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1화(231/245)
231
“아니, 이 자식은 애들 데리러 갔다가 땅으로 꺼졌나… 나간지가 언젠데 왜 이렇게 안와?”
수정이가 집에서 뛰쳐나간지도 어느덧 1시간 째. 서로 다툰 것도 있고 직접 찾으러 나가봤자 또 다투게 될 것 같아서 한스를 내보낸 이한성이였지만, 어째 함흥에라도 갔는지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냥 내가 직접 찾으러 나가?
소식이 없어 답답했던 나머지 본인이 직접 찾으러 나갈까, 고민하기 시작한 이한성.
“…아니지. 괜히 나갔다가 엇갈리면 그게 더 곤란하니까.”
하지만 이한성은 고민 끝에 그렇게 스스로에게 변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스 그놈한테 핸드폰이나 하나 개통해놓으라고 미리 말해두는 거 였는데 말이지…
이게 다 한스 그자식한테 핸드폰이 없는 탓이다. 나중에 억지로라도 하나 장만 해놓으라고 언급을 해둬야 겠다고 생각하며, 이한성은 그렇게 다시 멍하니 거실 천장을 올려다 보기 시작했다.
[삑- 삑- 삑- 삐비빅-]멍하니 천장이나 바라보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현관문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니, 뭐하다가 왔길래 이제 돌아-”
드디어 한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겠거니 했던 이한성은 살짝 불평끼가 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현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불평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방금 막 집에 들어온게 한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오늘 강의 하나가 파토나서 일찍 돌아온건데… 더 일찍 돌아올 걸 그랬나…?”
집에 돌아왔던 건 한스가 아닌 화연이었다. 보아하니 들으려던 강의 하나가 무언가의 사정으로 인해 빠져서 일찍 돌아온 듯한 그녀는 어째서인지 상당히 기분이 언짢아 보이던 이한성의 모습을 보고는 조금 당황하며 그렇게 물었고,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뒤늦게 헛기침을 하며 나지막히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흠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한스 인 줄 알아서 그만… 미안.”
“아… 난 또 뭐라고, 내가 뭐 잘못 한 게 있나 싶어서 순간 깜짝 놀랐네.”
자신 떄문에 기분이 언짢아져 있던 것은 아니라는 이한성의 말에 화연은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그냥 뭐, 수정이 걔랑 좀…”
굳이 싸웠다고 말하기엔 어른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던지라 말끝을 흐린 이한성.
“수정이랑 싸웠어?? 아니, 어쩌다가…?”
평소에 아무리 티격태격 거려도 싸운 적은 한번도 없었던 둘이 싸웠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던 화연이 놀란 얼굴과 함께 물었다.
“…걔가 갑자기 지 고향이 어디냐고 묻더라고.”
화연의 물음에 이한성은 별 것 아니었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뭐라고 말했는데?”
“말하긴 뭘 말해. 아무 말도 못했지.”
“아하하… 그래서 수정이가 삐진거구나?”
어쩐지 집에 돌아왔는데 집안이 이상하게 조용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아마 수정이가 삐져서 밖에 나갔기 때문이겠지. 세리는 그런 제 언니를 따라갔을테고.
이제야 좀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며 대강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파악하는데 성공한 화연은 그렇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이한성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그 딸에 그 아빠라니깐.”
삐졌다고 집에서 뛰쳐나간 딸이나, 그걸 또 어른의 자존심 때문에 붙잡지 않은 아빠나, 정말이지 닮은꼴이다.
화연은 그렇게 옅은 미소와 함께 이한성을 바라보며, 이윽고 그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거 알아? 나도 옛날에 비슷한 이유로 아버지랑 싸운 적이 있었다?”
“아버지라면… 그 예전에 널 거둬주셨다던 사냥꾼?”
일전에 화연으로 부터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다. 오래전 화연이가 홀로 고려시대로 떨어졌을 때 서스름 없이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줬다는 무명의 사냥꾼, 최윤복.
“그래 맞아. 내가 어렸을 때 그분 하고 한번 크게 다퉜던 적이 있었어.”
“…뭐 때문에 다퉜었는데?”
화연의 이야기에 조금 흥미가 있었는지, 이한성은 그렇게 살짝 관심이 깃든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진짜 별 거 아닌거였어. 그냥 내가 개경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했는데, 갑자기 막 쓴소리를 하시면서 날 면박하시는거야. 귀족들만 드글드글 거리는 곳이 뭐가 좋냐! 이러시면서.”
옛 기억을 더듬자 화연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그때의 일을 말로 자아냈다. 마치 지금도 눈감으면 그때의 다툼이 선명하게 귓가에 들려올 것만 같다고 생각하며.
“그래가지고 나도 박박 대꾸하면서 대판 싸웠었지. 무슨 말도 못하게 하는 게 어딨냐고 말이야.”
참으로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서로 소리소리를 지르며 싸웠던 기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화연의 얼굴에는 미소만이 가득했다.
“그때는 그냥 노인네 성격이 참 드럽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냥 솔직하지 못하셔서 그런거더라고.”
귀족이니 뭐니 하면서 쓴소리를 했던 건 그저 하나 뿐이었던 딸이 괜히 개경에 홀로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걸 굳이 사실대로 말하기가 싫어 쓴소리로 포장했던 것 뿐.
“….”
화연의 이야기에 이한성은 묵묵히 고개를 내렸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그런 이한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히 속삭였다.
“그러니까 너도 한번 그냥 솔직하게 말해보는게 어떠니? 아무리 가족 사이라고 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잖아.”
“…내 솔직한 마음이 이기적이라고 해도?”
이한성이 물었다. 수정이가 고향 땅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못하게 관심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그냥 이대로 이곳에서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그냥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부모로선 자격미달인 본인의 이기심을 내비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애가 그냥 지금까지 처럼 계속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으면 좋겠어. 동족의 멸망이라던가,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그런 건 일절 알지 못한 채로 말이야.”
너무 많은 욕심일까? 그냥 이대로, 이대로만 지금까지 처럼 계속 일상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것이 그렇게나 큰 욕심인 걸까?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런 본인의 바램이 참으로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바램이라는 것을.
20년이라는 세월을 아무런 낙 없이 그저 사는 데 바쁘게 시간을 할애하며 살아왔다. 곁에는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없었고 그저 매일매일이 일하는데 바빴다. 미래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날 하루 하루를 사는 것 조차 버겁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러던 나날 속에 갑자기 한 아이가 나타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바꿔가며 아무것도 없었던 흑백 속에서 색채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비록 정신없고, 피곤하고, 기운이 빠지는 나날들이었지만, 참으로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수정이가 곁에 있었기에 이한성이라는 인간은 가족이란 관계를 다시 한번 만들 수 있었고, 쟂빛 밖에 보이지 않던 인생에서 여유라는 것을 가질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수정이가 곁에 있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20년이라는 세월을 거의 혼자 살다싶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더 이상 수정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조차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한성은 두려운 것이다. 멀지 않아 수정이가 자신을 곁을 떠나 가는 미래가.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정도로 먼 곳으로 떠나버리는 순간이 찾아올까봐 걱정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기적이면 뭐 어때? 부모도 결국에는 사람인데, 이기적일 수도 있는거지.”
“…!”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이한성에게, 화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기적이여도 된다고?
이한성은 순간 화연의 말을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속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그녀는 나지막히 질문을 하나 던질 뿐이었다.
“왜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한테 잔소리를 하는지 알아?”
“…자식들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들어서?”
이한성의 대답에 화연은 나지막히 고개를 저었다.
“잔소리만이 부모가 자녀에게 내비칠 수 있는 유일한 이기심이기 때문이야.”
백날 천날을 잔소리를 해도 부모는 자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결국 자녀는 제 고집대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부모가 그런 자녀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잔소리 밖에 없는 것이다.
설령 그 잔소리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할지어라도.
“너도 잘 알잖니? 수정이가 네 잔소리를 들을 아이가 아니란 것 쯤은.”
“….”
“그러니까 이기적이게 잔소리를 해도 괜찮아. 적어도 내가 지켜봐온 이한성이라는 부모는, 얼마든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하핫.”
누가 600년 산 엘프 아니랄까봐… 이럴 때 마다 충고는 참 기가 막히게 한단 말이지.
평소에는 그렇게 허당같더니 꼭 이랄 때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연의 위로에 이한성은 방금 전 까지의 자신이 정말로 바보 같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라면 세상 누구나가 다 겪는 문제를 무슨 본인만 겪는 아주 곤란한 문제라는 듯 마냥 엄살을 부리고 있던 것이, 불과 몇 분 전의 자기 자신이였으니.
“…좋아. 나가자.”
화연의 위로 덕에 정신을 똑바로 차린 이한성은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에 화연 또한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옅은 미소와 함께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그냥… 기운 차려서 다행이라 생각해서.”
화연이 미소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연은 계속해서 이한성을 바라보며 아무도 듣지 못할 속마음을 마음 속으로만 되뇌였다.
‘…너는 알까? 이렇게 위로하는 나도 그럴 자격이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이기적인 여자라는 걸.’
남말 할 처지가 아니다. 화연은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심. 영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겪어봤고 또 겪고 있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을 따라 영생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이기심.
그 누구보다도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며, 또 오만하기 그지 없는… 그런 이기심을 화연은 결코 말로서 이루말할 용기가 없었다.
본인 부터가 솔직할 수 없는 주제에 남에게 솔직해지라고 충고하는 것 만큼 위선적인 행동이 또 어딨단 말인가.
600년 동안 살아오며 그러한 인간들을 그 무엇보다도 혐오해왔던 화연은 자기자신이 그렇게나 혐오하던 인간 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으며, 거짓으로 미소를 물들였다.
부디 그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덧없이 끝날 때 까지, 자신의 이런 이기심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런 바램과 모순되게 또 그런 자신의 이기심이 부디 이뤄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바라고 또 바라며, 그녀는 남자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다른 시간을 걷고 있는 것 과도 같이.