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2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27화(227/245)
227
“아유~ 너희들 왜 그렇게 다 귀엽게 생겼니?? 이리와봐, 언니가 한번 좀 안아보자~”
“아, 아빠! 이 사람이 우릴 납치하려고 해!!”
“수, 숨막혀…”
점심시간의 식당에서 한가득 울려퍼지는 소란스러움 가운데, 이한성은 그저 말없이 화연을 바라보았다.
“…분명 우리 둘 끼리만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옆자리에서 아이들을 막 껴안으려 드는 불청객, 민수아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나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는데… 수아 쟤가 자꾸만 밥 좀 사달라고 난리를 쳐서…”
화연이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르는 민수아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리 제 친구라지만 뻔뻔한거 하나는 알아줘야 했던 그녀를 바라본 화연은 이윽고 이한성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나지막히 물었다.
“그러는 너는? 애들은 어쩌다가 데리고 온거야?”
“알잖아. 저것들 고집 한번 질긴거. 계속 따라오겠다고 들러붙어서 그냥 데리고 왔어.”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바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던 화연은 이한성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아이들이 누굴 닮아 아주 황소 고집이라는 사실 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그녀는 이내 옅은 미소와 함께 옆자리에서 여전히 소란스럽게 놀고 있던 민수아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애들아, 언니가 재밌는거 보여줄까?”
“…?”
“…??”
아이들을 필요 이상으로 귀여워해주고 있던 민수아가 갑자기 꼬옥 끌어안고 있던 아이들을 놓아주며 물었다.
“재밌는거?”
“이상한 건 아니고…?”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민수아에게 잔뜩 끌어안기며 시달리고 있었던 아이들은 영 의심스럽다는 반응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이에 민수아는 걱정할 것 전혀 없다는 듯이 웃으며 아이들을 설득시켰다.
“이상하다니~! 나중에 너희들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거야! 자, 봐봐-”
뭘 보여준다는 건지는 말도 안하고 그저 괜찮다고만 말로 타이른 채 갑자기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맥주병을 들어올린 민수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귓속말로 화연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혹시 저 사람 술 마셨어?”
“….”
이한성의 물음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화연.
“아니, 지금 아직 점심시간인데도 술을 마셨다고?? 대학생이 막 그렇게 낮술을 해도 되는거야??”
“쟤 오늘 시험을 망쳐서 그래.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줘…”
과제와 시험 때문에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점에 신경쓰는 대학생들에게 있어, 하루 정도의 낮술은 허락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민수아를 두둔해준 화연.
…어쩐지 여기에 왔을 때 부터 텐션이 이상하게 높더라니. 이미 취할대로 취한 상태였구만.
이상하리만큼 수정이와 세리에게 들러붙으며 하이텐션을 보여주던 민수아의 모습이 이제서야 이해가 간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참으로 딱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민수아는 그렇게 남들이 자신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말던 1도 신경쓰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맥주병을 이용한 쑈를 보여줄 뿐이었다.
[뿅!]민수아의 손에 들려있던 맥주병의 뚜껑이 숟가락에 의해 시원하게 날아갔다. 마치 대포알 처럼 날아간 맥주병 뚜껑은 그대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화연의 머리 위에 정확하게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화연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자, 신기하지?”
“우왕! 그거 어떠케 한거야??”
“…흥, 인간치고는 제법이네.”
물론 화연의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말던 민수아와 아이들은 계속해서 서로 자랑을 하거나 박수를 칠 뿐이었지만 말이다.
“이게 다가 아니지~ 자, 이대로 이걸 이렇게 흔들어주면-!”
맥주병 입구를 엄지로 막은 채 마구잡이로 흔들기 시작한 민수아. 그렇게 한참을 흔들어 제끼던 그녀는 입구를 막고있던 엄지를 살짝 비틀어 물총마냥 맥주를 발사하기 시작했고, 그대로 비어있던 컵에다가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술에 상당히 취해있었던 탓에 조준이 흐트러져 컵이 맥주로 채워지는 일은 없었다.
“그만해 이 가시나야!! 애들 앞에서 뭐하는거야!!”
[빠악!!]“엌-”
맥주를 아예 테이블 위에다가 쏟아붓다시피 하던 민수아의 만행을 보다못해 결국 들고 일어선 화연.
그렇게 테이블 위를 맥주바다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아이들 앞에서 별로 좋지도 못한 술문화를 가르치려 드는 제 친구의 뒤통수를 손뼉으로 후려친 그녀는 이내 한숨과 함께 난장판이 된 테이블 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내가 못살아 정말…”
“….”
“….”
화연의 일격으로 죽은듯이 테이블 위에 축 늘어져버린 민수아를 보곤 새파랗게 질린 채 겁을 먹어버린 수정이와 세리. 그렇게 눈치를 보기 시작한 하프엘프와 드래곤 소녀는 이내 말없이 화연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엄마는 무서운 사람…’
‘대들지 말아야지…’
아이들이 벌벌 떨면서 말없이 테이블 치우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하자 이에 화연은 아이들의 속마음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기특하다는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어머, 도와주는거니?”
“으, 으응…”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기특하기 그지 없다는 화연의 물음에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인 수정이와 세리. 그렇게 화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둘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할 말을 잃은 채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육아방식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말할 때는 지지리도 안듣더니만, 저렇게 유혈사태를 직접 보여주니까 잘만 말을 듣네. 나도 그냥 훈육이랍시고 매를 좀 사용할 걸 그랬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은 사용하지 않았던 이한성이었지만 저렇게 화연에게 쩔쩔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서 육아방식을 바꿀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아이고 뒤통수야…”
그렇게 이한성이 여러모로 육아문제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던 그 순간, 죽은 줄만 알았던 민수아가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와 대박. 나 방금 필름 끊겼나보다.”
“….”
순간 기절당해 있던 것을 술을 너무 퍼마셔서 뻗은 걸로 착각한 민수아. 누가 화연의 지인 아니랄까봐, 역시나 정상인은 아닌 듯 한 그녀의 반응을 본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이상하네… 내가 술이 이렇게 약했었나? 고작 맥주 세 병에 이럴리가 없는데…”
“나이들어서 간이 약해졌나보지 뭐.”
화연이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민수아에게 정신차리라고 물 한컵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한성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혼잣말을 간신히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나이 600살이 되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뎁쇼.
나이들어서 간이 약해진다면 화연은 진작에 간경화로 이승을 떠났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엘프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의 간은 여전히 쌩쌩하다 못해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수준의 알코올 분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 남편 씨다.”
“…예?”
이한성이 화연에게 딴죽으로 걸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와중에 민수아가 갑작스레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남편 씨라니… 저 말입니까?”
“네. 언제 왔어요?”
“아까부터 줄곧 있었습니다만…?”
뭐지 이 사람…? 아무리 술에 취해있었다고 해도 그렇지, 아까부터 계속 여기에 앉아있었는데 날 이제 알아차린거야??
황당스럽기 그지 없는 민수아의 질문에 어이없어 하며 그렇게 대답한 이한성. 그러자 그런 이한성의 대답에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그를 쳐다보던 민수아는 이윽고 생뚱맞은 소리를 내뱉었다.
“좋아, 얼굴은 합격.”
“??”
“직업이 뭐예요?”
갑자기 얼굴이 합격이래니 뭐래니 말하고는 다짜고짜 직업을 물어보는 민수아.
“카페 사장입니다만…”
…뭐지? 왜 갑자기 이런 걸 물어보는거지?
“나이는?? 가족사항은?? 혈액형?? 연봉-”
“고만해 이 가시나야!!”
[빠악!!]무슨 취조하는 것 마냥 질문을 연이어서 줄줄히 물어보다가 결국 화연에게 다시 한번 뒤통수를 얻어맞은 민수아.
“아 왜 때려!”
“네가 매를 벌잖니!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그야 니가 괜히 이상한 남자 잘못 만난 건 아닌지 걱정되서 그렇지!! 요즘 세상이 어?? 얼마나 위험한데!!”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걸 모르겠니?? 쓸데없는거 신경쓰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보니까 어머님이 되게 걱정이시더만!”
“아악!! 그만! 그마안!!”
시어머니마냥 잔소리를 하다가 결국 나이가 많은(600살) 엘프의 잔소리에 밀려 귀를 막고 진절머리를 내기 시작한 민수아.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조상뻘 되는 엘프에게는 상대가 될 리가 없는 건 당연지사 한 일이었다.
“…상당히 개성있는 친구네?”
“….”
이한성의 물음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 화연. 친구가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시선을 회피한 그녀는 이내 민수아를 조용히 째려보았다.
“…치, 하여간에 내 엄마도 아니고 잔소리만 가득하다니까.”
하지만 그런 화연의 시선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불평하기 시작한 민수아. 아까 본인이 시어머니 행세를 하려 들었던 건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그렇게 불평하는 그녀를 본 화연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애들 보는 앞에서 추하게 이러지 맙시다.”
결국 자꾸 티격대려고 하는 둘 사이에 끼어들며 중재를 도맡게 된 이한성. 비정상인 사이에서는 그나마 덜 비정상인 사람이 정상인이라고, 보통 사람들에 비해 만만치 않은 또라이임에도 불구하고 민수아와 화연 사이에서 정상인이 되어버린 그는 그렇게 두 여성을 진정시키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
“….”
그렇게 이한성의 중재로 간신히 진정한 화연과 민수아는 도로 자리에 앉으며 아이들의 눈치를 보았다.
둘이 바라보기 무섭게 못본 척 시선을 홱 피해버린 수정이와 세리. 화연이 민수아의 뒤통수를 제대로 갈기는 모습을 두번이 목격해서 그런지 제 엄마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해있었던 탓이었다.
“우우우우우리는 괘, 괜차는데?”
“마, 마, 맞아요. 우리는 시시시신경 안써도 돼요.”
혹시나 말 안들었다가 민수아처럼 뒤통수를 얻어맞을까봐 공포에 질려버린 수정이와 세리가 그렇게 대답하며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아이들이 본인에게 겁을 먹어버렸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먹어버렸다.
“…애, 애들아…? 그… 엄마가 너희들한테는 이렇게 안할테니까 겁을 먹을 필요는…”
“으앗?!”
“히, 히익!?”
화연이 말을 걸기만 했는데도 겁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서 이한성의 뒤로 숨어버린 아이들. 평소에 화연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충격과 공포가 컸기 때문이었다.
“….”
“ㅎㅎ, 이걸 어쩌나? 보아하니까 애들이 너한테 겁을 먹어버린 것 같은데.”
애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화연에게 꼴 좋다는 듯이 놀리기 시작한 민수아. 그런 그녀의 놀림에 화연은 잔뜩 살기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다시 시작된 두 여자들의 다툼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에 불려나와서 이게 대체 뭐하고 있는건지 원.”
…그냥 집에 있을 걸, 하고 후회하는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