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2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23화(223/245)
223
불과 10분 전, 꼴사나운 괴성을 질러대며 처형대로 부터 도망쳐나온 한스 마이어는 완전히 길을 잃은 덩치 큰 미아가 된 채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진정하는데는 성공했다만… 이거, 큰일이군.”
21세기에서 미아가 되는 법이란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요즘 세대의 아이들은 유치원생들조차 앵간해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길을 잃어도 바로 부모님과 연락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스는 스마트폰은 커녕 폴더폰도 지니고 있지 않거니와 설령 그게 있었다 하더라도 사용 방법을 1도 알지 못하는 이세계인이었다.
…이게 다 그 여자 때문이다.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한스는 급기야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해영이의 탓을 하기 시작했다. 싫다는 사람을 협박까지 하면서 억지로 처형대에다 올려놨으니 책임은 모두 그녀의 것이었다.
‘꼬맹이들이라면 마력탐지로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만은…’
아니 자이로드롭 부분 진심 약빨았나 ㅋㅋㅋㅋㅋㅋ
남탓 하기 바쁘던 한스는 이윽고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시하기 시작하며 미아 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을 강구했다.
‘꼬맹이들이라면 마력탐지로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만은…’
남탓 하기 바쁘던 한스는 이윽고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시하기 시작하며 미아 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을 강구했다.
그중 가장 현실적이었던 방법이 바로 마력의 파장을 따라 수정이와 세리를 찾는 것.
아주 평범한 인간에다가 마력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지니고 있지 않은 해영이는 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찾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수정이와 세리는 둘 다 종족이 종족인지라 막강한 마력을 지녔기에 이런 곳에서도 찾는 것이 수월하다.
물론, 그렇게 하면 미아 신세에서 벗어날 순 있어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지만 말이다.
[꼬르륵-]“…배가 고프군.”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머리를 굴려서 당이 떨어지기라도 했는지 바로 신호를 보내오는 위장 소리에 한스는 중천에 뜬 해를 올려다 보았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명백하게 확신할 수 있는 점심시간이었다.
몸에 지니고 있는 현금이라곤 딸랑 천원. 고작 그 천원을 가지고 주변에 뭐 사먹을 것들이 없나 둘러보기 시작한 한스였지만, 애석하게도 가격이 창렬스럽기 그지 없는 유원지의 먹거리들은 작은 핫도그 하나 조차 사먹는 것을 그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크윽… 이 세계에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거냐…!”
21세기의 지구는 아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 돈이 없는 자, 끼니 하나 못 때우고 개같이 굶어야 하는 매우 각박한 세상이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다들 잘만 웃고 있군.’
본인이 살던 세상에선 이젠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는 모습들이다. 이미 세계의 종말이 예견된 한스의 세계에선, 길거리의 그 누구 하나 웃고 있는 자가 없었으니.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비록 돈 없이는 제대로 된 인간 취급도 못 받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사람들은 다들 웃고 있다.
화창한 햇빛과 푸른 하늘 아래에서, 더할 나위 없는 일상을 만끽하며.
이런 풍경들을 언제부터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여겼을까. 한스는 이젠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평화로운 고향땅의 모습들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조용히 발걸음을 멈췄다.
“….”
…이곳에 온 뒤로 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군. 전부 다 쓸데없는 일인데 말이지.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기로 하지 않았던가. 이그니스 왕국의 치부를 알게 되었고, 모든 일으 진상을 알게 된 이상 돌아갈 이유도, 돌아갈 방법도 없었던 한스 마이어는 그렇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보자보자 하니까…”
“?”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반응한 한스는 조용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바라본 그곳에는 해영이가 잔뜩 열받은 모습으로 낯선 이들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커져가던 말다툼은 이윽고 여자 쪽이 손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몸싸움으로-
“!!”
해영이에게 말싸움으로 밀리던 여자가 결국 손찌검을 날리려던 그 순간, 그 광경을 목격한 한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건 20m 이상이나 거리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오러를 통한 신체강화를 통해 불과 1초만에 거리를 좁힌 한스. 그렇게 순간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빠르기로 해영이의 앞에 나선 한스는 그녀를 대신하여 손찌검을 얼굴로 받아내었다.
[뚜둑-]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뺨따구가 후려갈겨지는 찰진 소리가 아닌, 뼈가 부러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소리.
…뭐지? 방금 그게 때린다고 휘두른 것인가??
오러를 감아 방어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맨몸으로 손찌검을 받아냈는데 아프기는 커녕 모기가 무는 것 만도 못한 느낌이다. 그렇게 약해도 너무 약한 현대인의 힘에 적잖이 당황한 한스는 뼈가 부러졌는지 손목을 붙잡고 아파 죽으려고 하는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해영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서 몰랐지만, 이렇게 보니까 꼭 자신이 호위기사마냥 위기에 빠진 아가씨를 구해준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스.
그리고 그런 상황이 거북하고 영 어색하기 그지 없었던 그는 최대한 그러지 않은 척을 하며 반사적으로 생뚱맞은 소리를 내뱉었다.
“…밥.”
“…네??”
“밥! 밥을 아직 안 사줬잖냐!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냥 그래서 끼어든거다.”
“아…”
누가 들어도 말도 안되는 변명을 둘러대는 한스의 모습에 해영이는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녀는 그가 부끄러워서 저러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봐요!! 지금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거예요?!!”
한스와 해영이가 서로 풋풋 어색한 분위기를 나누던 그 와중에, 보다못한 여자가 버럭 소리치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다치게 하다니. 오히려 맞은 건 이쪽이다만.”
여자의 항의에 한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자신의 뺨을 가리키며 그렇게 반박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논리적으로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쪽이 끼어든 것 때문에 이렇게 된거잖아요! 아! 아야야…”
“자, 자기야, 괜찮아?”
“괜찮기는! 손 부러진 거 안보여?! 그것보다 넌 왜 아무말도 안하고 있어?! 뭐라고 한마디 해야지!!”
걱정을 해줬더니 남친에게 막 화를 내기 시작한 여자. 하지만 그런 여자의 항의에도, 남자는 그저 근육 몬스터 그 자체인 한스의 눈치를 보며 묵묵부답으로 있을 뿐이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방금 전 까지 한스가 없을 때만 했어도 큰소리를 떵떵치며 위협하고 들었던 주제에 떡대가 어마무시한 한스의 모습을 보고는 한없이 조용하고 얌전해진 남지의 모습에, 해영이는 어이가 없어서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진짜!!”
꿀먹은 벙어리가 된 남친을 보고 폭발한 여자는 이윽고 뚜껑이 열려버렸는지 거칠게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경찰에 신고할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아니 뭔 개소리래;; 신고는 우리가 해야지.”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하려드는 여자의 태도에 해영이는 얼탱이가 빠진 웃음을 참지 못한 채 황당하단 듯이 그렇게 대꾸하였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해영이의 말을 일절 무시하고는 그대로 경찰에다 신고를-
“방금 저 사람들 봤어?”
“봤지. 나중에 팝콘 뜯으면서 보려고 영상까지 다 찍어놨어.”
“!!”
순간 주변인들의 대화를 엿들은 여자가 깜짝 놀란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행동을 멈췄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문득 뒤돌아본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표정을 찡그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경찰에다 신고해 폭행을 당했다고 한스에게 누명을 씌우려던 여자는, 재빠르게 핸드폰의 화면을 끄고는 이내 도망치듯 자리를 비우며 황급히 가버렸다.
“….”
“….”
그렇게 여자가 자리를 비우자 이윽고 남자도 촐랑촐랑 그녀를 따라가며 모습을 감췄고, 그렇게 덩그란히 둘만 남게 된 한스와 해영이는 서로 똑같이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얼굴을 한 채 꽁무니를 내빼는 젊은 커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야, 좀 싱겁게 도망치네. 좀 더 억지를 부리면서 x랄 발광을 할 줄 알았는데.”
진상커플들이 자리를 비우기 무섭게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이한성이 손에 든 핸드폰을 팔랑이며 조금 아쉽다는 듯이 감탄을 내뱉었다. 아까 영상을 찍었다고 떠들던 구경꾼과 똑같은 목소리였다.
“…아까 그거, 오빠가 한거였어?”
“나만 한 거 아니다.”
생각치도 못했다는 해영이의 물음에 이한성은 뒤쪽을 가리키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 그의 대답과 동시에 화연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면서 이한성의 대답에 대꾸하였다.
“먼저 발상을 꺼낸 건 한성이였어. 정말이지… 저런 사람들 멕이는데는 천재라니까.”
“저런 인간들을 반평생동안 상대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정도는 해야지.”
화연의 감탄에 칭찬으로 받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인 이한성. 그러자 이에 뒤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핥짝이고 있던 수정이와 세리가 나서며 잔뜩 불만이라는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아빠! 나 아까 그 사람들 시러!”
“밥맛이야.”
“맞아! 한스 삼촌을 때릴 수 있는건 우리뿐이라구!”
“ㅇㅇ.”
갑자기 왠 요상하기 그지없는 권리를 내세우기 시작한 수정이와 세리. 죽이 아주 척척 맞는 두 아이의 모습에 당사자인 한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난 너희들 보단 아까 저 여자한테 맞는 것이 더 낫다만은…”
하프엘프의 얼음공격이나 드래곤의 브레스에 얼려지고 튀겨지는 것 보다는 맞아도 맞은 것 같지가 않은 약해빠진 사람에게 맞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 한스였지만, 이에 따른 수정이와 세리의 반응은 그저 오해만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 한스 삼촌 맞는거 조아해??”
“언니, 다가가지 마. 변태인가봐.”
“….”
갑자기 난데없이 아이들에게 변태취급을 받게 된 한스. 무척이나 건전하다 못해 마구니 따윈 일절 존재하지 않는 영혼을 지닌 한스는 그저 억울할 따름이었다.
그러자 그렇게 아이들에게 콤보 어택을 얻어맞고 있던 한스의 모습을 본 해영이는 이내 픽 웃으며 한스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애들까지 저러는데, 진짜로 그런 취향이 있으신 건 아니죠?”
“…괜히 구해줬군.”
기껏 맞을 뻔 했던걸 구해줬더니만 되려 조리돌림에 거드는 해영이의 태도에, 한스는 괜한 짓을 했다며 그렇게 삐진 승모근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러자 해영이는 그렇게 삐진 한스의 얼굴을 붙잡고는 이내 자신을 향해 가까이 끌어당겼다.
“어디 한번 봐요.”
“!! 뭐, 뭐하는 짓이냐?!”
“가만히 좀 있어봐요. 어디 다친데 없는지 확인하려는 거니까.”
아주 조금만 저항해도 해영이의 얇디 얇은 팔 정도는 힘조차 안들이고 뿌리칠 수 있었던 한스였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 저항하지 않는 것인지는 본인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맞은데가 어디에요?”
“요, 요기…”
그걸 또 굳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까지 하며 대답하는 한스 마이어.
그렇게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봐 주겠는 둘의 행각을 지켜보고 있던 이한성과 화연은 이내 서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것들이?”
…그동안 본인들이 염장질을 해댔던 건 기억하지 못하는 이한성과 화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