열받게 만드는 남자의 태도에 똥 씹은 표정을 일순간 지으며 그렇게 대꾸할 뻔한 해영이.
돈으로 물어주겠다고 하니까 자꾸만 뭐라하면서 여자친구가 사준 옷이라는 말만 반복하면 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 슬슬 욱 하는 성격이 발동 될 것 같았던 해영이는 최대한 심호흡으로 진정하면서 문명인 답게 말로-
“자기야 그만해. 보니까 혼자서 놀러 온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 뭘 알아듣겠어?”
“얼씨구??”
-하려고 하였지만, 갑자기 끼어들며 툭 던진 여자친구 쪽의 한마디에 결국 뚜껑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아니, 보자보자 하니까… 저기요, 혹시 엿장수한테서 말하는 법을 배우셨어요?? 왜 말을 그따구로 해요??”
“뭐, 뭐라고요?!”
예상치 못했던 해영이의 카운터에 제대로 맞은 커플은 순간 당황해서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이에 해영이는 따박따박 한마디를 읊으며 계속해서 추가타를 날릴 뿐이었다.
“죄송하다고도 했고, 돈으로 물어드리겠다고도 했는데, 자꾸만 여친이 사준 옷이라는 말만 앵무새마냥 반복하면 나더러 뭘 어쩌라는건데요? 뭐, 내가 그쪽 여친이라도 되가지고 똑같은 옷을 똑같이 사다가 드려야하나??”
해영이의 성격은 상당히 더러운 편이다. 어렸을 때 부터 좀 험하게 자라왔던 것도 있고, 600년 이라는 세월동안 온갖 욕이란 욕은 전부 익혔던 욕설 장인인 화연으로 부터 직접 배웠던 것도 있던지라 그녀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말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다.
“뭐, 뭐래는거야 이 미친년이!”
“!!”
말빨에서 밀려버린 여자가 울컥하여 해영이를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말로 못이기니 손찌검부터 날리려 드는 여자의 행동을 본 해영이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설마 이정도 가지고 못참고 손바닥을 휘둘를 줄은 몰랐던 탓에 그녀는 제대로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여자의 손찌검이 해영이에게 닿는 일 또한 없었다.
왜냐하면 여자의 손바닥은, 갑작스럽게 난입한 거구의 근육덩어리에 의해 가로막혔기 때문이었다.
울려퍼진 것은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였다. 아무리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여자에게 뺨을 맞았다지만, 무슨 팔랑이는 나뭇잎으로 후려맞은 것 마냥 미동도, 상처도 없이 멀쩡하게 서있던 그는 해영이를 향해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탱탱하게 당겨진 아이 러브 머슬 셔츠를 뽐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밥.”
“….”
…당장 눈앞의 상황보다는 밥이 우선이었던 한스 마이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