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화(23/245)
23
“어머, 저 애기 좀 봐. 귀엽지 않아?”
부담스럽다.
“옆에 있는 사람은 아빠겠지?”
좀 많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애 엄마는 어디가고 아빠가 애를 데리고 나온거야?”
너무 신경이 쓰여서 모른 척 가만히 있기가 곤란할 정도로 주변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이따금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이한성은 승객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다 이쪽을 향해 쏠려있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속으로 불만을 한사발 토해냈다.
‘아주 그냥 다들 내 면상에다 대고 떠들지 그러십니까.’
애랑 애 아빠가 같이 외출을 나오는 게 그렇게나 신기한 모양이다. 아니면 아빠는 덤이고 애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워서 그런 걸지도.
“…확실히 완전 애기 때 보다는 좀 귀여워졌긴 했지.”
처음 만났을 때는 완전 쭈글쭈글하고 못생겨서 고블린의 자식인가, 싶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 부쩍 성장한 이후로 다시 보니 확실히 엘프의 피가 섞이긴 섞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벌써부터 외모에서 미(美)의 기운이 단번에 느껴진다.
아마 이대로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니게 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뭐, 외모만 출중하면 뭘 해도 될테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실력이 충분해도 탈모에 노안이라는 이유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는 게 바로 이 나라다. 그러니 적어도 고블린 같은 외모가 아닌 게 천만다행 일 테지.
이한성은 자고 있는 수정이의 솜털같은 은색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정류장은-]“아, 내려야지.”
버스의 안내방송이 울리기 시작하자, 이한성은 곧바로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고 있던 수정이가 깰라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이이익-]펌프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정차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몇 안되는 승객들과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버스에서 내렸고, 곧장 정류장 근처에 위치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S마트. 대한민국 전국 어디에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장 인지도가 높은 대형마트. 대한민국의 1등 할인점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린 만큼 특가세일을 무슨 패시브마냥 기본으로 깔고 있는, 서민에게 딱 적합한 곳이다.
물론 어떤 물건이 언제까지 세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들어가지만 말이다.
‘일단 이유식 만들 재료랑 혹시나 모르니까 가공품 이유식을 사고… 이왕 밖에 나온 김에 뭐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도 추가로 사야지.’
매일같이 일만 했던 알바생 시절에는 세일 품목만 딱 필요한 걸로 악착같이 아껴서 골라담았지만, 지금은 자금에 여유가 어느 정도 있으니 그렇게 까지 쇼핑 할 필요는 없다.
현재 이한성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총 1억 1천만원. 그중 1억은 아직 골드에서 한화로 바꾸지 않았으니 사용 가능한 금액은 대략 천만원 정도다. 그 정도면 하루 쇼핑하는데는 충분하다 못해 과분하다.
‘자잘한 퀘스트 같은 것들을 깰 때 마다 대충 백만원 정도니까… 계속 꾸준히 모은다면 나중에 전세 계약으로 괜찮은 집도 알아볼 수 있겠네.’
집값이 미쳐 날뛰고 있는 요즘 시기에 집을 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극히 드물다. 최저임금으로 먹고사는 이한성 같은 청년들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꿈만 같은 일을 감히 계획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점부터, 이미 이한성이라는 인물의 인생은 밑바닥을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난 내가 평생 동안 집 하나 못 구하고 살 줄 알았는데 말이지.”
이한성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 차 오르는 상상에 그렇게 홀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런 그의 복에 겨운 목소리가 거슬리기라도 했는지, 얌전히 자고 있던 수정이가 부시시 눈을 뜨며 일어났고, 이내 멍한 표정으로 이한성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 깼어? 마침 잘 됐다.”
“아부?”
이한성이 방금 막 잠에서 깬 수정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마트 입구 근처에 있던 쇼핑카트를 하나 꺼내 수정이를 아기가 탑승하는 자리에다가 앉혔다.
“아우으…”
그러나 아무래도 다리가 꽉 끼는 카트의 자리가 불편했는지 수정이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불편해도 좀 참아. 거기 아니면 딱히 자리가 없단 말이야.”
다른 자리에다가 태웠다가 사고라도 나서 애가 다치면 괜히 골치만 아파진다. 항상 애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이한성은 그렇게 안 된다고 딱 못을 박았다.
“우으으…”
“그런 눈으로 쳐다봐도 안돼.”
“….”
“안된다니까.”
“….”
“아니, 안된다고 했잖아…”
“….”
“….”
물기가 촉촉한 수정이의 초롱초롱한 눈빛 앞에서 이한성의 거절은 점점 더 무뎌져만 갔다. 알바를 하며 진상손님을 대처할 때 마다 안 된다는 건 확실하게 안 된다고 말하는 게 가능한 이한성이었지만, 그런 그마저도 어린 아이의 시무룩한 눈동자 앞에서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졌다. 대신 사고 나서 다치면 나도 모른다.”
수정이의 시무룩한 눈빛에 굴복하고 만 이한성은 결국 하는 수 없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다가는 카트의 바닥에다가 깔아두었고, 이어서 그 위에다가 수정이를 조심스레 앉혔다.
“아우아!”
카트 위에 앉기 무섭게 수정이는 매우 신난 듯이 방긋 웃으며 팔다리를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이한성은 남모르게 피식 웃으며 천천히 카트를 밀었다.
‘내가 조심해야지 뭐… 최대한 안전운전만 하는 수밖에.’
애가 저리 좋아하니 이제 와서 결정을 무를 수도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무척이나 신나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위안으로 삼으며 각각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다가 카트에다 담기 시작했다.
쌀 한 포대 부터 시작해서 각종 야채들, 거기에다가 나온 김에 추가로 사야하는 분유와 기타등등의 물건들을 신중하게 골라 카트에 담는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역시 가격. 그리고 그 다음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유통기한.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이한성은 이런 면에서는 유독 꼼꼼한 자신의 장보기 버릇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물건들을 골랐다.
“이건 유통기한이 1달 밖에 안 되고, 저건 또 세일이 아니고… 이건 또 상태가 왜 이래?”
왠만한 중년 어머니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이한성은 물건 하나 하나를 매우 깐깐하게 확인하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불평을 내뱉었다.
보통 평범한 20대 청년들은 물건을 살 때 가격이나 유통기한에 별 불만을 가지지 않은 채 필요하다면 그냥 사고 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도 짠내 나는 인생을 살아온 이한성은 달랐다.
10원이라도 일단 아끼고 봐야 한다는 절약정신은 이미 이한성의 DNA 속에 깊숙히 뿌리 박힌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어디보자… 그러고 보니까 사과가 세일이던데…”
“사과라면 여깄어요.”
“아, 감사합니다.”
…….응?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 눈치 채지 못할 뻔한 이한성은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가 바라본 그곳에는 아주 사람 좋은 미소로 웃고 있는 젊은 여성이 사과 봉투를 든 채로 멀뚱히 서있었다.
기운이 넘쳐나는 목소리.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의 갈색 단발. 한눈에 보기만 해도 [아, 이 사람, 호구구나] 라는 생각이 어렵지 않게 들 정도의 해맑은 인상.
“…해영 씨?”
“오랜만이에요 버스남 씨!”
“이한성입니다. 버스남이 아니라.”
친하면 얼마나 친하다고 저렇게 마주치자마자 거리를 좁히면서 친숙하게 사람을 대하는 걸까. 이한성에게 있어서 해영이라는 인물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류의 인물이다.
“그때 보육원에 오신 이후로 처음이죠? 오랜만이에요.”
“아, 네 뭐….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다시 만나게 될 일은 딱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수정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 보육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이건 운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애기랑 같이 장보러 나오신 거예요?”
“그렇죠. 이유식 만들 재료가 필요해서.”
“아~ 그럼 장은 이미 다 보신 거예요?”
“아뇨. 아직 살 게 몇 개 더 남았습니다만. 그쪽은요?”
“저야 화연 언니랑 같이 보육원에 필요한 식재료들을 사러 왔죠. 애들이 많다 보니까 아직 사야 할 게 한참 남았어요.”
“아…”
화연 씨랑 같이 왔다니, 며칠 전 까지만 해도 피곤해서 금방 과로사로 영면할 것만 같던 사람이 왜 굳이 보육원 식재료 사는데 까지 따라온 걸까.
‘하여간에 둘 다 영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라니까.’
한 사람은 워커홀릭일 정도로 일을 지나치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초면인 사람이 하는 신빙성 없는 말을 의심 하나 없이 믿을 정도로 순진하다.
“괴짜는 괴짜끼리 어울린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가보네.”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성이 내심 입 밖으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튀어나온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순진하기 그지없는 해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한성의 말에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은 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이한성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로 부터 건내받은 사과봉투를 조용히 카트에 담았다.
“아우브!”
“어허, 그거 때리는거 아니야.”
제법 수북하게 물건들이 쌓인 카트의 한가운데에 앉아있던 수정이가 사과 봉투를 손으로 툭툭 때리기 시작하자, 이한성은 혹시나 계산하기도 전에 사과가 멍들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수정이를 말렸다.
“근데 애기 이름은 붙이셨어요?”
“당연하죠.”
“뭐로 붙이셨는데요?”
“수정이요.”
해영의 질문에 이한성은 수정이로 부터 사과를 보호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수정이와 눈높이를 맞췄고, 이내 나긋하게 이름을 불러보았다.
“수정아 안녕~ 이모 기억 나니? 지지난 주인가, 만났었는데.”
“응우아?”
갑자기 다짜고짜 자신을 이모라고 소개하는 해영의 모습에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와… 너 왜 이렇게 귀엽니? 납치하고 싶게.”
“저기요.”
무슨 소리인지 조금도 모르겠다는 아기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바라보며 꽤나 위험한 발언을 하는 해영에게. 이한성은 본능적으로 카트를 뒤로 빼며 그녀로 부터 수정이를 떼어놓았다.
“아이, 농담인데 뭘 그렇게 과민반응을 하고 그러세요~”
“농담이라기엔 눈빛이 꽤나 진심이라서 말입니다.”
“착각이겠죠. 딱히 진심은 아니고 한 60% 정도만 그렇다는 거에요.”
“그정도면 진심 이잖습니까.”
마냥 사람을 잘 믿는 호구 같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생각보다 좀 더 위험한 사람인 것 같다.
너무 순진한 탓에 거짓말도 안하고 본심을 입 밖으로 내뱉는 해영을 본 이한성은 마음속으로 그녀를 호구라고 지정했었던 것을 정정하며 그녀에 대한 인식을 호구에서 순수악으로 수정했다.
‘그나저나 역시 애가 이렇게 큰 모습을 보고도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주인 아주머니랑 똑같이 인식을 못하는 모양이네.’
해영이 수정이와 처음 만난 게 대략 2주에서 3주 정도 전. 길어봤자 한 달 밖에 안 된 사이에 애가 이렇게 컸다고 하면 보통 위화감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어찌된 건지 집주인 아주머니도 그렇고 해영 또한 아기의 성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째서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시스템이 주변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게 인식개변이라도 걸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간에 일일히 변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긴 한데 말이지.’
만약 주변 사람들이 수정이의 비정상적인 빠른 성장을 알아차렸더라면 뭐라고 변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심하면 이상한 소문이 동네에 퍼져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이한성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언니는 왜 또 전화를 안 받아…”
이한성이 한숨을 내쉬던 그 순간, 갑자기 언제 꺼냈는지 모를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던 해영이 볼멘 소리를 내며 투덜거렸다.
“언니라니, 화연 씨 말이에요?”
“네. 아까 잠깐 옆에 은행 좀 들르겠다고 제멋대로 가버리고는 전화를 안 받아요.”
“그럼 배터리가 나간 거겠죠 뭐.”
“음… 제 생각엔 그건 아닐 것 같은데요…”
“아니면 전화를 무음으로 해놨다던가.”
“언니는 그런 걸 할 수 있을 정도로 핸드폰이랑 친한 사람이 아니에요.”
“네?”
세상에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놓는 법도 모르는 20대가 있다고? 아니, 무슨 60대 70대 할머니들이라면 모를까, 20대가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다소 믿기 어려운 해영의 말에 이한성은 상당히 황당스러워 하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렇게 그가 당혹스러워 하기 무섭게, 마트 안의 스피커가 울리며 안내방송 비스무리한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해영아 미안. 언니 또 길 잃었다. 좀 찾으러 와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